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가사노동자들이 ‘보람’을 말할 때

기획 인터뷰 “내가 만난 우리 옆 이주노동자”② 가사(돌봄)노동

송은정 | 기사입력 2025/11/26 [19:37]

이주 가사노동자들이 ‘보람’을 말할 때

기획 인터뷰 “내가 만난 우리 옆 이주노동자”② 가사(돌봄)노동

송은정 | 입력 : 2025/11/26 [19:37]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체류자격을 가지고 ‘노동하는 이주민’의 수는 2024년 기준으로 약 130만 명에 이른다. 이주노동자의 노동 없이는 한국 사회가 작동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할과 기여가 크다. 상대적으로 건설, 농업 현장의 이주 노동은 여러 방식으로 재연되고 이야기된 면이 있지만, 제조업과 가사(돌봄) 분야, 식당 등에서 일하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전달된 자료가 드물다.

‘이주민센터 친구’는 이 세 분야의 노동자와 이들이 하는 노동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자, 우리 옆에 가까이 살아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보았다. 2회에서는 가사(돌봄)노동자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중국과 필리핀 출신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사, 가사관리사 등 5명의 노동자를 만났다. [기획의 말]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은 오래전부터 한국에 존재했다

 

2024년 9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논란 속에 시작되면서, 외국인의 가사노동이 주목받았다. 돌봄 비용을 낮추겠다는 목표로 시작된 시범사업은 시작하자마자 여러 문제가 불거지며 비판을 받았다. 밤 10시 통금과 같은 노동자 통제 등 인권침해, 임금체불을 비롯한 저임금, 불안한 체류권, 아이돌봄 노동을 할 줄 알았던 것과 달리 주로 가사노동을 하는 점 등이 문제가 됐다.

 

또한 출퇴근형 사업이었기에 그로부터 기인하는 과도한 숙소비, 이용가정 간 장거리 이동과 긴 대기시간 등도 문제였다. 시범사업 초반에 이탈자가 발생하자, 고용업체가 과도하게 노동자를 통제하면서 노동자들이 이용가정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수 없게 만든 구조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시범사업을 주도한 서울시와 정부도 초반에 목표로 했던 돌봄비용을 낮추는 것은 고용허가제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본 사업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 2025년 2월 27일 서울시청 앞.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이주가사돌봄 시범사업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며, ‘돌봄의 공공성 강화’와 ‘제대로 된 이주가사돌봄 노동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그런데 시범사업의 실패와는 별개로, 한국 사회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외국인 가사돌봄 노동자들이 존재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가사관리 시장에서 입주형 가사노동자는 거의 조선족 여성이며, 시간제 가사노동자는 조선족이 20%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돌봄서비스 분야 근로조건에 관한 연구(Ⅱ): 실태조사를 통해 본 가사노동자의 법적 보호를 위한 정책방향」, 2011, 최영미
김양지영, 한국노동연구원)

 

2000년대 이후, 간병인의 80%도 다수의 조선족과 일부 고려인 동포로 구성돼 있다.

또한 영어 소통이 가능한 필리핀 출신 여성노동자들이 가사돌봄 노동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뜻밖에도, ‘일에 만족하며 보람을 느낀다’는 평가

 

이번에 가사(돌봄)노동 현장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 노동자들은 장애인 활동지원사 2명, 시간제 가사관리사 2명, 육아도우미 1명이다. 그중 2명은 재외동포 비자, 1명은 영주권을 갖고 있어 합법적으로 노동을 하고 있었지만, 방문동거(F-1) 비자를 갖고 있거나 미등록 신분인 2명은 ‘불법취업’상태였다.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인터뷰 참여자들 모두 본인들의 노동이 적성에 맞으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앞선 기사에서 언급되었던 제조업 노동자들과 입장이 정반대였다. 또한 정부 주도 하에서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과도 사뭇 다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심지어 인터뷰 참여자 중 2명인 미등록 노동자도 일에 만족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하는데, 정부 주도하에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고용불안과 생계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니 말이다. 이번 인터뷰는 정부가 가사노동 문제를 고용허가제로 해결하려고 했던 시범사업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분명히 보여준다.

