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임금격차, ‘임금 형평성’에 대해 문제 제기해야

뉴질랜드와 이탈리아 노동운동이 보여준 해법과 과제

박주연 | 기사입력 2026/07/02 [13:44]

성별 임금격차, ‘임금 형평성’에 대해 문제 제기해야

뉴질랜드와 이탈리아 노동운동이 보여준 해법과 과제

박주연 | 입력 : 2026/07/02 [13:44]

한국 노동시장의 성별 임금격차는 단순한 통계의 불명예를 넘어 ‘사회 정의의 결핍’을 드러내는 심각한 지표다.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약 30%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포함된 1992년부터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더불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5년 성격차 지수(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148개국 중 101위, 성평등 수준이 100위권 밖이다.

 

한국은 남녀의 고용평등을 목적으로 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고, 이에 따라 성별에 따른 채용 또는 노동 조건에서의 차별이나 불이익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효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이 법이 ‘300인 이상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민간기업만을 대상으로 하여 매우 협소’하며,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기업의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 전부’라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힌다.

 

그렇다면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에 어떠한 전략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국제포럼을 열었다. 지난 6월 24일, 서울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노동조합의 교섭전략 국제포럼〉에선 이탈리아, 뉴질랜드, 일본, 독일, 한국에서의 이야기가 오고 갔다. 포럼에서는 ‘성평등’이 선언적 구호를 넘어, 임금체계의 실질적 재편과 노동조합의 전략적 교섭권을 통해 쟁취해야 할 생존의 과제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 기사에서는 이탈리아와 뉴질랜드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가 참고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을 정리했다.

 

▲ 2026년 6월 24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노동조합의 교섭전략 국제포럼-성평등으로 교섭하라〉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후원으로 열렸다. 뉴질랜드노동조합총연맹의 멜리사 안셀브리지스 사무총장은 요양보호사 크리스틴 바틀렛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설명했다. 크리스틴은 같은 일을 하는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돌봄노동 자체가 ‘여성의 일’로 간주되어 구조적으로 저평가되었다고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 소송은 성별 임금격차 문제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아니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중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일다


‘동일노동 동일임금’만으로는 안 돼: 뉴질랜드의 임금 형평성 투쟁

여성 노동의 ‘구조적 차별’에 맞서 소송 제기한 요양보호사 

 

1972년부터 「동일임금법」(Equal Pay Act)이 시행된 뉴질랜드의 사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에서 나아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질랜드노동조합총연맹의 멜리사 안셀브리지스 사무총장은 뉴질랜드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세우고 발전시켜나간 역사를 설명하였다. 먼저 “뉴질랜드는 1890년대 여성 참정권 운동 시기부터 ‘임금평등’을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논의해 왔다.”고 했다. 이후 1972년 ‘동일임금법’이 제정되면서 남성과 여성이 ‘동일한 직무’를 수행할 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제화했다. 멜리사 사무총장은 “이 법 덕분에 단기간에 여성의 임금이 남성 대비 70%에서 79% 수준으로 뛰어오르는 성과가 있었으나, 여성이 지배적인 직종 자체가 구조적으로 저평가받는 문제에 대해서는 본질적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진정한 변화는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뒤, 요양보호사 크리스틴 바틀렛과 노조가 고용주인 테라노바 홈스 앤드 케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크리스틴은 노인요양시설 돌봄노동자로 노인 돌봄 부문에서 20년 넘게 일했다. 하지만 그녀는 시간당 13.50달러라는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크리스틴과 노조는 “돌봄노동이 ‘여성의 일’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되어 왔다고 주장하며 청구를 제기”했다. “주장의 핵심은 그녀가 같은 일을 하는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성별에 기반한 구조적 저평가로 인해 직종 전체가 저임금에 놓여있다는 것”이었다.

