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 여성 노동력을 ‘가정에 투입’하는 국가

국제 이주가사노동 활동가에게 듣다① 에니 레스타리 국제이주민연대 회장

이소훈 | 기사입력 2025/01/16 [09:22]

가난한 나라 여성 노동력을 ‘가정에 투입’하는 국가

국제 이주가사노동 활동가에게 듣다① 에니 레스타리 국제이주민연대 회장

이소훈 | 입력 : 2025/01/16 [09:22]

지난해 8월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도입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으로 필리핀 가사노동자 100명이 한국으로 왔다. 그러나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업무 모호성, 인권 침해, 주거 문제’ 등 전반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자국의 돌봄 수요를 외국 여성 노동력을 공급하여 해결하려는 신자유주의적인 초국적 돌봄 시스템에 대해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가사노동자연맹(IDWF) 아시아 지역활동가 피시 입(Fish Ip) 씨와 국제이주민연대(IMA) 회장 에니 레스타리(Eni Lestari) 씨를 이소훈 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교수가 인터뷰한 내용을 싣는다. 먼저 가사노동자 출신으로, 국제기구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맡는 등 세계적인 활동가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에니 레스타리 IMA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 인도네시아 출신의 전직 이주 가사노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에니 레스타리(Eni Lestari) 국제이주민연대(International Migrants Alliance, IMA) 회장의 모습. ©이소훈


“수출품 정도로 취급되어온 풀뿌리 이주민들의 목소리” 들려주는 것

국제이주민연대, 현장으로부터의 목소리 모아 국제사회에 전달

 

이소훈(이하 소훈): 먼저 에니 레스타리 씨 본인과 활동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많은 업적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니 레스타리(이하 에니): 저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전직 이주 가사노동자 에니 레스타리입니다. 20년 넘게 홍콩에서 가사노동자로 일해왔고, 그곳에서 권리와 조직화에 대해 배웠죠. 저는 오랫동안 가사노동자를 위한 이주 인권운동가로 활동해왔는데요. 현재는 국제이주민연대(International Migrants Alliance, IMA)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IMA는 풀뿌리 이주민, 이민자, 난민 커뮤니티의 글로벌 연합체인데요. UN, ILO(국제노동기구) 및 다양한 이주 관련 기구 등 지역적/국제적 플랫폼에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이주라는 의제에서 주로 수출품 정도로 취급되어온 풀뿌리 이주민, 이민자, 난민의 목소리를 상기시키고 되찾는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기본적인 인권을 주장하고자 합니다.

 

소훈: 국제이주민연대(IMA)에 대해 더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조직은 회원제인가요?

 

에니: 국제이주민연대는 2008년에 설립되었고, 풀뿌리 단체로 구성된 연합체입니다. 회원의 80%는 투표권을 가지고, 또 투표에서 선출될 수도 있는 풀뿌리 구성원이고요. 나머지 20%는 NGO와 학계 출신인데, 이들은 준회원으로서 풀뿌리 구성원들을 지원하고, 프로그램과 연구를 제공하며, 필요한 모든 종류의 도움을 주죠. 투표권은 없지만, 당연히 우리가 조직하는 모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답니다.

 

IMA의 주요 프로그램은 전 세계 곳곳에 있는 풀뿌리 이주민/난민 커뮤니티들을 교육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현장으로부터의 목소리를 모아 글로벌 사회에 전달하죠. 또한, 우리가 이주에 관련된 그 어떤 논의에서도 소외되지 않도록 ‘글로벌을 현장화하기, 현장을 글로벌화하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2016년, 난민과 이주민의 대규모 이동에 관한 유엔 정상회담(UN Summint for Refugees & Migrants)의 개막식에서 발언하는 에니 레스타리(Eni Lestari) 국제이주민연대(International Migrants Alliance, IMA) 회장의 모습. ©UN Photo/Cia Pak


소훈
: 가사노동자로서의 경험이 선생님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어떻게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에니: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로 인도네시아를 떠났을 때, 저는 가사노동자가 되는 것이 저 스스로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단순한 행위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았고, 제 가족은 시장에서 음식을 파는 소규모 자영업자에 불과했으며, 그 사업마저도 경제위기로 인해 무너져버렸기 때문이죠. 가족을 두고 떠나기로 결심하는 것은 저와 가족 모두에게 아주 힘든 일이었지만, 그들이 빚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돈을 모아서) 정말 학교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주 가사노동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최소 4년 동안 이주민으로 일하면서 돈을 모으고 빚에서 벗어나 저와 형제들을 위해 저축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노동 착취에 시달렸죠. 7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했거든요.