 

▲ 2024년 9월 26일, 서울시청 앞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 연대회의’ 출범 기자회견. 30여 개 시민단체들이 이주 가사돌봄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연대회의를 결성하였다. (사진 제공-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정부 주도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나

체류 문제 없이 노동시간과 일터 선택의 자유가 있을 때…

 

현자(가명) 씨는 조선족 출신 60대 장애인 활동지원사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는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을 파견하여 신체활동 지원, 가사활동 지원, 사회활동 지원을 하는 제도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공식 교육기관에서 이론교육 40시간, 실습교육 10시간을 받아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2005년에 한국에 온 현자 씨는 같은 공장에서 10여 년 일했다. 공장을 다닐 때 장애인 활동지원사 일을 하고 있는 친언니의 권유로 자격증을 취득해 놨다. 그리고 2019년 공장을 그만두고 바로 동네에 있는 중증장애인재활센터를 찾아갔고, 지금까지 6년째 일하고 있다. 한 공장에서 10년을 계속 일한 것처럼, 지금도 한 장애인 지원을 맡으면 웬만해서는 계속한다. 지난 6년간 단 세 명의 장애인을 지원했을 정도다.

 

“지금 평일에 일하는 집에서 이용자한테 자기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말을 들을 때, 내가 너무 좋은 거에요. 내가 이 사람한테 도움이 되고, 이 일을 해서 보람을 느끼는구나 생각이 들어요.”

 

현자 씨는 이용자한테 자신이 인정받았다고 느꼈을 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평일과 주말 담당하는 장애인이 다른데, 평일엔 6시간, 주말엔 9시간 일하고 있다. 현자 씨가 주말에 담당하는 장애인 활동지원 방식과 내용을 들으면, 노동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출근하면 이용자가 화장실에 있다. 들어가자마자 용변을 처리하고 샤워시키고 나와서 옷을 입힌다. 그다음에 밥을 짓고 이용자에게 뭐 먹겠냐고 물어보고 냉장고를 털어 음식을 만든다. 내(본인) 집에서 먹을 음식을 갖고 가서 같이 먹기도 한다. 오전에 샤워를 하고 나면 오전 시간은 금방 가곤 한다. 12시 반쯤 또 점심을 차려서 먹게 하고 그다음엔 휠체어를 타고 밖에 나가서 온 동네를 왔다갔다 한다. 오후 4시쯤 집에 들어와서 저녁 준비하고 세탁기에 빨래 돌리고, 집 청소하고, 저녁 챙겨서 주고, 먹고 나면 정리하고 퇴근한다.

보통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은 치아 상태가 안 좋은 경우도 많아 식사 시간이 한 시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배변 실수도 잦아 세탁할 일도 많다. 다양한 이유로 내(본인) 집에서 그날 먹을 음식을 만들어 갖고 갈 때도 자주 있다.〉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느낄 때는 없을까.

현자 씨는 “작년에 한 집에 갔을 때 중국 사람이라고 싫다고 센터장한테 왜 중국 사람 보냈냐고 막 했다는 거에요.”라면서 차별당한 사례를 말해줬다.

 

“센터장이 하루 해보고 싫으면 내보내라고 했대요. 그래서 가서 하자는 대로 다 해주고 하니까, 잔소리 없고 그냥 일했지. 자기가 요양원 갔을 적에 ‘중국년’들이 자기를 그렇게 못살게 굴었다 어쩐다 하면서 얘기하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엔 나쁜 사람 없어요? 하니까 있다고 하더라구요.”

현자 씨는 그 뒤로도 그 집에서 1년 더 일했다.

 

가사돌봄노동의 핵심은 ‘사람’

“돈보다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엘레나(가명, 필리핀, 35세) 씨가 가사노동을 하게 된 사연은 복잡하다. 엘레나 씨는 한국에서 가수로 일할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을 믿고 예술흥행(E-6) 비자로 한국에 왔다. 그러나 가수로 일할 수 있다는 약속은 사기였고, 남자들에게 술을 팔아야 했다. 평택에 있는 술집에서 한 달 동안 일하고 70만 원을 벌었다.

