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늙은 난자’ 이미지 보여주는 국가의 속내

일본 국가 차원의 ‘프리콘셉션 케어’…누구를, 무엇을 위해서인가

미우라 미와코 | 기사입력 2025/11/23 [14:36]

학생들에게 ‘늙은 난자’ 이미지 보여주는 국가의 속내

일본 국가 차원의 ‘프리콘셉션 케어’…누구를, 무엇을 위해서인가

미우라 미와코 | 입력 : 2025/11/23 [14:36]

일본 사회에서는 ‘프리콘셉션 케어’(preconception care)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향후의 임신을 위한 건강관리를 독려하는 이 말은, 제6차 남녀참획계획안(한국의 양성평등기본계획에 해당)에도 등장했고, 지금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정책이다. 이러한 ‘공적 프리콘’의 속셈과 문제점을, 아키타현에 사는 프리랜서 기자 미우라 미와코 씨가 기고한다.

 

미우라 미와코(三浦 美和子) 씨는 ⌜아키타괴짜신보」 기자를 거쳐 2023년부터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전환, 아키타시에 살면서 지역사회로부터 젠더, 인권, 성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 Akita(voice 声)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편집자 주]

 

▲ 미우라 미와코(三浦 美和子) 아키타괴짜신보 기자를 거쳐 2023년부터 프리랜서로 전환. 아키타시에 살면서 지역사회로부터 젠더, 인권, 성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 Akita(voice 声)를 설립, 운영 중이다. https://www.media-akita.jp

 

노골적으로 여성을 ‘낳는 존재, 장래 어머니’로 간주하는 정책

 

‘몸을 차게 하면 아이를 못 낳는다’.

젊을 때, 겨울에 얇은 옷을 입으면 이런 소리를 듣곤 했다. 아마도 나의 건강을 자각시키려고 한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이를 못 낳는다’는 말에 전혀 수긍할 수 없었던 것은, 나를 ‘장래의 어머니’로 보는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지금, 이 말보다 더 노골적으로 여성을 ‘아이 낳는 존재, 장래의 어머니’로 간주하는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국가가 장래의 임신을 위한 건강관리를 독려하는 ‘프리콘셉션 케어’(preconception care, 한국 보건복지부는 ‘임신 사전건강관리’로 사용)라는 것이다. 콘셉션(conception)은 ‘수정’을 의미하며, 프리콘셉션 케어는 ‘수정 전 케어’로 번역된다.

 

보통 ‘프리콘’이라 통용되는 이 정책은 2018년 이후, 출생률 저하 대책으로 정부의 방침에 반영되었다. 2023년에는 내각 결정을 통해 국민 캠페인의 위상을 가지게 됐다. 올 5월에는 프리콘 확산을 위한 5개년 계획이 수립되었고, 프리콘을 추진하는 ‘프리콘 서포터’를 학교와 기업, 지역에서 5년간 5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되었다.

 

프리콘 서포터는 강의와 연수를 통해 ‘성과 건강에 관한 올바른 지식 전달을 꾀하고, 건강을 관리하도록 독려하는’ 인재라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몸을 차게 하면 아이를 못 낳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머잖아 ‘건강에 유의하지 않으면 아이를 못 낳게 됩니다.’라는 말을 하는 인재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꿈에 그리는 인생계획을 실현? ‘당신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에 의한 ‘프리콘’은 이미 우리의 가까이에까지 침투해 있다. 예를 들어 젊은 세대 대상의 강의, 만화와 영상, 부교재 등을 통한 홍보를 비롯하여, 저가로 난자 수를 조사하는 검사를 해주는 지역도 있다.

 

그리고 많은 지자체가 이렇게 홍보한다. “아이를 갖는 선택을 할지 말 지와 상관없이, 프리콘을 실천함으로써 보다 풍요로운 인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꿈에 그리는 인생계획을 실현할 수 있도록 프리콘을 시작합시다. 자신과 미래의 아이의 건강을 위해.”

 

하지만, 지금 국가와 지자체가 추진하는 프리콘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목적은 ‘저출생 대책’이며, 그 수단으로서 ‘적령기 임신과 출산’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늙은 얼굴을 한 난자’, ‘배우자와 셋째 자녀까지 인생 설계’…

 

지역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내가 사는 아키타현의 사례를 두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모두 언론에 보도되어 비판을 받은 프리콘 시책이다.

 

▲ 아키타현이 고등학생 등에게 배포한 책자 「장래에 엄마, 아빠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임신과 출산의 리미트」(일본가족계획협회 발간). 35세를 넘긴 난자가 ‘늙은 얼굴’로 그려져 있다. (필자 제공)

 

첫 번째는, 아키타현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배포한 책자 「장래에 엄마, 아빠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임신과 출산의 리미트」(일본가족계획협회 발간). 나이가 들어가면서 노화, 감소하는 난자를 ‘주름이 생겨 늙은 얼굴을 한 난자’ 그림 등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령 출산에는 위험이 따른다’, ‘늦어도 35살 전에는 초산을!’이라고 호소하는 내용이다.

