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왜’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광장에 나왔나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 설문조사 결과발표회

박주연 | 기사입력 2025/02/02 [21:34]

청년들은 ‘왜’ 윤석열 퇴진을 외치는 광장에 나왔나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 설문조사 결과발표회

박주연 | 입력 : 2025/02/02 [21:34]

“저 윤석열 찍었어요. 그게 부끄러워서 나왔습니다.”

“박근혜 탄핵 때 현역군인이어서 시위에 못 간 것에 대한 한을 풀기 위해 나왔습니다.” 

“동생들과 미래의 조카들이 살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요.”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들’(윤퇴청)이 2025년 1월 1일부터 13일까지, 13일간 진행한 기획 설문 〈왜 광장에 나오셨나요?: 시대가 묻고 광장이 답하다〉에 응답한 사람들의 이야기 중 일부다.

 

여성 청년들, ‘계엄 선포 이전부터 윤석열 정부에 실망해서’

 

“광장을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한겨울 아스팔트 위에서 핫팩과 간식을 나눠가며, 눈비를 다 맞아가며 시민들이 지켜낸 광장의 정신이 무엇인지를 담아내고 싶어 이 설문을 실시했다.” 이렇게 기획 의도를 밝힌 윤퇴청은 “윤석열 퇴진 집회(이하 광장)”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10~30대 청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추진했다. 설문조사의 홍보는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광장에서 유인물 배포)에서도 진행했다.

 

▲ ‘윤석열퇴진을위해행동하는청년들’은 광장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왜 광장에 나오셨나요?> 설문 부스를 운영하며 이번 설문조사를 홍보했다. (출처: 윤석열퇴진을위해행동하는청년들)


그 설문조사의 결과 발표회 겸 토론회가 1월 23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렸다. 설문 결과는 이재정 윤퇴청 대표가 발표했다. 이재정 대표는 “응답자 총 954명 중 여성이 76.7%였으며, 남성이 11.8%, 기타가 6%, 무응답이 5.5%였다.”라며, “‘기타’라고 밝힌 이들에 대해선 다양한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성소수자’로 분류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집회가 처음이라고 답한 비율이 36.9%, 이전에도 참여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63.1%”였다. 이전 집회 참여의 주제(중복응답)는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가 50.5%, 성평등 관련 40.7%, 퀴어/성소수자 관련 15/8%, 노동 관련 14.5%, 기타 12.7%, 기후위기 관련 11.2%, 사회적 참사 관련 7.5%, 2008년 촛불집회 5.7%, 장애 관련 4.8%,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4.6% 순”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퇴진 집회 참여의 주요 동기는 “①비상계엄에 충격을 받아서 73.2%, ②시민으로서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72.7%, ③계엄선포 이전부터 윤석열 정부의 정책과 행태에 실망해서 71.6%, ④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문제 개선을 위해 36.2% 순”이었다.

 

이재정 대표는 “‘시민으로서의 책임’이 높은 응답으로 나온 것에 대해, 두 가지 가정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평소 시민의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민들이 광장에 참여했다는 것, 두 번째는 광장 참여 경험 자체가 시민들의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향상시키고 학습시켰다는 것.”

 

집회 참여 동기를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성별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었다. 여성의 경우엔 “‘비상계엄에 충격을 받아서’ 71.6%, ‘계엄선포 이전부터 윤석열 정부의 정책과 행태에 실망해서’ 71.6%, ‘시민으로서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71.3%,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문제 개선을 위해’ 33.1% 순”, 남성의 경우엔 ‘‘비상계엄에 충격을 받아서’ 80.5%, ‘시민으로서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76.1%, ‘계엄선 포 이전부터 윤석열 정부의 정책과 행태에 실망해서’ 66.4%,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문제 개선을 위해’ 35.4% 순”, 기타(성소수자)의 경우엔 “‘시민으로서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80.7%, ‘계엄선포 이전부터 윤석열 정부의 정책과 행태에 실망해서’ 80.7%, ‘비상계엄에 충격을 받아서’ 75.4%,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문제 개선을 위해’ 66.7%” 순이었다.

 

이재정 대표는 “여성(71.6%)이 남성 (66.4%)보다 높은 비율로 ‘계엄선포 이전부터 윤석열 정부의 정책과 행태에 실망해 왔다’고 응답했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 및 방향에 대한 청년 여성들의 누적된 분노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참여자들은 주관식 기타 응답으로도 여러 의견을 남겼다. “다른 사람과의 연대하는 경험 23%, 미안함/죄책감 등 동료 시민에 대한 부채감, 동료 시민이 걱정되어서 17.2%, 기타 16.1%, 비상계엄 선포에 분노해서/무력감을 바꾸기 위해서 12.6%, 당연히 나가야 하기 때문에/나가는 게 옳기 때문에 11.5%,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이전에 가지 못해서 11.5%, 여성혐오에 저항하기 위해서 4.6%, 계엄이 현실화될까 봐 두려워서 2.3%” 등이다.