 

고용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 테라노바 측이 항소했지만 항소법원 또한 판결을 유지했다. 법원은 ‘주로 또는 전적으로 여성이 수행하는 업무에 대한 여성의 동일임금은 남성이 같은 일을 한다면 받게 될 임금을 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하며, 이때 기술·책임·근무조건·노력의 정도는 물론, 현재적·역사적·구조적 성차별에서 비롯된 일체의 구조적 저평가를 배제하고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을 바탕으로 ‘2015년 임금 형평성 원칙에 관한 공동작업단’(노·사·정 협의체)이 설치되었고, 2017년 돌봄·지원 노동자 합의가 이뤄졌다. “노인 돌봄, 재가 지원, 장애인 지원 분야의 약 5만5천 명의 노동자가 15%~50%에 이르는 임금 인상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멜리사 사무총장은 사실 임금 인상이 아니라 “원래 받아야 했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임금을 정상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2020년 7월, 동일임금 개정법(Equal Pay Amendment Act 2020)이 의회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11월 6일 발효되었다. 이를 통해 “2023년 7월, 당시 뉴질랜드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 ‘테 파투 오라’에 고용된 3만 명이 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역사적인 임금형평성 합의에 표결했다. 일부 간호사는 소급 임금과 조정분으로 최대 2만8천 달러(한화 약 2,400만원)에 이르는 일시금을 수령”했다. 이후에도 2025년 초까지 14건의 합의가 완료되었으며, “그 합의는 17만 명이 넘는 노동자를 포괄했으며, 평균 30~40%의 임금 시정이 이뤄지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탈리아의 역설’: 차별금지법도 있고 단체교섭률도 높은데, 성평등은 왜?

직무·승진·돌봄 책임·시간제 노동…단순히 기본급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탈리아 노총(CGIL) 전문직 노조의 페데리카 코기 위원장은 “이탈리아 또한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법에선 동일임금 원칙을 형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성별 임금격차는 단지 낮은 임금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것은 “경력 경로, 직무 분류 체계, 재량적 임금, 의사결정 직위에 대한 접근, 돌봄 책임, 시간제 노동, 불안정 노동, 그리고 투명성의 부재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이탈리아 노총(CGIL) 전문직 노조의 페데리카 코기 위원장이 성별 임금 평등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다


페데리카 코기 위원장은 “이탈리아는 90% 이상의 높은 단체교섭 적용률과 강력한 차별금지법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 지수(Gender Gap Index)에서 85~87위권에 머무는 낮은 순위를 기록하는 ‘이탈리아의 역설’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2021년 임금평등법 제162호가 만들어짐에 따라, “남녀 노동자 현황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기업의 기준을 기존 100인 이상에서 50인 이상 규모로 확대”했고, “이 보고서에 채용, 직무 분류, 교육, 승진, 급여, 고용계약, 일·가정 양립 등 세부적인 정보를 포함시키도록 하는 변화”가 만들어졌다. 더불어 “국가 주도의 ‘성평등 인증 제도’를 도입하여 성평등 문제를 기업 정책과 공공 논의, 공공 조달 기준의 영역으로 끌어올렸으며, 기업들이 내부의 성평등 현황을 측정하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생겼다.

 

그러나 페데리카 코기 위원장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짚었다. “인증제는 기업이 실질적인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단지 대중적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공공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으며, 인증 과정에서 노동조합 등 노동자 대표가 구조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기업의 ‘자체 평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집계된 데이터가 너무 포괄적(통합적)으로 제공되어, 구체적으로 어느 지점(채용, 직무 분류, 보너스, 승진 등)에서 불평등이 발생하는지 노조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도 지적했다.

 

한편, 2023년 5월에 공식 발효된 EU(유럽연합) ‘임금 투명성’ 입법 지침은 “임금 차별이 개인의 법적 소송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을 보였다. 또 “공동 임금평가,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원칙, 객관적이고 성중립적인 기준 사용을 의무화하여 불평등 시정을 위한 틀을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EU 지침을 국내법으로 전환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고 페데리카 코기 위원장은 말했다. 이탈리아의 이해 법령은 “가사노동자, 간헐적 노동자, 경제적으로 종속된 자영업자 등 불평등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계층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고, “EU 지침은 임금을 폭넓게 정의하여 변동 급여를 포함하도록 했으나, 이탈리아 법령은 ‘개인적 재량에 따른 보상’이나 ‘일시적 수당’을 임금 투명성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한계를 드러냈다.

