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서 "외국 군사기지 철수하라"

反기지 네트워크, 에콰도르서 첫 회의

다카사토 스즈요 | 기사입력 2007/05/14 [15:43]

세계 각국서 "외국 군사기지 철수하라"

反기지 네트워크, 에콰도르서 첫 회의

다카사토 스즈요 | 입력 : 2007/05/14 [15:43]

[세계 각지에서 미군기지 철수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남미 에콰도르에 모여 ‘외국 군사기지 철수 네트워크’ 첫 회의를 열었다. 이 기사는 필자 다카사토 스즈요씨가 일본의 여성언론 <페민>에 보고한 내용이다. 다카사토 스즈요씨는 전 나하시 의회 의원이며, 오키나와 ‘기지와 군대에 반대, 행동하는 여성들의 모임’ 일원으로 이 회의에 참가했다. -편집자 주]



외국주둔 기지가 전쟁을 일으킨다

지난 3월 5일부터 9일까지 에콰도르 공화국의 수도 키토에서는 41개 국가와 지역에서 약 400명의 사람들이 모여 ‘외국 군사기지 철수 국제 네트워크’ 회의를 개최했다.

2004년 인도
뭄바이에서 개최된 ‘세계사회포럼’의 분과위원회에서 세계 反기지 네트워크를 설립하자는 제안이 나온 이후, 2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거쳐 에콰도르에서 외국 군사기지 철수 네트워크 설립 총회를 열게 된 것이다.

에콰도르 코레아 대통령은 작년 11월 실시된 대선에서 “2009년 만타 미군기지 철수”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됐다. ‘만타 미군기지 철수’란 구체적으로, 미군과의 사용협정 갱신을 거부하는 것을 뜻한다. 많은 여성들과 젊은이들이 미군기지를 철수할 것을 주장하며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데 힘을 쏟았다.

이번 회의의 개회식에서는 코레아 대통령의 연설이 대독됐다. 또한 키토시 시장과 미국의 반전여성단체인 ‘코드 핑크’의 메디아 벤자민 대표 등이 발언했다. 회의에 참석한 유럽의회의 한 의원은 “다른 나라에 군사기지를 두는 행위는 전쟁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며, 외국군 기지가 들어와있는 것은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라크 공격이 가능했던 것은, 미군이 전 세계 외국 군사기지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130개국에 747개 이상(1000개 이상이라는 주장도 있다)의 기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하와이에서 회의에 참가한 카일 카지히라씨는 미국의 제국주의를 “여덟 개의 다리를 벌리고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문어”로 묘사했다.

자국 군대로 인한 문제도 간과해선 안돼

상황이 이러하니, 세계 각국에서 이를 역전시킬만한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외국 군사기지 철수를 위한 국제 네트워크가 만들어진 동기다.

필자는 회의 이튿날 <외국군 기지의 영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전체회의에서 성별(젠더) 문제를 거론했다. 이를 통해 폭력이란, 비단 외국군에 의한 폭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군사주의와 가부장제(부권주의)는 별개가 아니라, 상호보완성을 가지고 연결되어 있다.

때문에 우리는 외국군뿐 아니라, 자국의 군대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군사화와 군사력, 군사주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즉 외국군 철수만이 아닌, 모든 폭력의 철폐를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가 필요한 것이다.

디에고 가르시아, 평택, 헤노코의 투쟁…

회의에선 인도양에 떠있는 작은 섬, 디에고 가르시아에 관한 <잃어버린 나라>라는 다큐멘터리가 소개됐다. 영국령인 이 섬은 1973년, 영국과 미국의 공모로 인해 불법으로 미군 독점 기지가 됐다. 디에고 가르시아의 전체 주민 2천명은 영국 정부에 의해 강제로 이주를 당했고, 섬은 미국의 점유기지(B52 기지)가 됐다.

섬의 여성들은 강제로 이주된 모리셔스 지역에서 부당함을 호소하며 집회와 단식투쟁을 지속적으로 벌였다. 이들의 투쟁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게 됐고, 마침내 주권 회복을 요구하는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로 이어졌다. 이 엄청난 사건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면, 그대로 방치됐을 것이다.

오키나와 나고市 헤노코의 미군기지 반대운동을 다룬 <바다에 앉다-反기지 600일의 싸움> 다큐멘터리 역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공감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또한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한국 평택의 투쟁과, 기지 철수 후 오염문제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 쿠바의 관타나모 수용소 등의 영상이 상영됐다.

새로운 기지 건설 불허 등 ‘에콰도르 선언’ 채택

3월 8일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의 인권, 존엄을! 군사기지 철수, 만타를 향한 평화행동과 함께”라고 적힌 천을 대형버스 옆면에 부착하고, 7대의 버스가 키트시에서 만타까지 12시간 동안 줄지어 행진했다. 다음 날, 만타 기지 철수를 요구하며 땡볕 아래서 2시간 동안 집회를 벌인 주역은 에콰도르의 젊은이들이었다.

5일간의 논의를 거쳐 회의 마지막 날인 9일에는 ‘에콰도르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연대, 평등, 개방성과 다양성과 원칙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창설했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선언문에서는 최종 합의된 요구로 ①새로운 기지 건설 불허 ②환경오염 해결 ③주재 군인 소추 면제특권 철폐 ④기지와 군대에 의한 사회적 피해와 환경피해에 대한 복구 및 공정한 보상 등을 제기했다.

또 지역별 네트워크도 결성됐다. 오키나와, 일본, 한국, 괌, 하와이, 필리핀, 호주 등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네트워크’를 결성했다. 이들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를 목표로 각 나라와 영역에서 탈(脫)군사화, 탈(脫)식민지화를 위해 각 지역의 당면 과제를 위해 노력하고,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자고 결의했다.

[페민 제공, 고주영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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