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동 화재참사 ‘국가와 지자체 책임’

대법원, 성매매업소 단속과 소방업무 직무유기 인정

박희정 | 기사입력 2008/04/11 [22:30]

개복동 화재참사 ‘국가와 지자체 책임’

대법원, 성매매업소 단속과 소방업무 직무유기 인정

박희정 | 입력 : 2008/04/11 [22:30]
2002년 군산시 개복동에서 감금상태로 성매매를 하던 14명의 여성들이 화재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에 이어 국가책임 인정
 
이번 판결은 화재참사 유가족들이 2004년 국가와 전라북도, 군산시, 업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확정판결이다. 2000년 군산 대명동 화재참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이어, 다시 한번 성매매 업소 단속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한 점에서 주목된다.
 
4월 10일 열린 확정판결에서 재판부(대법원 2부 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성매매 여성들이 감금생활을 하며 성매매를 강요당한 것에 대해, 경찰공무원들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부분이 있다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더 나아가 ‘전라북도’ 측에 책임을 묻지 않았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소방 의무가 있는 전라북도에도 책임을 물은 것. 재판부는 “화재에 앞서 실시된 합동점검에서 전라북도 산하 소방공무원들이 해당 장소에 대한 피난 및 방화시설 설치 등을 권고하지 않은 것은 직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1심에서 성매매업소에 대한 경찰의 단속과 ‘화재로 인한 사망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면서 소송을 기각하고, 2심에서 국가의 책임만을 일부 인정한 것과는 달리, 이번 판결은 국가와 전라북도 지자체의 직무유기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이다.
 
유가족들과 함께 소송을 진행해온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 측은 “소방점검의 책임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일보 진전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더 이상의 피해자 없도록 강력한 행정처분 따라야
 
그러나 재판부는 성매매업소 화재참사에 대한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군산시’ 소속의 관련공무원들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전국연대는 재판부가 “군산시의 직무유기를 인정하지 않아, 업소에 대한 행정처분의 문제와 지도점검의 문제 등을 그대로 방치한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전국연대 정미례 공동대표는 “대법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것이 군산시가 책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다. “군산시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법적 미비조항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미례 대표는 “식품위생, 풍속영업, 건축 등 여러 형태로 지도점검을 하면서도 불법성매매업소에 대한 행정처분이 미비해, 업주가 적발되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업소는 폐쇄되지 않고 계속 영업을 한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행정처분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또한 “지난해 동대문경찰서의 사건에서도 보듯이, 단속 나간 경찰들이 뇌물을 받거나 정보를 흘려주는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역할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형사상의 책임뿐만 아니라 민사상의 책임도 물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연대 측은 “이번 판결로 불법성매매업소에 대해 적극적인 법적 조치가 이루어져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유가족의 고통을 헤아려 고등법원에서도 대법원의 입장을 존중해 하루 빨리 전향적 판결을 해줄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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