 

한 달만에 엘레나 씨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하느님이 나를 도와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드디어 자유라고 느끼면서, 가족 생각을 하며 버텼습니다. 좋은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엘레나 씨는 페이스북에서 만난, 서울에 살고 있는 필리핀 여성의 집에서 얼마 동안 같이 지냈다. 그 여성이 가사노동 일자리를 소개시켜 줬다. 현재 생후 6개월 된 아기가 있는 집에서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말 E-6비자 기한이 만료돼 미등록 상태다.

 

그는 지금 일하는 가정에 영아가 있기 때문에 아이돌봄을 주로 하고 있다. 세 자녀를 키웠기 때문에 아이 돌보는데 어려움은 없다. 출근하면 방 3개 청소와 설거지, 빨래를 하고, 그 이후론 아이 돌보는 일에 집중하다가, 마지막에 청소기를 한 번 더 돌리고 퇴근한다. 한국 음식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야채 씻는 일이나 야채샐러드, 달걀후라이 등 간단한 음식만 만든다.

 

하루 9시간 주 5일 일하고 230만 원을 받는다. 점심은 아이 엄마와 같이 한식을 먹고 있는데, 만족하고 있다.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엘레나 씨는 번역어플을 이용해 언어 소통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느낀다.

 

▲ 한국인 가정에서 가사노동과 아이돌봄을 하고 있는 엘레나(가명, 필리핀, 35세) 씨는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취업사기를 당했고, 현재 미등록 상태이며 지인의 소개와 입소문으로 일자리를 구해왔다. 지금 일하는 집은 20번째 가정 정도 된다. (자료사진 ⓒEngin_Akyurt, 출처-pixabay)

 

지금 일하는 가정은 20번째 가정 정도 된다. 그동안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만둔 건 아니고, 월급 등 더 좋은 조건이 있으면 바꿨다.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 더 긴 시간 일할 수 있는 가정을 원한다고 하니까 그 집에서 다른 집을 소개시켜 줘서 ‘인터뷰’를 했다. 이렇게 일했던 곳에서 다른 집을 소개시켜 주면 ‘인터뷰’를 하고 조건이 맞으면 일하기 시작한다.

 

엘레나 씨는 “이렇게 소개받아 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일이 쉽다. 한국에 이주노동자들이 공장에서 많이 일하는지 몰랐다. 공장은 힘들다. 가사노동은 나의 집처럼 청소하고 나의 아기처럼 키우면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필리핀 출신 가사노동자 재스민(가명, 60세) 씨가 한국으로 오게 된 사연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아들의 친부를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 처음에 단기비자로 한국에 올 때, 필리핀 사람인 지인이 공장에서 일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지만, 막상 공장에 가보니 남성만 고용한다고 했다. 그래서 필리핀 커뮤니티 교회에 머물면서 일자리를 찾다가, 가사노동 일을 하게 됐다.

 

처음엔 베이비시터를 했지만, 지금은 청소 일을 주로 한다. 이후 아들의 친부를 찾아 아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되자, 재스민 씨도 미성년 자녀양육을 이유로 방문동거비자(F-1)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F-1비자는 가사노동 취업 허가를 받을 수 없어 ‘불법취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미성년 아들을 한국에서 키우기 위해 일을 해야 하지만, F-1비자는 원칙적으로 취업할 수 없는 비자다. 가정 내에서 일하는 것은 단속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재스민 씨는 현재 오래 일해 온 가정집과 게스트하우스에서 콜을 받아 출근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개인 사정이 있을 땐 콜을 거절해도 잘릴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장기간 필리핀에 가게 될 일이 생길 때도 다른 친구에게 대신 일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돌아와서 계속 일하기도 했다.

 

하루 6시간 정도 주 4~5일 일하고 있으며, 한 달 180만 원 정도 임금을 받는다. 필리핀에 있는 가족에게도 돈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아들과 함께 생활하기에는 너무 빠듯할 것이라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힘든 점은 없구요. 일 찾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 일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돈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상황을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엘레나 씨는 가사노동의 핵심이 ‘관계’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했다.

