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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도 작년에 이어 한국에서 ‘여성파업’이 예고되었다. 40여개 여성/노동/사회단체들이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를 결성해 유급/무급 여성노동 실태와 ‘구조적 성차별’을 알리며 여성파업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여성파업이 필요한 우리의 현실을 짚는,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너기 활동가의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주
여성혐오 범죄 만연한데, 가부장제가 옛말이라고?
“여자가 살기 어렵다고? 남자도 똑같아.” “집안일 힘들지. 근데 남자들도 요즘은 다 하잖아.” 여성 억압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면 남성의 고통을 답으로 내미는 사회다. ‘여성 대 남성’의 이분법적 성별 갈라치기가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성차별 문제를 성 대결로 귀결시킨다. 개인이 감내하고 있는 사회적 부조리가 너무도 큰 나머지, 차별을 만드는 사회구조보다는 내 앞의 고통에 집중하기 쉽다. 거기에 남녀 성 대결을 표몰이에 이용하는 정치권이 이를 조장했다.
페미니즘이 대중화되면서 사회·문화적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가시화되니, 성평등은 이미 이뤄진 듯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겼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누구든 힘든데 여성만 차별받는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 보이는 착시 속에서 성차별을 만드는 사회구조는 발견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겨진다.
그런데, 성평등한 사회가 이미 왔다고 여기는 착시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구조적 차별이 고착되어 공기처럼 자연스러워진 시점부터 아닐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는 여성혐오 범죄가 잇따르고,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성살해가 이틀에 한번 꼴로 발생해도 국가는 적극적인 예방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여성을 비롯해 ‘약자’에 대한 폭력에 무감해진, 심지어 어느 정도는 용인하는 사회적 폭력성에서 기인한 현실이다. 가부장제는 과거의 일로 여겨지지만, 실상 겉옷만 바꿔 입었을 뿐이고 여러 변주를 통해 그 힘을 발휘한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딥페이크 범죄의 확산도 가부장제의 변주 중 하나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가 십대들 사이에 번지는 상황은 제대로 된 성교육의 부재를 증명한다. 성평등한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교육’이 제자리 걸음이다. 학교 내 성폭력을 공론화하며 해결에 나섰다가 부당 전보를 통보받은 지혜복 교사노동자의 사례만 보아도 그렇다.
서울 한 중학교 사회과 교사이자 상담지도부장이던 지혜복 교사는 2023년 5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설문조사를 통해 여학생의 80%가 직간접적인 성폭력을 겪어왔음을 알게 됐다. 학교와 교육청에 대책을 요구하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다른 학교로의 부당 전보였다. ‘진보 교육감’ 간판 아래 이뤄진 일이다. 피해/가해 학생들을 위한 조치와 재발 방지, 더 나은 성교육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교육 당국이 이러한데, 사회가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폭력의 구조는 거듭 단단해진다.
OECD 가입국 부동의 1위,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왜? 여성노동 저평가하는 성차별 구조가 작동하고 있어
특히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OECD 29개국 중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시간당 임금 총액 평균이 남성은 정규직 27,695원, 비정규직 20,337원(정규직의 73.4%)이고, 여성은 정규직 20,205원, 비정규직 14,944원(정규직의 74.0%)이다. 여성 정규직의 시급이 남성 비정규직보다도 낮다. 비정규직/정규직을 갈라치며 임금을 깎고 여성/남성으로 또 깎는다. 턱없이 낮은 여성 비정규직 시급은 다중의 차별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난주 연구위원의 분석(2019)에 따르면, ‘설명되지 않는 차별’로 인한 임금 격차, 즉 단지 여성이라서 겪는 격차가 66.4%에 이른다. 경북 구미의 반도체 회사 KEC의 경우, 여성은 입사 때부터 남성보다 낮은 직급에 채용되고, 인사고과에서도 일정 직급 이상 승격할 수 없도록 불이익을 받아왔다. ‘남성은 가장’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크린토피아 또한 여성의 기본급을 남성보다 40만원 이상 적게 지급해온 사실이 고발되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성별 임금 차별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1인가구, 맞벌이, 비혼모 가정, 이혼 가구 등 실제로는 여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이 생계를 부양한다’는 오랜 통념을 따른 사회 정책과 설계로 인해 성별 임금격차는 해소될 줄 모르고, 이는 여성 가장 가구의 높은 빈곤율로도 이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빈곤통계연보(2022)에 따르면, 여성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은 32.6%로 남성가구주 가구 12.1%보다 3배 가까이 높다.
‘결혼-출산-육아’의 생애각본을 따르는 이상, 여성노동자는 경력의 단절을 피하기 어렵다. 이를 이유로 채용 때부터 여성을 차별하는 경우도 빈번하며, 여성 고비율 직종을 비정규직·특수고용직·저임금 등 불안정하고 열악한 조건에 떠미는 구조가 형성되어 성차별의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런 성차별 구조가 자리잡는 데에는 “여성의 노동은 ‘남성 가장’을 돕는 부수적인 노동, 이른바 ‘반찬값 노동’에 불과하다”는 기업의 궤변이 큰 몫을 차지한다.