 

남학생들에게는 ‘육식남(연애에 관심이 없고 온화한 성격의 남성을 이르는 ‘초식남’과 반대의 개념으로, 연애에 적극적이며 매사에 의욕적인 남성을 지칭함)이 되자.’라고 설파한다.

 

두 번째는, 아키타현이 제작한 가정 교과의 부교재 「생각하자, 고향과 아키타, 그리고 나의 미래」. 여기에서도 ‘난자의 노화와 감소’, ‘고령 출산의 위험’을 말하며, 임신과 출산의 적정 시기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더 놀라운 것은 책자 말미의 워크시트다. 학생 스스로의 인생뿐 아니라 ‘장래의 배우자와 세 자녀의 인생 설계’를 쓰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거기에 쓰여 있는 것은 ‘저출생이 가속화되는 내 지역을 위해, 적령기에 임신과 출산을.’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아키타현의 사례는 일본에서 추진되는 공적 프리콘의 문제점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여성을 ‘난자’로 간주하고, 사춘기부터 국가가 바라는 ‘적령기 임신과 출산’으로 이끌어가고자 한다. 난자의 노화와 고령 출산을 짐짓 ‘위험’하다고 강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낳지 말아야 할 사람’과 장애가 있는 아이 등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선별하는 의식을 새겨 넣는다.

 

저출생의 요인을 ‘여성이 건강관리를 만만하게 보고 인생 설계를 쉽게 하는’ 데에서 찾고 있으며, 낳고 기르기 어려운 사회구조는 삭제한다.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 결혼과 출산을 원하지 않는/원할 수 없는 사람 등 다양한 개인들을 궁지로 몰아간다. 일본 사회가 그동안 쌓아온 ‘권리’는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어진다.

 

▲ 아키타현의 고등학생 대상 가정 교과 부교재의 ‘워크시트’. 장래의 배우자와 셋째 자녀까지의 인생 설계를 쓰는 형식이다. (필자 제공)


국제 인권 기준인 ‘성과 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위배돼

 

일본의 공적 프리콘 같은 인구정책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난자의 노화와 출산 적령기를 강조한 ‘여성수첩’(2013년에 아베 내각이 도입을 검토한 ‘생명과 여성의 수첩’)도 연장선 상에 있는 정책이다. 관제 결혼 알선을 연구하는 사이토 마사미 씨의 말을 빌리자면 “여성수첩도, 프리콘도, 인생 설계도 이름만 바뀌었을 뿐, 알맹이는 동일한 저출생 대책”이다.

 

그리고 이는 전쟁 당시의 “낳자, 늘리자”, 전후의 우생보호법 하에서 이뤄진 강제불임 수술과 마찬가지의 ‘인구정책’의 흐름 속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2년에 프리콘에 관한 국제회의를 열어, 정의와 목적에 관한 ‘국제적 합의 도출’을 도모한 보고서를 정리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WHO가 제창한 프리콘과 지금 시행되는 일본의 공적 프리콘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WHO의 프리콘이 ‘성과 재생산에 관한 건강과 권리(SRHR)’를 토대로 하는 데 반해, 일본의 토대는 ‘저출생 대책(적령기 임신 및 출산의 유도)’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포괄적 성교육(젠더 평등과 성의 다양성, 인권을 기반으로 한 성교육)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2023년 7월, 유엔 인권이사회의 UPR심사(회원국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하는 제도)에서 개선하도록 권고한 ‘포괄적 성교육 실시’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회신하였다. 그리고 저출생 대책에 쓸모 있는 성교육(임신 적령기를 가르치는 교육)을 ‘프리콘’의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SRHR(성과 재생산에 관한 건강과 권리)에 반할 뿐 아니라, 모순된다.

 

▲ WHO(세계보건기구)의 프리콘(preconception care, 한국 보건복지부는 ‘임신 사전건강관리’라는 용어로 사용)에 관한 보고서(2013). 현재 시행 중인 일본의 프리콘과는 달리, SRHR(성과 재생산에 관한 건강과 권리 보장)과 포괄적 성교육, 인권이 토대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https://www.who.int/publications/i/item/WHO-FWC-MCA-13.02


‘임신 및 출산의 적령기’를 젊을 때 알아두는 일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알리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 문제는 ‘국가가 저출생 대책의 명목하에 개인의 성과 재생산에 간섭한다’는 점이다. 공적 프리콘으로 얻어지는 지식과 정보가 ‘쓸모 있다’고 한들, 그 목적이 ‘적령기 임신 및 출산으로의 유도’에 있으며 SRHR의 원칙에 반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공적 프리콘에 대한 홍보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위화감’을 그냥 넘기지 않고 계속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우선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자체의 프리콘 정책을 확인해보시기 바란다고 권하고 싶다. [번역-고주영]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 기사를 번역,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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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임 2025/11/24 [16:43] 수정 | 삭제
  • 일본도 노답이네요..
  • ㅇㅇ 2025/11/23 [16:23] 수정 | 삭제
  • 남자는 육식남 정자로 묘사했는데 그건 문제 안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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