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고등법원 ‘동성혼 인정’ 5가지 핵심 근거

삿포로고등법원에 이어 “혼인평등으로 한 걸음 더 전진!”하는 일본

가시와라 토키코 | 기사입력 2025/01/14 [16:20]

도쿄고등법원 ‘동성혼 인정’ 5가지 핵심 근거

삿포로고등법원에 이어 “혼인평등으로 한 걸음 더 전진!”하는 일본

가시와라 토키코 | 입력 : 2025/01/14 [16:20]

일본에서 동성 커플의 결혼을 법률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전국 5개 지역에서 성소수자 커플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모두에게 결혼의 자유를〉 소송의 도쿄 1차 재판에서 2024년 10월 30일 주목할만한 결과가 나왔다. 도쿄고등법원의 다니구치 소노에(谷口園恵) 재판장은 동성결혼 불인정이 헌법 14조 1항(법 앞의 평등)과 24조 2항(혼인의 자유)을 위반한다고 판결했다. 고등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나온 것은 삿포로에 이어 두 번째로, 획기적이며 역사적이라고 평가받는 판결 내용이다.

 

▲ 일본 5개 지역에서 진행 중인 〈모두에게 결혼의 자유를〉 소송 중에서, 2024년 10월 30일 도쿄 1차 재판의 2심(도쿄고등법원) 판결이 나온 후, 기뻐하는 원고와 지지자들. *출처-유튜브 Marriage For All Japan 채널


전국 다섯 곳 법정에서 진행 중인 ‘모두에게 결혼의 자유를’ 소송

동성결혼 인정 않는 건 ‘위헌’…도쿄고등법원의 획기적이며 역사적인 판결

 

도쿄고등법원 건물에서 원고들이 밖으로 나오자, 몰려든 지지자들로부터 환성과 박수가 나왔다. 원고들이 “혼인평등으로 한 걸음 더 전진!”이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펼치자, 기쁨의 목소리는 한층 더 높아졌다.

 

‘모두에게 결혼의 자유를’ 소송은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과 호적법의 규정이 헌법 24조 ‘혼인의 자유’와 헌법 14조 1항 ‘법 앞의 평등’에 반하는 위헌이라며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소송이다.

 

2019년 2월 첫 제소 이후, 전국 다섯 곳 법정에서 6건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2024년 3월의 삿포로고등법원에 이어 고등법원에서 내린 두 번째 ‘위헌’ 판결이다. 이로써 법원의 ‘위헌’ 판단은 총 네 번째가 되었다. ‘위헌 상태’라는 결과는 이번 소송의 1심 판결을 포함해 세 번째이며, 합헌이라고 한 판결은 하나이다. 국가배상청구는 모두 기각되었다.

 

▲ 일본 ‘모두에게 결혼의 자유를’ 소송 경과(2024년).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과 호적법의 규정이 헌법 24조 ‘혼인의 자유’와, 헌법 14조 1항 ‘법 앞의 평등’에 반하는 위헌이라며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소송이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배우자’로서 법적 신분 관계를 형성할 권리 있어

 

도쿄고등법원의 판결 후, 기자회견에서 변호인단 단장인 데라하라 마키코(寺原真希子) 변호사는 본 판결을 “삿포로고등법원 판결에 이은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 핵심 내용을 다섯 가지로 설명했다.

 

① 혼인의 목적·의미에 관해, 메이지시대(1868~1912년)부터의 민법 제정 과정을 거슬러 올라 혼인의 내용은 시대·사회에 따라 동일하지 않다고 전제하고, 혼인은 ‘자녀의 생식’보다도 “당사자 간의 영속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것으로 이해되어왔다.”고 했다. 이는 “혼인의 목적은 자연생식 가능성이 있는 관계의 보호”라는 국가의 주장에 대한 지적이다.

 

그리고 혼인을 하는 것은 인생의 반려자와의 영속적인 인적 결합 관계로 “배우자로서의 법적 신분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안정적이고 충실한 사회생활을 보내는 기반”을 이루며, “인격적 존재인 개인과 맺는 중요한 법적 이익으로서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판결문에서 ‘배우자’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된 점도 특징적이다.

 

② 헌법 24조에 ‘양성’‘부부’라는 문언이 있지만, 이것은 동성 간의 인적 결합 관계에 대해 법적 보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을 허용하고자 하는 취지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 〈모두에게 결혼의 자유를〉 도쿄 1차소송의 원고 오가와 요코(좌). 오에 치즈카 씨(우)가 도쿄고등법원 판결 후 기자회견하는 모습. 판결문이 원고 측 주장을 많이 인용한 것을 기뻐하며, 동성혼 제도화를 향해 사회가 빠르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페민 제공)


③ 동성애가 예전에는 ‘병리’시 되었지만, 현재는 질병이나 장애가 아니며, 성적 지향은 의도적으로 선택·변경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일본 국내외 시책에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널리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원고들이 가사와 생활비를 분담하거나 공동으로 육아를 하고 있는 실태를 두 페이지에 걸쳐 인정하고, 혼인 부부와 다르지 않은 공동생활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배우자로서 법적 신분관계 형성이 불가능한 데에서 오는 불이익은 중대하다고 봤다.