“돈보다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이 사람이랑 안 맞을 것 같으면 죄송하지만 저랑 안 맞을 거 같아요, 하고 그만둡니다. 오로지 돈만 보고 일하는 건 아닙니다.”

 

인정받음으로써 느끼는 노동의 보람

“이용자들이 나한테 도움을 받는다고 느낄 때 보람을 느껴요”

 

가사노동이 결코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쉬운 노동은 아니다. 그러나 그 모든 힘든 것도 이용자와 나누는 정서적 교감과 노고를 인정해주는 격려 등으로 일에 대한 보람으로 바뀔 수 있다.

 

조선족 출신 길옥(가명, 64세) 씨는 장애인 활동보조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증 모두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지원을 맡았던 장애인들이 모두 기저귀를 사용하는 환자였다고 한다. 가끔 밥을 다 차려놓고 먹여야 할 때 기저귀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길옥 씨는 “이제는 뭐 그게 뭐 똥인지 뭔지 지저분하다거나, 뭐 매스껍다거나 뭐 이런 느낌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직접 돌봄을 해야 하는 가사돌봄 노동의 특성상 생리현상을 처리해야 하는 노동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잘 맞지 않는다면 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치매어르신을 케어해야 하는 어려움도 큰 문제다.

“어르신이 의심이 많아 뭐든지 훔쳐갔다고 해요. 그래서 그 집에 갈 때 가방도 아주 작은 걸 들고 가요. 처음엔 국자 없어졌다, 바지 없어졌다 그래. 근데 그 어머니 바지는 내 몸에 들어가지도 않아요. 뭐 삼대가 멸종되라, 끓는 가마에 들어가는 지옥에 가서 살아라, 그런 욕을 하면서요. 살짝 치매기가 있거든. 그게 없을 때는 너무 좋은데, 치매기가 오면 나하고는 얘기도 안 하고 센터에 바로 얘기해요. 뭐 없어졌다고. 센터에서 듣고 같이 그러면 기분이 나쁠 텐데 센터가 또 잘 처리를 하나 봐요. 나중에 바지를 찾고 나서 어떻게 하냐고 하니까, 어르신이 내일 또 와야지 그러더라구요. 그냥 나오라구요. 그래서 내 엄마다 생각하고 내일 올게요 하고 왔는데, 15일 있다가 또 시계가 없어졌다고 그랬어요.”

 

이런 일을 계속 겪지만, 길옥 씨는 “그저 내 엄마다 생각하고” 아직도 그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그는 매년 센터(이용기관)가 선정하는 ‘최우수 지원사’에 뽑혀 상금과 표창을 받았을 때, 그동안의 고생과 노력이 보상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 가사(돌봄)노동이 결코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쉬운 노동은 아니다. 그러나 이용자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감사의 인사를 받는 등 노고를 인정받을 때,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고 인터뷰이들은 입을 모았다. (자료사진 ⓒgeralt, 출처-pixabay)


가사관리사 및 육아도우미로 일하는 화련(가명, 중국, 62세) 씨는 어떨 때 보람을 느끼냐는 질문에 “17년 다닌 집 아기들이 이제 고등학생이 됐어요. 이제 학원 다니느라 바빠서 자주 못 보는데, 지금 만나면 반가워 가지고 막 끌어안고 식구처럼 막 그렇게 대해요.”라고 답했다.

 

또, 아기를 돌보는 엘레나 씨(필리핀, 35세)는 부모들과 문화적 소통을 했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아기 부모님들(이용자)과 소통할 때 서로한테 배움을 주고받는 것이 너무 좋아요. 나중에 내 아이들한테 이런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필리핀 문화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요. 여기 부모들은 아이를 처음 키우고 나는 경험자니까 나한테 많은 것을 물어보고, 이걸 사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같은 거. 부모들이 나한테 도움을 받는다고 느낄 때 보람을 느낍니다.”

