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문제입니다, ‘조현병의 문제’가 아니고요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감독 후지노 토모아키 인터뷰조현병이 있는 누나와, 누나의 병을 인정하지 않고 집에 가뒀던 부모와의 20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どうすればよかったか?)가 2024년 12월 도쿄에서 시작하여 일본 전역으로 확대 개봉됐다. 자신의 가족사를 카메라에 담은 후지노 토모아키(藤野知明)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부모님은 “의사는 네 누나가 ‘정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하며 “누나는 공부를 너무 시킨 부모에게 복수하기 위해 조현병인 척하고 있을 뿐”이라고 감독에게 설명했다.
감독은 누나가 정신과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부모를 설득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이후 사회인이 되어 고향을 떠났다.
그 후, 영상 제작을 배우면서 2001년부터 고향을 찾을 때마다 가족을 찍기 시작했다. 점점 증세가 악화되는 누나, 누나의 병을 완고하게 부인하며 현관에 자물쇠를 걸어 가두는 부모, 카메라를 통해 누나에게 말을 걸고 부모와 대화를 시도하는 감독. ‘가족’이라는 감옥에 숨통을 틔울 수 있을까.
“(조현병 가족에 대한) 우리 집의 대응 방식은 나쁜 사례죠. (이런 일을) 감추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이 영화가) 어디에든 쓸모가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후지노 감독은 말한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에서 영상이 비춰내고 있는 것은 병뿐 아니라, 가부장제와 ‘집안일’을 덮어 감추고자 하는 힘의 크기다.
“1927년생인 어머니는 아버지와 계속해서 공동으로 연구를 하던 분이었어요. 누나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버지 말을 거스르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던 거죠. 한편, 아버지는 카메라 앞에서는 다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분의 말다툼 장면에서 볼 수 있듯 아버지는 기본적으로 어머니가 하는 말은 무조건 부정합니다.”
당시는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워낙 강했을 뿐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치료법이 불충분했기 때문에 “아마 부모님은 자신들이 직접 딸을 치료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감독은 얘기한다.
“나중에라도 그 생각을 바꿨으면 좋았겠지만요, ‘누나에게 전혀 문제가 없는 척’을 계속한 탓에, 우리 집은 이해할 수 없는 세계가 되어버렸어요.”
한편으로 후지노 감독은 “문제가 있는 분들이긴 해도, 저는 부모를 인간적으로 비난하거나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 속에는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려는 감독의 모습이 여실히 보인다. “자주 말다툼이 일어났어요. 그러나 누군가가 (나중에) 이 영상을 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침착하게 얘기하려고 했습니다. 카메라가 ‘객관성’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한 거죠.”
발병한 지 25년이 지난 후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한 누나가 손가락으로 ‘브이 포즈’를 취한 모습. 그리고 아버지의 마지막 한마디,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감독 자신에게, 부모에게, 관객에게 던지는 우직할 정도로 진지한 질문이다. [고주영 번역]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보도한 내용을 번역,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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