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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 ‘씨받이’라고 불렸던 대리모 소향의 일대기가 연재됩니다. [편집자주]
타작할 것도 별로 안 되는 것들을 두드려대는 사람들의 팔에 힘이 들어갈 리가 없다. 그래도 알곡 몇 개라도 건져볼 마음으로 마른 볏단을 놓고 막대기질을 해대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자들이다. 남정네들은 속불을 삭히려고 그저 술독에 빠져 한숨만 쉴 뿐이다. -종가에서 뭐 좀 해주실라나?- 남자 하나가 은근한 목소리로 멍석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하지만 아무도 대꾸도 하지 않자 그 자도 그만 애꿎은 술잔만 들어 입에 붓는다. 그 옆에 장서방도 묵묵히 술잔을 바라보며 꾹 다문 입을 덕울 꾹 다물어 뺨이 움츠려들 정도로 생각에 잠긴다.
무심한 하늘이 바라는 것도 많지 않은 사람들에게 혹독한 시련을 주는 것이 과연 어떤 이유일까? 사람들은 절에도 가서 귀한 공양미까지 바치며 평온을 빈다. 교회당에도 가서 십자기를 보며 사랑과 용서와 복을 구하고 또 일부는 천주당에 가서 역시 같은 것들을 염원한다. 그러함에도 부처도 예수도 성모도 믿는 자에게나 믿지 않는 자에게나 똑같이 절망을 던져주었다. 마치 그들이 합의라도 한 듯 예외라곤 없는 혹독한 시련을 온천지에 뿌려놓았다. 그러나 지금 장서방이 고민하고 있는 것은 누구를 원망할 것인가 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부터 종교가 없었기에 그저 원인이 있으므로 결과가 생긴다고 믿지만 이번의 태풍의 결과엔 그로서도 원인과 결과를 어떻게 엮어서 해석할 수 있을지. 그저 미미한 인간으로 아무 것도 예측할 수도 없었다는 아주 단순한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지금 멍석위에 둘러앉은 자들의 절망의 얼굴을 보며 속수무책이라는 말밖에 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다. -전에는 태광이라도 있어서 중간에서 우째 말이라도 내놓고 했었는데- 누군가 한마디 한다. 그 말끝에 두어 명이 동의하듯 끙끙대는 대답을 하며 숙인 고개 밑으로 눈알을 굴려 장서방을 본다. 한솥밥 먹는 장서방이 들어서 소작 문제며 또한 겨울날 먹을거리를 어떻게라도 종가로부터 대답을 듣고 싶다는 뜻이다.
-전에도 이런 일이 없지는 않았지요?- 장서방이 좌우를 보며 묻는다. -있었지, 있고 말고 내 핑생에 벌써 한…네 번은 겪었을 끼다- 머리가 희끗한 중늙은이가 장서방에게 이무롭게 답한다. -그때는 어떻게 해결이 되었습니까?- -그 당시는 지금 김회장 어른이 계실 때였지. 언젠가… 왜정시대였는데. 그때도 태봉뜰이 반은 농사를 피농했지. 지금보다는 덜 했어도…. 그케도 종가에 바칠 것 제외하이 우리가 겨울날 양식이 하나도 없는기라. 우짜겠노? 결국은 도지 줄 거로 겨울양식하고 말았제- -제가 알고 싶은 것은 그 후의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장서방이 허리를 굽히며 묻다가 자칫 이들에게 오해라도 남길 것이 염려되어 -농사를 해보지 않은 제가 이런 상황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궁금해서 여쭙는 겁니다- 한다.
남정네 하나가 시큰둥한 얼굴로 장서방을 보며 술잔을 들다가 -우찌 될 기 뭐 있소? 못 주었으이 다음해에 주는 기지- 하고 술을 꿀꺽꿀꺽 목을 벌렁거려가며 마신다. 그러자 중늙은이가 보다 차분하게 장서방에게 알기 쉽게 말한다. -만석꾼들이야 한 해 농사 건너뛰도 먹을 기야 있지만 우리네들은 한 해만 피농을 해도 당장에 겨울날 일이 걱정인기라. 케서 소작을 못주면 담해에 또 그 담해에 한 이년 또는 삼년에 걸쳐서 나눠서 못낸 소작을 준다는 말일세- 장서방은 기가 찬다. 소작을 삭감해주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이년이나 삼년에 걸쳐 나누어 주고받는다는 말 아닌가? -만일에 그러다가 또 이삼 년 안에 큰바람이라도 와서 폐농을 하면 밀린 소작을 수년에 걸쳐 내야 한다는 말 아닙니까?- 장서방의 만일이라는 말에 아까 시큰둥한 얼굴을 하던 남정네가 하늘을 쳐다보는 시늉을 하더니 -그라모 별수 없지. 야반도주 해서리 산에 들어가 화전민으로 사는 수밖에-라고 한다.
