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외치는 시민들

평화를 밝히는 촛불은 계속된다

박희정 | 기사입력 2008/05/27 [18:40]

“비폭력” 외치는 시민들

평화를 밝히는 촛불은 계속된다

박희정 | 입력 : 2008/05/27 [18:40]
▲  집회장소를 에워싼 경찰차와 경찰들을 보며, 시민들은 독재정권시절이 연상된다고 말한다.
광우병 위험 美쇠고기 수입반대 및 재협상을 촉구하는 평화적인 거리행진에 대해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이 3일째 계속되면서 연행자와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정부를 보며 민주주의 위기까지 느낀다”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26일 저녁, 촛불을 들고 동화면세점 앞으로 나온 회사원 변 모씨(31)는 집회장소를 완전히 에워싼 경찰차량과 경찰들을 보고 “마치 유신, 5공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 무섭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며, “경찰들도 시켜서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답답할 뿐이다” 라고 안타까워했다.
 
폭력진압 속에 평화시위 지키려는 노력
 
한달 가까이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안전하게 먹고 살 수 있는 권리’를 찾는 운동이 다각도로 번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청와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시민들은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시민들의 평화집회를 경찰이 폭력으로 진압하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2일부터 지금까지 촛불문화제에 빠짐없이 참석했다는 석은지(28)씨는 “25일 새벽에 경찰들이 시민들에게 행한 폭력적인 진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때까지 참가자들은 음식도 나눠 먹으며 분위기가 좋았는데, 갑자기 한쪽에서 경찰들이 몰려왔어요.”
 
강제 연행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방패를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해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경찰이 이들을 철저히 고립시켜버려서 바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도 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석씨는 친구와 함께 “피켓을 만들어서, ‘경찰들이 시민들을 강제진압하고 있습니다’ 라고 적어, 광화문우체국 앞에 서 있었다.”
 
▲ 26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꽃을 들고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다음 날인 26일, 촛불시위 참가자들은 전날 경찰들의 폭력진압으로 받은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경찰들의 폭력에 맞서, 더욱 더 평화적인 시위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특히 26일 촛불문화제에서는 촛불과 함께 꽃을 든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장미꽃을 들고 있던 여성은 꽃을 든 이유에 대해 “평화의 상징”이라고 대답했다.
 
뿅망치를 든 참가자는 “경찰과 일부 언론에서 폭력시위”로 지칭되고 있는 것에 대해, “조롱과 풍자의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한다. 평화적 거리행진를 두고 폭력시위라고 한다면 뿅망치를 든 사람보고 쇠망치 들고 사람 친다고 외치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라는 항변이다.
 
음식과 음료를 가지고 나와 다른 이들과 나누는 모습도 거의 일상화되었다. 26일, 동화면세점 앞에서 인터넷 아이디를 ‘맛있는 우유’라고 밝힌 한 여성은 바나나와 김밥 등 먹을 거리를 가지고 나와 참석자들에게 나누어주며 “힘내자”며 격려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챙겨 주면서 평화집회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 민주주의까지 위협하나’
 
▲ 자유발언을 하는 시민
촛불집회에서 개인의 의사표현은 자유발언 형식으로 자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을 “번역회사에 다니는 과장”이라고 밝히며 나온 여성(35)은 영국에 잠시 체류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영국에서 2000~2001년에 있었는데 당시 영국에선 지금 한국이 닭, 오리 폐사 처리하듯이 소를 폐사시켰다’며, “여러분도 거기 있었다면 광우병이 어떤 건지 아실 것입니다. 정말 무서운 겁니다” 라며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처음 참여했다”고 밝힌 시민들도 많았다. 김미선(23)씨는 “시위대가 무장을 한 것도 아니고 촛불만을 들고 있을 뿐인데 무력으로 탄압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며, “집회에 나와본 경험이 없지만 국민 전체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나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김씨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가 국민보다 우선이 될 수 없다”며 “평화시위를 불법으로 만들고 있는 ‘집시법’이 정당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오늘 처음 참석한 나혜성(18)씨도 “이렇게 크게 될 줄 몰랐는데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서”라고 참석의 이유를 밝혔다. “(이 시위가) 법으로는 불법인지 모르겠지만, 꼭 그런 법이 옳다고는 볼 수 없다”며 “(재협상이) 될 때까지 나오겠다”고 다짐했다.
 
▲ 경찰들을 향해 "비폭력"을 외치는 시민들
‘건강권’이라는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나온 만큼 평화적 집회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열망은 크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경찰과 싸우러 나온 거 아니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알리러 나온 것이다”라고 집회의 성격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촛불집회는 평화적이고,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참가자들은 먹을 거리를 가지고 나와 함께 먹고, 자유발언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그리고 경찰들을 향해 “비폭력”을 외치고 있다.
 
반면, 27일 새벽까지 이어진 거리행진에서 경찰은 더 강도 높은 진압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강제연행과 함께 시민들에게 폭행이 가해졌다. 인도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경찰들을 향해 “비폭력”을 반복적으로 외쳤다.
 
이런 상황에서 한승수 국무총리는 27일 국무회의에서 촛불시위에 대한 엄정대처를 주문했고, 경찰은 주최 세력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을 섬기지도, 소통하지도 않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국민들은 이제 건강권을 넘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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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 하나 2008/05/28 [19:20] 수정 | 삭제
  • 촛불집회를 불법이니 배후세력이니 하면서 몰아갈 생각만 하고 있는 정부가 너무너무 한심합니다.
  • 시민 2008/05/28 [19:19] 수정 | 삭제
  • NGO들이나 사회단체들보다 시민들의 집회방식이 훨씬 더 성숙했고,
    정형화된 운동권 언어보다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훨씬 더 똑똑하고 감동적이더군요.
  • 평화 2008/05/28 [16:00] 수정 | 삭제
  • 지금이 어느 때입니까. 무슨 군사작전 같이 매일 그게 뭡니까. 경찰차랑 경찰들이 쫙 깔려서 시민들보다 더 많아.정부는 부끄럽지도 않나요.
  • 스머프 2008/05/27 [23:57] 수정 | 삭제
  • 경찰 차량이 그 넓은 거리들을 다 막고있어서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볼 수도 없게 만들었더군요. 시청일대를 지나는 시민들까지 모두 깜짝 놀랄 규모였습니다.
    명박씨는 뭐가 그리도 무서운 것인지 경찰병력을 참 많이도 깔아놨네 했습니다. 죄지은게 많은가봐요. 민감하기는. 촛불하나 종이한장만 들고나온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쯧.
    민생치안에 그만큼 신경을 쓰면, 성폭력이나 납치같은 무서운 범죄들도 줄어들텐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