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통제와 인권침해 사이

‘정신과시설에서의 인권문제 개선 방안’ 논의

김윤은미 | 기사입력 2004/12/06 [00:16]

정신질환자, 통제와 인권침해 사이

‘정신과시설에서의 인권문제 개선 방안’ 논의

김윤은미 | 입력 : 2004/12/06 [00:16]
한국의 정신질환자의 수는 정신장애자와 알코올리즘 환자를 합쳐서 대략 500만 정도로 추산된다. 그 중에서 정신병 환자만을 추산하면 약 50만 정도로 인구의 1% 내외를 차지한다. 그러나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아직도 낮다. 그들은 격리, 수용되어야 할 존재일 뿐 약물 및 재활 치료를 통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사람들로 고려되지 않는다. 사회적인 관심과 공공 정책에서 배제된 가운데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11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신과시설에서의 인권문제 개선 방안 모색’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정신과 관련 시설의 상태의 대략적인 점검 및 정신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인권침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형식적인 입원퇴원, 약물요법에만 의지, 통신권 제한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현명호 교수는 정신과 관련시설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 교수는 “20세기 중반 이후 향정신성 약물의 개발 및 전반적인 치료계획의 변화를 통해 정신병원 전체를 치료 공동체로 보려고 하는 관점이 대두되었으며 한국 또한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정신보건법이 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질적 기반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과 시설 관련 제도의 경우 정신질환자의 입, 퇴원 과정이 형식적인 절차를 밟을 뿐 환자와 보호자와의 상호 이해에 필요한 면담 등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 행위에서도 상당부분 약물요법에만 의지할 뿐 심리사회적 치료에 필요한 각종 사회기술훈련 및 재활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입원 중이거나 입소한 정신질환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통제를 받는데, 외부와의 전화통화가 주 1회 정도 허용되며 외부로 보내는 편지 또한 의료진들의 검열을 거쳐야 한다. 시설 관계자들은 이러한 통신권에 대한 통제가 의료목적상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나 현 교수는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신과 관련 시설은 낡고 훼손된 것이 많았으며 편의시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서 면회실이나 운동장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또한 과도하게 CCTV가 설치되어 정신질환자가 내복을 갈아입을 때 노출을 피할 장소도 없을 정도인 경우도 있다. 독립병실이 부족하여 한 공간에 약 40-50명까지 수용된 경우도 있었는데, 넓은 공간에서 증상이 각각 다른 환자들이 모여 있으면 정신질환의 증상 악화, 빈번한 폭력, ‘왕따’ 발생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신질환자 인권신장 위해 국가역할 필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동우 박사는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에 필요한 몇 가지 과제들을 제시했다. 서 박사는 “1980년대 이후 정신의학이 발전하여 이제는 적절한 치료여부에 따라 사회적 필요에 의해 제한된 기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충분한 환자가 많아지고 있으며, 정신분열병, 조울정신병 등의 정신질환자도 상태에 따라 의사결정능력이나 위험성이 결정된다”고 밝혔다.

인권 보호에 필요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입원시설은 원칙적으로 개방적인 환경에서 운영되어야 하며, 환자의 자살이나 타해 등의 가능성을 고려해 환자의 상태가 개방적인 환경에서 생활 가능한가를 따지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이 더 필요하다. 사실 환자의 자살 혹은 타해의 안전사고는 정신질환자의 상태 때문에 일정수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간 법원의 판례는 기관의 책임을 무겁게 물었으며 보다 엄격한 환자관리를 주문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환자에 대한 통제가 강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서 박사는 “정신질환자의 인권 신장을 위해서는 환자의 안전사고에 대해 시설뿐만이 아니라 국가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입, 퇴원 과정에서도 환자의 자유의사가 존중되어야 한다. 현 제도 하에서는 퇴원 이후 환자의 안전사고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무연고자의 퇴원이 매우 어렵게 되어있다. 이는 가족에게 환자를 떠넘기는 현 복지실태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연고자의 의사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시와 군, 구 차원에서 많은 단기입소시설과 정신보건센터인력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시설에 대한 엄격한 평가 및 결과 발표, 기관 종사자의 인권교육, 건강보험대상자에 비해 그 서비스가 부족한 의료급여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 해소 등이 요구된다.

정신질환자들은 그 질병의 특성상 일정부분 통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치료를 통해 극복 가능한 하나의 질병이다. 지금처럼 정신과 시설이 열악하고 그들의 의사가 제대로 존중되지 않을 경우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통제와 인권침해 사이의 적정 수준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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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룸 2004/12/06 [13:22] 수정 | 삭제
  • 정신질환자가 정도에 따라 많이 다른 것 같다.
    어떤 집 얘기 들어보면 도저히 감금해두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도 있는데 그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그게 애매한 문제같다.
    병원은 전문기관이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알지 않을까 하면서도 어쩌면 무심하게 환자들을 그저 조용히만 시키고 안 보이게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어떤 치료들이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지 그런 기준이 있다면 좋겠다.
  • ONE 2004/12/06 [01:48] 수정 | 삭제
  • 감옥과 정신병원을 가보면 된다고 했다.
    종교시설에서조차 정신질환자를 감금을 하고 방치를 하는데 오죽할까 싶다.
    이제 이런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달라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