 

소훈: 이건 홍콩에서의 경험인가요?

 

에니: 홍콩이었어요. 2000년에 홍콩으로 갔을 때 제 서류는 에이전시가 보관하고 있었고, 법적 권리에 대해 들은 바가 없었으며, 단 하루도 쉬지 못했고, 최저임금의 절반만을 받았고, 월급은 에이전시가 공제하는 등 그 집에서 많은 부당대우를 받았어요. 홍콩에는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가사노동자에 대한 권리 기준이 갖춰져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기 전까지는, 이 모든 일들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걸 깨닫게 된 후 도망가기로 결심했죠.

 

이주민 쉼터인 ‘베순 하우스’에 가서 법적 권리를 행사했고, 조직화에 대해 배웠어요. 필리핀 가사 노동자, 태국인, 네팔인 등은 아주 잘 조직되어 있었는데, 인도네시아인들은 왜 그렇지 않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사례를 더 많은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들에게 알려, 그들도 똑같이 조직화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후 더 많은 가사노동자들이 모여 최초의 단체를 만들게 되었는데, 그 단체가 바로 제가 회장이 된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 연대’입니다. 우리는 이 단체를 통해 홍콩, 마카오, 심지어 멀리 다른 나라에도 거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가사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켰어요.

 

가난한 나라 여성의 노동력 수입제도, 이주가사노동의 특징

자본주의 시스템을 굴리는 착취의 패턴 나타나

 

소훈: 선생님의 운동은 특히나 이주민 ‘당사자’ 리더를 갈망하는 여러 이주민 단체의 활동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콩이든 인도네시아든, 아니면 더 넓은 의미의 가사노동이든 상관없이, 선생님의 분야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여성 이슈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에니: 저는 국제이주민연대에서 다양한 국가의 이주 가사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가사노동자들은 보통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심지어 동아시아와 같은 더 부유한 국가들에 주로 있는데, 그 상당수가 ‘이주’ 가사노동자이죠. 제 전문 분야가 바로 이 영역인데요. 이들의 현실에 대해 말하자면, 우선 이주 가사노동자의98% 또는 99%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여성이고요. 또한 이들은 국가가 경제 발전을 열망하는 동시에, 자본주의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집안에 둘 노예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고용됩니다. 홍콩, 대만,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 발전은 그 내부 역량보다는 투자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죠. 투자를 위해서는 값싼 노동력이 필요하므로, 자국민을 고용할 수 있어도 고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노동력 수입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가사 노동자는 이 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죠.

 

소훈: 투자라고 하면 자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에니: 네, 자본이 가는 곳에는 이주와 이주민도 함께 간다고 볼 수 있겠죠? 국가는 투자가 이뤄질 때마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급격히 변화하고 글로벌화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국의 노동자 및 여성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가는 현지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현지 여성이나 가족의 수요를 채우기 위해 외부의 여성을 데려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실제로 동아시아의 경우 홍콩, 대만, 심지어 말레이시아까지 노동력 수입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요.

 

이제 한국과 일본도 같은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국가들은 24시간 대기조에 임금까지 적게 받는 입주 가사노동자를 데려오는 것이 얼마나 수익성 있는지 잘 알고 있죠. 이들의 평균 급여는 그 나라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 월급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그래서 이러한 착취의 패턴이 나타납니다.

 

▲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사회 시스템 전체를 혁신하는 것보다는, 이주여성노동자를 데려와 돌봄 수요를 채우는 것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한 국가들에 의해, 착취의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고 국제이주민연대는 분석한다. (이소훈 제공 이미지)


가사노동자들은 모든 곳에서 노동 조례, 차별금지 조례, 최저임금, 거주권 등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그저 거주자일뿐이고, 원하는 만큼 오래 머물 수 있지만, 사용자가 원하지 않으면 떠나야 한다’라는 거죠. 거주자일 뿐이라는 것은 노동시간 기준도, 거처 기준도, 식사 기준도, 아무것도 보장받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가사노동자를 대하는 것은 개별 사용자에게 달려있는데, 이것이야말로 가사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가 돼요. 이에 더해, 사회적으로도 배제되기 때문에 개인의 삶이라는 게 없죠.

