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드러나야 평등이 시작된다

여성노동연대회의, 성평등 공시제 입법 방향 제시하는 토론회 열어

박주연 | 기사입력 2026/03/03 [13:53]

임금이 드러나야 평등이 시작된다

여성노동연대회의, 성평등 공시제 입법 방향 제시하는 토론회 열어

박주연 | 입력 : 2026/03/03 [13:53]

한국은 199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이후 꾸준히 회원국 중에서 ‘성별 임금 격차’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5년 발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임금은 한국 남성보다 29% 낮아, OECD 회원국 평균 성별 격차인 11.3%의 2배를 훨씬 넘는다. 성별 임금 격차는 채용, 직군/직무 배치, 고용안정성, 평가, 승진 등 고용 전 과정에 걸쳐 누적된 성차별적 관행과 ‘여성 집중 직종’의 저임금화 등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구조적 성차별’의 결과이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외침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고용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많은 이들은 ‘성평등 공시제’가 그 변화를 만들 기반이라 말한다. 이재명 정부 또한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를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성평등 공시제’ 도입 필요성과 입법 방향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여성노동연대회의 주관으로 열렸다. 성평등 공시제가 실효성을 갖기 위한 구체적인 법제화 방향을 두고 시민사회와 여성/노동계, 그리고 정부 부처 간의 열띤 논의가 펼쳐졌다.

 

임금이 기업 기밀?! 차별을 은폐하는 꼼수 제공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임금이 개인의 비밀 혹은 기업의 기밀로 취급되는 문제부터 지적했다. 이런 비밀주의가 “차별을 은폐하고 기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조직을 운영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임금을 기밀로 취급하고 심지어 근로계약 시 임금 누설 금지 서약을 강요하기도 하는데, 이는 기업이 공정하고 체계적인 임금 시스템 없이도 조직을 운영할 수 있게 만드는 꼼수를 제공한다.”

 

배 대표는 “구직하는 일자리의 임금조차 모르고 회사에 지원하는 현 상황 자체가 노동자 권리의 상당한 침해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 2026년 2월 25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성평등공시제 도입의 필요성과 입법 방향〉 토론회에서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 투명성 확보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임금 정보공개의 정당성 근거로 ‘정의’, ‘자율성’, ‘효율성’ 그리고 ‘성평등’을 들었다. 배진경 대표는 임금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확인하는 수단(정의)이며, 노동자가 자신의 미래를 기획할 수 있게 하고(자율성), 자원의 효율적 배치를 돕는다(효율성). 무엇보다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여성 노동자가 보다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필수 장치(성평등)”라고 설명했다.

 

중소규모 업체, 파견과 특수고용도 포함하는 ‘성평등 공시법안’ 제안

 

현재 우리 사회에 임금 투명성 제도가 없는 건 아니다. 상장사의 임원 보수나 직원 평균 급여 등을 공개하는 전자공시시스템(DART)이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가 있다. 하지만 배진경 대표는 “이들은 임금 투명성 자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계도 명확하다. 비상장 중소기업들은 대상에서 제외되고, DART에서는 직급·고용형태별 임금을 파악할 수도 없다. 때문에 “임금 투명성을 위한 전면적이고도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고 배 대표는 주장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김두나 변호사도 “현행 제도들은 정보 공개의 범위와 대상이 제한적이어서, 성별임금격차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용상 성별 불평등의 현황과 구조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공개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별도 입법을 통해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두나 변호사는 ‘성평등 공시에 관한 법률’(가칭)을 입법할 것을 제안했다. 이 법안은 여성노동연대회의와 민변 여성인권위원회가 함께 논의하여 만든 것이다.

 

이 법안의 특징은 종사자의 범위를 넓게 규정(포괄적 적용 범위)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노동과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간접고용, 파견, 특수고용 등 다양해지는 고용 형태를 반영해 종사자의 범위를 파견근로자 및 노무 제공 계약을 체결한 자”까지 폭넓게 규정했다. 또한 “여성 노동자 다수가 중소규모 기업에 집중된 현실을 반영하여, 공공기관뿐 아니라 ‘상시 50인 이상 민간 사업장’으로 공시 의무 대상을 대폭 확대”하였다.

