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엑스밴드레이더’에 항의하는 사람들

오이타 원전 부근 탄고반도 주민들 위험에 노출

이시다 기미에, 시미즈 사츠키 | 기사입력 2014/12/28 [18:54]

미군 ‘엑스밴드레이더’에 항의하는 사람들

오이타 원전 부근 탄고반도 주민들 위험에 노출

이시다 기미에, 시미즈 사츠키 | 입력 : 2014/12/28 [18:54]

우리 동해와 면해있는 일본 교토부 탄고반도의 교탄고시(市) 우카와지구에는 항공자위대 교가미사키 분리주둔 기지가 있다. 이 기지의 동쪽에 미군의 고성능 ‘엑스 밴드 레이더’(TPY-2레이더)를 배치하는 계획이 추진되어, 12월 말 가동을 시작했다.

 

▲  우카와 미군 기지에 배치 것과 같은 기동의 엑스 밴드 레이더.  ©출처: 일본 방위성 홈페이지

 

그러나 우카와지구 주민들 과반수가 미군의 엑스 밴드 레이더 배치 계획에 반대하였고, 9월 28일에는 전국에서 미군 기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열기도 하였다. 일본 우카와, 교토 현지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아름다운 이 땅에, 기지는 필요 없습니다’

 

교탄고시(市)의 바다에 접해있는 지역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탄고 아마노하시다테오에산은 국립공원과 생태공원으로 지정되어, 멸종위기종인 매가 둥지를 틀고 서식하는 곳이며, 여름이면 수많은 인파가 해수욕장을 찾는다.

 

바로 이 교탄고시 우카와지구에, 일본 방위성과 미군이 2012년 일-미 안전보장협의위원회의 협의에 따라, 2013년 2월에 TPY-2레이더(통칭 ‘엑스 밴드 레이더’)를 배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엑스 밴드 레이더는 미군이 개발한 ‘엑스 밴드’라는 주파수대를 이용하여 미사일을 탐지하는 고성능, 고식별력을 가진 조기 경계 레이더이다. 이미 일본 아오모리현 쓰가루반도 서부에 있는 쓰가루시 도미야치마치의 항공자위대 샤리키 분리주둔 기지 내 미군통신소에도 배치되어 있다. 교탄고시에 배치된 것이 2기째이다.

 

올해 9월 28일 우카와지구에서는 “교토에도, 오키나와에도, 동아시아 어디에도, 미군 기지는 필요 없다! 엑스 밴드 레이더 반입 반대!” 전국 집회가 열렸다.

 

한 주민은 “오사카 사람들이 (이곳을)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더라. (기지는) 필요 없다. 덤프트럭 시끄러워 죽겠다”고 말했다.

 

▲  ‘미군기지 건설을 염려하는 우카와 지식인 모임’ 대표 미노 미츠루 씨. 지역 환경 파괴를 우려하고 있다.   © 페민

 

‘미군 기지 건설을 걱정하는 우카와 지식인 모임’ 대표인 미노 미츠루 씨는 “이곳 사람들은 진심으로 기지 따위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특성상 함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일본이 같은 운명을 갖고 있다

 

이 집회에는 미군 기지로 인해 환경 오염과 지역 파괴 문제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도 여덟 명이 참가하여 발언했다.

 

한국진보연대의 최은아 씨는 주한미군의 재편으로 통합, 확장되고 있는 서울시 남쪽의 평택 기지와 우카와 엑스 밴드 레이더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평택 기지에는 미군이 개발한 탄도탄 요격 미사일 시스템(THAAD미사일) 배치가 예정되어 있다. 우카와의 엑스 밴드 레이더를 통해 얻은 정보가 평택에 보내지면 미사일 요격 시스템이 작동한다. 한국과 일본이 같은 운명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방위성 홈페이지에는 엑스 밴드 레이더의 배치와 관련해 “미국이 자국 본토 및 동맹국, 우호국에 날아오는 탄도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아오모리 샤리키에 배치된 레이더는 하와이나 미국 본토의 방위를 위해 중국 대륙을 감시하고, 우카와에 배치된 레이더는 괌의 방위를 위해 한반도를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 전쟁에서 유사시 가장 먼저 목표물이 되는 것이 바로 레이더이다. 동쪽으로 오이타 원전 등 몇 개의 원자력발전소와도 가까운 위치에 있는 탄고반도 주민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미군 기지가 지역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