 

여성들은 해외에서 일하기 위해 희생하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와 높은 급여를 원하는 이들의 절박함이 평등이나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또 다른 체계에 의해 악용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내에서 이러한 문제를 알리고 정부에 정책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지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운동은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운동에 의존하고 있어”

 

소훈: 아시다시피 자본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 초국가적인 존재잖아요. 글로벌화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기반으로 하고요. 그런 점에서,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인도네시아 및 타국가 가사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 온 사람이자, 노동자들을 동원하고 풀뿌리 목소리를 고위층에 들려주기 위해 활동하는 연대체의 일원으로서,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실 거라 믿습니다. 특히 여성 운동에 있어 국제적 연대가 왜 유익한지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에니: 우리가 혼자서는 활동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대의 운동은 국제적인 연대운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적이나 민족성을 기준으로 활동할 수는 없으니까요. 제가 거주했던 홍콩의 가사노동자 운동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네팔, 스리랑카, 인도 노동자들의 모임과 네트워크에 기반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 아시아이주민연맹(AMCB)에서 출신 국가에 관계없이 연결되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며,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했죠. 이처럼 국제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수용국 정부에 도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데요. 저는 AMCB가 이주라는 맥락 내에서 차별에 도전하는 방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도전은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서만 가능하니까요.

 

IMA에서의 경험처럼 국내에서, 지역에서, 또 국제 영역에서 활동할 때, 우리는 실제로 많은 네트워크의 지원 시스템을 통해 운동을 발전시켜 나갑니다. 여기에는 학계, 다양한 종교, 노동조합, 여성 운동, 청소년, 심지어 단순한 지역 사회 수준의 단체도 포함되는데요. 그들은 이 모든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이미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이죠.

 

일례로 저는 2016년 뉴욕에서 열린 이주민과 난민 권리 운동에 대한 유엔 총회의 주요 오프닝 연사로 선정되었는데, 국제 NGO보다는 풀뿌리 활동가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운동 내에서도 국제 플랫폼에 더 많은 풀뿌리 활동가를 포함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이는 이주민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우리의 운동이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다른 운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요.

 

소훈: 현지 여성운동 조직과 함께 해보신 적이 있나요? 이주 가사노동자 문제는 여성운동에서도 아주 중요하지만, 동시에 이주자 문제이기 때문에 현지 여성들과 긴장관계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지역 차원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여성운동과 함께 일하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어 보이는데, 정말 그런가요?

 

에니: 네, 맞아요. 홍콩에 있을 때 여러 페미니스트 및 여성단체와 함께 일해본 적이 있는데요. 홍콩여성협회와 홍콩페미니스트협회는 각자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따로 일을 해야 했죠. 원칙적으로 그들이 이주 가사노동자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왜 고용되는지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뿐이죠. 또한 그들은 종종 우리를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이주민 운동이 현지 여성운동 그룹에게 다가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혼자서는 해낼 수 없으니까요. 이주민 운동은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를 알리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소통하는 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이 교훈을 풀뿌리 커뮤니티 단체들과 공유함으로써, 아웃리치를 통해 현지 맥락에 맞는 더 많은 지원 시스템을 개발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가정폭력, 다양한 유형의 정책 개혁에 대응하는 활동을 위해 현지에서 파트너십을 맺어 일한 경험이 많이 있습니다. 대만에 있는 제 동료는 현지 단체, 심지어 학계와도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현지 여성운동의 입장에서는 가사노동자로 들어오는 외국인 여성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스럽겠지만, 우리가 어떤 것을 공유하고 있는지 찾아내면 될 것 같아요. 최소한의 지원이라고 한다면 보통 ‘사무실이 없으니까 우리 사무실을 빌려서 회의를 해도 된다’는 정도가 될 거예요. 우리는 공간을 쉽게 이용할 수 없잖아요? 돈도 없고, 공간을 빌릴 방법도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제가 ‘물류 지원’이라고 부르는 방식만 해도 정말 간단한 거죠. 가장 큰 지원이라고 한다면 지역 주민과 이주민이 함께하는 공동 포럼을 조직하여 이러한 모든 조건을 공유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이주 여성운동과 현지의 여성운동이 이상적으로 협력하는 형태는 여성 집단으로서 정치적 의제를 다루고, 정부와 함께 일하거나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우리는 지역적으로 ‘여성법 개발에 관한 아시아태평양포럼’(APWLD)과 협력하고 있는데요. 이 포럼은 페미니스트 여성 지역 네트워크로서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지역사회 동원이고, 다른 하나는 정부 및 UN에 대한 개입입니다. 우리는 인권 침해 경험을 문서화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하고 지지 플랫폼을 조직하는 등, 지역사회 동원과 지식 수집을 위한 더 많은 자원을 모으고자 그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종류의 파트너십을 통해 재원을 걱정하지 않고 UN에 참여할 수도 있죠. 그래서 이처럼 건강하고 긍정적인 파트너십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더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아웃리칭을 시도해야 하고, 공통점을 찾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

