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기록한 평택”

조약골 4집 음반 <평화가 무엇이냐>

윤정은 | 기사입력 2007/02/23 [01:42]

“노래로 기록한 평택”

조약골 4집 음반 <평화가 무엇이냐>

윤정은 | 입력 : 2007/02/23 [01:42]
글, 사진, 영상, 그림 등 다양한 기록매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음악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미치지 못했던 것은 상상력이 부족했던 탓일 게다. 지난 1년간의 ‘평택 미군기지확장 반대투쟁’을 노래로 기록한 의미있는 앨범이 나왔다. “평화가 무엇이냐”는 제목의 이 앨범은 조약골의 4번째 음반이다.

씨디 한 장 한 장 수작업으로 만든다는 조약골씨 또한 이 음반의 특징에 대해 “황새울 지킴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음반으로 음악으로 표현한 평택평화항쟁의 소중하고 생생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수록된 노래 중 첫 곡인 “평화가 무엇이냐”는 평택에 들어가 주민들과 함께 살면서 투쟁을 해온 ‘평택지킴이들’이 모두 함께 불렀다. 타이틀곡인만큼 ‘평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몇 번이고 다시 듣는데도 진한 감동이 배어나온다. 평택지킴이들 한 사람 한 사람 목소리가 그대로 귀에 와서 박힌다.

그러나 합창은 각자의 목소리가 튀지 않고, 화음으로 어우러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노래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거기서 묘한 감동이 인다. 개인이 집단에 묻혀 하나의 소리로 통일되지도, 갇히지도 않는 것. 각자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 거기에 평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평화스럽게 들린다.

작업 당시의 속내를 들어보면 처음에는 의도되지 않은 것이었는데, 나중에는 어느 정도 의도된 것이기도 한 모양이다. 이 노래를 녹음하고 난 뒤 적은 일기에서 조약골은 “사람들 목소리가 다 제각각인데, 이게 도무지 하나로 합쳐지질 않는다. 그러다가, 평화란 그저 다른 목소리들이 이렇게 은근하게 튀면서 왁자지껄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갉아먹지 않고, 공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대로 내버려두기로 했다”고 적고 있다.

노래와 함께 지킴이들은 그간의 평택의 생활과 삶을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고통스럽고, 슬프고, 폭력 앞에 분노하던 시간들, 그리고 그 속에서도 그들이 가졌던 희망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지나간 일들과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는 매체로서,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너무 좋으니까 들어와서 있었는데, 내가 단지 사람들을 좋아해서 와있다는 것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너무 큰 폭력이나 고통 같은 것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은 거야. (중략) 여기서 사는 게 너무 좋아. 그 반면에 그동안 썼던 일기를 봤는데, 내가 여기서 너무 아파했더라고. 이런 폭력들을 견딜 수 없었던 거야. 너무 잦은 폭력이 있어왔잖아.” (더 좋은 세상이 올 거라고 믿는 사람들 -넝쿨)

음반엔 총 25개의 트랙이 들어갔고, 수록시간이 79분 59초다. “씨디 한 장에 최대로 넣을 수 있는 음악은 80분 미만인데, 딱 1초를 남기고 다 채운 셈”이라고 한다. 주위에서 평택지킴이들의 증언을 되도록이면 길게 넣지 말라는 충고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넣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그대로 실었다고.

조약골씨는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힘든 투쟁을 해나가고 있는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은 내가 부른 노래만큼이나 중요한 것들이어서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고 했다.

대부분의 곡들은 평택지킴이들과 쓴 글에 조약골씨가 곡을 붙였다. 이 노래들에는 주민들과 함께 지키고 싶었던 대추리, 도두리 너른 들판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대추리에 왜 사는지” 그들은 그 이유를 우리에게 노래로 들려준다. 노래를 듣는 동안 내내 우리에게 대추리가 어떤 의미였는지 목소리와 노래로 다시금 깨우쳐주고 있는 이 앨범에 대해 수없이 고맙다고 되뇌일 수밖에 없다.

또, 이 앨범은 지난 평택에서 자행된 국가 폭력을 고스란히 몸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주민들과 평화인권활동가들, 그리고 부지부식간에 거대한 폭력이 자행되는 현실에 노출되었던 현실을 껴안으며 우리 모두를 위로하기도 한다. 지킴이들은 마을 안에서 고립된 채 당하는 폭력 앞에서 많이 아팠지만 “괜찮다”며 “또 한걸음 내딛자”고 노래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평택지킴이들은 계속 평택에 살 것이라고 한다. 이들에게 이제 고향처럼 되어버렸다는 그 곳. 대추리, 도두리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나는 치르야. 여기는 대추리. (여기에 산 지) 1년 됐어. 주민들이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시는데, 내가 꼭 옆에서 많은 힘은 되진 않겠지만 내가 힘이 되고 싶고, 주민들 곁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 이 공간이 놀랍고,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정말 70대, 8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아왔던 젊은이들과 이곳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면서 살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서로가 변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이랬던 것 같애.” (대추리, 도두리는 아무도 지지 않았습니다 -치르)

음반은 5천원이며, 문의는 이메일(dopehead@jinbo.net)과 전화(02.6406.0040)로 할 수 있다. 평택과 서울 지역은 조약골씨가 자전거를 타고 직접배달하기도 한다. 음반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dopehead.net)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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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ulture 2007/02/26 [13:04] 수정 | 삭제
  • 대추리.도두리..
    음악을통해서그의미를알수있다는것에위로가됩니다.
  • 2007/02/23 [11:16] 수정 | 삭제
  • 각자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공존하는 것...
    귀한 음반이네요
  • 2007/02/23 [04:09] 수정 | 삭제
  • 와,.,읽는데 왜 눈물이 흐를까요..꼭 씨디를 사서 들어야겠어요,,
  • 즐겁네 2007/02/23 [02:07] 수정 | 삭제
  • 애국자가 없는 세상 가사가 가슴에 참 울려 퍼지더군요.
    이번 음반에는 없지만, 국적을 넘어서 라는 곡도 사운드가 참 즐거워요 CD표지 디자인도 예뻐요.
    평택과 서울지역을 자전거로 배달하신다니,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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