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없는 ‘안전보장’

일본 평화운동가 나카무라 테츠의 메시지

김혜옥 | 기사입력 2005/09/19 [23:15]

무기 없는 ‘안전보장’

일본 평화운동가 나카무라 테츠의 메시지

김혜옥 | 입력 : 2005/09/19 [23:15]
일본평화학회 2005년도 춘계연구대회에서 20여 년 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 부근에서 의료활동을 해 온 나카무라 테츠씨의 글이 발표됐다. 자신의 활동을 토대로 일본의 자위대 파병과, 평화헌법 개정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평화의 글'이다.

현재 한국은 이라크 자이툰 부대의 파병을 연장하기 위해 700여명의 추가병력을 모집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나카무라씨의 일본 평화헌법개정 움직임에 대한 일갈은 일본 사회뿐 아니라 이라크에 파병하고 있는 한국 사회도 귀담아 들어야 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다음은 나카무라 테츠씨의 글 전문이다.

자위대 파병, 화근을 남기는 일

20년간, 일본을 외부에서 봐왔던 사람으로서, (평화는) 평화주의 등의 이념적인 것은 차치하고 헌법9조가 있는 덕분에 현실적으로 지켜져 왔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풍요로운 나라가 되면 될수록 이익을 좇아 전쟁이라는 수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은 헌법 9조가 있는 한 그렇게 해오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페샤와루회(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 지역 의료봉사 의사회)가 활동하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사람들은, 스위스처럼 일본 또한 평화로운 나라, 아름다운 나라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러한 현지에서의 일본에 대한 감정으로 우리들의 활동은 이뤄졌고, 생명을 구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일본인이 아니었다면 죽임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고, 그 의미에서 우리는 헌법에 감사하고 있다. 일본의 헌법은 대외적 분쟁해결의 수단으로서 군사력을 갖는 것을 금지해왔던 것이다. 그것은 일본인이 느끼는 이상으로 국제적인 의미를 갖는다. 일본인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일본 헌법이 현실성을 갖고 존재해 왔던 것을 이 자리를 빌어서 전하고 싶다.

그러나 자위대의 해외파견이 시작된 이후, 현지 사람들로부터 “일본은 변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듣게 되었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파병에 반대하지만, 정치지도자가……”라는 괴로운 변명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일감정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면서 이제부터 10년, 20년 앞으로 일본은 확실히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는 예감이 내 안에서 크게 자리잡고 있다.

나는 활동을 통해 많은 난민과 민중의 죽음을 눈 앞에서 봐왔다. 더욱이 제2차 세계대전에 있어서 일본인 병사만으로도 200만인, 주변 여러 나라도 포함하면 수 천만인의 희생자를 내왔던 것을 생각하면 전쟁터로 자위대를 보내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평화헌법 개정은 ‘어리석은 현실론’

“헌법이 국제적인 현황에 맞지 않는다”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국제적 현실과 무관한 장소에 파병을 결정한 그 사람들이야 말로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다. 그 현실인식은 거의 만화적(허구적)이기까지 하다.

헌법론(헌법개정안을 뜻함)은, 경찰예비대가 창설되었던 1950년대부터였다. 현실론, 이상론, 여러 가지 있지만, 전쟁을 그리고 전후 피비린내 나는 시대를 살아 온 세대에게는, “헌법에 의해서 일본은 평화를 유지해 왔다”는 실감이 강하다. 미국에 의해 강제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전쟁을 체험한 사람들의 “전쟁만은 안 된다”는 생각이 집약 되어 만들어진 것이 현재의 헌법9조가 아닐까?

그러나 그 세대의 사람들이 줄어들고, “이제 전쟁은 싫어”라는 생각이 희박해 지고 있다. 전쟁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 전쟁을 게임적으로 밖에 모르는 사람들, 즉 인간이 살고 죽은 것을 타인의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결과, 갑자기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는 현상은 대단히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 헌법개정 논의는, 현실을 모르는 “평화 모르는 망령 든(멍청이) 사람의 현실론”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자위대 파병은 사고가 얕은 선택이다.

도대체 일본 정치가는, 지금까지 평화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개헌을 논할 것이 아니라 우선 평화를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가가 해야 할 사명의 첫 번째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는 성실한 외교교섭도 하지 않고, ‘대테러 전쟁’이라고 부르짖으며, 소위 일미동맹을 전제로 하는 ‘국익’만을 우선시 해 왔다. 긴 안목으로 보면, 이것은 화근을 남기는 길이다라고 생각한다.

평화라는 이념 자체는 그것을 주창하는 것만으로는 위태로운 것이지만, 일본은 전쟁체험을 통해 평화를 지키고자 노력해왔던 현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평화헌법의 의의가 있는 것이다.

무기를 갖지 않는 ‘용기’

다시 말하지만, 헌법9조에 상징된 “국제분쟁 해결수단으로서 군사력 포기”는 밖에서 보자면, 현실적인 힘인 것이다. 그것이 일본에 대한 친일감정과 신뢰도의 원천이다라는 것을 강조해 놓고 싶다. 근데 그 헌법을 비현실적으로 공상적인 이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덧붙이는 것은 일종의 기만이며, 그것이 일본 국내에서 설득력을 가지게 될수록 극히 위험한 것이다.

자위대를 파병해서라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 바탕에 있는 것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으면 일본은 살아가지 못한다는 조작된 고정관념. 그것을 노골적으로 말하면,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면 다소의 사람을 죽여도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이다. 그와 같은 분위기가 국민에게 태어나고 있는 것을 느끼며, 두려워지는 것이 있다.

요컨대 군사력으로 사람을 지킬 수 없다. 이것이 이 20년간, 어떠한 위험지역에 있어도 몸을 지키기 위한 무기를 일체 갖지 않고서 활동해 온 나의 지론이다. 무기를 갖지 않는 것은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몸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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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토 2005/09/21 [21:24] 수정 | 삭제
  • 일본의 우경화는 한반도와 전 아시아를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에 바로 영향을 받는 한국에서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에서 자위대 파병에 대한 경고가 와닿네요.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주둔도 화근을 남기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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