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반대’, ‘안티 페미’ 내걸고 세력화한 극우『극우리포트-성소수자 혐오에서 내란옹호까지』 보고서 나와12.3 내란 이후, 국내 극우 세력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곳곳에서 가시화되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일에 이어, 헌법재판관에 대한 살해 협박을 공공연히 게시하는가 하면, 극우 유튜버들이 이화여대와 충북대학교 등에 난입해 학생들을 위협하는 일도 벌어졌다. 극우 세력의 폭력성에 놀라며, 그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들도 나왔다.
그런데,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하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최근 발행한 『극우리포트』에 따르면, 지금 사태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고 이미 극우 세력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징후들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이십여 년 동안, 이들은 ‘동성애 반대’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구심점으로 전국의 교회 네트워크를 동원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극우는 결코 낯선 존재가 아니다. 우린 이미 그들을 만나왔다.” 사회를 맡은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말하며 거리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한국 극우의 특징- ‘반공주의’ 보수 개신교의 극우화 동성애자 혐오, 이주노동자 차별, 그리고 안티 페미니즘
류민희 무지개행동 활동가는 “극우의 전지구적 확산”에 대해 짚었다. 2021년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이 폭도에게 점거된 일, 2023년 1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연방의회, 대법원, 대통령궁을 습격하며 폭동을 일으킨 일 등. “이러한 현상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오늘날 극우 세력의 조직과 확산의 양상을 전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최근 세계 각국의 극우 정당 및 단체는 반젠더(anti-gender), 반이민,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도구로 활용하며 정치적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류민희 활동가는 정치학자 카스 무데(미국 조지아대학 국제관계학 교수)의 분석을 빌려 “2000년대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부상한 극우”를 “극우의 네 번째 물결”이라 칭하며, 이들에겐 세 가지 이념적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인종차별주의, 배타적 민족주의(Nativism), 종족민족주의(EthnoNationalism)로, 극우 포퓰리스트는 특정 민족과 문화를 ‘진정한 국민’으로 규정하면서 이민자와 소수자를 국가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한다. “두 번째는 반세계화와 주권 우선주의다.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국제기구가 자국의 주권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비난하며, 자유무역에 반대하고 자국의 산업 보호를 우선시”한다. “세 번째는 강한 법과 질서에 대한 강조,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정당화다. 극우 포퓰리스트들은 범죄와 사회적 혼란을 과장하여 ‘강한 지도자’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들은 경찰력을 강화하고, 시위를 탄압하며, 언론을 규제”한다. 류 활동가는 “극우 세력은 ‘스트롱 맨’(강한 남자), 독재주의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 같다”며 “윤석열 지지자들도 ‘(윤석열이) 남자답다’ 이런 표현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극우 세력의 부상에 대해선 “경제적 · 문화적 불안(수요)과 이를 동원하는 정치 세력,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 미디어적 환경(공급)이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한 결과”로 설명했다.
한국 극우 세력의 움직임은 어떤 양상일까? 류민희 활동가는 “한국에선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반공주의’와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 온 ‘부정선거론’의 영향,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 그리고 윤석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폭발하게 된 ‘안티 페미니즘’의 연결”을 지적했다.
특히 “보수 개신교의 극우화와 교회 동원은 한국 극우의 핵심적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기독교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며 극우적 세계관을 신앙의 문제와 동일시한다. 이것이 계속되어 온 성소수자 혐오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선동과 여성혐오, 가부장적 가족 질서를 옹호하는 보수 남성들의 안티-페미니즘과 폭발적으로 만나면서 지금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치화된 성소수자 혐오’
정성조 무지개행동 활동가는 한국의 극우에 대한 분석을 이어가며, 이들이 ‘성소수자 혐오’와 어떻게 만나왔는지 설명했다.
정 활동가는 “극우의 정치적 세력화에서 중요한 기점이 되는 때는 2000년대 초반”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한 보수 진영의 위기감 속에 보수의 연합전선이 형성되는 시기”로 분류했다. 이를 주도한 건 ‘뉴라이트’였으며, “뉴라이트는 오래된 반공주의와 이를 강화하는 역사수정주의를 신자유주의 경제관과 결합시키는 정치운동”이라고 부연했다.
이들이 처음 주요 의제로 삼은 건 “북한, 북핵 문제, 북한 인권 등”이다. 더불어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반대와 사학법 개정 반대”를 외쳤고, “교인을 동원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 즈음 보수 개신교가 ‘기독교 국가’를 외치며 정치적 세력화를 꾀한 배경에는 “사실 한국 사회에서 교회가 위축되기 시작하고 기독교 인구가 줄고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고, “군사정권 하에서 기독교와 정권의 유착 관계를 만들어온 ‘조찬 기도회’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바뀌면서 점점 영향력이 약해진 부분, 호주제 폐지 혹은 이성결혼 인구의 감소, 낮은 출생률 등 전통적 가족제도의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총체적인 위기감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 속에 보수 개신교 세력이 집중하기 시작한 건, 다름아닌 “차별금지법 반대”다. 정 활동가는 “전광훈과 같은 극단주의 주장에 대해 교회 내에서도 비판 혹은 방관하는 입장도 있었지만, ‘동성애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로 교회에 사람이 모이고 거리에서 집회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며 영향력이 커지게 되었다.”고 해석했다.
