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의 ‘잘못’에 비해 터무니없이 가혹한 제재

이주민센터친구의 눈으로 본 ‘출입국관리소의 단속’

정효주 | 기사입력 2026/01/19 [11:18]

이주민의 ‘잘못’에 비해 터무니없이 가혹한 제재

이주민센터친구의 눈으로 본 ‘출입국관리소의 단속’

정효주 | 입력 : 2026/01/19 [11:18]

나는 ‘이주민센터 친구’라는 이주민 인권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만, 사실 이주민 이슈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공익변호사로 일하고 싶다는 이유로 무작정 활동을 시작했다.

 

내가 몰랐던 세상 - 누군가에게 이주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나는 다른 나라로 이주해볼 생각이 전혀 없었고, 서울에서만 20년 넘게 살았다. 잠시 대학원 때문에 다른 지역에 살아봤던 경험이 전부다. 나에게 비자란, 그저 해외여행을 하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절차였다. 비자 기간을 신경 써본 적도 없고, 비자 기간이 끝난 후에도 외국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외국 국적을 가진 친구도 없었고, 외국인 유학생과의 팀플 경험도 없었다. 이민을 떠나는 지인은 있었지만, 체류자격을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체류기간 연장이 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이것이 나의 세상이었다.

 

그러나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일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얼마나 좁고 얕았는지 알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이주는 잠시 여행을 다녀오는 정도의 가벼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삶 전체가 달린 중요한 결정이었다. 본국의 임금 수준이 너무 낮아 타국으로 떠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청년들이 있었다. 더 많은 배움과 기회를 기대하며 한국에 온 유학생들이 있었다.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해서 낯선 한국에 새롭게 정착한 결혼이주민이 있었다. 전쟁과 종교분쟁,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고 모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난민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체류자격은 삶의 조건 그 자체였다.

 

‘잠깐 나갔다가 비자 받아 오면 되지 않나요?’

 

미등록 체류자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잠시 본국에 다녀와 비자를 받고 한국에 다시 오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법무부는 간혹 미등록 체류자의 범칙금과 입국 규제를 유예하는 특별자진출국 제도를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일을 중단해도 한국에 남은 가족들의 생계가 위험해지거나, 한국에 간병해야 하는 가족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으로, 한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랐지만 부모가 체류자격이 없어 미등록 아동으로 자란 이들에게 국적국으로의 귀환은 오히려 또 다른 ‘이주’였다.

 

그리고 자진출국 기간을 놓치면 높은 과태료와 긴 입국 규제 기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본국에 다녀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의 무게와 처분의 무게 -

삶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제재는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

 

‘그러면 진작에 비자 연장을 했어야지, 규칙을 어겼으니 어쩔 수 없어’.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맞다. 법을 어겼으니 그에 대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체류기간을 넘긴 채 단속되면 강제퇴거명령을 받는다. 행정청은 “내·외국인의 출입국과 외국인의 체류를 적절하게 통제·조정하여 국가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폭넓은 재량을 가지고 제재 처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재량에도 한계는 있다. 행정의 대원칙에는 ‘비례의 원칙’도 있다. 행정처분은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효하고 적절해야 하고,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하며, 사익 침해가 공익보다 크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즉, 지나치게 가혹한 행정처분을 내리지 말라는 것이다.

 

▲ 지난 1월 2일, ‘故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공동대책위원회’의 농성투쟁 해단식에서 본 뚜안의 영정사진. 정부의 긴 단속이 진행되는 동안 뚜안 씨는 친구에게 “숨 쉬기가 힘들어. 너무 무섭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 제공-정영섭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활동가]


체류기간을 연장하지 못한 이주민에게는 출국 권고, 출국명령, 강제퇴거명령이 내려지는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국은 ‘한국에서 나가라’는 것이다. 출입국이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한국에 거주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언제 단속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 살고, 단속되어 보호소에 구금되고, 결국 출국해야 하는 ‘제재’는 너무 가혹하지 않나? 체류기간 도과라는 위반의 무게에 비해, 삶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처분이 과연 비례적인가?

 

‘미등록 이주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 일을 하기 전, 나는 ‘체류기간이 끝난 뒤에도 한국에 남아 사는 사람’의 존재를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일하면서 미등록 이주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미 삶의 기반이 한국에 형성되어 있고, 가족들과 일터가 한국에 있고,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은 체류기간을 연장하지 못한 경우 ‘미등록’으로 살고 있었다.

 

단속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뉴스나 SNS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이라는 말을 봤지만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막연히 ‘불법적인 행동을 했으니 잡아가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불법체류자’라고 하니, 마치 한국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체포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러나 알고 보니, 현실의 단속은 출입국관리소 공무원이 미등록 이주민들이 많은 공장이나 식당에 들이닥쳐 일단 사람들을 다 잡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본인의 선택으로 타국에 왔으니, 그에 따른 불이익은 모두 감수해야 하는 걸까? 체류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마치 중범죄를 저지른 현행범처럼 이주민을 체포하고, 구금하고, 결국 출국시키는 것이 “국가의 이익과 안전”이라는 공익을 위한 길인가?

