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이 심한 소향을 위해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91화

김담 | 기사입력 2015/04/07 [13:50]

입덧이 심한 소향을 위해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91화

김담 | 입력 : 2015/04/07 [13:50]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 ‘씨받이’라고 불렸던 대리모 소향의 일대기가 연재됩니다. [편집자주]  

 

태광이를 찾아 태식이 노인 집으로 무당을 보낸 후 태섭은 옷을 차려입고 자전거를 타고 읍내로 향했다. 자기더러 무당이 마치 나무라는 듯한 말들이 귀에서 쟁쟁거리며 울려댄다. 그래,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하지. 신혼 초에는 제법 기다려지기도 했던 아이 아닌가? 그런데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 이런저런 세월이 흐르다보니 어느새 체념하고 살다가 막상 마누라가 들어서서 일을 꾸미고 나니 또 그저 덤덤하게 생각하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던지라 자전거 발통을 구를 때마다 미안하다. 마누라에게 미안하고 소향에게도 미안하다.

 

그러나 저러나 읍내로 일단 가보자고는 했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소향이 기운이라도 차릴 것인지 막연하다. 아이 가진 마누라에게 정성 드리는 남정네들을 빈정대며 비웃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제 자신이 그 주인공이 되어간다니…. 어디 아이 낳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너무 많이 낳아서 집집마다 오히려 걱정이지만 무당의 말을 들은 후 태섭은 비로소 소향의 뱃속에 든 아이가 새삼 귀하게 여겨진다. 드러내놓고 물어볼만한 데도 없다. 궁리하다가 눈에 띄는 돼지 수육집으로 들어간다. 춘곤에 몸보신이라도 하면 기운을 차릴까 하는 생각에, 자기 입만 생각하고 태섭은 수육을 한 사발 사고 또 잡화점에서 혹시라도 입이 궁금할 것을 생각하여 오다마사탕과 센베이를 한 보따리 샀다.

 

태봉으로 돌아오는 길을 나서기 전에 탁주를 한 사발 들이켠 탓에 봄기운이 볼때기를 스칠 때마다 화끈거리는 열기를 느끼며 뭔가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속에서 꼬물거리고 평소에도 늘 보아왔던 태봉 들판과 산자락이 싱그럽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태섭은 자전거를 잠시 멈추고 한쪽 발을 땅에 걸치고 생각해보니 이것이 바로 아이를 가진 팔푼이 남정네들이 느끼는 것이구나 하고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자전거를 몬다.

 

-야야! 니는 나올 것 없다. 내도 다 지나봐서 알긴 안다. 사람마다 다르긴 해도 덜하거나 심하거나 하지 다 한 번씩 입덧하는 기다. 내가 삼동추 좀 얻어왔니라. 웃동네에 있는 버버리집에서. 햇빛이 잘 드는 밭이라 케서 그런가 울매나 좋은지… 내 무쳐 올 끼이니 함 무봐라. 입맛 돌 끼다-

 

광수에미가 방문 고리를 잡은 채 누워있는 소향에게 일장연설을 한 후 문을 닫고 정기로 향해도 소향은 눈만 맞춰 눈인사만 보낼 뿐 그대로 누워서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

 

광수에미는 올해부터 자신들이 짓기로 한 능선에 있는 고구마밭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산말랭이 제일 꼭대기 집, 벙어리 아재집을 지나다가 삼동추가 양지에 한껏 피어오른 것을 보고는 소향이가 입맛을 차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한아름 얻어왔다. 얼기설기 대충 상을 차리면서 광수에미는 속으로 내가 어쩌다 소향이 밥상까지 보나 하고 생각하다가 자신이 광수를 뱃속에 넣었을 때를 생각하니 소향이가 겪는 그 메슥거리고 느끼하고 만사가 귀찮고 잠만 쏟아지는 심정을 알 것 같아 씩 한번 웃고는 상을 번쩍 들고 소향이 방으로 간다.

 

-일나봐라, 입에 맞을란가? 아가 까다로우면 아 에미가 힘든데…. 자! 한 술 떠보레이-

숟가락을 소향이 손에 쥐어주며 독려하자 소향은 할 수 없이 상 앞에 들어앉지만 상체가 앞으로 쏠릴 만큼 기운이 없다.

