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각국의 아내폭력 실태 보고돼

‘피해여성을 위한 네크워크 만들자’

아카이시, 카시와하라 | 기사입력 2008/01/01 [02:36]

동아시아 각국의 아내폭력 실태 보고돼

‘피해여성을 위한 네크워크 만들자’

아카이시, 카시와하라 | 입력 : 2008/01/01 [02:36]
일본 동경에서 ‘일본전국쉼터네트워크’ 주최로 11월 23~25일까지, 여성에 대한 폭력근절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은 여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혀, 폭력에 노출된 여성에게 지원 정보가 조금이라도 더 알려지도록 하자는 취지로 개최된 것이다.

중국, 몽골, 홍콩,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의 관련 NGO단체, 피해여성 지원자, 쉼터 관계자, 국회의원 등 약 2천5백 명이 참가했다. 아시아지역 각국의 여성폭력 실태와, 관계 법률제정 및 정비, 대처방법, 지원실태, 향후 과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이번 포럼은 일본의 민간기업이 출자하는'피해여성 자립을 위한 지원기금'을 통해 조성됐다. 일본 여성언론 <페민>의 아카이시 기자와 카시와하라 기자가 공동 취재한 내용을 보도한다. [편집자주]



몽골, 한국, 중국, 홍콩, 일본의 ‘아내학대’ 사례들

“10년간이나 남편에게 폭력을 당해온 30대 몽골여성은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남편의 지인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보호조치를 받을 수 없었다. 아이와 함께 직장동료 집에 숨어 있다가 쉼터로 보호를 요청했다. 남편은 잠깐 체포되었다가 금방 석방됐다. 현재, 접근금지명령을 신청 중이다. 경찰은 남편을 체포하기 위해 택시를 이용했다면서, 비용을 쉼터 측에 요구했다.” <몽골 여성폭력근절센터 발표 사례>

“29세 중국여성은 생활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고, 3번에 걸쳐 아이를 유산할 만큼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 게다가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가질 것까지 강요 당했다. 절망에 빠져 죽으려고 하던 이 여성은 상담센터의 지원을 받고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해가고 있다.” <중국 북경 메이플 여성심리상담센터 발표 사례>

“2살 난 아들을 둔 27세 홍콩여성은 중국에서 이민을 왔는데, 아이가 태어난 후로 줄곧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왔다. 쉼터로 왔지만, 이틀 뒤 남편이 무서워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다시 남편의 폭력을 피해 쉼터로 입소했다.” <홍콩 하모니하우스쉼터 발표 사례>

“15년간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해온 한 한국여성이 어느 날 철사에 묶인 채, 남편에 의해 펜치로 앞니가 빠지고 질에 병이 삽입되는 등 심각한 폭행을 당했다. 그녀가 과다출혈로 실신하자, 남편이 경찰에 자진 신고해 연행됐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이 사건을 공개해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알렸다. 피해자는 현재 다른 피해여성을 돕는 지원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발표 사례>

“30대 간호사인 일본여성은 임신 중에 복부를 차여 유산하고, 폭력적인 성행위를 강요 당했다. 또한 감시를 당하고 돈을 빼앗기는 등 15년간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다. 그녀는 남편이 강제로 입원시킨 병원에서 탈출, 보호명령을 신청한 뒤에 민간쉼터를 전전했다. 그 후 생활보호를 수급 받아 생활하며 이혼했다. 그녀는 폭력 후유증이 심각해 현재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일본 전국여성쉼터네트워크 발표 사례>

각국 NGO들은 여성폭력의 여러 사례들을 공개하고 “무엇보다 피해여성의 절규가 있었기 때문에, 이 포럼을 열 수 있었다”며, 앞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함께 여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네트워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각국의 여성폭력방지 법률과 쉼터 현황

중국의 경우 1992년 제정되고 2005년에 개정된 ‘부녀권익보장법’에 따라 가정 내 폭력을 방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고, 혼인법에도 폭력금지 조항이 규정되어 있다. 가정폭력쉼터는 중국 행정구역 13성에 500여 곳이 설치돼 운영 중이라고 한다.

몽골은 2004년 가정 내 폭력대책법을 제정해 실시하고 있다. 가해자 처벌과 퇴거명령, 피해자와 아이에 대한 접근금지명령, 가해자 교정을 위한 강제훈련 규정 등이 법안에 마련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아직 실효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이다.

한국에서 가정폭력관련 법은 1997년 제정됐으며, 현재 '가정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는 가정폭력죄로 처벌 받기보다 ‘보호처분’을 받는 일이 많다. 여성긴급전화는 24시간으로 운영되고 있고, 쉼터는 전국에 57개가 운영 중이다. 쉼터보호기간은 장기간(2년)과 단기간(6개월)으로 나뉜다.

일본은 가정폭력방지법이 2001년에 제정돼, 올해 2차 개정 시에 가해자의 협박행위만으로도 피해자는 가해자의 접근금지 등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직 가해자 처벌법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상담지원센터는 전국 178개가 있으며, 피해여성 일시 보호 건수는 2005년에만 4천438명에 달한다.

‘피해여성에게 지원의 목소리가 더 알려지길’

포럼 참가자들은 폭력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함께, ‘예방교육’도 절실한 과제로 꼽았다. 몽골에서는 학교에서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하며, 동시에 학교체벌과 가정 내 어린이 체벌을 함께 없애나가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여성운동진영은 여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대응책으로 ‘처벌규정’이 뚜렷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데이트 폭력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교환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2007년부터 일본 내각부는 데이트 폭력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한편, 대책을 논의하는 포럼 분과회의에서는 인신매매 피해자와 성폭력 피해자 지원, 법제도 정비, 예방교육, 외국 국적 어머니와 아이를 지원하는 문제, 가해자 처벌에 감시하고 개입하는 문제, 어린이 보호, 성소수자 간 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문제, 심리적 외상을 입은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문제, 폭력피해 여성의 자립지원 등에 대해 상세한 논의를 진행했다.

폭력을 겪은 여성들은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PTSD), 해리성 장애 등 정신적 손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포럼 참여자들은 민간과 공공기관, 의료기관이 연계하여 여성주의 상담을 통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각자 정신적 상황에 맞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해자 대책 분과회의에서는 여성폭력 가해자를 의무적으로 체포하고, 적절한 수위에서 처벌이 이뤄져야 하며, 그 후 보호감찰 등 감시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004년 일본의 경우, 여성폭력 상담 건수가 5만 건에 이르는데 비해, 가해자 검거건수는 1천500건에 불과해 가해자 처벌이 미흡하다고 지적됐다.

아내폭력이 일어나는 가정의 아이들은, 그 자체가 곧 아동학대를 겪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가정폭력 가정에서 아이들은 항상 긴장해있으며, 일상에서 폭력을 보고 듣거나 직접 신체적 폭력을 당하기 때문이다. 또 위협과 감금과 성적학대 등을 당하는 아이들을 위한 특별보호가 필요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포럼 참가자들은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아직도 도움 받을 정보가 없는 피해여성들에게 “지원의 목소리가 들리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폭력 근절 동아시아 국제포럼은 2008년에는 한국에서 개최된다.

[페민 제공, 조이승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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