 

‘보이지 않는 임금’을 드러내야 한다: 단체교섭으로 불평등 바로잡아야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 노조는 그럼 무엇을 하고 있을까? 코기 위원장은 이탈리아는 단체교섭 적용률이 90%에 달하지만, 성별 임금격차가 여전히 공고한 이유를 “기본급이 아닌 ‘보이지 않는 임금’”으로 꼽으며,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성별 임금격차가 명시적인 ‘기본급’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겉보기에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다양한 임금체계와 노동 환경 이면에 교묘하게 은폐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탈리아 노총(CGIL) 전문직 노조의 페데리카 코기 위원장이 효과적인 ‘임금 투명성’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다


“이탈리아 노조(CGIL)는 특히 고숙련 직종이나 관리직으로 갈수록 성별 임금격차가 기본급이 아닌 보너스, 성과급, 재량적 수당, 현물 급여, 그리고 단체협약으로 정해진 최저 기준 위에 추가로 지급되는 급여 등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불어 보이지 않는 격차는 비자발적 시간제 노동,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 직종 분리 등 구조적인 요인에 크게 기인한다. 여성들은 돌봄 책임 등으로 인해 근로 시간이 짧은 직종에 집중되거나 경력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출근율이나 성과에 연동된 보너스 시스템에서 여성이 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만든다.”

 

코기 위원장은 “과거의 낡은 산업 모델에 맞춰진 직무평가 시스템 속에서 여성이 주로 수행하는 감정노동, 돌봄, 소통, 관계적 기술 등의 가치가 저평가되면서, 개인의 임금 인상률이나 진급 과정에 격차가 은폐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노동조합은 성별 임금격차가 바로 그 보너스와 수당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기본급뿐만 아니라 모든 변동 급여와 개인 수당을 포함한 ‘총수입’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명하게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단체교섭을 통해서만 숨겨진 불평등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코기 위원장은 “불평등이 확인되면 반드시 노동조합이 개입하여 시정조치를 이끌어내는 단체교섭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좋은 법이 문을 열어줄 수는 있지만 그 문을 통과하는 것은 단체교섭이어야 한다”며, “임금이 단순히 눈에 보이게 되는 것을 넘어, 노사 간에 교섭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이 주로 수행하여 저평가되어 온 돌봄, 소통, 감정노동, 관계적 기술 등의 가치를 명시적으로 인식하고 정당하게 평가하는 ‘성중립적 직무평가’ 제도의 도입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자신의 노동 가치를 깨달은 여성 노동자들은 물러서지 않는다

 

한편, 뉴질랜드는 임금 형평성 면에서 선진적인 변화를 만들어냈지만, 그렇게 쌓아올린 제도와 시스템이 정권의 변화로 격변을 맞이했다. 우파연합 정부가 들어선 이후 2025년 5월 6일, 정부가 ‘긴급절차’를 통해 1972년 「동일임금법」에 중대한 변경을 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멜리사 사무총장은 “진행 중이던 34건의 임금형평성 청구가 아무런 협의 없이 하룻밤 사이에 취소되었고, 새로운 청구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이 제한되어, 사실상 여성 집중 직종의 수천 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임금형평성 청구를 할 수 없게 됐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 지난 5월 26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의 여성노동단체들이 2026년 제10차 여성비정규직임금차별타파주간 기자회견 “여성비정규직 낮은 임금, 구조적 차별을 멈춰라!”를 열었다. 참가자들이 ‘일제강점기의 일본 남성 노동자 대비 조선 여성 노동자의 임금’과 ‘현재 한국의 남성 정규직 노동자 대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격차를 비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노동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이고, 인권법 위반 소송 및 UN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제소 등 맹렬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멜리사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직무평가 과정에서 자신이 하는 일의 진정한 가치를 깨달은 여성노동자들은 과거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 가장 강력한 투쟁의 주체로 변모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짚었다.

 

노동조합 또한 임금형평성 청구를 포기 않았다. 멜리사 사무총장은 “뉴질랜드간호사조직은 새로운 기준을 넘어서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2건의 임금형평성 청구를 밀고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뉴질랜드 사회의 노력과 변화를 돌아보며, 다음과 같은 교훈을 한국 사회에 전했다.

 

“첫 번째 교훈은 ‘조직된 힘’의 필요성이다. 법전에 좋은 법률을 두는 것도 필요하지만, 충분하진 않다. 그 성과를 지켜낼 노동조합과 노동자 운동의 조직된 힘이 없다면 그 성과는 언제든 뺏길 수 있다.

두 번째 교훈은 ‘진보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거다. 오늘 어떤 권리가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이 내일도 존재하리라고 그 누구도 단정해서 안 된다.

세 번째 교훈은 ‘개개인의 이야기의 중요성’이다. 요양보호사 크리스틴 바틀렛의 사례는 한 나라 전체의 법적 지형을 바꿨다. 정책 토론과 기술적 논변만으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목소리를 내는 간호사, 돌봄노동자, 교사 보조원, 사회복지사 등의 목소리를 듣고, 그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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