 

봄이라서 그런지 눈으로 푸른 나물을 보기만 해도 생기가 돈다고 느껴지는 소향이 밥을 입에 넣기 전에 나물 한 점을 입에 먼저 넣어본다. 그런데 놀랄 만큼 확하고 어떤 기운이 입안을 채우고 있지 않은가? 평소에도 대충대충 하는듯한데도 반찬을 잘하는 광수에미지만 지금 입안에 도는 맛은 속을 후련하게 씻어내리는 것 같은 개운하면서도 손끝까지 잠을 깨우는 알싸한 맛이 함께 녹아있다.

 

-아지매요, 우째 이리 맛있습니꺼?-

자세를 고쳐 다시 몸을 상 앞으로 끌어들이며 소향은 밥을 입안 가득 채우며 말하는데 그 말이 우물거리지만 광수에미는 다 알아듣는다.

-입에 맞나? 잘됐다. 그래! 묵고 기운 차리야 된데이-

소향은 고마움에 답할 겨를도 없다. 볼이 메어지도록 씹어대며 참으로 오랜만에 속이 시원하도록 먹어보는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눈에는 이슬이 솔솔 맺혀 기어이 밥상이 어른거리기 시작한다.

 

-아이고! 날도 좋다! 신 보이 누가 또 방에 있구만!-

소향의 방문을 확 열어젖히는 것은 무당이다.

-아이고 보살님, 일찍이도 오싰네. 쿤데 밥은 잡샀십니꺼? 안 잡샀시모 이것 좀 잡사보이소. 잡술만 하실 깁니더. 겉절입니더. 삼동추로. 밥은 식은 밥이지만-

-안 그케도… 내 그 집에 가서 물 한 사발도 못 얻어 묵고 왔다. 사람이 보기보담 몰인정하데. 그러거나 말거나-

무당은 말을 다 마치지도 않고 상위에 놓인 삼동추를 손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는다. 태식이 노인집에서 쌀 두 가마 값을 받고 돌아왔으니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무당이라 목소리가 절로 힘이 솟는다.

-야야! 맛이 고마이네. 잘 무칬다. 밥 가온나. 내 한 숟가락 묵자-

광수에미가 정기에서 식은 밥덩이를 들고 오고 무당도 소향과 같이 겨우내 못 먹은 나물로 늦은 오후의 끼니를 채운다.

 

-쿤데, 아까 여 오다가 먼발치에서 보이께네. 삽작에 있던데 그 누고? 팔 부러진 아지매 말이다-

입안에 든 밥을 씹어대며 무당이 기억이 나지 않는 창호어마이를 묻는다.

-누구예? 창호네 말입니꺼?-

광수에미의 말을 듣고야 생각이 난 무당이 말한다.

-그래! 그 창호네가 보이던데. 그 집은 우찌 돼가노?-

며칠째 숭숭한 말들만 나돌지 동네에서 그 집에 죽이 끓는지 밥을 끓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내도 들다보지 않아서 모립니더-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지는 광수에미도 그 말 외에는 할 말이 없어 입을 닫는다. 순경이 성심원에 갔다 왔단 말은 들었지만 그 후의 소식은 별로 아는 게 없어 오라비가 내심 걱정도 되지만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자네 신랑이 쿠데. 마이 다칬다꼬. 인사불성이라 카던데. 살란지 죽을란지 모린다꼬. 우짜다- 하면서 무당은 배가 불러 마당 한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던 을순이를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소향이도 너무나 오랜만에 감치는 입맛을 다시고는 뒤로 허리를 젖혀 비로소 천장을 쳐다보며 긴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의식을 챙긴다. 그때 문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보살님. 여 계십니꺼?-

광수에미가 문을 열어젖히니 창호어마이가 꾀죄죄한 몰골로 서있다. 광수에미가 문고리를 잡은 채 무당을 보자 무당이 창호어마이한테 말한다.

-들온나. 안 그래도 자네 얘기 하고 있었는데-

-아입니더. 카지 말고 우리집에 가입시더. 지발 우리 아바이 좀 우째 해주이소, 예?-

울상을 지으며 사정조로 말하는 창호어마이를 보며 광수에미는 아무 말이 없다. 사실 한동네 동기간으로서 안된 마음도 없지는 않지만 근간에 여편네가 저지른 일이 광수에미의 입을 봉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처량하게 울듯 사정하는 꼴을 보고도 아무 말도 안할 수 없어 광수에미가 슬며시 한마디 건넨다.

 

-창호아바이는 우떤노?-

그 말을 듣고는 갑자기 창호네가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않더니 땅을 치며 통곡을 해댄다.

-내는 우짜라고, 내는 우째 살라고~ 안됩니더. 보살님 우리 아바이 살리주이소. 예?-

소향과 광수네가 방을 나와 창호네를 부축하여 방에 들이려 하지만 창호어마이는 무당에게 그저 조르기만 한다.