특히 “2013년, 민주당에서 차별금지법을 공동 발의했다가 보수 개신교의 압박으로 철회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 일로 (보수 개신교 세력은) 정치적 효용감을 굉장히 크게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성조 활동가는 “동성애 혐오, 성소수자 혐오가 어떻게 정치화되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우리포트에서는 ‘정치화된 성소수자 혐오’라는 말을 쓰고 있다. 이는 정치인이나 종교 지도자 등 엘리트들이 ‘전략적으로’ 동성애에 부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사회적 위기와 연결시켜 정치적 동원의 도구로 활용하는 현상을 뜻한다. 그냥 ‘혐오’라고 하면 뭔가 자연스러운 감정 혹은 본능에 따른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성소수자 혐오는 정치화되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굉장히 전략적이며, 역사적 맥락이 있다.”
정 활동가는 “보수 개신교에서 ’동성애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쟁점화해 온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며, “보수 세력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인 타자를 만들고, 그들을 공격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려고 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력을 행사해도 괜찮구나’ 학습해 온 극우
“(극우 세력은) 반대에 머무르지 않고 인권 및 성평등에 관련한 제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인권교육지원법안,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비롯한 인권 관련 법안들과 지방자치단체의 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 또한 줄줄이 철회되거나 제정이 무산되었다. 이제는 ‘인권’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모든 법령이 ‘동성애 조장’, ‘유사 차별금지법’이라는 낙인이 찍히며 좌절되거나 개악되고 있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에 인권조례 제·개정을 권고하면서 전국적으로 인권조례 제정이 활발해졌다.”-『극우리포트-성소수자 혐오에서 내란옹호까지』 p.48
박한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는 “2022년 교육과정 개정에서 보수개신교 세력이 집단적으로 참여해 고성과 야유로 회의를 방해했던 일”을 설명하며 “그들은 (교육과정 안에) ‘성소수자’, ‘성평등’이 왜 들어가 있냐. ‘임신·출산’ 왜 들어가 있냐. ‘민주시민’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냐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고 했다. 이런 일들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최근엔 ‘우회적 차별금지법’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박한희 활동가는 “이제 극우 세력은 생명안전기본법도 반대하고 있다.”며 그 법이 ‘우회적 차별금지법’이라는 게 이유라고 했다. 생명안전기본법에 ‘모든 국민은 차별 없이 안전을 보장 받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걸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법안에 ‘인권’, ‘다양성’, ‘평등’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다 ‘우회적 차별금지법’이라고” 우기면서 법 제정을 반대한다고 했다.
박 활동가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극우 세력의 폭력 사건들은 “사실 놀랍지 않은 부분”이라며, “성소수자 운동 활동가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에게는 민주주의 공론장이 보수 개신교 및 혐오세력에 의해 침탈당하고 무시당하는 일, 실제로 물리적 폭력을 당하는 일 등이 계속 봐왔던 광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국가가 이에 대해 무엇을 했냐?”라는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인천퀴어문화축제 때 처벌된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장에서 소란 피운 목사 두 명이 체포되긴 했지만 소액의 벌금형만 받았다. 축제 조직위원회에서 폭력을 주도한 목사들을 다 고소했지만, 경찰은 거의 수사도 하지 않았다. 검찰 기소도 되지 않았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극우 세력은 학습한 것이다. ‘이렇게 해도 우린 처벌 받지 않는구나. 우리 세력을 더 키워서 공권력에 맞서도, 법치주의 자체를 무너뜨려도 괜찮겠구나’ 하고.”
대안은 차별금지법이다
박한희 활동가는 극우세력이 지금 내란을 옹호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일, 몇몇의 인물들이 세력을 주도하는 일에 대해 “이들이 위험하다는 징후가 있었지만 그걸 계속 무시해온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이제라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단연코 첫 번째는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차별금지법이야말로 정말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는, 혐오와 차별에 대항할 수 있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이 여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가 결국 혐오를 바탕으로 극우 세력이 성장해 온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짚었다. “여러 기사들을 보면 여전히 ‘둘로 나뉜 서울 도심, 둘로 나뉜 광장’ 이런 표현을 하는데, 둘로 나뉜 게 아니다. ‘갈등’이 아니라, 소수자를 배제하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는 이들과, 그에 대한 투쟁”으로 보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극우리포트-성소수자 혐오에서 내란옹호까지』 전문 https://equalityact.kr/farright_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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