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 항목 대폭 줄인 차별금지법 논란

학력, 성적지향, 출신국, 가족형태 등 제외돼

김영선 | 기사입력 2007/11/01 [18:30]

차별금지 항목 대폭 줄인 차별금지법 논란

학력, 성적지향, 출신국, 가족형태 등 제외돼

김영선 | 입력 : 2007/11/01 [18:30]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차별금지법(안)에서 금지대상이 되는 차별 범위 20개 항목 중 성적 지향, 학력, 가족형태 등 7개 항목이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 20개 차별금지 범위 중 7개 삭제

차별금지법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현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처음 언급되었다. 이후 2006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에 법안을 제정토록 권고하는 과정을 거쳐, 올 10월 법무부가 입법을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법무부의 입법예고용 차별금지법(안)에서는 금지대상 차별 범위를 20가지로 꼽고, 이에 따라 고용, 교육기관, 법 집행 등에서 차별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할 경우 구제조치나 손해배상 등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삭제하고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도 물린 점 등, 이 법이 실제로 차별을 금지할 수 있는지 그 실효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 왔다.

게다가 최근 차별금지법의 차별 금지 범위조차 13가지로 좁혀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사회는 “도대체 어떤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이냐”며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법무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다. 법무부 관계자는 ‘오늘은 확실한 답변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으나, 금지대상 차별 범위에서 7개 항목이 제외되는 것은 기정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삭제되는 7개 항목은 “성적 지향,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이다. 따라서 차별금지법(안)의 금지대상 차별 범위는 “성별, 장애, 나이,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출신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사회적 신분” 등 13개 영역으로 줄었다.

특정 세력의 압력에 손 든 것인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피부색은 포함시키고 출신국가는 삭제하는 것은, 국제결혼 가정의 아이들은 보호하고 국제결혼 여성들은 제외한다는 의미인가”, “출산율 저하에 대한 우려로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은 포함시키지만, 정작 이혼 재혼 동거 등 다양한 가족형태는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는 등의 비판적 지적이 흘러 나오고 있다.

“병력, 학력,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을 삭제한 것은 채용 시 차별 금지에 대해 기업의 반발을 예상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시민사회 진영은 특히 “성적 지향”과 “학력”이 차별 금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한다.

동성애, 양성애, 이성애 등을 포함하는 “성적 지향” 항목은 차별금지법(안) 입법예고 때부터 논란이 되어 왔던 부분이다.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 집단은 ‘동성애차별금지법안저지의회선교연합’을 발족했고, KBS를 비롯한 언론도 차별금지법(안) 중 “성적 지향” 항목에 대해서만 유독 찬반 투표를 붙였다.

동성애자 인권운동진영은 차별금지 항목에서 “성적 지향”을 제외한 것에 대해 “법무부가 기독교 세력의 압력에 결국 손을 든 것 아니냐”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편 ‘학벌없는사회’ 하재근 사무처장은 차별금지법(안)에서 “학력” 항목이 제외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하 사무처장은 “참여정부가 주력해왔던 것이 학벌철폐이고 인권위의 의지도 컸기 때문에 제외는 생각지도 못했다”며, “올 여름 학력 위조 사건들만 봐도 우리 사회 학벌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지 않는가. 학력 차별을 금하는 독자적인 법 제정이 필요하다 생각했는데, 차별금지법(안)에서조차 삭제되니 실망이다”라고 전했다.

인권위 ‘제외된 항목 다시 포함시켜라’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안) 7개 항목 제외에 대해 “단순히 기독교와 동성애의 싸움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고 못박았다. “수적으로 열세이고 일상적으로 차별 받는 집단이나, 대선을 앞두고 표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 생각되는 가장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을 제외시킨 것”이기에, 차별금지법(안)이 “차별을 조장하는 법”이 되어버렸다는 의견이다.

한편 정부에 법안 제정을 권고했던 국가인권위원회도 난감함을 표했다. 인권연구팀의 정영선 팀장은 7개 항목 제외 사실에 대해 “알고 있다”며, “명시적으로 넣은 항목들이 빠졌지만, 외형상 문구가 없다고 해서 법 집행 시 조사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소관부처가 인권위가 되어 실질적 적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 팀장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도 있는 항목을 차별금지법(안)에서 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법무부에 강력하게 항의해왔고, 앞으로 법제처 심사와 국회에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제외된 항목들을 다시 포함시켜라”는 것이 인권위의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성소수자 권리운동진영과 인권시민단체들 역시 공동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내일 2일,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성적 지향,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 7개 항목이 제외된다는 것이 법무부를 통해 공식 발표되면, 논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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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11/05 [10:38] 수정 | 삭제
  • 생색내기용 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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