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양동규님은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정책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제주시청 앞에서는 매일 저녁 ‘평화백배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종교계 인사,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모여 백배를 올리고 있다. 제주 주민들이 평화행동에 돌입하게 된 것은 ‘해군기지 건설’ 문제 때문이다. 지금 제주도는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야기된 갈등이 최고조로 달해 있다. 특히, 해군기지 건설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3개 마을을 중심으로 갈등이 극한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지역갈등 ‘평화의 섬’ 제주도에 해군 기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 처음 거론된 것은 2002년 5월이다. 당시 해군 함상토론회 자리에서 외교안보 연구원으로 있는 이서향 교수가 제주도에 전략기동함대 건설을 제안했고, 같은 해 6월 해양수산부 연안항 기본계획(안)에 여객.일반화물 부두로 계획됐던 화순항 북서쪽이 보안 항구로 변경되면서,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본격화 되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거센 도내 여론이 밀려 ‘화순항 문제를 전면 재검토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얼마 후 중앙항만정책심의회에서 ‘화순항 해군부두 건설계획 유보’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락 지어졌다. 그러다 2005년 4월, 제주해군기지추진기획단이 구성되고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발표하면서 또 다시 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지역 사회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2002년 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제주 사회에 처음 거론됐을 때는 기지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보다 우세했다. 특히 해당 지역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해군기지 건설 문제가 다시 거론된 2005년에는 상황이 많이 변해 있었다. 군 기지 면적을 포함한 기지 규모는 2002년보다 더 거대해졌는데, 반대 여론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해군 “기지 건설로 제주도 경제 살린다” 주장 해군은 2005년 기지 건설을 다시 추진하면서 해군기지건설 홍보자료를 대량으로 제작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배포했다. 2002년 당시 주민들이 제기한 반대 논리를 일일이 반박했고, 또 해군기지 건설이 제주 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것이라고 선전했다. 해군기지는 건설 공사만 8천억 원 규모여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 또 기지운영 예산이 연간 약 2천5백억 원으로, 남제주군 연간 예산 규모에 맞먹는다고 강조했다. 해군은 엄청난 예산 규모를 들이대며 도내 경제 활성화 논리를 폈다. 해군의 선전전은 반대 여론을 찬성으로 돌리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인다. 2005년 해군기지 문제가 재차 거론될 당시, 건설 후보지는 안덕면 화순리 지역 한 곳이었다. 그러다 경제 논리가 전해지면서 후보 지역이 3곳으로 늘었고, 더구나 몇일 전에는 마을 한 곳이 마을총회를 거쳐 해군기지 건설 유치 신청을 밝힌 상태다. 그것도 그 지역의 일부 유지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돼 말썽이다. 지역 유지들이 유치 신청을 하게 된 이유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계속적으로 힘들어지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해군기지라도 유치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해군의 잘못된 선전논리,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경제불황. 이 두 가지가 맞물려 지역 주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지역경제 논리에서 희생되는 것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삶이다. 해군기지가 건설된다면, 바다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의 터전에서 내쫓기게 될 것이다. 지난 4월 19일, 제주도청 앞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도민대회'에 지역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위미1리 한미생씨는 “15살 때부터 물질 배웠고,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우리는 바다만 믿고 살았다. 우리 해녀들은 바다 없으면 못 산다. 우리는 해군기지 계획이 철회되는 그날까지 목숨 걸고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논리로 ‘평화의 문제’ 해결될 수 없다 5년째 이어져 온 해군기지 건설 논란은 현재 최고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 제주도정이 이 문제를 오는 5월까지 어떻게든 가부를 결정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를 결정하기 위한 방식 자체은 도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제주도 내 30개 시민사회단체는 공동으로 ‘제주도 군사기지반대 도민대책위’를 구성하고 활동하고 있다. 기지건설과 관련한 찬반 단체들이 모여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 이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제주도정이 중심이 되는 논의의 장을 만들었고, 이 협의체에서 6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2번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도민들에게 다양한 정보제공을 하기 위한 노력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돌연 제주도정이 일방적으로 기지건설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이 로드맵이란 것이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관심과 인지도 등에 상관없이 불특정 도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기지건설 찬반 여부를 묻고 이를 토대로 정책적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지건설로 인한 직접적 피해를 입게 되는 지역주민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 동안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또는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의 삶과 주민 안보가 위협받는 경험을 숱하게 해왔다. 2005년 1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날이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후에는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며 제주도에 갈등을 불러왔다. 해군은 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측과 함께 ‘평화의 섬을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된다’고 주장한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는 제주도가 기지 건설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배경에는 ‘4.3 항쟁’이라는 아픈 과거를 딛고 한반도 평화정착과 평화체제에 기여하기 위한 ‘평화지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깔려 있다. 해군기지 문제가 경제 논리로, 또 힘의 논리로 거론되어서는 ‘평화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제주도와 국방부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제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힘든 역경을 이겨내며 살아온 제주 해녀들의 목소리를, 해군기지를 통한 경제효과보다는 수십년, 수백년 된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며 살고 싶다는 그들의 염원을 꼭 들어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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