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교육 정책 퇴행’ 바로잡아야

성교육 전문가, 반성폭력 운동가, 양육자…기자회견 열어 비판

박주연 | 기사입력 2025/07/27 [08:41]

서울시 ‘성교육 정책 퇴행’ 바로잡아야

성교육 전문가, 반성폭력 운동가, 양육자…기자회견 열어 비판

박주연 | 입력 : 2025/07/27 [08:41]

십대 청소년인 아들과 딸을 둔 양육자이자 서울 시민인 홍주 씨는 “다른 양육자와 마찬가지로, 성(性) 관련 큰 이슈가 생길 때마다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혹시 내 아이가 호기심에라도 불법촬영물을 보지 않았을까? 만일 내 아이가 딥페이크 성착취 피해자가 된다면? 만일 성적 대상화를 놀이로 삼는 커뮤니티를 자주 들여다본다면?” 홍주 씨는 “이런 상상만으로도 온몸의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져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준 건 다름 아닌 “성교육”.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십대들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이었다. 그런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성교육이 망가질 위험에 처했다.

 

성교육에서 ‘섹슈얼리티’ 언급하지 말라?!

 

최근 서울시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 내용 중에는 “‘포괄적 성교육’과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표현 사용을 제한하고, ‘성소수자’라는 용어를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대체하도록 하고 있으며 또한, ‘연애’는 ‘이성교제’로 축소하고, ‘섹슈얼리티’는 아예 언급하지 못하게 하며, ‘포궁’을 ‘자궁’으로 수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2025년 7월 2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특별시청 정문 앞에서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주최로 〈서울시 성교육 정책 퇴행 반대! 포괄적 성교육 정책 추진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일다

 

이같은 지침이 ‘교육의 공공성’과 ‘청소년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시는 교육부 고시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였지만, 시민사회는 “면피에 불과하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교육부 지침은 ‘최소 기준’일 뿐이며, 각 지방정부는 지역 청소년의 현실과 필요에 맞는 교육 정책을 수립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24일, 서울특별시청 정문 앞에서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를 비롯한 여러 시민사회 단체들이 서울시의 퇴행적인 성교육 정책 개정에 반대하고, 포괄적 성교육 정책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번 개정이 “단순히 단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의 존재와 다양성을 지우고, 차별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라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자기존중과 타인존중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핵심을 삭제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특정 종교 세력’의 개입으로 공교육이 흔들린다니…

 

여러 언론의 보도로 ‘리박스쿨’ 등 특정 종교·보수 세력 기반의 편향적 콘텐츠가 성교육 현장에 유입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공교육의 중립성과 신뢰성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시민 전체의 신뢰 또한 크게 흔들리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이한 전국성교육강사협회 활동가는 “‘정말 동성애 하면 병에 걸리나요?’와 같은 초등학생의 질문이 학교 현장에서 등장하고 있다.”며 이는 “극우 개신교 세력의 교육계 침투와 무관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른바 ‘성경적 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성교육 분야에 파고든 이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은 무분별한 임신과 출산을 일으킨다”, “동성애는 에이즈를 유발한다”, “공교육에서 시행되는 성교육은 궁극적으로 프리 섹스와 가정 해체를 지향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

 

이한 활동가는 “(이들의 주장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으며,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 성교육을 빙자해, 편향된 종교적 가치관을 전도하는 선교 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수년 전부터 ‘성경적 성교육’ 강사를 양성하고, 학교를 비롯한 공공 영역에 진입하기 위해 조직적인 민원을 넣고, 시의원을 통해 성문화센터를 압박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 2025년 7월 24일 서울특별시청 정문 앞에서 〈서울시 성교육 정책 퇴행 반대! 포괄적 성교육 정책 추진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여자들이 “서울시 성교육 퇴행 반대”와 “포괄적 성교육 정책 추진 촉구”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일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역시 “뉴스타파의 잠입 취재로 드러난 ‘리박스쿨’의 실체와 함께, 이 보수 정치 선동에 보수 개신교가 연루되어 있음”을 주요하게 이야기했다.

 

“특히, 리박스쿨 강사 중에는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의 가족이 있었으며, 대전 청소년성문화센터를 수탁한 개신교 기반의 단체 소속 강사도 있었다.”

 

김혜정 소장은 이러한 실태에 대해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지 않은 노골적인 상황”이자 “윤석열 정부 때 본격화된 정치와 보수 교회의 합작”이라고 규탄했다.

