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작사, 그 여자 노래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28) 효민 “Nice Body”

블럭 | 기사입력 2014/07/03 [09:54]

그 남자 작사, 그 여자 노래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28) 효민 “Nice Body”

블럭 | 입력 : 2014/07/03 [09:54]

음악칼럼 ‘블럭의 한 곡 들여다보기’가 연재됩니다. 필자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웹진 “웨이브”(weiv)의 운영진입니다. [편집자 주]

 

요즘 가요를 듣다 보면 가끔씩 속된 말로 ‘핀트 나간’ 표현들을 듣게 된다. 예술에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려 하는 건 아닌데, 예술로서도 그 가치가 떨어지고 듣기에도 거북한 곡들이 있다.

 

작품이 크게 이야기할 가치가 없을 때는 굳이 다루지 않고 그 시간에 좋은 작품을 소개하고 화두를 꺼내는 편이 낫다고 본다. 그러나 이번 주에 발표된 효민의 “Nice Body”라는 곡을 듣고 꼭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왜냐하면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보았고, 효민 정도면 ‘나쁜 여자’ ‘섹시한 여자’로 이미지 변신을 하고자 할 때 뻔한 설정이 아니라 전복적이거나 혹은 ‘더 센’ 컨셉을 거뜬히 소화할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효민의 첫 솔로 프로젝트 “나이스 바디”

 

▲   효민의 “Nice Body”  공개 티저

이 곡은 걸그룹 티아라의 멤버 효민의 첫 솔로 프로젝트이며, 가요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가 만들었다. 티아라는 2009년 데뷔하여 지금까지 활동 중인 그룹이다. 이 곡을 작사, 작곡한 용감한 형제는 지금까지 많은 아이돌 가수에게 곡을 주며 히트송 메이커라 불리는, 최고 주가를 달리는 작곡가 중 한 명이다.

 

가사를 쓴 사람과 실제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다를 때 화자를 누구로 둔 것인지 애매한 경우들이 있는데, 이 곡에서도 작사가와 가수의 의도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궁금해진다.

 

독하게 예뻐져서 다들 나를 무시하지 못하니 너는 나를 사랑하라는 이야기, “꿈 속의 왕자님은 분명히 나타날 거예요”, ‘여자라면/ 남자라면’으로 시작하는 가정들까지, 남과 여의 이분법적이고 의존적인 관계를 다룬 표현에서 작사를 남성이 하고 노래를 여성이 할 때 느껴지는 불편함이 있다.

 

게다가 “남자라면 한번쯤 야한 생각을 해요.” 라는 표현을 여성의 목소리로 노래한다는 것은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먹고 싶은 것도 참고 독하게 살아가 / 아픈 것도 모두 참고 난 예뻐질 거야”라는 부분은, 여성 화자가 몸의 주체성을 잃는 것에 대한 ‘반어법’적 표현이라면 좋았겠지만, 불행히도 말 그대로이다.

 

타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몸의 의미를 강조하는, 이 불편한 곡의 성격을 더 잘 드러내는 것이 뮤직비디오이다. 뚱뚱한 모습이 나올 때 어두운 조명을, 마른 모습이 나올 때 밝은 조명을 쓰고, 신체 사이즈가 적힌 의상은 세간의 기준에 부합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비주얼로 등장한다. 지나치게 일차원적인 표현 방식이다.

 

어디까지가 부른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것일까

 

이 곡을 긍정적으로 평한다면, “Nice Body”는 파격적인 의상과 비주얼을 통해 효민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솔로 프로젝트로, 용감한 형제가 지원 사격한 곡이다. 케이팝 특유의 ‘핫하다’고 불리는 맥락을 보유하며, 효민은 이 곡을 통해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여자의 마음을 풀어낸 동시에 자신의 섹시함을 선보였다.

 

이 곡은 용감한 형제가 그간 선보였던 음악 구성 방식들을 모아놓았다. 허밍, 오르간 사운드, 힙합 드럼, 심플한 악기 구성은 용감한 형제의 음악에서 드러나는 특징이다. 특히 몇 년째 타이틀곡에서 선보인 허밍은 이번 곡의 구성 요소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녹여냈고, 악기 간 밸런스도 좋은 편이다.

 

귀에 익숙한 루프의 활용과 멜로디를 적당히 비틀어놓은 점, 깔끔하게 떨어진 트랙도 용감한 형제의 장점이다. 효민 역시 이 곡이 가진 느낌을 무리 없이 잘 소화했고, 팝 음악으로서 나쁘지 않은, 어쩌면 꽤 잘 나온 곡이다.

 

그리고 이렇게 불편한 가사 역시 용감한 형제가 꾸준히 선보여왔던 특징 중 하나이다. AOA라는 걸그룹의 “짧은 치마”에서 ‘나는 섹시해서 당당한데 넌 왜 나를 무시하냐’는 내용, 걸그룹 포미닛의 “살만찌고”에서 ‘니가 떠나가서 살만 찌고 죽겠다’는 이야기 등이 효민의 “Nice Body”에 와서 절정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대체 이러한 맥락은 어디까지가 부른 사람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고, 또 어떻게 구성되는 것일까?

 

이런 곡은 통속적인 가요일 뿐이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며, 심지어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면 할 말이 없다. 또, 충분히 사랑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령 내가 꽉 막힌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지라도, 여성아티스트들이 주체로서 목소리를 전달하는 가요를 만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 상당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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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ngo 2014/07/07 [19:59] 수정 | 삭제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공감 2014/07/03 [13:53] 수정 | 삭제
  • 좋은 글 감사합니다. 1.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불편해지고있는 문제입니다. 아이돌그룹을 상품이라고도 표현한다지만 성적 코드를 강조하더라도 주체적이어야 그 에너지가 긍정적이고 의미가 있을텐데요. 여자아이들을 아저씨들의 아바타로 만드는 것은 ('프린세스메이킹', '소녀시대' 등) 늘 예고된 일이라해도 민주주의를 지우려하는 시국과 맞물리다보니 우려되는것이 사실입니다. 2.고등학교 윤리 수업 중 아저씨교사가 "공자 왈 '여자를 멀리하라' 했다"는 뜬금없는 말을 합니다. 여학생들에게 치이고 몰리는 기분이 들자 자기방어적으로 내뱉은 말인듯도합니다만. 공자의 말 중 특히 후대로 오면서 왜곡되고 변질된 이 말이 여자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듯한 한국입니다. 3.녹색당 사이트 퀴어문화축제 지지 성명 기사 댓글에조차 아이(가 동성애자로 변할까봐? 부모에게 커밍아웃할까봐!)에게 보여줄수 없다는 등, '성소수자 의제에 대해 토론을 공정하게 주제할 분을 당에서 세워서 토론을 진행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문제는 긴 시간 토론이 필요한 문제로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공부도 필요해 보이고요.' 등등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반대로 알도록 세뇌되어온 한국인들이라지만, 자신의 가치관과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드러내고 먹고 살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라는 현실이 참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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