 

▲ 이주가사노동자들이 혼자 힘으로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해당 국가와 지역의 NGO와 학자들, 시민들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에니 레스타리 국제이주민연대(IMA) 회장은 당부한다. ©이소훈


이주 여성운동과 현지 여성운동이 이상적으로 협력하는 형태

“더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아웃리칭을 시도하고, 공통점 찾는 방법을 배워야” 

 

소훈: 학자들과의 연대는 구체적으로 어떤가요? 혹시 어떤 제안을 하고 싶은 게 있나요?

 

에니: 우리는 학자들과 많이 일하죠. 홍콩과 다른 나라에서 학자로 활동하는 많은 친구와 지지자가 있어요. 학자인 지지자들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그들이 다른 사람들은 가지지 못했을 무언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정부는 NGO나 우리보다 학자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죠. 따라서 우리는 필요하지도 않은 많은 것들을 생각만 하기보다는, 우리의 필요에 기반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학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다면 ‘필요’는 어떻게 정의할까요? 당연히 대화를 해야겠죠.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할까요? 적어도 올해에는 이 커뮤니티에 무엇이 필요할까요? 쉼터가 필요하다고 가정해본다면, 공간 등 이것저것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이러한 종류의 파트너십이 아주 중요한 겁니다. 우리는 학자들에게 현장으로 가서 이주 노동자 커뮤니티를 만나고, 더 많이 교류하고, 통합하고, 그들의 삶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고 호소하죠.

 

저는 이런 종류의 연구가 아주 유용할 거라고 생각해요. 학자들의 연구물들은 정부, 비정부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학자들은 회의 장소로 대학 공간을 빌릴 수 있게 해주는 등 여러 자원을 가지고 있죠. 회의에는 보통 100명, 500명 정도가 모이는데, 우리는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다 수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학자들이 대학에 요청해서 그 공간을 훈련, 교육, 포럼, 세미나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죠.

 

또 다른 플랫폼에서는 학자들이 이주민 활동가 리더들 중 일부를 학교에 연사로 초청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이주노동의 존재, 이주노동의 이유와 특징, 이주노동자들을 지지할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거죠. 일부 학자들은 연구 지원금을 위해 이주 활동가들과 실제 파트너십을 맺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자, NGO, 풀뿌리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공동으로 개발합니다. 최근에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로의 송금이 어떤 영향을 갖는지를 비교한 장기 연구를 수행했는데, 이 연구도 다양한 범주의 파트너십에 기반하고 있어요.

 

소훈: 이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에니: 현재 세계는 위태로운 시대를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죠. 전쟁과 정치적 갈등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니까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고 해서 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현재 전 세계, 아시아, 심지어 한 국가 내에서도 많은 요인이 여성들의 삶을 조형하고 있죠. 세계 곳곳에서는 정치적 억압이 심화되고 있기도 하고요. 풀뿌리 커뮤니티,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더 말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우리의 이슈에 대해 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죠.

 

그러나 한편으로, 오늘날 세계의 도전을 받아들이고 이를 포용하되,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만들어내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역사회, 현장의 여성들, 다양한 분야의 풀뿌리 여성들, 이주 여성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지를 표하고, 기존 운동을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기회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기여는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는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큰 의미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는 2024년 한국여성학회 40주년을 기념하여 세계 여성학 연구자, 활동가들의 축하와 연대 메시지를 듣기 위한 작업으로 기획되었습니다. 고려대 글로벌한국융합학부 이소훈 교수가 인터뷰하고, 김지은 씨가 번역하였으며, 권서영 씨의 가공과 편집을 거쳐 〈일다〉에서 기사로 수정 보완한 내용입니다. 다른 인터뷰는 『한국여성학』 40권 4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설기 2025/01/18 [09:56] 수정 | 삭제
  • 국적을 뛰어넘는 여성들의 연대를 호소하는 이주 여성 활동가의 마음이 와 닿아서 심장이 뛰는 느낌이 들었어요.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