여성의 몸을 ‘모체’로 보는 법, 이상하지 않나요?나다운 몸으로 인생을 보내기 위해 불임수술 받을 권리가 있다일본 모체보호법(한국의 모자보건법에 해당)에서 불임수술을 금지하고 있는 규정이 ‘위헌’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여성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기사: 불임수술 금하는 日 ‘내 몸은 모체가 아니다’ 소송 https://ildaro.com/10070) 모체보호법은 불임수술을 금지하고 있으며, 모체의 생명에 위험이 있거나, 아이가 둘 이상 있고 건강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배우자 동의’를 얻어서 불임수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생식능력을 잃는 것을 국가가 금지한다고? ‘모체가 아니다’ 소송 가메이시 미치코 변호사에게 듣다
2023년 7월, 사법이라는 수단을 활용하여 일본 사회의 이상한 제도와 모습을 바꾸고자 하는 ‘공익소송’을 지원하는 단체 LEDGE가 설립되었습니다. LEDGE에서 가장 먼저 주력하려고 생각했던 것이 형법의 ‘낙태죄’ 규정, 그리고 ‘배우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인공 임신중단 문제였습니다.
임신중단을 규정하고 있는 모체보호법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임신중단에서 배우자 동의 폐지’를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시작한 가지야 카자네(梶谷風音) 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관련 기사: ‘배우자 동의’ 있어야 임신중단 가능하다니 이상하지 않아요? https://ildaro.com/9233) 그리고 모체보호법에 임신중단뿐 아니라 ‘불임수술’에 관한 여러 문제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불임수술을 받고 싶어도 일본에서는 할 수가 없어서 곤란한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피임의 수단도 있는데 왜 불임수술(외과적으로 임신을 불가능하게 하는 수술)을 하지? 비약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 몸은 모체가 아니다’ 소송 원고로 앞장 선 가지야 카자네 씨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황을 납득했습니다. 가지야 씨는 10대 무렵부터 생식능력이 있는 자신의 몸에 불화감을 느꼈고, 1년 전에 해외에서 불임수술(난관 적출)을 했습니다. 원고 5인이 거쳐온 프로세스가 다 같지는 않지만, 신체적 위화감은 공통됩니다.
무엇보다 우리 대리인들이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모체보호법이 여성의 몸을 전부 ‘모체’로서 ‘보호’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성이 생식능력을 잃는 불임수술을 받는 것에 ‘배우자의 동의’와 ‘현재 몇 명의 아이가 있는지’ 등의 요건을 규정하며, 이 규정을 위반한 의사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등 불임수술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모체보호법의 원형인 ‘국민우생법’은 1940년 ‘낳고 늘리자’ 시대에 제정되었습니다. 악성 유전자의 증가를 방지한다는 ‘우생사상’ 관점에서 ‘유전성 질환의 요소를 가진 자’, 즉 지적장애인 등에 대한 불임수술(우생수술로서의 불임수술)을 인정(권장, 강요)하고, 그 외의 ‘건전한 소질을 가진 자’의 불임수술과 임신중단을 규제했습니다.
전후에는 상황이 달라져서, 인구 억제가 국가적 과제가 된 1948년에 ‘우생보호법’이 제정되어 국민우생법의 ‘우생수술’ 규정을 계승, 확대하고, 모체의 생명과 건강 유지를 위해 ‘불임수술’과 ‘배우자 동의’ 규정이 만들어졌습니다.
1994년에 국제인구개발회의(카이로 회의)에서 우생조항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비판을 받고, 1996년 ‘모체보호법’으로 개정될 때 ‘재생산 건강/권리 관점에 반한다’는 목소리가 여성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음에도 우생사상에 기초한 규정만 삭제한 채 개정되었습니다.
자신의 몸에 생식능력이 있다는 사실에 강력한 위화감을 느끼거나, 아이를 갖지 않는 삶의 방식을 택한 사람에게 ‘불임수술’은 자기다운 몸으로 자기 인생을 보내기 위해 불가결한 수단입니다. 이에 관한 자기결정권(불임수술 받을 권리)는 개인의 존엄을 정한 헌법에 의해 보호받으며, 불임수술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은 헌법이 정한 권리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규정은 ‘배우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데, 전쟁 전의 호주제를 전제로 한 가족의 모습을 강요하는 것으로, 헌법의 ‘양성의 본질적 평등’이라는 취지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이 재판에는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2024년 8월에 실질적 반론인 ‘제1준비 서면’을 제출했는데, 내용은 얄팍합니다. 특히 놀랐던 부분은 ‘불임수술을 받은 것을 후회한다는 여성이 일정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입니다. 낳겠다는 자기결정권을 지키기 위해, 낳지 않겠다는 자기결정을 무시하는 반론입니다.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국가가 금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너무 이상합니다. 강제 불임수술(우생수술)로 낳고 싶은 사람의 권리를 억지로 빼앗은 것처럼, 낳고 싶지 않은 사람의 권리를 국가가 빼앗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해외 언론은 오히려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도의 이상한 부분에 숨구멍을 뚫을 수 있는 판결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가메이시 미치코: 법률사무소 에크라 우메다 소속 변호사. LEDGE 대표]
모체보호법에는 ‘여성의 권리’가 없다: 오하시 유카코 기고
여성의 몸을 모체로만 간주하는 법률은 모체보호법뿐이 아닙니다. 형법 ‘낙태죄’가 그 기저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1907년에 제정된 형법은 임신한 여성이 약물 등을 사용해 임신중단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했습니다. ‘임신을 유지하지 않는 것은 범죄’라고 177년 이상 법률로 정해두고,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을 공격해온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모체보호법이 ‘낙태죄’와 한 세트였던 우생보호법의 ‘찌꺼기’이기 때문입니다.
“낳자, 늘리자”며 인구 증가 정책을 추진했던 일본은 패전 후, 인구를 줄이고 ‘불량한 자손의 출생 방지’=국민의 ‘질’을 관리할 목적으로 우생보호법을 만들었습니다. ‘낙태죄’는 예외적으로 임신중단을 (여성에게가 아니라) 의사에게 허가하고, ‘배우자 동의’를 요구했습니다. 즉 가부장제에 근거하고 장애, 질병을 가진 사람에 대한 차별에 근거한 법률이었습니다.
1996년에 노골적인 장애인 차별 조항만 삭제했던 우생보호법은 2024년 7월 최고재판소에 의해 ‘위헌’ 판결을 받았습니다. (관련 기사: ‘강제 불임’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피해자들 승소 https://www.ildaro.com/9371) 여성단체들은 1990년대부터 임신중단의 ‘배우자 동의’ 요건 삭제와 ‘낙태죄’ 폐지 등 재생산 건강/권리 관점에서 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해왔지만, 국회도 행정도 방치해왔습니다.
모체보호법에는 여성의 권리라는 발상이 없습니다. 이 재판은 불임수술의 절차를 시작으로,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간주하는 사회 분위기, 그것을 조장해온 법과 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도 나왔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낙태죄’를 없애고 모체보호법을 재고할 때입니다. [고주영 번역]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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