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의류업계도 ‘페어플레이’하라

<올림픽 페어플레이 보고서> 여성노동착취 고발

강진영 | 기사입력 2004/08/15 [21:38]

스포츠 의류업계도 ‘페어플레이’하라

<올림픽 페어플레이 보고서> 여성노동착취 고발

강진영 | 입력 : 2004/08/15 [21:38]

13일 아테네 올림픽이 개막했다. 이번 올림픽은 거의 1세기 만에 근대올림픽의 탄생지인 그리스 아테네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올림픽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의 화려한 볼거리와 기록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다. 스포츠웨어 업체들의 노동착취가 그것.

‘보다 빠르게, 보다 오래’ 일하라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푸마, 필라, 아식스, 미즈노, 로또, 카파, 움브로 등의 대규모 스포츠웨어 업체들은 주로 제3세계 여성들을 고용해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합당한 대우를 하지 않고 있다. Oxfam, Clean Clothes Campaign, Global Unions가 공동으로 제작한 <올림픽 페어플레이 보고서>(Play Fair at Olympics)는 올림픽 정신과 헌장의 구절에 위배되는 주요 스포츠웨어 기업들의 사업관행을 고발하고 있다.

새사회연대에서 우리말로 번역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제3세계의 하청으로 생산되는 스포츠웨어의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일하고 있지만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 단체교섭을 할 권리 등을 인정 받지 못해 착취와 학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장치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림픽은 스포츠의류 업계로서는 엄청난 특수다. 업계 측은 올림픽을 통해 마케팅에 성공하고, 높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노동력을 착취하기 급급하다. 노동자들은 비수기에도 일주일에 6일, 많으면 하루에 16시간까지 봉제 일을 하고 있으며 야간근무, 초과근무가 강제로 부과된다. ‘보다 빠르게, 보다 오래’ 일하도록 해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싸게’ 생산품을 공급하려는 기업들의 영리 때문이다.

“아침 8시부터 정오까지 일하면 점심시간이 됩니다. 점심 먹고 1시부터 5시까지 일하죠. 5시 반부터 시작되는 야근은 매일 같이 해야 합니다. 성수기에는 새벽 2시~3시까지 일합니다. 항상 2교대로 일해야 합니다. 정말 지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기본급이 너무 낮아서 우리는 초과근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쉬고 싶어도 사장은 강제로 일을 시킵니다.” (태국의 S의류공장에서 퓨마 제품을 재봉하는 판씨, 22세)

부당노동행위, 성폭력 등 인권침해 다반사

“우리 감독관은 더 빨리, 정확하게, 목표치를 채우라고 요구합니다. 제 목표량은 시간당 바지 120벌입니다. 그 대가로 1.25달러에서 1.50달러 정도 법니다. 보통 근무 일에 저는 960벌을 꿰맵니다. 이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월 5달러의 성과급이 깎입니다. 저는 목표를 채우기 위해 화장실 가는 것도 참았습니다. 근무시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생산카드에 감독관의 도장을 받아야만 합니다.” (아디다스 제품을 재봉하는 캄보디아의 미라씨, 25세)

이들은 대부분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일을 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부당한 처우에 대해 제대로 항의조차 할 수 없다. 계약서가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우리 나라도 그렇듯이, 고용주들은 산전후 휴가, 건강보험, 해직수당 등을 주지 않기 위해 노동자들을 계속 임시직으로만 고용한다.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학대와 모욕, 폭력도 심각하다. 특히 여성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수시로 성희롱과 성폭력에 노출된다.

