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도 모르면서 한국 학교에 왔어?’

이주민센터친구의 눈으로 본 ‘이주배경 학생’

신혜영 | 기사입력 2026/03/19 [09:39]

‘한국어도 모르면서 한국 학교에 왔어?’

이주민센터친구의 눈으로 본 ‘이주배경 학생’

신혜영 | 입력 : 2026/03/19 [09:39]

두근두근,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새 학기 풍경

 

한국에서 3월은 봄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새 학기를 맞는 수많은 학생들은 새로움과 설렘, 긴장, 그리고 약간의 걱정 속에서 등교를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주배경 청소년’(본인이나 부모가 외국 출신이거나 한국으로 이주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하면서, 나에게 3월의 첫 일과가 시작되는 날은 조금 특별하다. 출근길에 오늘이 등교일일 아이들을 떠올리며 응원과 격려의 문자를 보내고, 아이들이 하교하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은 아이들이 처음 경험하는 한국 학교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우리 센터가 시끌시끌하다. 내가 일하는 ‘서울시 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는 2022년 서울시가 설립하고,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가 2025년 4월부터 위탁 운영하는 ‘중도입국 청소년’(외국에서 태어나서 성장하다가 청소년기에 한국으로 이주한 9세부터 24세의 청소년) 지원 기관이다.

 

▲ 내가 일하는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는 ‘중도입국 청소년’ 지원기관이다. 중도입국 청소년이란,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청소년기에 한국으로 이주한 9세부터 24세의 청소년을 칭한다. 센터에서 청소년들이 동아리 활동으로 춤을 연습하는 장면. (사진-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제공)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학교라는 공간, 같은 반 친구들, 담임 선생님, 낯선 한국 학교 문화, 교과서까지 이야기할 것도 많고 챙겨야 할 것들도 많다. 번역기의 도움 덕분에 예전보다 가정통신문을 들고 찾아오는 아이들이 줄어들었지만, 정작 확인해야 할 가정통신문의 양은 오히려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요?’ 눈물로 시작된 옥이의 대학생활

 

올해 대학에 입학한 옥이(가명, 베트남 출신, 여)가 개학 이틀째부터 센터에 오겠다고 연락했다. 아침 수업이 끝나고 공강이 한두 시간밖에 없는데도 센터에 들르겠다고 했다. 옥이는 센터에 오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한국말은 다 알아듣겠는데… 교수님이 내주는 과제, 시험, 발표… 내가 할 수 있을까요? 저걸 어떻게 해야 하지? 할 수 없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서워요.”

 

센터의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위로하고, 각자의 방법을 이야기했지만, 말을 할수록 옥이는 더 울기만 했다. 지금 어떤 위로가 옥이의 귀에 들어갈까 싶었다. 그렇게 울다가 결국 오후 수업은 들어가지 못했고,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학교로 돌아갔다.

 

“한국어도 모르면서 왜 학교에 온 거야?”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민이(가명, 중국 출신, 여)는 개학 3일째에 센터에 와서 눈물을 쏟았다. 둘째 날까지만 해도 “어렵지만 괜찮아요.”라고 말했던 아이였다. 그런데 센터를 왔다 갔다 하더니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유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다가, 조금 진정된 뒤에야 며칠 동안 학교에서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듣고 나는 지민이를 위로하기보다 오히려 혼냈다. 4년 전 지민이가 겪었던 일이 떠올랐고, 또다시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할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지민이는 4년 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고 싶다며 연락해 왔다. 대안학교에서 같은 나라 출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선생님이 제대로 대응해 주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센터에서 중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를 준비해 2년만에 합격했고, 상담을 거쳐 결국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했다.

 

고등학교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민이와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지민이는 또래보다 두 살 많은 나이로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만큼, 이번에 다시 포기하면 원하는 대학에 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다. 학교에 외국 학생이 없더라도, 한국어가 어렵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말자는 다짐도 했다.

 

지민이가 겪은 일은 이랬다.

둘째 날 영어 수업 시간, 한국어 설명이 어려웠던 지민이는 손을 들고 말했다.

“선생님, 제가 한국어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그 순간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웃었다.

다음 날 컴퓨터 시간에도 같은 말을 했는데, 그때 웃었던 학생들이 이렇게 말했다.

“한국어도 모르면서 왜 (한국) 학교에 온 거야? 중국에서나 학교 다니지.”

 

지민이는 이 일을 담임 선생님에게 이야기했지만, 교실로 올라가라는 말만 들었다. 지민이는 4년 전처럼, 이 선생님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했다. 지민이는 결국 조퇴를 하려고 담임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고, 다음 날에는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학교를 하루 쉬고 싶다고 또 문자를 보냈다.