 

가사돌봄 노동의 노동가치는 가사노동자와 그들이 돌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친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얻게 되는 정서적 교감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주 가사노동자를 단순히 저렴한 노동력이 아닌,

한국 사회 재생산의 중요한 기여자로 인식하고 대우해야

 

앞선 인터뷰에서 제조업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노동 과정에서 어떠한 보람도 느끼지 못한다.’(관련 기사 https://ildaro.com/10317)라고 말한 것과 달리, 가사노동자들이 모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그 차이가 뭘까 생각해보았다. 가장 큰 차이는 일을 하면서 ‘사람’을 상대하는지였다. 또한 정부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한 노동자들과는, 한국에서 장기체류 가능성 여부가 크게 대비됐다.

 

이주민센터 친구에서는 이번 인터뷰뿐 아니라,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던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한 적이 있다. 또, ‘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차원에서 시범사업 참여 노동자들의 실태조사를 하기도 했다.

 

▲ 2025년 6월 12일,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토론회가 “불안한 체류, 배제된 노동권 : 필리핀 돌봄노동자(Caregiver)의 목소리”를 주제로 서울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다. (사진 제공-이주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


이를 통해 확인한 것은 이 두 노동자들 간 가장 큰 차이는 노동자들이 사업장 선택과 변경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이다.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선택과 변경의 권리가 제한된다.

 

가사돌봄 노동자 모두 일을 시작하기 전에 소개받은 가정과 인터뷰를 하는데, 고용주뿐만 아니라 노동자도 노동조건이 적절한지, 고용주와 잘 맞을지 등을 고려해 선택한다. 불쾌한 일이 생기면 바로 그만둘 수도 있다. 가장 만족하는 부분으로 꼽은, 노동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고용주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인터뷰 참여자 다섯 명은 필리핀 가사관리사들과 달리, 체류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장기체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정해진 기한 내에 이주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선 조급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체류하고 있을 때는 인생의 계획도 장기적으로 세워볼 수 있다. 중국동포 노동자 세 명이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해 온 것을 비춰볼 때도 그렇다.

 

자격증을 따면서 업무에 대한 교육도 충분히 이뤄졌다. 가사관리사 및 육아도우미로 일하는 화련(중국, 62세) 씨는 일을 하면서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땄을 뿐 아니라, 이주민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센터에서 양육과 관련한 교육을 받은 경험도 있다. 한국 문화에서는 아이들을 돌볼 때 어떻게 하는지 배웠다. 그는 가사노동자들에게 이런 직업교육이 많이 있길 바랐다.

 

‘이주가사노동자를 단순히 저렴한 노동력이 아닌, 한국 사회 재생산의 중요한 기여자로 인식하고, 그들의 노동과 삶이 지속가능하게 재생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중국 동포의 한국 사회 재생산에 대한 기여: 돌봄 관점에서의 가사노동 분석」, 2025, 이미애)

 

[필자 소개] 송은정: 이주민센터친구 센터장. 대학 시절부터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운동판에 계속 머물렀습니다. 주로 노동운동 현장에서 일하다가 이주인권운동에 몸담은 지 9년째입니다. 여전히 새롭게 알게 되는 세상을 배우는 것이 재밌습니다. 이주민의 노동자 정체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기사는 아시아발전재단 지원으로 이주민센터친구가 제작한 보고서 〈한국 사회 이주민이 말하는 노동〉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전체 보고서의 인쇄본이 조만간 발행됩니다. http://chingu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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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25/12/07 [16:42] 수정 | 삭제
  • 진짜 생각지 못한 부분이네요. 스스로의 선입견에 대해서 느꼈어요. 이주민 노동자들의 다양한 현장경험이 얘기가 많이 되면 좋겠습니다.
  • 벤자민 2025/11/30 [08:53] 수정 | 삭제
  • 관계와 인정이 있을 때 노동은 보람이 될수도, 기계처럼 대우받으면 착취가 될 수도 있다는 거.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돌봄노동의 성격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사람들 사이에 치이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그래도 일상을 유지시키고 안정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의 배움과 내공, 힘이랄까요, 그런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2025/11/29 [12:13] 수정 | 삭제
  • 참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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