 

우카와지구 주민 중 기지 부지를 소유한 사람은 2013년 3월 이후, 방위성이 주최한 네 차례 설명회 이후 기지 건설을 수용하였다. 하지만 기꺼이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지구의 유권자 약 1천 명을 대상으로 ‘미군 기지 건설을 걱정하는 우카와 지식인 모임’이 중심이 되어 ‘건설 반대’ 서명을 모아보니, 과반수를 넘는 561통이 모였다. 이를 올 3월에 교탄고시에 제출했다.

 

▲  9월 28일 우카와지구에서 열린 “엑스 밴드 레이더 반입 반대!” 전국 집회.    ©  페민

 

지역의 기지 반대 운동을 지원하는 ‘미군 엑스 밴드 레이더 기지 반대 긴키(일본 본도 중서부의 오사카, 교토, 효고, 시가현 등을 이르는 명칭) 연락모임’ 대표이자 실무자인 오와나 무네노리 씨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미군 군인과 군무원들이 지역의 자동차교습소를 전세 내어 일본의 교통 법규를 익히기 위해 운전 교습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출근시에는 관사와 기지 간을 버스로 이동한다지만, 휴일에는 스스로 운전하는데, 일본의 교통 법규 지식이 부족할 경우 교통 사고가 가장 염려된다. (그들은) 일단 사고가 나면 ‘공무 수행’을 이유로 도망친다.”

 

‘미군 기지 건설 반대 탄고 연락모임’의 이시이 우츠미 씨는 “빨간 경고등을 켠 경찰차를 보면 미군과 시민 사이에 마찰이 일어난 건 아닌지 걱정된다” 라고 말했다.

 

또한 “역사 문화 유산과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정한 ‘일본 환경관리 기준’(재일 미군 기지를 만들기 전 미군이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종합 환경조사)를 지키라고 해도 문전박대 당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방위성조차 ‘분리주둔 기지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대상 외라고 대답한다’는 것.

 

강력한 전자파와 냉각수에 의한 환경 파괴도 염려된다. 엑스 밴드 레이더와 마찬가지 기종을 배치한 이지스함에서는, 레이더를 사용할 때 전자파 대책으로 해상 자위대의 승무원이 갑판에 나오지 못하도록 한다. 또한 고출력의 전자파를 발생시킬 때 나오는 열을 냉각한 배수를 바다에 방출하고 있다고 한다.

 

동아시아 최대 군사 거점으로?!

 

우카와 엑스 밴드 레이더 기지 공사 현장. © 촬영: 나가이 도모아키

우카와지구에서는 올해 5월 27일 이른 아침부터 기지 건설 공사가 시작되었다. 지역 주민들은 사전에 공사 일정조차 고지를 받지 못했다.

 

악천후 때문에 공사 일정이 지연된 데다가 해안도로의 폭이 좁아 매일 새벽부터 트럭들이 국도를 달렸다. ‘출근, 등교 시간대나 휴일에는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었지만, 이는 일본 방위성과 지역 간의 구두 약속에 불과해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교탄고시의 미군 기지 대책실은 이에 항의조차 하지 않고 뒷짐 지고 있다고 ‘미군 기지 건설을 걱정하는 우카와 지식인 모임’ 사무국장 나가이 도모아키 씨는 주장했다.

 

9월 20일부터 미군 20명과 군무원 70명이 현지에 도착했고, 10월에는 관련 기자재와 레이더 본체 반입이 진행되어, 12월 현재 레이더 가동이 시작되었다.

 

‘미군 엑스 밴드 레이더 기지 반대 긴키 연락모임’ 오와나 대표는 “교토의 마이즈루항에 탄도미사일 요격용 SM-3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다. 시가현에는 항공자위대의 아이바노 분리주둔 기지가, 교토에는 육상자위대 가츠라주둔지와 우지주둔지가 있으며, 여기에 교노사키 분리주둔지가 추가되면 (이곳은) 동아시아 제일의 군사 거점이 될 것이다” 라고 우려를 표했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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