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모, 좋은 사람 맞지예?”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127화

김담 | 기사입력 2016/03/15 [22:02]

“그 유모, 좋은 사람 맞지예?”

김담의 연재소설 <소향전> 127화

김담 | 입력 : 2016/03/15 [22:02]

한국의 근현대사를 살아온 한 여성의 이야기. ‘씨받이’라고 불렸던 대리모 소향의 일대기가 연재됩니다. [편집자주]

 

솟을대문을 가로질러 금줄이 걸렸다. 장서방이 안방 아지매의 주문대로 정기에서 모아둔 숯 중에서도 아주 좋은 빛깔과 크기의 숯을 고르고 큰아지매가 내준 굵고 큰 선명한 빨간색의 고추도 엇갈아 새끼에 꽂아 걸고 그 사이사이에 밤에 눈에 잘 띄도록 한지를 잘라서 심었다.

 

-아이구, 보기 좋네! 인제 온 동네에 종갓집에 종손 났다고 잔치하게 생깄구만!-

대문을 들어서는 작은아지매는 이른 아침이지만 큰 목소리로 너스레를 떤다. 소향이 두문불출하는 탓에 조석 수발하며 종가 정기살림이 이제 광수에미의 몫이 저절로 돼버렸다. 그래도 광수에미는 불편이 없다. 별채에서 자신의 식솔들 입을 챙기더라도 어차피 할 일인데 종가에서 소향이 수발을 핑계 삼아 어려운 자신의 밥상보다 한결 나은 반찬이며 음식을 광수 재수에게 그리고 서방에게 먹일 수 있는 게 다행이다 싶어서다. 지난 가을에 태풍이 휘몰고 간 후로는 그야말로 가진 자나 가지지 못한 자나 호구지책이 유일무이한 걱정임을 그녀뿐만 아니라 온천하가 다 알고 있다.

 

비록 이르다 싶은 아침이지만 집안이 너무 조용한 탓에 광수에미는 정기로 향하던 발을 마당에서 멈추고 사방을 둘러본다. 안방문도 굳게 닫혀있고 건넌방도 심지어 장서방 방문도 기척 없이 조용하다.

그럴 수밖에, 큰아지매는 한수를 자신이 밤사이에라도 안고 지내려 했지만 물릴 젖꼭지 없이 수시로 울어대는 갓난아이를 추스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에 새벽쯤에 한수를 소향이 방에 안겨주고 돌아갔으니 날이 밝아도 잠에 취해있고 태섭은 어젯밤 늦게 종손 턱을 내느라 술에 취해 돌아왔으니 인사불성이고 장서방은 날이 밝기도 전에 군불을 한 번 더 넣고 정기의 가마솥에도 물을 끓인 후 밤잠도 아니고 낮잠도 아닌 아침잠을 잠시 자고 있는 중이다. 정기로 들어서던 광수에미의 귀에 모기소리 같은 앵 하는 애기의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그 소리가 소향이 방에서 난다. 분명 어젯밤에 한수는 안방에서 있을 것이라 하는 안방마님의 말이 기억났는데 어찌 소향의 방에서 애기의 울음소리가 나는지. 광수에미는 소향의 방으로 가서 문을 살며시 열어 고개만 들이밀고 -소향아, 한수, 여 있나?- 하고 보니 소향이 젖을 물리고 옆으로 누워 있다가 -예, 큰아지매가 델고 왔심더. 보챈다고예- 한다. 

광수에미는 쿡하고 나오는 웃음을 참고 -카모! 아도 못 낳아봤으이 알 수가 있나? 갓난아를 우째 델고 잔다고…. 그래, 니는 누워있거라. 내 국 끼리 오꾸마- 하고 문을 살며시 닫는데 소향의 말이 들린다.

-배도 안 고픕니더. 천천히 하이소예-

 

삼칠일이라 했지? 소향은 셈을 해본다. 손가락으로 일곱을 세 번 세어보니 양손의 손가락이 두 번 접혔다 폈다 해도 하나가 남았다. 그런데 벌써 한수를 낳은 지 이틀이 지났으니 이제 열아홉 밤만 자면 신덕에서 온다는 유모가 올 것이고 그 다음은 자신도 삼천포로 갈 일만 남았으리라. 엄마가, 대폿집 아지매가 그리고 종종 싸워댔던 숙향이가 보고 싶다. 달포도 전에 볼 수 있을 것인데 한수가 차지하고 있는 한쪽 맞은편에 엄마나 대폿집 아지매나 숙향이가 앉아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하고 상상해본다. 그런데 갑자기 창자가 주리고 가슴팍이 저며 온다.

