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기피 일자리, 제조업 소규모 공장의 이주노동자들기획 인터뷰 “내가 만난 우리 옆 이주노동자”① 제조업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체류자격을 가지고 ‘노동하는 이주민’의 수는 2024년 기준으로 약 130만 명에 이른다. 이주노동자의 노동 없이는 한국 사회가 작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할과 기여가 크다. 상대적으로 건설, 농업 현장의 이주 노동은 여러 방식으로 재연되고 이야기된 면이 있지만, 제조업과 가사(돌봄) 분야, 식당 등에서 일하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전달된 자료가 드물다. ‘이주민센터 친구’는 이 세 분야의 노동자와 이들이 하는 노동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자, 우리 옆에 가까이 살아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보았다. 인터뷰는 등록이냐, 미등록이냐와 상관없이 제조업 분야 6명의 이주노동자를 올해 5월 17일부터 9월 5일 사이 여러 차례 만나면서 진행되었다. [기획의 말]
이번에 인터뷰한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이 하는 노동에 대해 들려준 답변 역시, 이 분야 일자리를 내국인이 기피하는 이유와 같았다.
“진짜 노예처럼 일해요. 물건 들어서 놓고 프로그램 돌려놓고 사상하고(그라인더로 금속 표면을 다듬는 작업) 이쪽으로 와서 또 사상하고. 쉬는 시간을 우리가 안 만들면 쉬는 시간 없어요. 노예처럼 일해야 돼요.” -인드라젠(가명) 네팔, 남, 51세
농기계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인드라젠 씨는 “매일 관리자가 그날 만들 제품을 프로그램으로 입력하는데, 기계 돌아가는 시간을 딱 맞춰 그날 작업할 할당량을 주기 때문에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고 한다. 하루종일 무거운 작업물을 들어 옮기고 계속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쉴 틈 없이 일한다. 그래서 자신이 “노예처럼 일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노동강도 높기 때문에 장시간 일하면 더 위험” 내국인에 비해 주 7시간 더 일하고, 월급은 더 적게 받는 이주노동자들
인터뷰에서 만난 6명의 노동자는 기계부품, 그 밖의 제품제조 업종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모두 소규모 공장으로, 사장과 둘이서 용접 일을 하거나 혼자 MCT 기계(다공정 자동화 절삭가공기)를 돌리거나 폐자동차를 해체하는 일을 했다. 한국의 ‘뿌리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히엔(가명, 베트남, 여, 28세) 씨는 아티론 제조업체에서 일한다. 아티론은 고온에서 사용되는 보온재의 일종으로, 난방기 배관설치에 들어가는 제품이다. 히엔 씨는 출근하면 바로 그날 작업할 도면을 기계에 입력한다. 큰 아티론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으면 기계가 알아서 절단한다. 절단 작업이 끝나면, 절단된 부분을 손으로 하나 하나 뜯어내야 한다. 작업이 끝난 아티론은 정리해서 포장하고, 뜯어낸 폐기물은 모아서 밖에 내다 놓는다. 이 작업을 하루종일 계속 서서 해야 한다. 매일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8시에 퇴근한다. 두꺼운 아티론은 매우 무겁다.
제조업은 대부분 하루종일 서 있고 무거운 것을 들고 옮기고 몸을 움직이는 일이라 노동강도가 높기 때문에, 장시간 일한다면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에게는 12시간 주야 맞교대도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주당 근로시간이 내국인 39.63시간, 외국인은 46.83시간으로, 외국인의 주당 근로시간이 7시간 가까이 더 길다.(⌜내국인과 외국인의 인구․사회경제적 특성: 2018~2022년 평균」, 이철희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 -새로 쓰는 대한민국 인구와 노동의 미래』에서 인용, 위즈덤하우스, 2024) 반면 월평균 임금은 내국인은 2,784,880원, 외국인은 2,344,474원이었다.
“대부분 쉬는 날이 별로 없어요. 회사가 일(용접)이 있으면 불러내고 하니 보통 그냥 계속 대기 상태죠. 그래서 쉬는 날이 있으면 집에서 무조건 쉬어야 해요.” -바오(가명), 베트남, 남, 37세
히엔(베트남, 여, 28세) 씨는 매일 12시간씩 일했다. 일이 많을 때는 아침에 출근해서 한숨도 안 자고 밤새워 일하고 다음날 아침에야 퇴근한 적도 있다. 밤새워 일할 때 회사에서 야식조차 챙겨주지 않았다고 한다.
위험과 공존하는 노동 “이 정도 상처는 다친 것도 아니에요”
이주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고강도 장시간 노동만이 아니다. 소규모 사업장에는 안전 설비나 장치 등 안전에 투자할 비용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노동자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경우가 적잖다.
