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BJ에게 ‘양지로 나오지 말라’는 비난은 부당해”

〈여성 BJ를 둘러싼 페미니즘의 시선과 질문들〉 집담회 개최

박주연 | 기사입력 2026/06/28 [18:31]

“여성 BJ에게 ‘양지로 나오지 말라’는 비난은 부당해”

〈여성 BJ를 둘러싼 페미니즘의 시선과 질문들〉 집담회 개최

박주연 | 입력 : 2026/06/28 [18:31]

최근 화장품 회사와 협업한 여성 인터넷 방송인(BJ)을 향해 쏟아진 거센 비난과 그로 인한 모델 기용 취소 사태가 있었다. 이른바 ‘음지’에 있어야 할 존재가 ‘양지’로 나온다는 인식에 따른 반발 때문이었다.

 

이에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양지’에 나올 자격 판단의 기준을 거부한다. 바꿔 말해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과 그로 인한 차별과 혐오에 반대한다.”며 성적 위계에 따라 여성의 ‘급’을 나누고 배제하는 통념에 반대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확장하기 위해 지난 18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5명의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여성 BJ를 둘러싼 페미니즘의 시선과 질문들〉을 주제로 집담회를 진행했다. 발제자들은 여성 BJ를 둘러싼 혐오의 본질과 이를 소비하는 거대한 산업 구조, 그리고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연대의 방향에 대해 각자 의견을 밝혔다.

 

▲ 2026년 6월 18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 홀에서 〈집담회: 여성 BJ를 둘러싼 페미니즘의 시선과 질문들〉이 열렸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신성연이,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나나,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신지영,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산, 한국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 은수 활동가가 패널로 참여했다. (제공: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남성 수요와 자본과 구조 대신, 여성 개인에게 쏠리는 비난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성매매 여성, 유흥업소 여성, AV 배우, 그리고 벗방 BJ 등을 ‘음지’의 존재로 간주해 왔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신지영 활동가는 “이런 논쟁은 항상 여성 개인한테만 집중이 된다. 하지만 정작 그 산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남성들의 수요, 플랫폼 자본, 남성들의 소비 문화는 질문 받지도, 비난의 중심에도 놓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정작 남성 소비자들에게 여성이 양지에 있는지 음지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광고 속 여성의 몸, 아이돌의 섹슈얼리티, 벗방과 포르노,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몸을 광범위하게 소비하며 클릭과 조회수, 수익을 만들어낼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은수 활동가는 여성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자원으로 수익을 얻는 행위를 비난하기에 앞서, “정작 이 구조에서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엑셀 방송’이다. “여성 BJ들의 실시간 순위가 엑셀 표처럼 뜨며 경쟁을 유도하는 이 방송에서, 여성 BJ들은 끊임없이 다른 여성으로 대체되는 상품에 불과하다. 반면, 이들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남성들 간의 위계를 형성하는 호스트(사장)는 대체되지 않으며, 연간 수백억 원의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산 활동가는 유튜버 김계란이 기획한 걸밴드 ‘QWER’의 사례를 언급하며, “남성 타깃의 콘텐츠를 제작하던 여성 크리에이터들의 이른바 ‘나락’과 ‘음지’ 이미지는 남성 기획자에 의해 철저히 셀링 포인트로 설계된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착취적인 성산업 구조를 ‘양지화’하여 이윤을 얻는 실제 행위자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대중의 비난은 철저히 여성 BJ 당사자의 몸이라는 경유지에만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 〈집담회: 여성 BJ를 둘러싼 페미니즘의 시선과 질문들〉 현장 모습 중 (제공: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완벽한 피해자’에 대한 강요

 