비록 장서방 자신도 수중에 지닌 것이라곤 풀풀 나는 먼지밖에 없는 신세지만 지금 장서방 앞에 앉아있는 자들의 형편은 과히 난감할 수밖에 없다. 딸린 식구만 해도 보통 일곱 여덟은 될 텐데 그들 입치레만 따져도 내년 추수까지는 상당한 양이다. 그리고 그 양의 먹을 것을 고스란히 빌려서 해결해야 된다는 사실이 암담하고 그 다음은 빌린 곡식을 갚기 위해 적어도 이삼 년을 아무 소득 없이 일만 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암울한 것이다. 더한 것은 그 외의 해결책이 그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장서방은 이것이 그의 일인지 아니면 남의 일인지 모르겠다. 에라이 하는 심정으로 남은 술을 한 모금 삼키고 멍석을 돌아앉아 신을 신으며 -사람 목숨이 질기다고 합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살 길이 있다고 했으니 무슨 수가 있겠지요. 없는 곡식인데 소작인들 무슨 수로 냅니까?- 하고 터벅터벅 걸어 나와 버린다.
소향이 방안에서 손에 든 누런 종이위에 적힌 글씨들을 읽느라 연신 입을 씰룩거린다. 눈에 보이는 글을 입으로 발음을 해봐야 무슨 말인지 엮어갈 수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소향이다. 얼마 전에 태풍이 지나고 나서 집안이 걱정이 되어 편지를 보냈는데 이번에 종락이가 아닌 누군가가 쓴 편지를 오늘 받았다. -배가 없써이 죽을 염려 없고 집이 없써이 떠내리갈 염려도 없다. 괘안타- 소향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마당에 들어선 장서방이 듣고는 -소향아. 방안에 있나?- 한다. 누가 있나 하여 뜰을 보지만 소향이 고무신밖에 보이지 않는데 분명 두런거리는 소리는 났다. 소향이 방문을 열고 내다보며 -와예?- 하고 대답한다. 장서방이 기웃하며 방안을 보지만 아무도 없자 -무슨 소리가 나길래 누가 있나 했지- 하자 소향이 씩 웃으며 가슴팍에 안고 있던 편지를 내보이며 -삼천포에서 팬지가 왔어예. 케서 읽어보느라고예- 한다. 요즘 태풍 이후로 보는 것마다 듣는 것마다 어느 한구석 정겨운 것이 없었던 장서방은 그 잘난 편지 한 장에 미소를 짓는 소향의 얼굴이 새삼 예뻐 보인다. -내가 읽어줄까? 너도 글을 알 테지만- 소향을 부끄럽게 하기 싫어서 꼬리말까지 달았다. 소향이 선뜻 편지를 건네준다. 사실 소향이도 답답하던 참이었는데 장서방이 시원하게 읽어주면 좋을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둘의 마음이 서로를 다 알고 있다는 믿음이 그렇게 만든다.
남도 사투리가 소리 나는 대로 적힌 글이지만 장서방은 의미와 소리를 적당히 조합해가며 옆에서 신중하게 듣고 있는 소향에게 정확히 읽어준다. 종락이는 학교를 잘 다니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는 엄마의 걱정도 있는 대목에서는 소향이도 속이 확 상한다. 숙향이는 제법 점방일을 잘 보고 대포아지매도 잘 계신다는 소식과 함께 털보무당의 소식도 한 줄 있었다. 보살님이 애기를 하나 얻어서 키우고 있다는 말과 함께 그래서 바빠서 경상도 출입은 하기 어렵다고 적혀 있었다. 속이 시원해진 소향이 하늘을 힐끔 보더니 저녁때가 됐다는 것을 깨닫고 벌떡 일어서다가 뒤로 휙 넘어진다. -아이쿠- 하고 불쑥 튀어나온 배를 한손으로 지탱하며 다른 팔로 일어나려는 소향을 장서방이 손을 뻗어 일으켜주며 -몸이 무겁다. 그렇게 급하게 행동하지 말고 뭐든지 천천히 해라. 그러다가 큰일 난다. 삼천포는 아무 일 없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여기는 그렇지가 않으니- 하고 뒷짐을 지고 발을 떼는데 태섭이 얼굴이 벌겋게 익어서 자전거를 타고 들어온다.
