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주점에서의 일주일

<꽃을 던지고 싶다> 23. ‘왜 이런 곳에 있느냐’

너울 | 기사입력 2012/11/19 [07:19]

단란주점에서의 일주일

<꽃을 던지고 싶다> 23. ‘왜 이런 곳에 있느냐’

너울 | 입력 : 2012/11/19 [07:19]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기록, “꽃을 던지고 싶다”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이 기록은 30회까지 연재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결국 나는 창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몸을 팔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몸이 교환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몸을 파는 것도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했던 나는 구인광고를 찾던 중 야간식당 카운터 광고를 보게 되었다. 불면증이 심한 나로서는 밤에 일을 하는 것이 더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화를 하고 면접을 보기 위해 그곳을 찾아갔다.
 
식당이라는 광고와는 달리 그곳은 단란주점이었다. 카운터를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왔다고 하니, 사장은 ‘카운터도 구한다’면서 ‘아가씨로 일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꺼냈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가게 손님들은 매너도 좋다는 말을 곁들었다.
 
망설이는 나에게 ‘밤새 일을 해도 백이십 만원밖에 벌지 못하는데, ‘아가씨’로 일하면 t/c(테이블당 받는 봉사료) 육 만원에 2차를 나가면 이십 만원, 놀면서 한 달에 육백 만원 이상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 1,2년 고생하면 누구보다도 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사장은 계속해서 자신의 가게에서 성공한 아가씨들의 이야기이며, 젊을 때 고생하고 나중에 시집도 잘 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루만 일을 해보고 정 못하겠으면 그만두라는 친절한 말이 끝난 뒤, 조금의 고민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채 나는 손님테이블로 안내되었다.
 
첫 손님. 대학생인데 등록금을 마련해야 해서 왔다는 마담의 소개로, 나는 첫 손님과 마주했다. 그 손님은 매너가 좋았고 함부로 더듬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맨 정신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어려웠다. 술에 취해야지만 견딜 수 있을 듯했다. 한 시간에 육 만원, 하루 일당보다도 더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다음 손님이 올 때까지 휴게실에서 대기하라며, 마담은 내가 갈아입을 옷을 주고 안내를 했다. 휴게실은 이제 막 출근해서 화장하는 여성들이 있었고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처음 온 나에게 경계의 눈빛과 호기심을 보이던 여성들은 내가 초짜라는 것을 알고 이내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한참 어려 보이는 사람부터 나와 비슷한 또래까지, 처음 온 나에게 친절하게 한 마디씩 조언을 해주었다.
 
그 가게 사장님은 강남과 강북에 단란주점과 룸살롱을 운영하고 있고, 일하는 아가씨들이 20명이 넘는다고 했다. 아가씨들은 강남에서 강북으로 주기적으로 번갈아 가며 물갈이를 한다고 했다.
 
술 많이 마시면 몸만 상한다는 말도 해주었다. 마담에게 선택이 되어야 룸에 들어갈 수 있으니 마담에게 잘 보여야 한다 등등. 다 기억할 수조차 없는 많은 정보들을 열심히 설명해주었다. 방금 내가 받은 손님은 사장의 친구이고 초짜를 위해서 불러주는 미끼손님이라면서, 어떤 계통의 손님은 진상이 많은데 그럴 땐 마담이 함께 들어간다는 말까지.
 
마담의 소개로 내가 대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여성들은 ‘부럽다’고 이야기를 했다. 대학을 다니는 여자가 왜 이런 일을 그 나이에 시작했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그 여자들의 생각에 ‘다른 부류’의 여성이었다. “내가 언니처럼 대학 다녔으면 이런 일 안 하겠다” 라는 말이 목에 걸렸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하기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이곳은 출퇴근시간도 자유로운 편이고 선불금이나 빚도 없었지만, 마담과 손님에게 선택되기 위해 외모에 투자하는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했다. 가게에 있는 옷들은 너무 촌스러워서 예쁜 옷도 사야 한다고 했다. 사장의 말처럼 여기서 오래 일을 한다고 해서 부자가 되거나 형편이 많이 나아지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그 안에서도 당시에는 남성들에게 선택될 수 있는 조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런 곳에 와서 술을 마시면서도 ‘왜 이런 곳에 있느냐’고 훈계하는 남성들의 이중성이 역겹기만 했다. 무엇보다 손님이 없는 시간, 맨 정신으로 그 곳에 있는 나를 견디기가 힘들었다.
 
함께 일을 하는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순간들, 자신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 이야기하는 순간들이 나의 상처와 너무도 닮아 있어서 감당하기 어려웠다. 대학생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는 한 여성의 이야기에, 나는 부끄러움을 견뎌내기 힘들었다. 일주일간의 업소 생활에서 돈을 벌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일주일 후 그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단란주점에서의 일주일은 단순히 술을 따르고 남자들의 술 상대를 하는 것이 일의 전부가 아니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애인과 같은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수치를 견뎌내야 하는, 내가 주체적 사람임을 -감정과 이성이 있는- 철저하게 잊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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