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걸기엔 너무나도 불안정한 직업, 요양보호사

[나의 노동기] 1955년생 김순심 이야기

김순심 | 기사입력 2025/09/16 [11:03]

생계를 걸기엔 너무나도 불안정한 직업, 요양보호사

[나의 노동기] 1955년생 김순심 이야기

김순심 | 입력 : 2025/09/16 [11:03]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한 나이는 15살. 청계천 평화시장 공장에서 시작해, 도큐 호텔 3교대 근무, 결혼 후 육아에 전념한 시기를 제외하고는 만화 책방 운영, 보쌈 가게, 치킨집까지 긴 세월 참으로 열심히 일했다.

 

▲ 꿈 많던 중학생 시절. 왼쪽이 필자 김순심. “세상을 좀 더 평등하고 좋게 만들고 싶은 요양보호사. 다른몸들의 돌봄노동자생애사쓰기 모임에서 돌봄과 노동에 대한 글을 쓰며 불평등한 세상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순심 제공)

 

어린 시절에 우리 집은 너무 가난해서 막내인 나는 중학교를 졸업할 수 없었지만,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남보다 늦게까지 일손을 놓지 않은 결과, 이제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일에 매여 살아온 습성은 삶의 여유를 몰랐다. 놀면서 사는 법은 내게 익숙하지 않다.

 

자식들이 다 성장한 60살 무렵, 20년 넘게 하던 장사를 정리했다. 그리고 짬짬이 시간을 투자해 따놓았던 자격증으로 마지막 직업을 이어가고 있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도 하면서 보람도 함께 얻는 일, 바로 요양보호사 일이다.

 

‘돌봄의 중심’ 요양보호사가 받는 ‘최저’ 수준의 대우

 

벌써 1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소중하고 보람된 일이지만, 사회적으로 그렇게 인정받고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돌봄은 노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가 요양보호사로 하루 3시간, 월 60시간 미만 일하게 되면, 4대보험은 물론 퇴직금 산정도 받을 수 없다. 일하다 몸이 좀 아프기라도 하면 “아줌마, 힘들면 나오지 말고 쉬어.”라며 해고되기도 한다.

 

돌봄 노동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요양보호사에게 집안일을 시키며(우리는 가사도우미가 아니다), 온 가족의 빨래, 청소 등 직무와 상관없는 일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용자의 가족들도 많다. 노인 돌봄의 영역은 어르신의 식사를 챙기고, 약 복용을 확인하고, 대상자의 주변 정리, 낙상 예방, 잔존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남은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일이다. 그러나 독거노인 가정은 한 끼 식사가 아닌 세 끼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쌓인 설거지도 요양보호사 몫이다.

 

재가노인복지센터는 대상자, 요양보호사, 그리고 대상자의 가족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현실은 다르다. 대상자 한 분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가족들의 요구가 최우선이 된다, 요양보호사들의 권리와 처우는 뒷전으로 물러나곤 한다. 요양보호사는 돌봄의 중심임에도 기본급조차 보장되지 않고, 일한 만큼만 계산되는 돌봄 노동에 생계를 걸고 살기엔 늘 불안한 직업이다.

 

더 생겨도 부족한 ‘재가 요양보호사 쉼터’ 없애버린 서울시

 

게다가 사회 안전망의 부재로, 일하다가 사고가 나도 충분한 보상이나 지원을 받기 어렵다. 치매 돌봄으로 인한 요양보호사의 상당한 스트레스와 우울을 털어놓을 곳도 부족하다.

 

그나마 우리가 쉼을 찾으며 자조 모임을 할 수 있던 곳이 있었다. 바로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지원센터와 연결된-동, 서, 남, 북 8곳에 설치된 재가방문요양보호사 쉼터였다. 그런데 그 쉼터마저 오세훈 시장이 들어오며 없애버렸다. 더 생겨도 부족한 쉼터를 없애버리는 공공 정책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지난 10년 동안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 인식 개선, 장기요양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국회를 찾아가 토론하고, 구청 노인 복지과와 시청 등을 찾아다녔다. 광화문 광장, 청량리역, 미아역, 창동역을 돌며 돌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려 노력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여전히 미약하다. 세상의 문턱은 높고, 돌봄노동자의 정당한 대우를 위해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더 나은 돌봄의 미래’를 만들고 싶은 열정으로 무대에 서다