“공장에서 예쁜 소녀들은 항상 남성 관리자들에게 폭행을 당합니다. 그들은 소녀들에게 다가와서 사무실로 불러내서는, 귀에 대고 속삭이고, 허리와 팔, 목, 엉덩이, 가슴을 만지고 소녀들에게 돈을 쥐어주고는 섹스를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위협합니다.” (필라, 퓨마, 나이키, 아디다스 등에 납품하는 인도네시아 D 공장 노동자들)

각국 NGO들 “노동착취 기업 배제하라” 요구

여러 NGO들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인해 몇몇 스포츠의류 업계들의 경우, 지금까지의 경영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 변화는 미미한 실정이다. 보고서는 기업의 전체적인 경영 시스템 판매 방식이 혁신되고, 각종 스포츠관련 협회와 기구가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는 이상 스포츠의류 업계의 노동착취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인권, 사회, 노동단체들도 12일 ‘스포츠의류업계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경기에 임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그 선수들의 복장을 생산하는 스포츠웨어 산업은 노동착취를 통한 저비용 경쟁을 중단하고, 공정한 경쟁으로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한올림픽위원회(대한체육회)와 각 스포츠 협회에게 휘장 사업체 및 스폰서 선정과정에서 노동권 및 노동조합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기업들을 배제하고, 노동조합 권리를 존중한다는 '기업윤리헌장(codes of conduct)' 또는 '서약서'의 제출을 의무화할 것을 촉구했다.

스포츠 의류업계의 노동착취는 비단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 즈음해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축구공 제작을 위해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지 고발된 바 있었다. 올림픽이 인간존중과 ‘하나되는 세계’를 모토로 하는 만큼,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스포츠의류 업계의 노동착취 현실을 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페어플레이’ 정신이 스포츠의 기본이라면, 스포츠의류 업체들도 이제는 ‘페어플레이’에 입각한 기업윤리를 실천해나가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 페어플레이 캠페인 사이트: www.fairolympic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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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 2004/08/18 [23:29] 수정 | 삭제
  • 아.. 무엇보다 정말 마음 상하는 것은, 비치 발리볼 경기장에서, 밝은 주황색 비키니를 아슬아슬하게 입은 18세에서 28세 사이의 쭉쭉빵빵 스페니시 여성들이 음악에 맞춰 현란한 춤을 추며 분위기를 업시키는 겁니다.
    남자들은 매우 좋아하더군요.
    하지만, 여성 비치 발리볼 선수 중 한명은, '우리가 운동할 때 입는 복장인데, 그 복장을 한 여성들이 춤을 추고, 단지 남성들의 시선을 즐겁게 하는 일을 하다니, 이는 우리 여성 비치 발리볼 선수들을 비하시키는 행위다' 라고 말했답니다.
  • 휘트니 2004/08/16 [16:56] 수정 | 삭제
  • 전에 보니까 아테네에서 이주노동자들과 노숙인들을 청소했다는 보고도 있던데요.
    스포츠 의류업계의 노동착취 문제도 정말 심각한 것 같네요.
    메달 수 세고 경기 즐기는 것만 아니라 그 이면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봤음 합니다.
  • Betty 2004/08/16 [09:45] 수정 | 삭제
  • 스포츠는 돈지랄 같아서.. 특히나 올림픽은 원래 아마츄어리즘을 살려야 하는 것인데 국가까지 개입해서 온갖 문제들이 발생하는 장이 되어버렸죠... IOC도 심각하게 느끼지 않을까요? 올림픽 폐지론도 이미 제기되고 있을 거라고 봐요. 너무 장사속이 아니냐, 순기능을 잘 못하고 있고, 역기능이 많이 생기고 있다... 거기에 스포츠 의류업계의 노동착취 문제까지 여기에 또 지적이 되고 있으니 이미지상의 문제라고 생각하더라도 대책을 마련하려는 고심도 하겠죠. 무엇보다 이런 지적을 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 같아요..
  • 꿈의택배 2004/08/16 [01:30] 수정 | 삭제
  • 전국이 축구의 물결에 휘말렸을 때, 축구공을 만드는 어린이들의 노동력 착취에 관한 글을 읽고, 마음이 무척 아팠었습니다. 월드컵의 열기를 같이 느낄 수가 없게 되었죠.

    올림픽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영세업, 공장에서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노동착취는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우리의 60년대, 70년대 기억을 되살려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올림픽 정신이란 게 남아있는가, 그렇다면 스포츠 관련업계도 페어플레이하라, 아니라면 올림픽은 정신이 사라졌으므로 폐지해라, 이런 주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