 

④ 혼인 부부라고 해서 자연생식으로만 자녀를 갖지 않으며, 부부의 한쪽과만 혈연관계가 있거나 양부모-양자 관계이기도 하며, 그러한 ‘차세대 구성원의 확보로 이어지는 사회적 기능’은 동성 커플에게도 있다. 또한 (일본은) 유엔 자유권위원회로부터 동성결혼 도입 권고를 받았으며, 일본 국내 지자체의 ‘파트너십 제도’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고, 여론조사에서도 이에 대한 찬성이 늘어나는 등 사회적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⑤ 혼인과는 별개의 새로운 제도를 국회가 만든다고 해도, 헌법 13조 ‘개인의 존엄’, 14조 1항 ‘법 앞의 평등’ 요청에 대한 입법 재량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배우자의 상속권’을 예로 들어 남녀 간 혼인과 다른 대우는 위헌이 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이상의 이유로 헌법 14조 1항과 24조 2항 ‘혼인과 가족에 관한 사항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에 입각’에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가배상청구에 관해서는 대법원의 통일된 판단이 없다며 기각했다.

 

또한, “24조 1항 ‘혼인은 양성의 합의만으로 성립’ 문언에 대해서는 굳이 위헌 판단을 할 필요도 없었다”고 데라하라 변호사는 전했다.

 

“본 판결은 입법 재량이 입법하지 않을 핑계가 되지 못한다고 못을 박고, 입법 방법도 주문하는 등, 혼인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구별을 없애라는 뜻에 가깝다. 국회는 판결에 따른 법 개정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바란다.”라고 데라하라 변호사는 호소했다.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과 젠더 불평등한 결혼제도에 균열 낼 것

 

다음은 기자회견에서 원고들이 밝힌 입장이다.

 

▲ 〈모두에게 결혼의 자유를〉 도쿄 1차 소송의 원고 오노 하루 씨. 그 옆은 2021년 1월에 세상을 떠난 원고 故 사토 이쿠오 씨의 사진. (페민 제공)


-“위헌”이라는 단어를 확실하게 들을 수 있어 기쁘다. 국가는 혼인이 “자연생식 가능성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나와 파트너인 니시카와는 (각각이 데려온) 세 자녀를 법률적 보호 없이 몸으로 부딪치며 키워왔다. 아이의 병원 입원 수속을 못한 적도 있다. 그런데, 재판장이 “자연생식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이 아이를 키우고 있다.”라고 인정해줘서 정말 기뻤다. 아이 한 명이 방청석에서 판결을 듣고 있었는데, 끝난 후에 아이와 “다행이다, 한걸음 진전했다.”라는 얘기를 나눴다.

같이 소송에 참가했다가, 2021년에 세상을 떠난 동료 사토 이쿠오 씨와 판결을 함께 듣고 싶었다. 동성결혼이 빨리 실현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적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동성결혼이 가능해지길 바란다. (오노 하루)

 

-나는 지금까지 나의 파트너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배우자’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판결에서 ‘배우자’라는 말을 듣고 희망이 생겼다. 우리들은 나이도 많고 지병도 있어 시간이 얼마 없다. 확실한 법적 보호가 있으면 안심이 될 것 같다. 입법을 향해 한걸음이라도 빨리 나아가길 바란다. (오가와 요코)

 

-판결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우리의 주장을 많이 인용해준 점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동성결혼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해 참여해왔다. 동성결혼이 젠더 불평등한 혼인 제도와 ‘젠더 바이어스’(gender bias, 성별에 대한 편견)를 부수는 작은 균열이 될 거라고 굳게 믿으며 여기까지 왔다. 오늘의 판결에 정말 감사하다. 이대로 앞으로 나아가겠다. (오에 치즈카)

 

2024년 11월 8일, 원고들은 “보다 깊이 있는 판결”을 요구하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성 커플과 그 가족들의 존엄과 인권은 침해당하고 있다. 앞선 중의원 선거 결과(동성혼 법제화에 보수적인 자민당이 참패하여 중의원 과반 확보에 실패함)의 의미를 살려, 하루라도 신속한 동성결혼을 실현시켜야 한다. [고주영 번역]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보도한 내용을 번역,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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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진 2025/01/17 [12:39] 수정 | 삭제
  • 일본도 동성애자 차별의 시선이 많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전진하고 있는 거 멋지고 부럽네요.
  • 동성커플 2025/01/16 [11:33] 수정 | 삭제
  • 한국 법이랑 매우 유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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