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대림동에 평화를

이주민센터친구의 눈으로 본 ‘혐중(嫌中) 시위’

이진혜 | 기사입력 2025/11/18 [09:08]

우리 동네 대림동에 평화를

이주민센터친구의 눈으로 본 ‘혐중(嫌中) 시위’

이진혜 | 입력 : 2025/11/18 [09:08]

내가 일하는 ‘이주민센터 친구’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작은 비영리단체이다. 대림역 8번출구는 과거 〈청년경찰〉(2017년 개봉)이라는 영화에서 인신매매 범죄의 온상으로 비쳐진 ‘대림중앙시장’ 입구인데, 우리가 만두와 마라샹궈를 먹거나 주전부리를 사러 종종 방문하는 시장이다. 대림중앙시장으로 가는 길 약 300m 구간에는 중국어 간판이 많다. 그곳이 ‘대림동 차이나타운’으로 불리는 이유이다.

 

중국동포, 혹은 중국 조선족이 한중수교(1992년) 초기 대림동에 정착하면서 생겨난 ‘대림동 차이나타운’에서는 중국의 동북3성(연길성, 길림성, 흑룡강성) 지역의 꿔바로우나 양꼬치 같은 요리,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사천 지역 마라탕, 마라샹궈와 같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인천항 근처에 있는 차이나타운처럼 짜장면을 팔지는 않는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대만 국적을 가진 화교들이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정착하면서 형성된 지역이다. 당시 서해를 끼고 가까운 곳에 있던 중국 산동성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무역을 위해 이주해 와 정착하여 살던 중, 청나라가 멸망하고 중화민국이 건국되면서 중화민국 국적을 갖게 되었다. 이후 중국 본토에는 현재의 중국, 즉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졌고, 1992년 한중수교가 맺어지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교류가 단절되었다. 즉, ‘재한화교’라는 호칭은 조선시대 및 일제 강점기 전후 한국에 와 거주하던 산둥성 출신의 중화민국 국적을 가진 이들을 이르는 것이었다.

 

“너 화교지?”

 

2024년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시도 이후 탄핵 과정에서, 부정선거론자들은 ‘화교’에 대해 각종 음모론을 펼쳤다. 헌법재판관 일부 구성원이 화교라거나, 의사 집단행동이 일어난 이유도 화교가 의료계를 장악해서라는 등. 최근에는 온라인과 길거리 현수막을 통해 ‘화교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수능 성적이 좋지 않아도 특례입학 할 수 있다’는 유언비어가 유포되었다. 그런데 여기서의 ‘화교’는 짜장면을 개발한 대만 국적의 이주민들이 아니다. 한국에 정착한 중국 국적의 이주민을 짧게 표현할 단어를 찾다가 얻어걸린 셈이다.

 

부정선거론자, 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자, 혹은 극우주의자들은 화교가 대만 국적인지, 중국 국적인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들은 6월 10일엔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양꼬치 골목 일대에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표현을 구호 삼아 외치며 가게 종업원들에게 시비를 걸었고, 7월 4일엔 대구에 있는 화교초등학교 앞에서 ‘북괴’와 ‘짱개’를 외치며 ‘빨갱이는 꺼져라.’라고 시위했다.

 

주한중국대사관이 근처에 있고,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 쇼핑거리 일대에서는 4월부터 현재까지도 중국의 선거개입 음모론을 제기하며 ‘멸공 페스티벌’을 열고, 재한중국대사의 얼굴 사진을 찢는 등 퍼포먼스를 포함하여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로 중국 및 중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을 외치고 있다.

 

▲ 2025년 7월 대림동. 혐중 시위에 대응하여 이주민센터친구에서 게시한 현수막. (이주민센터친구 제공)


그들이 ‘어두운 뒷골목’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림동까지 몰려오게 된 것은, 명동 집회에 대해 경찰이 제한 통고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명동 상인회에서 시끄럽게 혐오 발언을 외치는 이들의 존재가 영업에 방해가 된다고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이 공공의 안녕질서 위협 사유로 명동길로의 진입을 제한하고, 중국 대사관 100미터 이내 접근도 차단하였다.

 

‘민초결사대’라는 단체가 대림동에 한 달 기간에 걸친 집회 신고를 하였을 때, 대림동의 분위기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었다. ‘민초결사대’가 오기 전, 7월에도 이미 한 유튜버가 소집한 집회가 있었다. 작은 규모의 인원이었지만 대림동 한가운데에서 중국계 이주민을 향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혐오를 선동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주로 올리는 유튜브 계정주가 주축이 되어 집회를 열어, 대구의 화교초등학교보다 규모가 크고 이주배경 아동이 많이 다니는 초등학교 앞을 지나면서 혐오발언을 외칠 것을 상상하면 가슴이 답답했다.

 

대림동 지역을 기반으로 한 시민단체와 이주인권단체, 지역주민들과 지역 학교의 교사들이 모두 힘을 모아 혐중 시위를 비판하고 대림동을 보호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인종차별적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그런데 또, 그보다 더 큰 혐오 세력들이 온다니.

 

경찰이 혐오표현에 대한 제재를 하여서인지, ‘민초결사대’는 정작 대림동에 와서는 ‘중국’ 또는 ‘중국 공산당’에 관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그간 해온 주장과 표현들, 국회도 정부청사도 없는 ‘대림동’에 찾아온 장소 선택의 맥락과 과정 등을 고려하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아득하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집회를 할 것인가, 그때마다 맞불 집회를 하여야 하나? 대림동의 평화는 어디로 간 것인가. 시장 너머 조용한 주택가를 울리는 마이크 소리는 그 자체로 주거의 평온을 위협한다.