이번 사태에서 특히 뼈아픈 지점은, 여성 BJ를 향한 비난과 폭력이 때때로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한사성 신상연이 활동가는 “온라인 공간에서 페미니스트를 ‘여성 인권의 수호자’로, 스스로 성적 대상화가 되는 여성 BJ를 ‘사이버 창녀’이자 ‘여성 인권의 적’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구도”가 형성되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폭력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성적 대상화되지 않을 권리’가 강력한 구호로 떠올랐으나, 이것이 개인의 의지와 실천 문제로 환원되면서, 신체를 드러내는 여성들은 사회적 안전을 위협하는 유해한 존재로 낙인 찍히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우회 은수 활동가는 이러한 낙인이 “(가부장제 사회가 고안한) ‘창녀혐오 서사’를 경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여성 BJ 중에서도 강압적인 환경 속에서 비자발적으로 일을 시작했음을 증명해 내는 ‘진짜 피해자’만이 인권의 영역에서 다뤄질 자격을 얻는” 현실을 꼬집었다.

 

“여성 BJ가 자발적으로 ‘벗방’을 했는지 안 했는지가 피해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나? 오히려 진짜와 가짜를 나누며 진정성을 따져 묻는 말들은, (여성 BJ가) 방송 중에 겪은 불쾌하고 불편하고 부당한 상황을 ‘폭력’이나 ‘피해’로 인지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 내가 방송을 하겠다고 자발적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성적 대상화되는 것을 ‘선택’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일종의 거래행위에 ‘합의’했기 때문에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피해자다움’과 끊임없이 충돌하게 된다. 이들에게 사회적 통념에 부합하게 말할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가려지는 것은 결국 무엇일까?”

 

이러한 현상은 반성폭력 운동이 오랫동안 맞서 싸워온 ‘강간 신화’와 정확히 일치한다. 산 활동가는 “보호받아 마땅한 ‘완전무결한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여성을 구분하는 통념은 성폭력 발생의 구조적 배경을 은폐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특정 범주 외의 여성을 몰아내면 정상 여성들의 사회가 안전해질 것이라는 분리주의적 믿음, 배제의 감각을 깨기 위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장지에 가려진 여성들의 노동 경험을 들여다봐야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나나 활동가는 “법적으로 허용된 시장인 벗방 산업의 생태계에 대해 우리가 여전히 무지하다”고 말했다. 특히 “플랫폼 기업들이 화면에 ‘불법 유출 금지’ 문구를 띄우고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불법 성착취물 유포 사이트에 대한 강력한 제재나 근본적 대응은 회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선 많은 관심이 쏠리지 않는다.”는 점을 짚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해 이득을 보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플랫폼 자본의 전략은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거대한 산업 네트워크 속에서 “구조와 자본은 추상적인 존재로 숨어버리고, 대중의 분노와 처벌의 대상은 오직 화면 전면에 나선 여성 당사자에게만 집중”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신상연이 활동가는 섣부른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고, “여성 BJ들이 처한 사회구조적 맥락과 감정 노동의 현실을 진지하게 탐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들이 어떤 이유로 이 산업에 진입하게 되었고, 시청자와 플랫폼의 압박 속에서 어떻게 타협하고 있는지 등 다양한 얼굴과 구체적인 경험을 들여다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이를 지우지 않는 연대가 필요하다

 

집담회에 참여한 활동가들은 입모아 특정 여성 개인을 ‘음지’로 영구 추방하는 방식으로는 이 거대한 폭력의 고리를 결코 끊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지영 활동가는 “오랫동안 여성운동이 ‘성매매하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해 왔다면, 이제는 여기에 더해 ‘소비되지 않을 권리’, 나아가 ‘성적 도구화되지 않을 권리’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여성이 끊임없이 잘 팔리는 상품이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강요하는 사회, 그리고 그렇게 소비된 여성을 다시 ‘정상성’의 기준에 미달한다며 추방하는 이 기만적인 구조 자체”를 직면하고, 이를 문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성들 간의 동질감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차이와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은수 활동가는 “페미니즘은 공정과 불공정의 감각으로 파이를 다투는 능력주의가 아니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른 취약한 이들과 어떻게 더 촘촘히 연결될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26년 4월 23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성명]-‘양지’와 ‘음지’라는 구분을 거부한다. - 인터넷 방송 BJ 여성의 광고 모델 기용 취소 및 사이버몹에 부쳐-를 공개했다.


