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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7자 한국일보는 <엄마의 부재가 성범죄 낳는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기획취재’로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은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유기준 의원(한나라당)과 함께 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이 개별 보관해온 연쇄.흉악.아동 대상 성범죄자 212명의 관련 자료를 입수해 분석”하였으며 “이들 중 41%가 부모의 이혼 등에 따른 모성결핍성 범죄자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모성결핍성 범죄? 이상한 신조어의 등장 기사는 처음부터 ‘모성결핍성 범죄’라는 이상한 신조어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고 있지 않다. 취재팀은 212명을 대상으로 한 1차 분석 결과에 대해 “부모의 이혼과 가출 등으로 편부(편모)나 계모(계부) 밑에서 자란 성범죄자는 41%(86명)였다”며 “우리나라 전체 가구(2002년 기준 1,431만 가구) 가운데 결손가정이 6.8%(96만7,000가구)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성범죄자 중 결손가정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41%)은 상당히 높은 것”이라고 적고 있다. “엄마의 부재가 성범죄 낳는다”는 제목을 내세우고 있지만 “편모”, “계모”도 ‘모성결핍성’의 범주에 넣고 있다. 스스로 ‘모성결핍’이라고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자들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한부모 가족과 재혼을 통해 맺어진 가족을 “결손가정”이라고 지칭하고 있는 것은 범죄의 원인을 단지 “문제 가정”에서 찾겠다는 노골적 의도를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결손가정”은 “모성이 결핍되었다”고 자의적으로 판단 내리고 있다. 또한 “결손가정”이 아닌 범죄자의 비율도 여전히 59%에 이르는데 이 기사는 “결손가정”에서만 성범죄의 원인을 찾고 있다. 그럼 59%의 사람들은 뭐란 말인가. 59%의 사람들이 성범죄를 일으킨 원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분석의 비약도 문제지만, 한부모 가족과 재혼가족을 범죄를 일으키는 ‘문제군’으로 보고 있는 부분은 심각한 차별적 시선을 드러내고 있다. 부성의 부재는 문제삼지 않아 비약과 자의적 유추는 이어진 기사 <"어머니가 싫다…여자에 복수하고 싶다">의 연쇄성폭력범 9명의 심층면접 조사결과로 넘어가면 더욱 심각해진다. 취재팀은 “수법이 흉악하거나 상습 성폭행을 일삼은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성장이력을 별도로 심층 조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최근 검거된 연쇄 성폭행범의 이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모성 결핍의 경험”이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범죄 분석팀이 최근 1년간 발생한 연쇄 성폭행 사건 피의자들의 가정환경과 심리 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다” 덧붙이고 있다. 그러나 기사에서 표로 제시한 분석결과를 보면 설득력 없는 말이라는 것을 누가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분석대상 9명 중 성장이력에 “모친”의 “학대”, “무관심”, “강압적 태도”가 문제된 경우는 세 명이다. 또한 “종교에 심취한 아버지의 학대, 모친 온화했으나 부친 학대를 막지 못함(사례 5번)”, “안정적인 가정환경에서 성장(사례 7번)”같은 경우도 보인다. 무엇보다 이 기사는 “아버지의 부재”는 문제 삼고 있지 않다. 어린이의 올바른 성장에 “보살핌”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보살핌=모성”인 것은 아니다. 만약 보살핌의 결핍을 문제 삼는 것이라면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사는 오로지 ‘모성의 결핍’만을 문제삼고 있다. 여성에 대한 증오가 면죄부 될 수 있나 앞서 <“엄마의 부재가 성범죄 낳는다”> 기사에서는 “엄마 없이 자란 A씨의 상실감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다. A의 상실감은 여성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고”와 같은 소설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상실감이 여성에 대한 분노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엄마 없이 자란 A씨가 상실감을 느끼고 그 상실감이 여성에 대한 분노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그 상실감이 바로 여성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바로 연결되진 않는다. 