 

이 사태를 방치할 수는 없어서,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로 했다. 대림동을 더이상 혐오가 판치는 장소로 놔둘 수는 없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이 힘을 보태었다.

 

▲ 2025년 10월 23일. 혐중 집회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 전국 이주인권단체 공동주최로 열렸다. (이주민센터친구 제공)


인종차별과 혐오표현

 

차별과 혐오표현은 다른 개념이다. 차별은 성별, 장애, 인종 등 특정한 사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말한다. 어떤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그 사람이 속한(혹은 속한 것으로 보이는) 집단에 대해 혐오표현을 한다면, 이 역시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 차별은 주로 제도나 정책, 처분이나 행위 등 말을 넘어서 특정한 효과를 직접적으로 발생시키는 경우에 인정된다.

 

혐오표현은 ‘어떤 사람이나 집단의 정체성 요소를 근거로 이들을 공격하거나 경멸적·차별적 언어를 이용하는 말, 문서 또는 행동으로 하는 모든 종류의 소통’으로 정의할 수 있다.(혐오표현에 관한 유엔 전략 및 행동계획, 2019)

 

혐오표현이 특히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경우는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경우이다. 특정 집단에 대해 낙인을 찍고, 차별적으로 대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혐오표현은 개인적 인권 침해로 나아가기 쉬울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여 갈등과 폭력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는 소수자 집단이 집단 살해 당하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도, 혐오표현의 해악성을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이다.

 

이주민센터친구에도 종종 중국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한 사람, 직장에서 상사나 대표로부터 인종차별적 혐오표현과 함께 임금을 떼이거나 협박을 당하는 사례 등이 접수된다. 집단에 대하여 고조된 적개심과 증오가 특정 개인에게 발산되는 순간,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 피해자는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사회적 신뢰를 잃는다. 범죄예방 차원에서도 혐오표현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혐오표현을 ‘어떤 공익 가치로 규제할 것인가?’ 차별금지 원칙 있어야

 

그런데 한편으로, 이러한 혐오표현 역시 민주주의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집회·시위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의 보호 영역 범주 내에 있으며, 이를 잘못 규제하는 경우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에 한하여 경찰이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 등이 발의한 집회시위법 개정안은 이에 더해 ‘특정 인종·특정 국가의 국민·장애인 등 이에 준하는 식별 가능한 집단에 대한 차별·혐오 또는 폭력을 선동하거나 조장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집회’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대해 국민의힘 등 여당 의원들은 ‘반중 시위’는 안되고 ‘반미 시위’, ‘반일 시위’는 되냐며 반발하였다. 실제 법안의 취지와 무관하게, 규제가 새로 도입되면 어느 국가에 대해서든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는 데 동원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가령, ‘공공의 안녕질서 위반’이라는 이유를 혐중 집회에 대한 제한 통고에 쓸 수도 있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항의 집회가 이스라엘 대사관 근처에서 열리지 않도록 제한하는 데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공의 안녕질서’라는 공익적 가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보호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은 공권력에게 열려있고, 법률로서 제한되지 않고 있다. 차별이 금지되는 사유와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는 영역을 명확히 하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혐오표현의 제재 역시 차별금지의 근거에 힘입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대림동의 일상으로

 

얼마 전, 이주민센터친구의 거울이 달린 방에서 열심히 아프리칸 무용을 배운 학생들이 이주민예술제의 일환으로 거리 퍼레이드에 나섰다. 대림(大林), 큰 숲이라는 동네 이름에 걸맞게 학생들이 나무가 되어 젬베 리듬에 맞춰 신나게 대림중앙시장을 누볐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와 행인들이 북적거리며 오가는 길 위에 오랜만에 핀 웃음꽃이다.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니 사건 사고가 없을 수는 없지만, 대림동이 특별히 위험한 곳도 아니다. 또 중국동포들에게는 고향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 타지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친척들을 만나기 위해 모일 수 있는 곳, 편안한 안식처 같은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

 

극우 단체의 집회가 열린다고 하면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혐오표현을 듣게 되진 않을까. 인터넷에서 우연히 욕설 섞인 댓글만 읽어도 마음이 불편해지고 스트레스가 올라가는 게 느껴지는데, 길에서 마주친 이들에게 육성으로 자신의 출신 국가를 욕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 마음이 어떨까. 부글부글 속 끓이고 있을 대림동 주민들과 물리적 충돌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할까. 걱정이 쌓인다. 평화로운 대림동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좀 더 안심하고 일상을 살 수 있길 바란다.

 

[필자 소개] 이진혜. 이주민의 든든한 벗 ‘이주민센터 친구’ 법률인권센터장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chingune.or.kr 인스타그램 @friend79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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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베 2025/11/20 [12:06] 수정 | 삭제
  • 진짜.. 아이들 앞에서 혐오시위하는 건 용납하면 안됨
  • U 2025/11/18 [12:11] 수정 | 삭제
  • 양꼬치 먹으러 자주 갔던 곳 대림동. 나는 정말 옛날 시장 동네 생각나고 좋았는데, 혐중 사상(?)으로 급격하게 인식이 나빠져서 놀랐습니다. 범죄의 온상처럼 인식되는 것도 황당한 일이에요. 지금 내가 사는 동네도 심각한 흉악범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평화로운 마을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혐오라는 게 유행처럼..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림동 이미지가 좋아지면 좋겠네요. 그래서 주민들이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어떤 국적이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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