 

성평등 공시 의무도 구체화했다. 공시 목적이 단순한 ‘통계 수집이 아니라, 원인 분석과 상황 개선’인 만큼 “단순한 임금 총액을 넘어, 격차를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상세한 현황을 공개하도록 했다. “고용형태, 직종, 직급, 직무, 근속연수별 성별 인원 및 보수”, “성별 승진 소요기간 및 승진 현황”,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제도 사용 현황” 등이다.

 

고용형태, 직급, 직무, 근속연수별 성별 인원과 보수, 승진 등 공개해야

성차별 개선 안 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등 실효성 있는 제재 필요

 

더불어 김 변호사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뿐 아니라 “성별임금격차의 원인에 대한 체계적 진단을 통해, 국가기관등과 사업주가 이를 제거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마련하도록 ‘성별임금격차 개선계획’도 공개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김두나 변호사가 “성평등 공시제 법제화의 방향과 과제: 「성평등 공시에 관한 법률안(가칭)」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법안엔 ‘한국고용평등원(가칭) 설립’도 포함되어 있다. 김두나 변호사는 “성평등 공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성평등 공시제에 대한 사항을 포함하여 성평등 고용정책 전반에 관한 사업을 수행하는 전담기관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직자의 임금정보 청구권, 종사자의 임금정보 청구권도 포함되었다. 김 변호사는 “만약 사업주가 임금정보 제공을 거부할 경우, 법적으로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는 강력한 조항을 두어 성실한 이행을 강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중요한 부분은 ‘강력한 제재 조치’다. 법 위반에 대해 강제력이 없으면 소용없기 때문이다. 김두나 변호사는 “성차별적 처우에 대해 고의나 반복성이 인정될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고, 종사자가 차별 행위가 있었음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사업주가 차별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게 하는 입증책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금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허위보고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개선명령 불이행 사업주 명단을 공표”하는 등의 제재 방안도 덧붙였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임금 체계가 가져올 변화

성별 임금격차 줄어들고, ‘더 좋은 노동환경’ 만들어질 것

 

성평등 공시제 법제화를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참여자들은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고 공개하는 정도의 제도로는 현재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 구조적 성차별을 고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런 점에서 ‘성평등 공시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시작이다. 기밀처럼 여겨지던 임금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면, 성별 임금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인식을 형성할 수 있고, 변화를 논의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성별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된다.

 

▲ 2026년 2월 25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임금이 드러나는 순간, 평등이 시작된다-성평등공시제 도입의 필요성과 입법 방향〉 토론회가 여성노동연대회의 주관으로 열렸다. (공동주최: 여성노동연대회의,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김주영, 서영교, 이수진, 이용우, 이주희, 전진숙 의원실, 조국현식당 정춘생 의원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 [출처: 전국여성노동조합]


배진경 대표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임금 체계는 노동자들에게 노동에 대한 확실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며, 사회 전체적으로 유능한 인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치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해외 연구들을 살펴보면 “성별 임금 투명성이 확대되고 공정한 환경이 보장되면, 대상 기업 내 여성 노동자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심리적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동자가 일에 매진할 수 있는 더 좋은 노동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2027년 공공과 민간 부문 시행을 목표로 성평등 공시제를 추진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와 고용노동부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노동/여성계·시민사회와 소통하며 촘촘한 입법 및 예산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토론회 참여자들은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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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26/03/04 [15:03] 수정 | 삭제
  •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임금을 성별이나 직급 등으로 상세하게 분류해서 공시하라는 것이지, 직원들이 자기들 임금을 정하자는 게 아닌데요. 더베스트 님은 이상한 논리를 펴시네요. 솔직히 노동자 입장에서 임금공시제 도입되면 좋은 거 아닌가요. 저는 적극 찬성입니다.
  • 2026/03/04 [13:58] 수정 | 삭제
  • 임금 공시 너무나 필요한 것.
  • 더베스트 2026/03/03 [21:25] 수정 | 삭제
  • 본인이 회사를 만들어서 평등한 임금을 주면되지 않습니까? 왜 남에 회사에 들어가서 자기들 돈을 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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