-출타하셨습니까?- 하고 말하며 장서방은 태섭의 자전거를 잡고 태섭은 자연스럽게 안장에서 내린다. -서울서 내무장관이 오고 도지사가 왔다고 해서리… 안 가볼 수도 없고해서 갔디만- 양복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뒤에 있는 장서방에게 입안에 든 소리를 하며 돌계단을 오르고 장서방은 자전거를 자신의 방 옆에 있는 예전 소 우리에 들이는데 태섭의 소릴 들은 큰아지매가 문을 열고나오고 소향이 부른 배를 움켜잡고 저녁 준비를 하러 정기로 들어간다. -참, 장서방, 자네 좀 들어와보게. 그리고 임자도 좀 들어오고- 방문을 열기 전에 장서방에게 몸을 돌려 말한 태섭은 문을 그대로 열어둔 채 방안에 좌정한다. 장서방보다 먼저 건넌방에 든 큰아지매는 태섭에게 오늘 출타한 일을 묻는다. 태섭의 입맛이 갑자기 씁쓸해지는 것을 느끼며 마루에 올라오는 장서방을 보고 말을 아껴버린다.
장서방도 좌정을 하고 윗목에 앉자 태섭이 묻는다. -그래, 들에 돌아보이 어떻던가?- 물으면서도 물을 만한 가치가 없는 줄 대충 알고있는 태섭이다. 장서방도 좋은 소식이 아니라 뜸을 들이자 태섭이 먼저 말한다. -올 소출은 그야말로 빈 쭉대기구만…. 그나저나 온 동네가 다 그러이 우짜지?- 하고 마누라를 본다. 큰아지매도 할 말이 없는지 그저 방바닥만 손바닥으로 문지른다. -회장님, 전에는 이런 경우에 소작꾼들과 종가에서 어떻게 일처리를 했습니까?- 장서방도 태섭을 회장으로 부르고 있다. 참으로 부르기에 좋은 이름이라 생각해둔 참이다. 나이도 비슷한 처지에 영감님이라 부를 수도 없고 어른이라 할 수는 더더욱 어색하던 참에 종친회장이니 회장이라 동네사람들이 불러주는 것을 인용하는 것이다. -무신 처리를?- 눈을 둥글게 뜨고 장서방을 쳐다보는 태섭의 태도가 엉뚱하다는 듯하다. 장서방은 혹시라도 자신이 들어서서는 안 될 게 있는지 순간 다시 한 번 재보고는 차분히 입을 연다. -오늘 회장님이 시킨 일로 온 동네의 상황을 둘러보고 또 작황도 보았지만 먼저 작황이라 할 것도 없는 그야말로 완전한 폐농 상황입니다. 그나마 남은 나락이라도 거두어 여자들이 타작해보지만 싸래기만 몇 홉 나올 정도지요. 심각한 것은 사람들이 내년 추수까지 아니 적어도 보릿고개를 넘을 때까지 먹을 것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술뿐이고 술로 인한 불화가 집안에서나 또 집밖에서나 만연할 것이니 그것이 더 큰일이라고 보입니다-
큰아지매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장서방의 말을 들으며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다. 평소에도 장서방이 뭔가를 배운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 막상 그의 말을 면전에서 듣고 보니 마치 무슨 행정가나 정치가가 하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회장님께 전의 사례를 물은 것은 회장님의 농토를 대신 경작하는 소작농에게 무언가 희망이 보이고 가능성이 있는 대책을 내놓으신다면 저들의 마음도 한결 가라앉고 다가오는 겨울을 살아가는데 힘이 나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장서방의 말을 태섭도 가만히 듣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자신이 들어보지 못한 이상한 말들이 섞여있다. 대신해서 경작을 한다? 희망과 가능성? 예전에 자신이 서울서 학교 다닐 때 계몽운동을 하던 친구들의 입을 통해 들어는 보았지만 막상 머슴 입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마치 자신이 피를 빨아먹는 지주처럼 느껴진다. 태섭은 눈을 지그시 찌푸리고 고개만 살짝 돌려 장서방을 모로 쳐다보며 말한다. -하늘이 한 일을 내보고 무신 희망과 가능성이 보이는 대책을 내노라 카노? 자네는?- 옆에 앉은 큰아지매는 머리가 어지럽다. 보통내기는 아닌 줄 알고 있었지만 오늘 장서방의 입에서 나온 소리들을 들어보니 농민운동을 훨씬 지나쳐 농민 봉기 수준이다.