 

불투명한 매뉴얼 개정 과정도 문제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과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호찬 활동가는 “이번 결정은 단순한 단어 조정이 아니라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청소년 교육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호찬 활동가는 “서울시는 이러한 혐오적 조치를 전문가와의 자문을 통해 만들었다는 회의록 한 부만 가지고 책임도, 기준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띵동에서는 이러한 결정 사항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요구했지만, 어떤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비공개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모든 전문가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었는지 알 수 없으며, 누가 그런 결정을 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도 공개하지 않은 채, 매우 투명하지 않게 이 과정을 만들어냈다. 이건 책임방기이며, 행정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글로벌 리더 키우겠다면서, 왜 성교육은 국제적 합의 따르지 않나

 

서울시의 성교육 정책 방향은 당연히 “국제 인권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호찬 활동가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이미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포함한 포괄적 성교육을 제공하라고 명확히 권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유네스코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은 성평등, 재생산권, 섹슈얼리티에 기반한 성교육을 보편적 권리로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2023년 발표된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포괄적 성교육이 의무적으로 행해지는 국가는 전세계의 3분의 1(178개국 중 60개국)이지만, OECD 국가로 봤을 땐 약 80%에 가까운 수치를 보인다. 대륙별로 봤을 때 가장 낮은 건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순이다. 보고서에선 “포괄적 성교육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이다. CEDAW, CRC,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위원회는 더 넓은 성평등 노력 내에서 성 및 재생산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촉진하기 위해 연령에 적합한 포괄적인 성교육(CSE)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양육자인 홍주 씨는 “글로벌 리더를 키우는 게 교육의 목표라면서, 왜 성교육은 최소한의 국제적 합의에 따른 ‘포괄적 성교육’을 배제하냐?”고 반문했다.

 

“UN에 따르면 회원국 약 132개국에서 포괄적 성교육을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대한민국을 넘어 그 어디서든 누군가와 함께 우정을 나누고 일하며 살아갈텐데…. 성에 대한 관점과 지식을 따라갈 수 없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포괄적 성교육’은 청소년의 권리

 

기자회견에 참여한 시민들은 “성교육은 단순히 지식 전달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성교육은 “청소년이 자기 몸과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라는 것.

 

한국다양성연구소 옥희 활동가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과 딥페이크 성착취 사건 등 성착취와 젠더폭력이 만연한 현실에서, 서울시는 성교육을 퇴보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평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으로부터 수년이 지났지만, 가족 친구가 가해자가 되는 딥페이크 성착취 사건이 등장하는 등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이런 참혹한 현실임에도 지난 대선에서 성평등 의제는 실종되었고, 지금은 평등한 세상을 만들 의지가 없는 사람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가 되었다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옥희 활동가는 나아가 “포괄적 성교육의 효과는 이미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아하 센터)는 재정적 제약 속에서도 발달장애아동을 위한 성교육, 발달 단계별 성교육, 그리고 남학생들을 위한 포괄적 성교육 프로그램 등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학계 연구(「남자 청소년 대상 포괄적 성교육 프로그램 효과」, 김희란, 2022)를 통해, 아하 센터에서 제공한 포괄적 성교육을 받은 남자 청소년은 성 고정관념, 성적 주체성, 성평등 인식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는 서울시가 청소년의 존재를 지우는 교육을 해선 안 되며, “청소년에게는 혐오와 침묵이 아니라, 존중과 다양성을 가르치는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성교육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보수 개신교 세력의 편향된 목소리에 흔들리지 말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기자회견 참여단체들은 “청소년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포괄적 성교육을 보장하는 것은 서울시가 마땅히 져야 할 공적 책임”이라며, “서울시는 지금 당장 결단을 번복하고, 다시 출발점에 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만약 서울시가 이러한 현실과 요구를 외면한다면, “시민사회는 끝까지 연대하고 행동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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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다읽기 2025/08/05 [15:21] 수정 | 삭제
  • 사소해 보이지만 용어 사용의 변화로 사고의 확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731078100518 (기사참고) 성교육을 특정 시기에 지식위주의 교육으로 습득하고 지나가는 교육이 아닌, 인간 전 생애에 걸친 생애주기와 발달단계에 따른 성적 존재로 살아가는 삶의 전 과정으로 이해하면 왜 포괄적 성교육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기며운 2025/08/04 [10:23] 수정 | 삭제
  • 포궁으로 부르는게 성교육을 더 진보시키는 일인지는 진짜 잘 모르겠는데 논점이 많이 흐려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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