-그래, 내는 의원은 아니지만 한 번 가보제이. 니가 앞장서라-

무당이 치마꼬리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신을 신고 나서자 소향도 광수에미도 따라 나선다.

 

*   *   *

 

한참을 장서방과 홍희는 아무 말 없이 있었다. 홍희도 울음이 잦아든 후 얼굴을 가다듬고 옷매무새를 고친다. 장씨는 희미하게 비추는 전깃불 아래의 딸의 모습을 보고 잘 커주었구나, 누님이 잘 키워주셨구나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마음 한구석에 고마운 마음도 함께 담는다.

 

-아버지는 요새 어디서 계세요?-

딸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듣는다. 대문 밖에서 한번 들었지만 그것은 대상이 불분명한 상태의 혹자에게 던진 딸의 목소리고 지금 비로소 자신, 그러니 아버지에게 하는 말이다. 장서방은 그러나 딸의 물음보다 오히려 귀에 닿는 그 서울말씨가 희한하게 들린다. 그동안 경상도에서만 기거하여 그런지 자기도 서울말을 사용하지만 삼자의 목소리로 들으니 영 새롭게 들리는 것이다.

-음, 나야 뭐 동가식서가숙하는 신세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너도 보다시피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잘 지내지 않니?-

홍희가 천천히 얼굴을 들고 아버지를 빤히 살핀다. 장서방도 그런 딸의 얼굴을, 잘 자라준 홍희의 얼굴을, 정말 예쁜 얼굴을 마주 본다. 

-고모님이 늘 말씀해주셔서 아버지 소식은 다 알고 있었어요. 또 삼촌들도 종종 연락하시고 가끔씩은 심지어 돈도 주고 하셨답니다. 그런데 아버지. 아버지는 삼촌들하고는 연락을 안 하고 지내시지요? 그분들이 아버지 소식을 통 모르고 계시고 고모님도 아버지가 어디에 계시는지는 말씀 안 하시니까요-

삼촌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장서방이 함께 동지의 뜻을 나누었던 친구들을 말한다.

 

-홍희야,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그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다. 단 하늘 아래 너의 먼발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내 고모님한테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니 고모님도 모를 수밖에. 또 그 친구들에게도 그렇다. 친구라고는 하지만 그들에게 짐이 되는 일은 만들기 싫은 마음으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안부만 나누고 지낼 뿐 내 처지가 더 이상의 소식을 편하게 주고받을 수가 없구나. 참 고마운 친구들이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를 많이 돌봐주었다니-

 

채송철, 전명식, 김근식 또 그 산도적 같이 생긴 이부명, 이 얼굴들이 다 떠오른다. 눈을 감고 장서방은 홍희의 숨결을 느끼며 아직 홍희나 장서방이나 입에 올리지 않은 기억을 떠올린다.

 

-홍희야, 미안하구나-

긴 한숨과 함께 그 말만 하고 장서방은 다시 말이 없다. 홍희도 아무 말 없다. 그저 아이로만 생각했었는데 지금 장서방 앞에 과년한 처녀가 앉아있는 것이다.

 

홍희가 다리를 고쳐 앉으며 몸을 아버지 쪽으로 움직여

-아버지, 지금까지 고모님이 저에게 너무나 잘해주셨어요. 고모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고모부도 아버지처럼 해주셨고 또 오빠들도 친오빠 이상으로 저를 아껴주시고. 그러니 아버지, 미안하시다는 말하지 마세요. 아버지가 미안한 일은 하나도 없답니다. 아버지-

홍희 말이 아버지라는 단어로 끝맺음을 한다. 자신의 속마음이 확고하다는 듯, 아니면 한번이라도 더 불러보고 싶어서일까? 장서방의 머리에는 신여성으로 변해가는 딸의 면모가 들판에 잡초와 같이 자란 수숫대 같은 소향과는 아주 다르다고 느끼며 구구절절이 용서를 구해보려고 했던 애초의 마음이 헛되었다는 생각이라 느껴진다. 그래도 자신도 모르게 또 한숨이 새어나오더니 기어이 같은 말을 하고 만다.

 

-그래도 너한테 한없이 미안하구나. 정말로. 홍희야-

홍희는 아버지의 말이 채 끝나지고 전에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장서방을 향해

-아버지, 저 교회 다녀요. 주님께서 그러셨어요. 용서하라구요. 주님은 아버지를 옛날에 용서했을 거여요. 저는 아버지를 용서할 일이 없구요. 왜냐하면 아버지는 저의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 하신다고 믿으니까요-

용서라는 말을 홍희가 먼저 입에 올려 미리 아버지의 의중을 정리해주는 듯하다.

