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가 들어서면 지역경제가 산다’는 환상

오키나와, 미군 기지 반환을 희망하는 목소리

시마 요코 | 기사입력 2014/07/30 [22:29]

‘기지가 들어서면 지역경제가 산다’는 환상

오키나와, 미군 기지 반환을 희망하는 목소리

시마 요코 | 입력 : 2014/07/30 [22:29]

일본 큐슈 남단에서 7백여 킬로미터 떨어진 최남단에 위치한, 57개 섬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땅 오키나와. 이곳은 원래 ‘루큐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으나, 1879년 메이지 정부에 의해 오키나와현으로 일본에 복속되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하는 참혹한 역사를 겪었고, 이후 미국의 점령지가 되었다가 1972년 다시 일본 영토로 편입되었다.

 

일본 최남단에 위치한, 57개 섬으로 이루어진 오키나와.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된 지 4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오키나와 본도의 18.4%는 주일 미군 기지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다. (오키나와는 일본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미군 기지의 75%를 떠안고 있어 일본 내 차별과 소외의 문제, 미군 폭력과 성폭력, 환경 파괴 등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기지가 있으면 지역 경제가 윤택해진다는, 이른바 ‘기지 경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의 47개 도도부현 중 오키나와 현민의 소득은 47위, 최하위에 머물고 있으며 완전실업률도 높다.

 

‘기지 경제’의 신화와 오키나와 경제의 실상에 대해 류큐신보사 도쿄보도부 부장 시마 요코 씨가 기고한 글을 싣는다.

 

‘오키나와는 기지로 먹고 산다’?

 

도쿄로 부임한 지 일 년.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왔다. “오키나와 현민의 총소득 중 미군 기지로부터 얻는 수입이 몇 퍼센트라고 생각합니까?” 가장 많은 답변은 “30%”였다. “절반 정도”라고 답한 사람도 많다.

 

그러나, 정답은 5%이다. 그 5%의 약 70% 정도는 일본 정부가 ‘배려 예산’으로 지급하는 군용 땅값과 기지 종사자에 대한 급여 등이다. 기지가 있고, 미군과 군속 등 5만 명이나 이곳에 들어와 있어도 오키나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  미군 기지 반환 전, 펜스에 둘러싸여 널찍한 잔디밭에 미군 상대 주택이 늘어선 나하 도심 (1987년)

오히려 현재 현정(県政. 현의 행정)이 만든 오키나와현의 장래 계획 <21세기 비전>은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미군 기지를 ‘오키나와 발전을 추진하는데 있어 큰 장애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키나와는 기지로 먹고 산다’는 오해 혹은 환상은 일본 전체에, 심지어 현 내에서 지금도 뿌리 깊다. 기지이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많은 보조금을 받는다는 이미지도 강하다.

 

그 이미지를 보다 강화시키는 사건도 2013년 말에 일어났다. 미군 후텐마 비행장의 이설지로 오르내리고 있는 나고시 헤노코(오키나와 현내 이전 대상지)의 간척을 승인한 나카이마 히로카즈 현 지사는 향후 8년 간 3천억엔 대의 예산을 확보했다며 “유사 이래의 예산, 140만 현민이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환영하였다. 이러한 지사의 태도는 많은 국민에게 “오키나와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유사 이래의 예산’이라는 말은 거짓이다. 오키나와의 예산은 1996년부터 9년간 계속 3천억 엔 대였다(당초 예산 기준). 하지만 나카이마 현정 하인 2011년도에는 2천3백억 엔으로 최대 예산의 절반이 되었다.

 

각 도도부현이 국가로부터 얼만큼의 돈을 받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가 ‘도도부현별 인구 1인당 국가 재정 이전액’이다. 이 지표상 오키나와현이 전국 1위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4위에서 11위 사이다. 기지가 있어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존 예산의 명목만 바꾼 ‘당근’의 속임수

 

▲   오키나와 예산 추이를 볼 수 있는 그래프.      © 페민

그렇다면 왜, 기지와 돈에 얽힌 오해가 풀리지 않는 것일까.

 

1997년말, 나고시의 히가 테츠야 시장은 미군 후텐마 비행장을 수용하겠다고 표명하고 사퇴했다. 정부는 ‘(오키나와) 북부 진흥비’라는 명목으로 연간 100억 엔의 예산을 10년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치 군 기지 수용에 대한 대가로 많은 예산을 지급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속임수가 있다. 오키나와 예산은 1998년의 4천7백억 엔을 정점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부는 지급하기로 약속한 ‘북부 진흥비’를 만들기 위해 오키나와현에 배분되는 예산을 줄이고, 그것으로 100억 엔의 북부 진흥비를 만들어 지급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의 삼위일체 개혁에 따라 각 성청, 도도부현은 모두 전년도 예산에서 3% 삭감한 금액을 상한선으로 하여 예산을 요구했다. 이 때 오키나와현의 예산은 5% 감액되었고, 이렇게 줄어든 예산에서 ‘북부 진흥비’를 냈다. 즉 기존 예산의 명목만 바뀐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기지 수용에 대한 ‘사례’로서 북부 진흥비와 시마다혼 사업(1995년 발생한 미군병사들의 소녀 폭행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미군 기지가 있는 시정촌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작한 사업) 등이 있는 것이라고 계속 설명해왔다. 기지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예산이 발생하는 것처럼 여기게 만드는 속임수이다.

 

기지 반환 후, 수천 명의 일자리 만들어낸 사례

 

▲  미군 기지 반환 후, 주택과 상업시설, 공공시설이 급속히 자리잡은 나하 신도심 지구   © 페민

오키나와 현민이 미군 기지가 오키나와 경제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느끼기 시작한 한 이유는, 기지였던 곳이 반환된 후에 개발되어 도시가 되고 큰 경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을 직접 목도하고부터이다.

 

나하시 북쪽에 나하 신도심이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214헥타르의 땅이 있다. 그곳은 미군 기지였지만, 반환 후에 개발되어 박물관과 현내 최대 상업지구가 되었다. 기지였을 때, 이 부지가 창출하는 수입은 군용 땅값과 고정자산세, 기지 종사자의 급여 등을 포함해 연간 52억 엔, 일본인 노동자는 135명이었다.

 

그러나 이 땅이 반환된 지금, 경제 효과는 무려 17배인 735억 엔이 되고 수천 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본도 중부에 있는 차탄초 미하마는 미군의 활주로였을 때 경제 효과가 3.3억 엔, 일본인 종사자는 수십 명이었지만, 지금의 경제 효과는 그 174배에 달하는 573억 엔이다.

 

‘금전보상형 기지 유지 시책’ 더는 안 통해

 

후텐마 비행장의 나고시 헤노코 이설에 대한 찬반이 이슈였던 올 1월의 나고시장 선거에서는 반대파인 이나미네 스스무 시장이 재선되었다.

 

투표 사흘 전, 자민당 후보의 응원에 나선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은 “나고에 5백억 엔의 기금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다음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회견을 통해 그가 만든 기금이 기존 예산을 바꾸어 만들 생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는, 후보자도 지지연설자도 일절 5백억 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선거 결과는 ‘돈’을 전면에 앞세우고 ‘당근과 채찍’으로 색칠된 ‘금전보상형 미군 기지 유지 시책’에 대해 나고 시민들이 거부한 셈이 되었다.

 

올해 11월에는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가 있다. 현재 후보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정부의 상투적인 수법인 ‘당근과 채찍’으로 현민을 조종하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