 

한국은 이미 이주민의 비율이 높은 나라다. 한국인이 기피하는 노동 현장에서 이주민 노동자의 노동력은 필수가 되었고, 정부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주노동자와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불러들인다. 필요에 의해 불러놓고, 체류자격 연장 규정을 매우 복잡하게 설계해둔 채로, 체류자격 연장을 하지 못한 너의 잘못이니 나가라고 한다.

 

뚜안의 죽음이 남긴 질문

 

지난해 10월 28일, 베트남 출신의 25세 이주노동자 뚜안이 단속을 피해 대구의 한 공장 3층 창고 안쪽에 숨어있다가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정부는 ‘APEC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정부합동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뚜안은 긴 단속이 진행되는 동안 친구에게 “숨 쉬기가 힘들어. 너무 무섭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뚜안은 유학생 비자(D-4)로 입국하여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 구직 비자(D-10)으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었다. 구직 비자로는 음식점이나 단순 사무보조 등의 시간제 근무만 할 수 있었고, 제조업이나 단순 노무직에서 일하는 건 금지된다. 그러나 뚜안은 부모님의 부담을 덜고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근무시간이 긴 제조업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고, 단속의 대상이 되었다.

 

뚜안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무리한 단속으로 또 한 사람의 이주민이 목숨을 잃었구나 생각했다. 단속을 피하다 다쳤다는 연락은 센터에도 종종 오기 때문에 예상 밖의 일은 아니었다. 사실, 누군가 사망했다는 뉴스는 너무 많았기 때문에 또 다른 누군가의 안타까운 죽음 정도로, 조금은 무감한 상태였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출입국 앞에서 1인 시위가 이어지고, 매주 집회가 열리는 걸 보면서, 왜 이렇게 큰 분노가 모이는지 궁금해졌다.

 

토론회와 집회에 참여하며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단속이나 구금과정에서 중상이나 사망에 이른 이주민들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것이었다. 공장에서 단속이 진행되어 펜스를 넘어가다 추락하고, 건설현장 내부의 식당에서 단속이 진행되자 이를 피해 창문으로 탈출하다 추락하고, 어딘가 매달려 있다가 추락하고… 정말로 많았다. ‘비자가 없다면 잠시 본국에 들어가서 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다시 오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다면, 이들이 이렇게 절박하게 단속을 피할 리가 없다. 단속의 공포는 그만큼 컸다.

 

처음 추모 집회에서 뚜안의 영정사진을 마주했을 때, 그저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뚜안을 보며, 타국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들도 이주노동자로, 유학생으로 살고 있다. 나의 친구들도 공부하다 돈이 필요하면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고, 해당 비자로는 할 수 없는 마트나 공장에서 ‘불법으로’ 일할 수도 있다. 당장 학업을 중단하거나 귀국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이렇게 생각하니, 뚜안이 ‘어느 안타까운 이주민’이 아니라 마치 내가 예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느껴졌다.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난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 작년 12월 11일, 국가인권위원회에게 뚜안의 죽음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인권침해 진정과 긴급구제 신청을 했다. ‘故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공동대책위원회’와 ‘사람이왔다_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주최로 기자회견도 열었다. [사진 제공-정영섭 이주노동자노동조합 활동가]


나는 뚜안 사망 사건 법률대응팀에 참여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 뚜안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진상조사가 시작되었다. 수사기관이 아닌 시민단체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제한적이나, 관련자 인터뷰, 정보공개청구, 증거보전 신청, 의원실 자료요구 요청, 인권위 진정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공동대책위는 ‘고 뚜안 사망 진상규명과 강제단속 중단 촉구 농성’도 진행했다. 더 이상 단속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이 느껴졌다. 법무부의 사과를 뚜안의 아버지가 받아들이면서 지난 2일에 농성은 종료되었으나, 아직 남은 과제가 많다. 여전히 미등록 이주민의 체류권은 불안정하고, 강제단속과 윤석열 전 정권이 세운 미등록 체류자 절감 5개년 계획은 계속되고 있다.

 

국적과 체류자격이 문제가 되는 세상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역시, 예전의 나처럼 체류와 단속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고서 국적과 체류자격이 문제가 되는 세상에 대해 ‘뭔가 이상하다’는 희미한 생각 한 줄, ‘왜 이런 일이 반복되어야 하지?’ 작은 의문 하나를 가져주면 좋겠다. ‘그래도 체류 관리는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답이 감옥과 다름없는 보호소에 구금하는 것뿐일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상상해보면 좋겠다. 최근 이주구금 대안 제도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고 있다. 우리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필자 소개] 정효주. ‘이주민센터 친구’에서 상근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활동에도 열심히,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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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훌쩍 2026/01/23 [05:49] 수정 | 삭제
  • 제발 이런 슬픈 소식은 아예 사라졌으면···
  • 인류 2026/01/21 [13:49] 수정 | 삭제
  • 필요해서 불러놓고. 라는 말이 진짜 국가에 해주고 싶은 얘기입니다.
  • 헐리갈리 2026/01/19 [19:19] 수정 | 삭제
  • 세상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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