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참전군인이 겪은 전쟁의 상처

5~10% PTSD로 정상적 생활 불가능

윤정은 | 기사입력 2005/10/11 [03:08]

베트남 참전군인이 겪은 전쟁의 상처

5~10% PTSD로 정상적 생활 불가능

윤정은 | 입력 : 2005/10/11 [03:08]
지난 7일,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주최로 ‘베트남전쟁과 한국사회’ 첫 번째 심포지엄 “정신의학자가 본 전쟁의 상처”가 열렸다. 정혜신 박사(정신과 전문의)는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베트남 참전군인들은 전투에서 무용담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반대세력에 대해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 극단적인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곤 했다”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 베트남 참전군인들은 한국에서 “빨갱이”를 비롯한 색깔론이 고개를 들 때마다 전쟁이라도 치르듯 분노를 표했고, 진보진영에서는 미국의 용병으로 참전한 전쟁에 대해 부끄러운 역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실이 사회적으로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보수-진보 간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번 자리는 그와는 달리, 베트남 참전군인들이 겪는 상처를 통해 전쟁의 실체를 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베트남 전쟁을 비롯한 근대사를 남한 내에서 좌우 대립 구도를 넘어서 전쟁의 실체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했다는 점이 뜻 깊었다고 할 수 있다.

정혜신 박사는 이 자리에서 “인간을 기준으로 전쟁비용을 계산한다면 전쟁이 남긴 정신적 상흔이 가장 비싼 비용”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베트남 참전군인들이 겪는 고엽제 후유증에 대해 알려진 바는 있으나, 이들이 겪었던 정신적 상처에 대해서는 접근이 없었다. 2000년에 보고된 보훈병원의 자료에 의하면 베트남전 참전군인의 5~10%가 PTSD(충격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군인들의 가족들이 겪는 상상을 초월한 고통까지 감안한다면 우리 사회에 남긴 정신적 후유증이 꽤 깊은 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재명(분쟁지역 전문기자)씨에 의해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은 21세기 가상의 전쟁에 나설 예비전사들을 만들기 위해 “이 시간에도 전쟁 예행연습을 하고” 있단다. 미 국방부에 의해서 “컴퓨터 모의전투 프로그램을 통해서 미국 청소년들이 전쟁과 폭력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국의 군대’(America’s Army)는 이 프로그램은 게임 상에서 로봇병사의 거친 숨소리가 실제상황인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며, 올해 7월쯤 선보일 ‘전방위 전사’(Full Spectrum Warrior)는 두 그룹의 미 경보병 부대가 중동의 한 도시에서 적과 시가전을 벌이는 내용이라 한다.

전쟁은 국가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허구적인 논리에서 비롯되며 국가권력에 의해 끊임없이 조장되고 있다. 전쟁에 의해 희생당하는 민간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참전하는 군인들 또한 바로 이러한 국익론의 희생양이다.

1967년에 베트남전에 백마부대 병장으로 참전했던 김진희씨는 “내가 과연 평화를 위해 싸웠다는 자랑스러운 명예를 가슴에 달 수 있을까?”라며 베트남전을 회고하고 있다. 국가가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았던 많은 베트남 민간인들과 참전 후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간성이 파괴 당한 상태였는데도 지난 35년간 “히스테리, 꾀병, 간질 등의 진단”들을 받아온 PTSD 환자. 이제 국가가 이들의 울음과 고통에 대해 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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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딸기 2005/10/12 [00:47] 수정 | 삭제
  • 정확한 진단만 적시에 했어도 이들에게는 한결 나았겠죠. 이상행동 진단체계도..심리학 사회복지 의학등에 일정치 않고...관점마다 애꿏은 사람 얼토당토 않은 레벨붙여놓고.. 치료자 중심..너무 조악해요. 이들에겐 직접적인 전쟁 외상이... 시대를 같이 겪은 사람들에게도 공동체적 외상이 남는다는 것 참 슬프고요. 요즘 사람들한테는 이라크전 상처가 아물지 않잖아요. 참전군인과 비교할수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