 

▲ 2025년 1월 23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시대가 묻고 광장이 답하다〉 토론회가 ‘윤석열퇴진을위해행동하는청년들’ 주최로 진행됐다. (출처: 윤퇴청)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남태령’

광장에 나온 청년들의 가장 큰 요구사항은 ‘사회 대개혁’

 

설문조사는 광장에 참여한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물었다. 윤퇴청은 광장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4가지(①사회 대개혁을 위한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 ②내란 범죄에 대한 수사와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 ③윤석열 탄핵을 최종 완수시켜 파면시키는 것, ④탄핵 이후 국정을 안정화하고 공동체 신뢰를 회복하는 것)로 분류하고, 이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순서대로 매겨달라고 요청했다.

 

1순위는 ‘사회 대개혁을 위한 사회문제 해결’ 63.1%이었고, 2순위가 ‘내란 범죄 수사 및 책임자 처벌’ 24.8%, 이어 ‘윤석열 탄핵을 최종 완수시켜 파면시키는 것’ 9.5%, ‘탄핵 이후 국정을 안정화하고 공동체 신뢰를 회복하는 것’ 순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광장의 장소가 어디였는가를 묻는 질문에 총 170건의 답변이 접수되었는데,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국회’(여의도)보다 농민들과 함께한 ‘남태령’, 민주노총과 함께한 ‘한강진’이 더 높은 비율로 꼽혔다. 남태령이 60.6%(103건), 한강진이 28.2%(48건), 국회(여의도)가 23.5%(40건) 순이다. 광장에서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선 총 508건의 답변이 있었고, 54.1%가 ‘집회 현장의 모습과 분위기’, 52.2%가 ‘연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언급했다.

 

이재정 대표는 “청년들이 광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남태령’을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이 주는 함의는 크다”고 말했다. “윤석열 퇴진 집회라는 전체적인 국면에서 ‘남태령’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는 것, 특히 남태령을 ‘연대감과 공동체 의식’과 함께 언급한 응답자가 15.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남태령에서 경험한 연대와 공동체 의식이 청년들에게 매우 중요한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광화문에서 남태령으로, 남태령에서 전장연 집회로 이어진 시민들의 움직임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2016년의 (박근혜 탄핵) 집회와 다른, 시민들의 연대 가능성을 본 순간이었어요.”

“성소수자, 장애인 등 다 같이 연대하던 남태령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남태령 대첩 이후 전장연 시위에 많은 시민들이 연대한 모습도.”

-설문 참여자들의 집회 참여에서의 기억에 남는 순간/에피소드에 대한 답변 중

 

▲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 속에서 휘날리고 있는 ‘윤퇴청’ 깃발 (출처: 윤석열퇴진을위해행동하는청년들)


‘다양성이 존중되는 포용 사회’ 원한다

 

광장으로 나온 청년들이 바라는 한국사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윤퇴청은 ‘당신이 바라는 한국사회의 미래는 무엇인가요?’라는 주관식 문항의 답변을 분석해, 주요 키워드를 도출하고 내용이 유사한 것끼리 분류하는 과정을 거쳤다. 전체 응답(중복포함 1,015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건 ‘다양성이 존중되는 포용사회’(61.1%)”였다. 그 다음 ‘기타’(13.6%), ‘안전과 복지를 갖춘 평화로운 사회’(12.6%),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사회’(9.7%), ‘희망과 미래가 있는 사회’(3.2%), ‘자유로운 사회’(2.2%)가 뒤를 이었다.

 

이재정 대표는 이를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는 이것이 지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보편적 감각’이라는 해석, 또 다른 하나는 ‘다양성이 포용되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는 사람들이 광장에 참여하는 주역이 아닐까’라는 해석이다.”

 

또한 “응답자들이 ‘모든 소수자와 함께 가는’,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모두가 나답게 살아가는’ 사회를 꿈꾼다고 답한 점”을 짚으며, “이는 오히려 광장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한국 사회가 차별적이고 배제적이라고 체감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향후 한국사회에 평등과 다양성 존중에 대한 해법이 더 많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표는 “청년들이 ‘경제 불평등에 대한 해결’을 많이 언급한 점”도 지적했다. “한국사회에서 소수자라고 분류되는 많은 사람이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걸 이번 조사 응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소수자들의 삶에 좀 더 주목하고, 그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대변될 수 있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그 동력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고민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민 패널로 참여한 송채연 씨는 “2024년 12월 21일, 가볍게 들렀던 광화문 집회에서 ‘세월호 엄마, 아빠입니다’라고 말하는 세월호 유가족으로부터 주먹밥을 건네 받았다. 그 주먹밥을 목을 메이게 먹으며, 주먹밥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 날 저녁 송채연 씨는 ‘전봉준 투쟁단’이 경찰 차벽에 가로막혀 있었던 남태령에 갔고, 이후로도 여러 연대의 현장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그 현장들에서 배운 것을 털어놨다.

 

“남태령 뒤풀이 행사에서 어떤 시민이 ‘남태령에서 인상 깊었던 일’로 치마를 입고 밤을 샌 분이 있었는데, 어떻게 되셨을지 걱정된다고 하더라고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하룻밤 스쳐 간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우리 사회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작은 안부를 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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