아버지로부터 학대 받은 딸들도 많은데 그 여성들이 남성들을 대상으로 연쇄살인/폭력을 저지른 예는 거의 없다. 이 기사가 터무니 없음을 넘어 무서운 기사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기사는 논리의 비약과 비약을 거듭해 “엄마 없이 자란 A씨의 상실감”은 무엇으로 채울 수 없었고, 곧바로 여성에 대한 분노로 바뀌어 “성범죄를 낳았다”라는 명제로 연결된다. 기사는 성범죄론을 새로 쓴 셈이다. 어떻게 성범죄가 일어나는가 성범죄유발론에 대해 새로운 주장을 하는데, 그 논리적 근거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모성이 결핍되면 성범죄자가 된다’는 명제를 쉽게 도출한다. 이 기사가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보다 “여성을 분노를 표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 구조와 이유”에 대해 전혀 성찰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단적으로 말해, 성폭력의 원인을 사회구조적인 불평등이나 차별 문제를 간과한 채 개인의 결핍이나 가족사에서 찾는 낙인론에 근거하고 있고, 또 성폭력이 어쨌거나 여성들에게서 유발된다는 의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또, 이 기사가 가지는 진짜 문제는 모성을 신화화하는 모성이데올로기에 편승하여 성폭력범죄를 설명함으로써 성폭력 가해자를 양산하는 진짜 원인을 어물쩡 넘기게 된다는 것이다. 성폭력 가해자가 양산되는 것은 어린이.장애인.여성 등 약한 사람들이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기 쉬운 취약한 사회문화적인 구조와 함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고, 피해자에게 불리한 허술한 법 체계 때문이다. 이런 사회 구조와 법적 체계에 대해서 관련 전문가들과 법조계가 같은 목소리로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약자에 대한 범죄의 속성 이해해야 <엄마의 부재가 성범죄 낳는다>는 기사는 “과거에는 경제적 결핍 등에 따른 우발적 성범죄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 가정 붕괴에 따른 모성 결핍성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라는 국과수 과장의 멘트를 넣어 기사에 신뢰도를 더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범죄심리를 다루는 사람들조차도 성폭력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뿐이다. “경제적 결핍에서 온 우발적 성범죄”라는 것이 무엇인가. 가난하면 성폭력을 하게 된다는 말인가? ‘우발적’인 성범죄라는 건 또 뭔가? ‘가정붕괴에 따른 모성결핍성 범죄의 급증’이라는 것도 납득할 만한 근거가 제시된 것은 하나도 없다. 범죄심리를 다룬다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나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한 네티즌은 이 기사에 대해 “국회의원 최연희도 엄마가 없어서 성추행을 했다는 거냐?”며 기가 찬다는 의견을 남겼다. 무엇보다 이 기획기사들은 ‘열등감’, ‘소심함’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약자(어린이, 여성 등)를 통해 해소하는 성폭력 범죄자들의 심리적 특성에 대해 적고 있으면서도 모든 문제를 ‘모성’의 탓으로만 몰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노골적인 악의’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이다. <“어머니가 싫다…여자에 복수하고 싶다”> 제하의 기사에는 한 성폭력 범죄자의 끔찍한 발언이 인용됐다. “한번은 출근을 앞둔 여자 회사원 4명이 한집에 있었다. 칼을 뽑아 드는 것만으로 모든 제압이 끝났다. 나도 놀랐다. 칼 하나에 여자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 4~5평 공간의 왕이 된 느낌이었다.” 범죄를 부추기는 게 아닌가 싶은 위험한 말까지 인용하면서도, 이 끔찍한 발언을 해독하면서도 성폭력이 “약자에 대한 범죄”가 아니라 “모성 결핍 탓” 운운한다는 것은 폭력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신체적,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이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차별의식과 관련이 있다는 건 상식이다. 수많은 성폭력이 신고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면, 자신보다 육체적으로 힘이 약한 불특정한 다수인 “여자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범죄자의 자기합리화에 면죄부를 주는 기사는 쉽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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