태섭의 태도와 말을 들은 장서방은 속으로 아차 한다. 자신이 너무 성급히 생각을 내보인 것을 느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다. 마음을 담담하게 다진 후 입을 연다. -머슴 주제에 분부대로만 하는 것이 도리인줄 알고 있습니다만 오늘 화장님께서 동정을 보고 오라고 하셨길래 드린 말씀입니다. 그뿐입니다- 태섭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담뱃갑을 열어 한 대를 입에 올린 후 -내가 농사를 지어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저그가 서로 짓겠다고 ,또 마이 짓겠다고 해서 만들어진 계약이지 내가 우쨌다꼬? 인근에서는 그래도 우리가 젤로 후하게 소작도 쳐주는 거 자네는 모리나?- 장서방의 말이 태섭의 마음을 심히 다친 모양이다. 큰아지매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고 둘의 말을 듣고 있다.
-물론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농사에 큰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동네 사람들이 말하는 전래되는 사례가 곧 해결책이라고 들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올해 내지 못한 소작은 나누어서 몇 해 동안 갚고 또 양식을 빌리면 그것 역시 나누어 갚는다고 들었습니다- -그기 우때서? 내가 한꺼번에 내라고도 안할 기고 또 먹을 양식도 빌리주는데 내보고 우째 뭘 더 하라고?- 태섭의 장서방을 향한 눈치는 마냥 아니꼬운 듯하다. -공생이라는 이념의 바탕에서 생각해보시면 회장님의 말씀에 다소의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서방은 이미 주어 담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내친 김에 실의에 빠진 동네사람들을 위해 태섭을 설득해볼 요량이다.
-뭐라꼬? 장서방! 니 지금 내보고 뭐라 켔노?- 전혀 놀란 만한 장서방이 아니다. 이 정도는 기대하고 있던 장서방이라 태섭의 눈꼬리가 오르내릴지언정 계속할 것이다. -아까 말씀하셨듯이 하늘이 한 일입니다. 소작꾼들도 회장님도 누구도 아니고 바로 하늘이 저지른 조화로 인해 폐농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소작들은 내지 못한 소작을 내느라 삼년을 헛고생하고 또 겨울을 나느라 양식을 빌리고 그것 때문에 일 년을 더 고생해야 합니까? 반면에 회장님은 하늘이 내린 폐농의 피해를 전혀 보시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소작도 비록 올해는 받지 못하더라도 결국 삼 년 동안에 다 받을 것이고 빌려준 양식도 다 되받으시니 손해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말입니다. 바로 공생의 사람 세상이 아닌 편생의 귀족 세상밖에 안 된다는 말입니다- 장서방은 비록 날카로운 말은 하지만 차려야 할 예는 몸짓에서나 말에서나 하나도 빼지 않는다. 태섭은 입을 허 하고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너무도 황당무계한 말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장서방의 일갈이 빈틈없는 이론으로 중무장해서인지 또 그것도 아니면 자신과 종가에 도전하는 것으로 보아서인지. 아무튼 태섭의 얼굴 표정이 잔뜩 굳어있다. 큰아지매 역시 기가 찰뿐이다. 김씨집에 시집온 뒤로 태풍으로 인한 폐농 사례를 전에도 보았던 터지만 그때도 누구도 종가의 일처리에 이의를 내놓은 자가 없었는데 머슴이, 그것도 자기집 머슴이 지금 종가의 일처리가 잘못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태섭이 할 수 있는 말이 이것이 전부다. 어지러운 머릿속에서 장서방의 논리를 뒤집을만한 생각이 도저히 나질 않고 있다. -물으시니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태섭이 장서방에게 더 물은 것이 아니고 비꼬는 것인 줄 장서방도 알지만 자신의 말을 계속하려는 정당성을 얻고자 물었다고 한다. -소작들에게 회장님께서 전에 없던 호의를 베푸시면 그것이 비록 양쪽에게 아주 공정한 일일지언정 모든 공과 상은 종가와 회장님께 돌아온다고 믿습니다. 즉 올해의 소작은 전부 사면해 주시고 겨울날 양식을 빌려주실 뿐만 아니라 그 빌린 양식도 갚을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주자는 것입니다. 회장님과 종가의 여력으로 보아 충분히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즉 원하는 소작들에게 송아지 한 마리씩을 사서 주고 키운 후 팔아서 양식값을 갚으라는 것입니다. 보기에는 회장님이 이자도 받지 못하고 양식을 이삼 년씩 빌려준 듯합니다만 다 큰 소를 팔았을 때 돌아오는 이익은 이자를 훨씬 넘어설 것이기 때문에 회장님의 손해는 없을 것입니다. 단 올해의 소작을 전부 사면하면 회장님으로서는 막대한 손실이 있을 줄 압니다만 그것은 하늘의 일이기에 소작들이 수고하는 만큼 회장님도 같이 감수하셔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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