차를 폐차해서 부품을 재활용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썸낭(캄보디아, 남, 28세) 씨는 현재 하는 일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유리가 깨졌을 때, 몸에 박히거나 눈에 들어갈 수가 있어요. 두 번째 위험 요소는 용접할 때, 산소를 사용해서 잘라내는데 차량에 기름이 있으니까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요. 안전장비는 장갑이랑 안전화가 전부에요.”
썸낭 씨는 “어깨하고 허리하고 다쳤던 게 약간 그런 거. 여기 어깨하고, 이 눈 쪽에도 엄청 아프고, 머리하고 다리하고 그리고 제가 이 도장을 하니까 가끔 가슴도 아파요. 왜냐하면 저기 신나 냄새랑 페인트가 들어가면은 이 머리가 이렇게 어지럽고 좀….”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베트남어 통역을 하던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는 “이 분이 아직 일하면 안 되는데 벌써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용접일은 매우 위험하다. 화상이 많다. 지금 지원하고 있는 다른 사례 중에 미등록 노동자 사건이 있는데, 용접하러 간 첫날에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기계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줄을 잘못 연결해서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그 분은 산재도 안 된다고 하니까 여러 번 혀를 깨물어서 죽으려고 했다.”
바오 씨도 용접을 하다 팔에 불똥이 튀어 작은 화상을 입는 일은 다반사라 했다. 그럴 땐 회사 사무실에서 연고를 바르고 계속 일한다.
“사장님이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서, 그냥 안전 문제를 제일 많이 생각한다.” 캄보이다 출신의 썸낭 씨는 일하면서도 안전 문제를 계속 생각한다고 했다.
네팔인 인드라젠 씨에게 산재 경험을 묻자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바로 그의 손에는 얼마 전 생긴 것으로 보이는 큰 상처가 보였다. 일하다 다친 것이 아니냐고 물어보니, “이 정도는 다친 것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아직도 버젓이 일어나는 이주노동자 차별과 폭력, 미비한 제도 개선 시급
소규모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말하는 일터 이야기를 듣고, 보다 생생하게 그들의 노동을 이해하려고 기획한 이 인터뷰는 올해 5월 시작됐다. 오래지 않아 두 번째 만남부터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노동 현장에서의 차별과 열악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 노동자를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망원동에 있는 ‘이주민센터 동행’에 도착했지만, 원옥금 대표는 전화통화로 통역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인터뷰 바로 전날, 베트남 출신 한 여성노동자는 본인이 일하던 용인시 한 업체에서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부장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손으로 사정없이 때리다가, 지게차로 밀치고 목을 조르기도 했다. 온몸에 피멍이 들었다. 병원 응급실에서 뇌진탕, 다발성 타박상 등의 진단서도 받았다. 이 노동자 사건을 상담하기 위해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고기복 대표가 원옥금 대표에게 통역을 요청한 상황이었다.
사유도 없이 회사에서 상사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사장은 경찰이 출동하기에 앞서 피해 노동자에게 “근무처 변경을 하면 이직 횟수 초과로 ‘불법체류’가 되기 때문에 가해자와 합의해야 한다.”고 겁박했다고 한다.
이후 고용노동부 고용센터는 “고용주의 상해 행위가 아닌 직원의 우발적인 행위로 발생한 사건이라, 고용변동 신고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이직 신청을 접수하지 않았다. 사진으로 본, 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노동자의 얼굴은 처참했다.
“사업장 변경 자유롭게 해서 사업주와 최소한의 협상력 가질 수 있어야”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에서 어떤 노력을 통해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할 수 있을까?
제조업 이주노동자를 조직하고 있는 정영섭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활동가는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조건 개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조건 개선은 임금, 노동시간, 노동안전, 노동강도, 사업장 문화 등 여러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조건 개선은 사업주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당연히 어렵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는 언어나 법제도, 한국 사회 문화에 대해 서투르기도 하고, 법·제도적으로 차별받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노동조건 개선 요구나 협상력을 발휘하기 더욱더 어렵고 취약한 조건이다. 그래서 사업장 변경을 자유롭게 해서 언제든지 사업장을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을 통해 최소한이나마 협상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보호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정영섭 활동가는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에 투자할 비용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에서 개선 비용을 지원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안전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과,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과 활동 강화 또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필자 소개] 송은정: 이주민센터친구 센터장. 대학 시절부터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운동판에 계속 머물렀습니다. 주로 노동운동 현장에서 일하다가 이주인권운동에 몸담은 지 9년째입니다. 여전히 새롭게 알게 되는 세상을 배우는 것이 재밌습니다. 이주민의 노동자 정체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기사는 아시아발전재단 지원으로 이주민센터친구가 제작한 보고서 〈한국 사회 이주민이 말하는 노동〉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전체 보고서의 인쇄본이 11월 중에 발행됩니다. http://ching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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