젖꼭지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한수가 갑자기 자신의 오장육부를 다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것같이 느껴진다. 손바닥에 겨우 걸릴 만큼 작은 한수인데 지금은 소향이 자신이 아주 작은 사람으로 그러나 한수가 하늘같이 크게 느껴진다. 억지로 몸을 일으킨 소향이 새큰거리는 한수의 얼굴을 조용히 내려다본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혼자 찬찬히 한수의 얼굴을 보는 것이 처음이다. 빨간 볼때기가 복숭아를 연상시킨다. 감고 있는 눈 위의 실핏줄도 보인다. 젖꼭지도 없는데 아직도 입이 오물거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팔을 움찔거리고 다리도 허우적댄다. 소향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 미소를 담고 한수를 내려다보다가 문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니 광수에미가 소반을 들고 들어선다.

 

-아지매, 그 유모 말입니더. 좋은 사람 맞지예?-

느닷없이 묻는 소향의 말에 상을 내려놓으며 광수에미는 눈을 껌벅거린다.

-내도 모리제. 아 놓은 지 개아 한 달도 채 안됐다고 아는데. 그것밖에 모린다. 어서 국이나 무라. 식기 전에- 하고는 한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소향을 광수에미가 쳐다본다. 자신도 새끼를 길러보니 알 만하다. 머리가 이마 앞으로 흘러내린 소향의 모습이 안쓰럽다.

-그래. 오데 인력으로 되겠나-

정 주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에미 새끼 사이에 생기는 정을 주라고 주고 주지 말라고 주지 않는다는 것이 어디 있을 수 있겠나 하는 심정으로 광수에미는 인력으로 안 된다고 말한다.

-한수가 눈을 언제쯤 뜰까예?-

소향은 눈은 한수를 향하고 옆에 앉은 광수에미에게 묻는다.

-고데 뜰 끼다. 와?-

소향은 자신이 떠나기 전에 한수가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궁금함에 물었다. 광수에미는 와 하고 물었지만 소향의 그 속을 알 만하다.

-우짜것노!- 하고 광수에미는 입 밖에 물음도 아니고 말도 아닌 어정쩡한 말을 내놓고 그 다음 말을 내놓지 못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이미 정해진 운명을 어찌 할 것이냐는 것이다. 상위에 놓인 숟가락을 들어 소향의 손에 쥐어 주면서 광수에미는 소향의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싸서 꼭 죈다.

-어서 무라. 기운 내고. 케야 젖도 잘나오고 아도 잘 클 끼다. 알았제?-

광수에미 목소리답지 않게 어쩐지 조용히 말하자 한수를 쳐다보던 소향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진다.

 

물지게를 진 장서방이 샘가로 갔다. 늦게 아침을 한 술 뜨고 나니 또 잠이 쏟아지지만 게을러지기 싫어서 몸을 움직이는 중이다. 광수에미는 물을 펑펑 써댄다. 기저귀도 집에서 가마솥 물로 빨고 자신의 집에서 나오는 빨래도 가마솥 물로 빨아대느라 정기간 물독에 물이 찰 날이 없다. 그래도 이나마 장서방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있다는 것이 내심 다행이라 생각 든다. 어지간한 집이라면 그 태풍 이후에 입 하나쯤 줄인다고 했을 것인데 오히려 자신에게 있으라고 한 태섭이 고맙기도 하다.

 

-알라 낳지예? 아들이던데-

먼저 와있던 창호어마이가 다른 마을 아낙과 함께 두레박을 올리다가 장서방을 보고 묻는다. -예. 아들이랍니다- 하고 두 아낙이 샘가를 물러설 때까지 지게를 진 채로 기다린다.

-카모. 인제 소향이도 곧 갑니꺼?- 하고 연신 두레박줄을 올리던 창호어마이가 또 묻는다. 순간 장서방도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라 느낀다. 그렇구나. 소향이도 이제 할 일을 해냈으니 갈 일밖에 안 남았구나 하는 생각으로 창호어마이의 질문도 잊고 서 있는데 또 묻는다.

