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라는 낙인이 누구를 보호합니까

이주민센터친구의 눈으로 본 ‘미등록 이주민 강제단속’

송은정 | 기사입력 2025/12/16 [13:33]

‘불법’이라는 낙인이 누구를 보호합니까

이주민센터친구의 눈으로 본 ‘미등록 이주민 강제단속’

송은정 | 입력 : 2025/12/16 [13:33]

“트럼프도 ‘불법체류자’라고 말한다.”

이건 지난 12월 1일 국회에서 열린 〈미등록 이주민 강제단속의 문제점과 근본적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불법체류자’라는 용어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법무부 공무원의 발언이다. 그 공무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사용할 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써온 공식적인 용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인종차별과 반이민 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는 트럼프까지 거론하다니. 윗선의 변화가 없는 한, 그냥 하던 대로 하겠다는 복지부동의 의지가 느껴졌다.

 

이주인권 활동가들이 ‘불법체류자’ 대신 ‘미등록 체류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준법정신이 별나게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주민을 ‘불법화’하는 것보다 이주민이 체류자격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되는 법과 제도의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 12월 1일 국회에서 〈미등록 이주민 강제단속의 문제점과 근본적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리기 하루 전 11월 30일엔 고 뚜안 씨의 부친과 함께 강제단속 중단을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했다. [사진=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제공]


미등록이 되는 이유는 수천 가지에 달해

 

출근을 하기 위해 매일 다니는 길에 건널목이 없다. 길을 건너려면 한 시간을 넘게 걸어야 횡단보도가 나온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무단횡단을 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이 위험을 무릅 쓰고 무단횡단을 한 것은 불법이니 단죄해야만 할까? 아니면 건널목을 더 많이 만들어주어야 할까. 그 길은 불법행위를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교통경찰이 숨어 있다가 단속을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까?

 

사실 한국에 체류하는 이주민들은 건널목이 없는 저 길을 걸어 가야 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처지다. 각자 다른 목적과 이유로 한국에 온 이주민들은 한국에서 체류자격을 연장하거나 변경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처음 받은 체류자격별로 체류기간 상한과 허가활동 범위, 연장허가 시 제출서류 등이 다르다. 체류자격 세부분류 코드로 보면 비자 종류는 총 260여개다. 이런 한국의 엄격한 정책 아래 개인이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체류기간을 도과하거나 체류자격을 잃을 수 있는 이유는 수천 가지에 이른다.

 

그래도 ‘불법’이 되면 즉각 한국을 떠나면 되는 걸까. 미등록이 된 어떤 사유도 고려대상이 될 수 없고, 한국에 체류해야 할 어떤 이유도, 체류하고 싶은 욕구도 이주민에겐 허용될 수 없는 것인가.

 

이주민을 불안에 떨게 만드는 단속, 그 실효성은 무엇인가?

 

한국 정부는 윤석열 씨가 대통령이던 2023년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내세우며 미등록체류자를 43만명 대에서 30만명 대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국 사회에 미등록 체류자가 43만명이 존재할 때와 30만명이 존재할 때의 차이는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정부는 그 목표를 이유로 지금까지 정부합동단속 뿐만 아니라 일상적 단속을 계속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강제단속은 실제 목표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미등록 체류자 숫자를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지 않다. 미등록 체류자 숫자는 이주민 비자발급 정책과 연동돼 변화가 있을 뿐, 단속의 효과는 아니다. 반면, 단속은 미등록 체류자뿐만 아니라 전체 이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모든 이주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한국의 체류정책에 복종하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단속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심어주기 충분하다.

 

결국 베트남 출신 뚜안 씨가 지난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에서 단속을 피해 숨어 있다가 추락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뚜안 씨는 미등록 체류자도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 D-10(구직) 비자를 갖고 있었지만, 구직비자로 공장에서 일하는 건 ‘불법’이 된다. 뚜안씨 사례는 한국의 체류 제도가 어떻게 사람을 쉽게 ‘불법화’하는지를 보여준다.

 

▲ 12월 9일 뚜안사망대책위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강제단속 즉각 중단을 촉구하며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사진=이주노동자평등연대 제공]


한국의 체류 제도에 ‘결함’이 있다

 

한국 정부가 단속을 통해 추방하려는 이들은 몰래 한국에 입국했거나, 한국인의 일자리를 강제로 빼앗아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뚜안 씨처럼 대부분 합법적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와 내국인 일손을 구하지 못하는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최근에 만난 한 미등록 이주민 여성은 E-6(예술흥행) 비자로 한국에 왔다고 했다. 클럽에서 가수로 일할 줄 알았지만, 술을 팔아야 했다. 목숨을 걸고 도망쳤다. 그 여성은 현재 미등록으로 체류하면서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한국에 오기 위해 쓴 돈이 있던 데다가, 본국에 있는 세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녀가 다른 일을 구해서 비자를 연장하고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현재 시행중인 ‘인신매매방지법’은 사람을 물건처럼 사고 파는 행위뿐만 아니라, 착취 목적의 모집, 이동, 통제를 규제하고 있다. 이 법에 의거해 인신매매 피해확인서를 받아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방안을 시도해 볼 수 있었겠지만, 취업 허가를 받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여성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나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한국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체류자격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사증면제 국가 확대 이후, 단기 체류자격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체류기간 만료 후에도 출국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미등록 이주민 규모가 급증했다. 미등록 규모는 개별 이주민의 선택이나 단속의 강도가 아니라, 정부의 출입국 정책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근거이기도 하다.

