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정보로 무장한 여자들”

촛불집회 60일, 여성들이 말한다

박희정 | 기사입력 2008/07/07 [14:47]

“건강한 정보로 무장한 여자들”

촛불집회 60일, 여성들이 말한다

박희정 | 입력 : 2008/07/07 [14:47]
전국적으로 수십만 개의 촛불이 타올랐던 610일에 이어 7월 5일에도 대규모 촛불이 전국을 밝혔다. <7.5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이 열린 서울 시청에서, 두 달간 이어져온 촛불집회 정국을 바라보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민주주의는 ‘나 하나의 참여’가 중요해
 
▲7.5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     © 일다
“지킨다 PD수첩/ 이긴다 명박대첩/ 사랑해요 MBC/ 사람돼요 MB氏”라고 적힌 자작팻말을 목에 걸고 있던 문환이(32)씨에게 지난 두 달간은 마치 “영화 같았다”. 지난 2004년 ‘탄핵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집회에 참가해 본 적이 없다는 문씨는,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는 61일 이후부터 거의 매일 참석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사장님까지 ‘나는 회사를 지킬 테니, 너는 민주주의를 지켜라’ 하며 지지해주는 분위기라고 한다. 하지만 집에서는 부모님과의 사이에서 마찰이 크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한나라당 지지층이 많아요. 부모님도 그러시고. 촛불집회 나오는 걸 강하게 반대하셨는데, 신문을 바꾸고 나서는 좀 나아졌어요. 중앙일보에서 경향신문으로 바꿨는데, 바꿀 때 그냥 내 맘대로 바꿨다가 아버지한테 혼이 많이 났었죠.”
 
환이씨는 ‘너 하나 (촛불집회) 나간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부모님에게 ‘그렇기 때문에 더 나가는 거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문씨는 “최근의 쇠고기 정국 때문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웃음을 지었다. 인터넷 카페에서 진행하는 쇠고기 수입반대 광고비 모금, 폭력진압으로 인한 부상자를 위한 모금 등 돈 보낼 곳이 많아서다. 지난 달에는 집회 때문에 택시비만 40만원 정도 썼다.

환이씨는 “대신 여기 나와 있는 동안은 돈 쓸 일 없어요”하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쇠고기 문제로 인한 촛불집회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이명박 정부와 국민, 생각의 패러다임 달라 

▲ 촛불을 밝힌 십대여성 형상의 조형물  © 일다
대학 동창인 박정미(41)씨와 양경희(41)씨는 오늘 처음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양경희씨는 촛불집회 60일을 지켜보면서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과 생각의 패러다임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정권이 바뀌던가 우리가 바뀌던가 해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의식주와 관련된 기본 문제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움직일 수 있구나 싶다”고 말하면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다양한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던 경희씨는 “흐지부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한 뜻을 전했다.
 
박정미씨는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관련한 여성들의 활발한 참여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건강한 정보로 무장한 여자들이 거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당장 아이들의 먹거리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 정확한 정보를 찾게 된다는 것.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권리!
 
경상북도 안동에서 올라온 김정덕(45)씨는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아줌마들의 모임 카페>(cafe.daum.net/azuma-hero) 회원이다. 이 카페 회원들은 75일 집회에서 다른 참여자들을 위해 떡을 나누어주었다.
 
“안동은 아주 조용하다”고 한다. 김정덕씨는 귀농한 지 5년째 되었는데, 쇠고기 수입문제에 있어서는 “완전히 이방인이 되는” 기분을 감출 수 없다. “대부분 연령대가 높고 보수신문만 보시기 때문에 정보가 편향되는 것 같다”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 보수언론의 편향된 보도에 항의하는 내용의 스티커   © 일다 
“아줌마들은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요.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들을 다들 하고 있어요”라고 전하는 김정덕씨는, 그렇기 때문에 꼭 “아줌마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급식거부 및 불매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방송통신위원회의 ‘불매운동 게시글 삭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불매운동은)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고, 회사에 협박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것도 안되면 표현의 자유가 없는 것”이라는 항변이다.
 
한편, 동갑내기 친구 문명희(28, 인천)씨와 서희정(28, 인천)씨도 오늘 처음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동네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전부터 오고 싶었는데 (못 오고 있다가), 고시 이후에 폭력진압이 심해지는 걸 보면서 참을 수 없어서 나왔다”고 한다.
 
주변의 친구들도 관심은 많지만 집회에 참여하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분위기를 모르니까 겁을 내는 애들이 많다”는 것이다. 문명희씨는 “그러니까 더 비폭력 평화시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솔직히 이렇게 길게 올 줄 몰랐다”는 명희씨와 희정씨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싸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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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 2008/07/09 [13:19] 수정 | 삭제
  • 자기 패거리들과 부자만 살찌우려고 하는 자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으니..... ㅠㅠ

    집회 초기부터 나온 구호가 있죠.
    이명박 정권, 너희는 아무 것도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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