비혼, 비출산의 이유 성차별이 없고, 노동 착취가 없는 ‘돌봄 사회’ 향해야
여성노동의 가치를 ‘후려치기’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돌봄노동의 저평가’다. 성별 임금격차를 극심하게 겪는 40~60대 여성은 우리 사회 돌봄을 떠받치는 중추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부장제 아래 ‘여성이라면 해야 할 일’이자 ‘허드렛일’로 치부되어 온 돌봄노동은 노동시장에서 ‘값싼 노동’에 배치된다. 2022년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돌봄노동자 평균 연령은 50.1세, 비정규직 비중은 76.6%에 달하며, 다른 일자리 대비 시간당 임금은 55.6%에 불과하다. 또한 근속연수가 1.9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중년 여성이 민간 시설에 의해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다가, 계약이 종료되면 또다시 ‘신입’이 되어 낮은 시급으로 일하는 현실이 담겨 있다.
‘돌봄 공백’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며 ‘돌봄노동=필수노동’임을 피부로 체감한다지만, 열악한 돌봄노동자의 현실은 여전하다. 아무도 돌봄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이 폐지된 것은 그러한 우려를 가속한다. ‘돌봄서비스는 공공이 맡는다’는 기조로 출범한 사회서비스원은 2019년 서울·대구·경기·경남을 시작으로 2023년 16개 시도에 설립되며 ‘공공돌봄’의 첫발을 디뎠다. 그중 서울시의 사회서비스원은 큰 모범 사례였다. 돌봄노동자를 월급제로 고용했고, 민간 시설이 기피하는 중증 이용자 등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곳을 앞장서서 찾아갔다. 코로나19로 대면 돌봄이 어렵던 시기에도, 서사원의 요양보호사들은 방호복을 입고 긴급돌봄을 했다. ‘이윤’이 아닌 ‘좋은 돌봄’을 위해 서비스를 계획한 결과였다. 공공기관이 돌봄을 책임질 때 가능한 변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예산 효율성’을 이유로 서사원을 졸속 폐지했다. 이용자들은 민간 시설을 급하게 찾아야 했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던 돌봄노동자 4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 공공돌봄의 모범이던 서사원이 이윤 논리에 다시금 무너진 셈이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이주여성에게 돌봄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해당 시범사업으로 고용된 필리핀 여성들은 저임금에 높은 숙소비까지 내고, 임금체불, 통금, 언론 접촉 통제 등 권리 침해를 겪었다. 저평가된 돌봄노동을 이주여성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차별 구조를 더욱 공고히하는 ‘신자유주의적인 초국적 돌봄 시스템’은 국내외 시민사회의 경고를 받고 있다.
이렇게 돌봄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집안일이나 하는 주부’ 혹은 ‘좋은 엄마이자 커리어우먼인 슈퍼맘’으로 소진되지 않기 위해 비혼과 비출산을 택하고 있다. 여성의 경력 단절의 해소는 끝내 사회적 노력이 아닌 개인들의 선택과 실천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와중에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저출생 완화’를 외치며 온갖 사업에 예산을 쏟아붓고 헛발을 짚고 있다. 공공에 의해 ‘좋은 돌봄’이 실현되고, 가사·돌봄노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육아휴직이 성별 관계없이 흔쾌하게 승인되며, 여성이 ‘임금노동+가사노동’ 이중부담을 독박하지 않고,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고, 생활동반자 관계와 동성결혼 등 다양한 가족이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인데 말이다.
여성파업, 구조적 차별에 저항하는 사람들과 함께
3.8 세계여성의날 ‘여성파업’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성차별 체제를 멈추기 위한 직접행동을 제안하며 시작됐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아래로부터 손을 잡는 것에 있다.
‘외모 통제’에 시달렸던 한국마사회시설관리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모여 함께 사측에 항의하고, 문제를 공론화한 끝에 문제가 된 매뉴얼을 수정하도록 만들었다.
‘승격 성차별’에 시달렸던 KEC 여성노동자들 또한 노조로 모여,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측에 성차별 시정 권고를 하도록 끌어냈으며 법적 투쟁을 이어가는 등 맞서 싸우고 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고노동자들은 공공돌봄의 졸속 폐지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시도별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의무화, 정부·지자체의 서비스원 경비 적극 지원 등을 담은 ‘사회서비스원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투쟁에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나의 고통이 개인적 상황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사건임을 발견하고 이를 함께 바꾸려 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올해 여성파업 전야제는 지혜복 교사가 투쟁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에서, 3월 8일 여성파업 본대회는 세종호텔 부당해고에 맞선 고공농성장 인근에서 열린다. 성별을 떠나서, 어떤 정체성을 지나오고 있든지, 평등한 사회를 향해 지금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3.8 여성파업에 함께하길 희망한다.
※3.8 여성파업 일정은 여성파업 공식 SNS를 통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엑스 @Womens_Strike 페이스북 https://zrr.kr/kS0U 인스타 @womenstrike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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