70세의 나는 여전히 꿈꾸고, 말하는 사람이다

 

지난해에는 돌봄노동자의 연극 〈아이 돈 케어〉 무대에 섰다. 2024년 12월 15일 대학로 이음아트홀에서 공연한 이 연극은 내 열정에 더 불을 지폈다. 〈아이 돈 케어〉의 내용은 시민단체 ‘다른몸들’의 돌봄노동자생애사 모임에서 우리가 써온 글을 토대로 구성되었다. 돌봄노동자인 동료들과 나는 무대에서 우리가 겪는 부당한 현실과 노동권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연극에는 대상자와 그들의 자녀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돌봄의 부재 속에서 노인들이 선택하는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돌봄, 노년, 죽음을 둘러싼 복잡한 문제를 우리 사회가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랬다.

 

▲ 연극 〈아이 돈 케어〉에 출연한 필자 김순심 씨. (다른몸들 제공)

 

사실 60, 70대 돌봄노동자들이 주인공이 되어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외우고 외워도 대사는 자주 잊어버렸고, 무대 동선도 매번 헷갈렸다. 그러나 우리는 취약한 몸과 노년의 삶을 지탱해 주며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돌봄이, 삶의 온기를 전하는 중요한 것임을 전하고 싶었다. 그 중요한 돌봄을 하는 노동자들이 부당한 노동을 요구받고 쉽게 해고되는 차가운 노동 현실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싶었다. 인간 누구나 맞이할 노년과 죽음이 존엄한 과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 돌봄노동자의 작은 목소리가 큰 울림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이 눈시울 붉히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에 큰 보람을 느꼈다. 돌봄노동자로서 쌓아온 경험 하나하나가 연극의 재료가 되고 대사가 되었고, 관객들은 크게 반응했다. 더 나은 돌봄의 미래를 만들고 싶은 열정은 나를 계속 끓어오르게 한다.

 

내 나이 70살. 두 아이는 각자의 가정을 꾸렸고, 손녀와 외손녀를 보며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보상받는 듯해 가슴 뭉클함이 밀려올 때가 많다. 돌이켜 보면, 평생의 노동을 통해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고, 결혼을 시켰다. 나는 분명 자랑스럽고 보람된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노인이라고 가만히 있고 싶지 않다. 아니 그럴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여전히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다른몸들’의 돌봄노동자생애사 모임에서 계속 글을 쓰고, 그 글을 통해 우리의 불평등과 차별, 노동권과 돌봄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돌봄노동자들이 대우받는 세상, 가난하고 아픈 노인들이 존엄하게 살다가 떠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연극 〈아이 돈 케어〉를 공연한 이후, 그런 세상을 향한 열정이 내 가슴에서 스멀스멀 더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열정이 나를 더 생명력 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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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리 2025/09/23 [13:31] 수정 | 삭제
  • 와.. 어떻게 요양보호사들을 위한 쉼터를 없애나요. 더 늘려도 모자랄 판에.... (노동자들이 모이는 게 싫은 건가) 각자 사용인의 집이 일터가 되는 재가 요양보호사들의 노동환경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진짜 감정노동으로 지친 마음일 텐데.. 쉼터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 응원 2025/09/23 [12:45] 수정 | 삭제
  • 직접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5세 훈으로써는 그 요양보호사의 쉼터가 어떤 역할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었을 걸로 보입니다. 이심전심이 되고 동변상련을 느낄 정도가 되려면 어려운 과정을 체험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처음 들어가서 제일 먼저 환경미화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그들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 Yam 2025/09/18 [11:01] 수정 | 삭제
  • 요양 등급 신청하시는 분들 요즘 정말 많은 것 같은데, 요양보호사의 일에 대해서 교육이나 홍보가 기본 제공되면 좋겠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 나나 2025/09/17 [14:48] 수정 | 삭제
  • 글이 너무 좋아요. 마지막 문장 보고 울 엄마 생각이 나서 뭉클했네요..
  • 소바 2025/09/17 [11:45] 수정 | 삭제
  • 저도 요양보호사분들 보면서 시간을 조정하는 일들이 엄청 힘들어서.. 직업적으로 안정적이지 않고 감정 소모가 많겠구나 싶었어요. 돌봄은 진짜 더 많이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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