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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오랜 옛날 아버지는 이혼 결심을 밝힌 나를 불러, ‘이혼을 꼭 해야겠냐’고 한 번 더 물으셨다.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그렇다’고 대답하는 내게, 아버지는 차분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이혼해서 지금보다 행복할 수도 있지만, 더 불행해질 수도 있어. 더 행복하려고 이혼하는 건 아니다. 또 열심히 산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건 더 더욱 아니란다. 인생이 그래. 하지만 ㅇㅇㅇ과 계속 산다면 넌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거다.” 이 말씀을 끝으로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꼭 이혼을 해야겠냐’는 질문을 다시 하시지 않았다. 그렇게 이혼을 했다. 난 이 말씀을 격려로 받아들였다. 이혼할 때도, 또 이혼 후에도 난 늘 아버지의 이 말씀을 기억하면서 살았다. 그러나 그 말뜻을 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오랫동안 “ㅇㅇㅇ과 계속 산다면 넌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거”라는 말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늘 이혼은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다른 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데, 왜 행복해지지 않을까? 정성을 다해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거라고, 행복하게 될 거라고 굳게 믿으며 살았다. 그러나 세월 한참 흘러, 딸과의 관계가 내가 바란 대로 잘 풀리지 않자, 비로소 나는 최선을 다해도 진실이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정성을 다해도 그 마음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버지 말씀이 옳았다. 그리움을 잘 간직하고 있으면, 그 마음도, 사랑도 다 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이제, 아버지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흔적만 남았다고 생각한 오래 전의 상처가 늘 아팠다. 하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는 걸 다시 최근에야 깨달았다. 아버지는 알고 계셨는지 모른다. 내가 불행감에 젖게 될 수도 있다는 걸, 이미 다 알고 계셨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때조차 이혼한 걸 후회하지 말라고, 불행해지더라도 묵묵히 자기가 선택한 그 길을 용감하게 가라는 말씀을 해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분명, 당시에도 그걸 강조하셨을 게다. 아니, 당시에 이미 내가 아버지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도 알고 계셨을지 모른다. 그러면서 생각하셨을 것이다. ‘세월이 더 필요하다’고, ‘더 살아야 알 거’라고 속으로 말씀하셨는지도 모른다. 그때, 그 겨울로부터 20년이 지나는 요즘에야 인생을 이해하는 데는 세월도, 나이도 필요하다는 걸 알겠다. 다음에 아버지를 만나면 그저 꼭 안아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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