-그래, 아는 괘안십니꺼?-

그 말에 정신이 든 장서방은 질문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도 아직 본 적이 없는 갓난아이다. 흔히 손가락이 여섯 개라든지 아니면 째보나 언챙이가 태어날 수 있는 게 아주 없는 일은 아니기에 아마도 정상이냐고 묻는 질문임이 틀림없다.

-아주 잘 생겼고 이목구비가 또렷합디다-

장서방은 자신이 한 대답에 스스로 웃으면서 창호어마이를 본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동이를 머리 위로 올리면서 창호어마이는 위로 치솟은 저고리 섶을 한 손으로 가리며 샘을 벗어난다.

 

아무도 없는 샘가를 혼자 차지하고 물을 올리면서 장서방은 아직도 무주공산에서 헤매는 자신의 모습이 불쑥 생각난다. 홍희만 사람 구실시키면 자신도 인간의 굴레 속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막상 그 시점이 다가오니 조금은 막연한 느낌이 든다. 지금껏 살아온 장지우 대신에 장태근으로 살아볼 참이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물을 퍼 올리다가 멈추고 샘 속을 들여다보면서 비로소 느낀다. 아무 연관도 없는 소향이 어느 순간 막바지에 이른 운명을 타고 떠난다고 하니 곁들여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운명을 막바지로 몰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비록 한솥밥은 먹고살았지만 그저 종가에서 일하는 두 사람으로만 느끼고 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소향이가 가진 삶의 갈래가 자신과 홍희의 인생에 얽혀있었던 것을 느낀다.

 

그래서 그랬던가? 두 번씩이나 소향의 집에도 갔었고. 처절한 운명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엮어나가는 소향의 인간성에 장서방은 자신의 비운을 대조시켜 같이 엮어나가고 있었다. 문득 자신도 마무리가 필요하다는 급한 마음이 든다. 서울로 가서 홍희를 보고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고 그리고는… 정말 영어의 몸으로 한동안 장태근으로 태어나기 위한 몸살을 앓아야 하는가? 소향이 그 지독한 산통을 겪지 않았던가? 자신도 겪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가벼워졌다. 양쪽으로 걸린 물동이가 걸음걸이에 맞춰 일렁거려댄다. 그리고 장서방의 걸음걸이는 다시 그 일렁거리는 물동이의 박자에 맞춰 옮겨진다.

 

-장서방, 내는 들어가도 되지?-

부르는 소리에 고개도 못 돌린 채 걸음만 멈춘다. 태광이다.

-어디를 말입니까?-

그 뒤에 아이들 둘, 광수와 재수가 붙어있다.

-아, 금줄을 쳐놓았으이 하는 말이오-

-아, 아무렴 한집안 사람인데 안될 것이 있겠습니까?- 하고는 발걸음을 다시 옮기자 태광이 따라 붙으며 -물 내리놓고 동네 한바퀴 돌아봅시다. 소들을 우째 키우는지 봐야지. 잘못되는 놈이라도 생기모 생돈이 날아가는 거 아니오?- 한다.

태광의 말에는 만일 송아지가 죽기라도 하는 날에는 없는 형편에 누가 송아지값을 변재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말로 맺은 계약이 어떻든지 없으면 배 째라는 것이고 그저 있는 사람이 잃고 마는 상황을 일컫는 것이다.

-예, 그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사실 제가 혼자 기웃거리기도 모양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던 참인데. 머슴 주제에 말입니다- 하면서 태광을 보고 씩 웃는다.

 

대문을 거침없이 들어선 아이들이 큰소리로 엄마야를 불러대자 소향이 방에 있던 광수에미가 문을 열고나오며 아무 소리 없이 손사래를 친다. 조용히 하라는 시늉이다.

-알라 좀 보이도-

광수가 말하자 -내도- 하고 또 재수도 박자를 맞춘다. 광수에미는 아이들 옆에 서있는 서방을 향해 -삼칠일도 안 지났구만 와 아들꺼정 대동하고 왔십니꺼? 퍼떡 가이소. 시끄러버 아 깨겠심더- 하고 양손으로 가라고 시늉을 한다.