 

담임 선생님은 “도와줄 테니 잘 이겨내 보자”는 답장을 보냈다. 센터 선생님들과 언니들도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해 주었다.

 

▲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모습. (사진-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제공)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우리 지역에, 학교에, 일터에 있다!

 

옥이와 지민이의 사례를 통해서 눈물로 시작되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새 학기 풍경을 소개하게 되었지만, 사실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이런 상황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상당수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단기간 한국어를 배우고 일반 학교에 들어가기 때문에, 3월의 상황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래서 3월의 우리 센터는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다.

 

내가 일하는 ‘서울시 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학교 편입학을 준비하고, 진로를 고민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작년 한 해 동안 5백여 명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센터를 다녀갔다. 일부는 학교에 진학했고, 일부는 일터로 향했으며, 또 일부는 여전히 센터에 남아 있다.

 

센터가 위치한 서울 서남권은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지역이어서, 이주배경 학생이 밀집된 학교가 많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교육현장의 선생님들을 만나면 서로 나눌 이야기가 많다. 시간이 갈수록 학교와 센터가 따로 일을 하기보다 함께 연대해야 할 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난해 남부교육지원청과 함께 ‘찾아가는 이중언어 집단상담’을 진행했다. 학교를 방문하며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과 교사들의 고민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청소년’이 아니라 ‘외국인’이 되는 순간

 

늘 안타깝게 느끼는 지점이 있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이지만, 어떤 중요한 순간에는 ‘청소년’이 아니라 단지 ‘외국인’으로 취급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원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제도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생긴다.

 

학교 선생님들은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교 밖에 있는 것보다는 학교 안에 있어야 그나마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정상황, 행정절차, 서류 준비 등의 문제로 학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청소년들도 있다.

 

센터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중도입국 청소년들과 이들의 부모님들이 찾아온다. 주변 이야기를 듣고 일단 자녀를 한국으로 데려왔지만, 이후의 과정은 학교나 센터가 알아서 해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역할이 뒤바뀐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 이주배경 청소년 대상 특강 진행 장면. 작년 한 해 동안 우리 센터에 5백여 명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다녀갔다. 이주배경 청소년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성인으로 자립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진-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제공)


청소년기에 이주를 하면, 언어도 마음대로 소통되지 않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게 여러 어려움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성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주배경 청소년이 한국 사회에서 성인으로 자립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중도입국 청소년 가운데 적지 않은 동포 학생들은 동포 비자를 가지고 있어 체류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체류자격과 별개로 언어, 인적 네트워크, 정보 등 삶의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본국에서 품고 왔던 꿈과 점점 멀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미 한국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

 

최근 많은 지자체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유학생 유치 정책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여러 연구에서도 인구 감소의 대안 가운데 하나로 ‘이주배경 청년’ 지원 정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정책과 지원을 살펴보면, 유학생 지원에 비해 이주배경 청년에 대한 지원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어린 시절 한국에 와서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며 성장한 이주배경 청소년들 가운데 상당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보다 대학 진학이나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유학생 유치 정책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성장하고 있는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들 역시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다. 이들이 ‘이주배경’ 이전에 ‘청소년’으로서 마땅히 보호받고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건강한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신혜영. 2006년 미등록 이주아동 한국어 자원교사로 활동을 시작하며, 지금까지 이주배경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과 한국사회 적응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 산하의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에서 이주배경청소년을 만나고 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베리 2026/04/01 [14:10] 수정 | 삭제
  • 아무리 한류가 세계적으로 유행이라지만 막상 외국인들은 한국 문화를 알게 되면 다양성에 대한 이해부족을 지적한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진짜 부족한 부분이죠.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에 정착하려고 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게 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거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어야 합니다. 배외주의가 판을 치게 내버려두면 안 되는데 소수의 사람들만 힘겹게 일하고 계신 것 같아 안타깝네요....
  • ㅇㅇ 2026/03/29 [20:49] 수정 | 삭제
  • 외국 국적 가진 아이들에게 친절하지는 못할망정 색안경 끼고 보지 좀 말자. 너무 어리석고 폭력적이라구..
  • 두드림 2026/03/19 [17:08] 수정 | 삭제
  • 내가 과외했던 친구가 딱 고등학교 입학할 나이에 캐나다에 갔는데, 영어도 잘 못하고 학교 수업 따라가는 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선생님들과 반 학생들이 너무 친절하게 도와주고 신경을 많이 써줘서 한국에서보다 잘 지내다가 옴. 나중에 그 얘기를 듣고서 진짜 느끼는 바가 컸음.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