 

체류자격별로 등록외국인이었다가 미등록이 된 통계를 살펴보면, 선원취업(E-10) 비자가 45%로 가장 높고, 일반연수(D-4) 비자가 28.4%, 고용허가제(E-9) 비자는 16%로, 등록외국인 전체 중 미등록으로 전환되는 비율인 9%보다 현저히 높다.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더해 사업장 변경이 어렵고, 체류자격 전환 경로가 제한적인 비자는 미등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단속 중심의 정책기조에 대한 국내외 권고와 정책개선 방향」, 임선영 이주인권셋 대표)

 

그러나 스물여덟 살의 청년 툴시 씨는 미등록을 선택하는 대신 한국 입국 6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전남 영암 돼지농장에서 일하던 네팔 출신 툴시 씨는 올해 2월 22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농장주가 지속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가했고, 임금체불과 노동착취에 시달렸지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었다. 동료들은 “사장은 우리가 나가면 불법체류자가 된다고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고용허가제(E-9) 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사업장 변경에 동의해주지 않으면 ‘퇴사’할 자유가 없다. 사업주 동의 없는 퇴사는 사업장 이탈로 처리돼 미등록이 되는 길뿐이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불법’이 되고 마는 사람들

 

난민과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을 지원하는 활동가들은 난민과 이주민 구금 정책이 이주민의 ‘불법화’를 야기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24년 난민인정률은 고작 0.6%였다. 그러나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평균 4년 이상 심사절차를 거쳐야 한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상, 난민신청자(G-1-5)와 인도적 체류자(G-1-6)에게 ‘노동할 자유’는 극히 제한된다. 활동가들이 표현하는 ‘머무를 수 있지만 살 수는 없는 삶’이다. 난민신청자나 인도적체류자라는 체류자격이 있지만, 먹고 살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면 ‘불법’이 돼 단속 대상이 되고, 구금되고, 추방된다.

 

돌아갈 곳이 없어 한국에 난민신청을 한 사람이 난민불인정이 되면 “네 알겠습니다.”하고 돌아가야 할까. ‘남용적 난민신청’ 관점을 유지하고 있는 법무부는 난민심사를 다시 받기 위해 난민재신청을 할 경우 출국유예 상태로 대기해야 한다는 지침을 갖고 있다. 난민재신청자들은 외국인등록증이 없어 취업을 할 수도 없다. 이들도 생존하기 위해 취업허가 없이 일하다 걸리면 ‘불법’이 된다.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단속은 한국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마 전엔 한국인 남성이 이주민센터친구 사무실로 문의를 했다. 여자친구가 결혼이민(F-6) 비자로 한국에 왔지만 이혼한 뒤 현재 미등록 체류 중인데, 본인과 재혼할 경우 다시 비자를 받을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에 이혼할 경우, 배우자의 유책사유를 입증하거나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등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체류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이 여성이 현재 사실혼 관계에서 법적 혼인 절차를 마친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체류자격을 회복할 방법은 없다. 한번 미등록이 되고 나면 체류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도로교통법 위반 사례는 보통 ‘불법’이라고 하지 않고 법질서에 맞지 않는 위법행위라고 한다. 엄격하게 말해 불법은 고의나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위반행위나 형법상 불법행위를 말한다. 행정법인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미등록 이주민을 ‘불법’이라고 부르지 말자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법이라고 하면 없애야 할 대상이 된다. 하지만 불법인 존재는 없다. “No One is illegal”. 이주민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국가의 언어와 정책부터 변화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중단하는 것이다.

 

[필자 소개] 송은정: 이주민센터친구 센터장. 대학 시절부터 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운동판에 계속 머물렀습니다. 주로 노동운동 현장에서 일하다가 이주인권운동에 몸담은 지 9년째입니다. 여전히 새롭게 알게 되는 세상을 배우는 것이 재밌습니다. 이주민의 노동자 정체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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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다우 2026/01/02 [16:44] 수정 | 삭제
  • 아 그리고 무단횡단을 막는 방법은 경찰 단속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루다우 2026/01/02 [16:43] 수정 | 삭제
  • 현재 교육 과정부터가 문제 아닐까요? 법으로서 사회를 변화시키는건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들은 결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과 갑을 관계에서 과도한 갑질, 정보의 불균형 등이 얽혀잇는 문제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이민자들 뿐 아니라 사회 계층간에도 일어나고 있고 약해지기 보다 점점 강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죠. 사회에서 계층간의 섞임이 당연하고 그로 인해 깨닫는게 있어야 하나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서로를 비교하고 차별하고 갑 을을 규정하고 을에게 막 대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교육에서부터 계층간, 인종간 섞임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10년 20년을 쏟아야 하는 일이라면 법을 바꾸는게 아니라 교육을 바꾸는게 맞다고 봅니다
  • 둘리 2025/12/29 [16:57] 수정 | 삭제
  • 이 문제 빨리 해결되면 좋겠습니다. 노동자를 그렇게 몰이하듯 단속하는 거.. 인권침해입니다.
  • 퍼슨 2025/12/24 [12:37] 수정 | 삭제
  • 트럼프도 불법체류자라고 말한다는 말을 공석에서 하는 한국 법무부 공무원 수준이라니 ㅠㅠ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인가.
  • 랑이 2025/12/17 [16:23] 수정 | 삭제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런 일들이 국가의 폭력 아닌가요.. 정말 정책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 jiseong 2025/12/17 [12:09] 수정 | 삭제
  • 뚜안 씨 사건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언젠가는 한국 정부가 그 모든 외국인들의 죽음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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