 

장서방은 할 말이 없다. 구할 용서도 없는 듯하게 홍희가 만들어버렸다. 일어난 그 처참한 사건에 대하여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고도 둘은 너무나 잘 해후를 하고 있다.

 

*   *   *

 

창호네가 앞장서서 방문을 열고 들어선 후 무당이 천천히 방안으로 몸을 숙여 낮은 문을 들어가니 냄새가 퀴퀴하니 진동을 한다. 죽음의 냄새다. 창호어마이는 늘어져있는 창호아바이 몸을 흔들어대며 울어댄다. 벌써 사나흘 누워만 있으니 이제 명이 시각을 다툰다고 생각해서인지 창호어마이의 마음이 급하다.

 

-보살님 우리 아바이 좀 우째 해보이소. 이 사람 살리야 됩니더. 안 됩니더-

 

발악을 하며 서방의 몸을 흔들어대자 광목으로 둘둘 말려있는 머리통이 따라서 같이 흔들린다. 무당은 그저 서서 창호아바이를 본다. 사실 무당이 죽어가는 사람을 처음으로 보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이 보아왔다. 명이 다해 죽어가는 노인도, 괴질에 걸려 희망 없이 죽는 날만 기다리는 환자도, 또는 얼굴이 희다 못해 아예 창백한 폐병환자도 자신에게 액을 물려 낫게 해달라는 부탁도 많이 보아왔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무거운 기운과 그리 추운 날씨도 아닌데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오한이 느껴지는 환자는 드물었다. 무당은 어둡고 공허한 구천을 보는 듯하다. 비록 광목에 쌓여있어서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이미 사람은 이승 사람 같지 않다고 느껴진다. 사실 생사람도 사나흘 굶으면 죽을 판인데 피를 그리 흘리고 며칠을 굶었으니 창호아바이의 상태는 창호어마이가 걱정하는 만큼 중한 상태다. 무당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자신이 섣불리 무언가 했다가 사람이 죽게 되었다는 덤탱이라도 쓸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무당은 아무 말 없이 합장하고 허리를 두어 번 숙이며 무언가 중얼거리더니 방을 나온다.

-보살님 와 가십니꺼! 우째 좀 해보이소. 우리 아바이 좀 살리주이소!-

그러나 창호어마이는 방을 나오지 않고 그저 애달픈 소리만 지른다. 이미 넘어가는 나무둥치를 이제는 애써 잡아도 안 된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저 애만 쓸 뿐이다.

 

무당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뒤를 따르는 광수에미도 소향도 아무 말도 없이 셋은 종가로 돌아왔다. 무당은 아무 말 없이 소향의 방으로 들어가고 소향과 광수에미는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속으로 같은 생각을 한다. 광수에미는 혹시라도 오라버니가 정말로 저렇게 만들었다면 하고 끔직한 생각에 몸을 움싹 하고 소향은 소향이대로 그 거지대장이 창호아바이를  저 지경으로 만들었다면 한 동네에서 그 무슨 엄청난 일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있는 짧은 사이에 안채 건넌방에서 태섭이 말이 들린다.

 

-제수씨, 마루에 있는 거 좀 우째 해보이소. 먹구로-

고개를 돌려 안채를 보니 대청에 무언가 놓여있다. 건성으로 광수에미가 대답을 해대고 보따리를 열어보니 태섭이 사온 수육과 과자들이다.

-소향아, 이리 와본나-

광수에미는 금방 알아채고 소향을 부른다. 그러나 돌계단을 오르던 소향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에 손을 대고 막는다.

-뭡니꺼? 아우- 하고 소향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나며 코맹맹이 소리를 하는 것을 건넌방에서 태섭이 다 듣고 있다.

-와? 벌써 냄시가 안됐나? 아이구~ 이 좋은 걸…. 안되겠다. 치워야지. 니는 이 과자나 들고 방으로 가거래이-

 

건네주는 과자봉지를 들고 소향은 한시라도 빨리 그 역겨운 고기 냄새를 떠나고 싶어 쏜살같이 방으로 돌아왔다. 방안에는 마치 넋 나간 듯한 무당이 사람의 운명이 무엇이기에 누구는 죽고 누구는 원치 않아도 태어나고 또 누구는 원해도 태어나지 않는지 하는 엉뚱한 생각에 잠겨 멍하게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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