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독립’을 준비하자

홀로서는 삶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자

금오해령 | 기사입력 2003/09/22 [05:56]

[기고] ‘독립’을 준비하자

홀로서는 삶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자

금오해령 | 입력 : 2003/09/22 [05:56]
얼마 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재태크 강연에서 젊은 여성들의 뜨거운 반응들을 접했다. 그녀들이 그렇게 귀를 쫑긋 세우는 이유는 돈 많이 벌어서 부자 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전세자금이라도 마련해 독립하자”는 것이었다. 이들에게는 따로 나와서 살 집을 마련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아직도 한국의 보편적인 부모들이 생각하는 딸의 독립기준은 ‘결혼’이다. 결혼하는 그 날까지 ‘밖으로 안
내돌리고 곱게’ 집에 데리고 살고 싶어한다. 돈이 있다 해도 미혼인 딸에게 독립자금을 턱 하고 지원해줄 부모들은 드물다. 그러나 요즘 여성의 사회 참여율의 증가와 만혼추세를 볼 때, 독립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결혼하는 그 날까지’는 실로 비현실적인 기준이다. 그리고 ‘결혼이 독립이냐?’하는 부분 역시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 비혼의 삶을 선택하여 결혼계획이 없거나, 특별한 결혼 계획이 없거나, 동성애자거나 하면 기다릴 ‘그 순간’조차 없다.

한국에서 부모의 지원이나 부부의 맞벌이 없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 과장만은 아니다. 전세금은 툭하면 오르고, 월세금 붓다 보면 저금은 도무지 불어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여성들의 경제적 현실을 따져보면 상황은 더 암담해진다. 여성임금은 겨우 남성임금의 60%대에 머물고 있고, 여성노동자의 70% 이상이 대출이나 전세금 대출을 받기 어려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게다가 주거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은 많은 경우 ‘정상가족’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비혼 여성들이 지원을 받기 어렵다.

주변에서 그래도 직장 좀 다녔다는 여자들 얘기 들어봐도 돈 모으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나중에 너 결혼할 때 해주마’라고 집안의 온갖 대소사에 저금이 들어가는 경우, ‘니 오빠(남동생)는 나중에 우리 부양할 거 아니냐’며 형제들 학비나 사업에 월급봉투 고스란히 들어가는 경우, ‘우리 나중에 결혼할 사인데’라며 애인 뒷바라지에 저금이 날아가는 경우 등등 주변에서 모두 ‘그녀의 결혼’을 전제하고 ‘그녀의 돈’을 대한다.

이렇게 계속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여자들이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서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은 요원한 일인 것만 같다. 하지만 정말 독립을 꿈꾼다면 현재 자신이 처해있는 불리한 상황조차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경제적인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가족들의 기대치에 따라 ‘나의 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지 못한 채 무작정 희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이 사회에서 내 삶을 주장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전제를 잃게 된다.

독립의 꿈을 단기간 이루지 못한다면 장기적인 전망을 그려보아야 하는데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안 그래도 모든 것이 불리하게 구성된 상황에서 그나마 꿈을 좀 더 현실적으로 만드는 것은 정확한 정보와 꾸준한 준비다. 당신이 독립을 꿈꾼다면 “독립까지 몇 년 잡고 계세요?” “지금 어떤 저금 들어놓으셨어요?”라고 자신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물어보자. 그렇게 홀로서는 삶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자.

이것은 별로 특별하지도, 유리하지도 않은 조건에서도 독립의 꿈을 실현한 여성들이 강조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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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장법사 2003/10/02 [18:21] 수정 | 삭제
  • 독립투사의 의지를 꺾는 것은 독립자금의 궁핍 아니겠습니까?..
    여성 독립은, 사회적 트렌드 보다
    국가적인 경제력과 비례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요..
  • 꿈꾼다 2003/09/27 [16:49] 수정 | 삭제
  • 지리한 일상의 우울에서 잠시 벗어난다.
    계획을 세우고, 내 공간의 그림을 그려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공간과 함께 만끽할 수 있는 그 순간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 숨쉰다.

    국민은행에 이삼십대 독립자금을 위한 주택저축이 있더라구요.
    한 2년 꾸준히 저축하면 가능할 것도 같아요.
    근데, 문제는 언제나 돈!이예요...ㅠ.ㅠ
    그래도 가장 절실한 문제니까 아껴서 아껴서 살아볼랍니다.
  • 미리내 2003/09/25 [19:02] 수정 | 삭제
  • 집에 돈 갖다바치는 딸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어요.
    동생들 돌보는 딸들 얘기가 옛날 스토리가 아니더군요.
    결혼하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_-;;
    독립은 요즘 여성이라면 누구나 꿈꿔보는데 실천은 힘든 것 같아요.
    마음 먹기부터 달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2003/09/25 [17:03] 수정 | 삭제
  • 독립에 대한 특집이 있었으면 하네요!
  • 초록풀 2003/09/24 [16:48] 수정 | 삭제
  • 잘 읽었어요. 맞는 말입니다. 독립... 정말 돈이 없으면 힘든 일.
    그런 의미에서 다음에는 일다에서 독립에 관한 기사도 다뤄주셨음 합니다.
    어떻게 돈을 모을 수 있고, 어느 정도 하면 되고 등등등.
    항상 화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