다음은 지난 4월 23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발표한 성명서 “‘양지’와 ‘음지’라는 구분을 거부한다” 내용 중의 일부이다.

 

“어떤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혐오다. 존재하는 자를 없는 셈 치는 것, 존재하지 않기를 요구하는 것, 사회에 끼워 주지 않고 자리를 만들어 주지 않는 것은 혐오다. ‘음지’에서 살아가는 존재는 정상성 복귀를 강요받는 한편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양지’에서 계속 배제된다. 페미니즘 운동에서 그런 ‘양지’는 해방이 아니다. 정상 여성만의 ‘양지’는 해방일 수 없다. 스스로 성적 대상화되는 여성을 ‘행위자’로서 비난하고 사회에 있을 자리를 박탈하는 것은 유구한 폭력일 뿐이다. 문란하고 난잡하다고, 유해하다고 손가락질하는 낙인을 해체하자. 우리는 손가락질 끝에 놓인 존재의 손을 잡고 볕으로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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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정숙 2026/07/02 [13:44] 수정 | 삭제
  • 벗는 여자, 몸 파는 여자, 그런 여자... 걸러내는 혐오가 결국 성폭력에서 모든 여자들을 괴롭히는 피해자성 있냐 없냐의 문제와 맞닿아있다는 걸 언제쯤 알게 될까요.
  • ㅇㅇ 2026/07/01 [19:38] 수정 | 삭제
  • 일본 여고생들 선망 직업중 하나가 화류계여성이 된게 다 그 벗어서 돈버는 여자들이 공중파에도 나오고 몸팔아 주목받고는 다른 연예계로 진츨해 성공하는 사례가 빈번하니 그렇게 된겁니다 페미니즘이란 이름으로 여성인권에 똥끼얹지 마세요 지금 시대에 할게 벗방밖에 없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벗는 여자가 있나요? ㅋ 보통 정상적인 정신머리 여자면 벗방할 수 있으면 그 힘으로 다른 일을 합니다 80년대에나 억지로 몸팔고 보호받아야 할 여성들이 있었지 지금의 벗방비제이는 지가 좋아서 몸팔고 여성집단을 물화하는데 앞장서는 여성인권에 악의 축밖에 안되는 애들입니다 쓰레기죠 그냥
  • 초코 2026/07/01 [14:08] 수정 | 삭제
  • 살다 보면- 어렵게 고군분투하며 일하며 살다 보면- 양지/음지라는 게 그게 그런 경계가 딱 있는 게 아닙니다. 범죄자도 아닌데 왜 여성을 욕하죠?
  • 벗방꺼져 2026/07/01 [13:23] 수정 | 삭제
  • 비제이 뭐 벗방 그래 하고싶은다로 하든가 말든가. 여성을 성적대상화시키고 나 이렇게 돈잘버니까 너도와서 벗어 하는게 정상인가요?? 쟤네들이 아 나는 여성을 상품화하고 있었구나 반성하고 정당하게 어렵게 힘들게 돈버는 여성으로 돌아올거냐구요. 성실하게 살아가는사람이랑 동일시 하지마세요. 벗어서 돈벌어놓고 그외 웹상의 여자들이 전부 그 피해를 보고있습니다.
  • 위즈 2026/06/29 [09:05] 수정 | 삭제
  • 혐오와 차별과 싸우는 일은 항상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라라 2026/06/28 [21:33] 수정 | 삭제
  • 깊은 고민들을 나눈 집담회를 공들여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동감 2026/06/28 [20:55] 수정 | 삭제
  • 이 시대에 아직도 그런 성녀 창녀가 어딨어. 여혐 하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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