그사이 안방 문이 열리더니 큰아지매가 마루로 나서서 소향이 방으로 온다. 태광이 목만 까닥하여 인사를 보내고 광수 재수를 앞세워 대문을 나서고 광수에미와 큰아지매가 소향의 방으로 들어간다.

 

소향이 일어나 앉아서 자고 있는 한수를 보고 있던 참이다. 머리 모양새를 고치며 큰아지매를 맞는 인사를 하는데도 큰아지매는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자고 있는 한수의 코앞에 얼굴을 갖다대고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슬며시 포대기를 감싸 안더니 자기 품으로 끌어안으며 자세를 고친다.

-동서, 유모를 한번 오라고 하게. 얼굴도 보고-

광수에미는 소향의 눈이 큰아지매의 품에 있는 한수에게서 꼼짝도 않는 것을 본다. 참 눈치도 코치도 없는 여자다 싶다. 밉다.

-와예? 인제 개아 삼칠일 막 지났다 카던데-

신덕이라면 한참을 걸어야 할 거리다. 그런데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여자가 바람 맞으며 오겠느냐 하는 광수에미의 말이다.

-유모가 누군지 내가 봐야지, 말만 듣고 어떻게 덜컥 한수를 맡기겠나?-

소향은 고개를 숙여버린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다행히 눈을 가려주어 눈물이 맺혀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행님, 젖 믹일 사람이 그케 많지도 안합니더. 아 놓는 여자는 많아도 인제 막 놓은 여자라야 참젖이지 도달 지나모 물젖 아입니꺼? 믹이바야 아도 안 크고 그카이 그 새댁이 딱입니더. 볼 것도 없심더-

큰아지매의 말을 거역한다는 뜻이다. 소향이를 앞에 두고 아무 느낌도 없이 말하는 매몰찬 여자가 미워서이다.

 

-참, 소향아, 그 보살님 소식 요샌 모르냐? 한번 오시면 좋겠는데. 연락 한번 드려봐라-

고개를 숙이고 억지로 눈물을 참고 있던 소향은 대답을 하는데 메여있던 목소리가 껄끄럽게 나온다. 그 참에 한수가 울어대기 시작한다. 목소리도 제법 울려댄다. 큰아지매는 포대기를 품에 안고 흔들어대며 울고 있는 한수를 얼러대지만 한수는 계속 운다. 소향은 당장이라도 자신이 뺏아 안고 싶지만 그저 마음뿐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속만 탄다. 그런대도 큰아지매는 온통 한수에게만 집중되어 소향이나 광수에미의 동정에는 관심이 없다.

-행님, 아가 우는구만. 소향이 주이소-

소향의 귀에 제법 앙칼지게 들린다. 그런데도 큰아지매는 또 한참을 어르고 나서 소향에게 한수를 내밀며 -오늘밤부터는 한수를 니가 데리고 자거라. 어젯밤에 내가 모르고 한 말이다. 수시로 먹어야 하는데- 자신의 욕심만 내세운 걸 시인하는 대목이다.

 

소향이 가슴을 젖히고 우는 한수에게 젖을 들이대자 눈을 감은 채 입을 이리저리 돌리더니 덥석 꼭지를 찾아 물고 빨아댄다. 소향은 어느새 부끄러움도 없다. 그저 오물거리며 빨아대는 한수의 얼굴만 정신없이 쳐다본다. 큰아지매도 광수에미도 역시 한수의 얼굴을 보고 있다. 한참 후 저절로 입에서 젖꼭지가 빠지더니 한수는 또 잠에 빠져들고 그때 큰아지매가 손을 뻗어 한수의 귀저기를 들추어보고는 -아이구, 한수가 일을 냈네!- 하고는 광수에미를 본다.

-예? 그래예?-

소향이 한수를 방바닥에 내려놓고 기저귀를 들추어보니 정말로 한바탕 쌌다.

-야, 야, 그래도 지금 가는 기 아이다. 아한테 금방 젖 믹이놓고 눕히노모 다 개아내뿐다. 자, 요래 안고 등을 토닥거리줘야 젖이 내리가제- 하며 광수에미가 능란하게 곧추 세운 한수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대며 소향에게 이른다.

-키워봤으야 알제-

혼잣말처럼 하는 말이 들리기로는 소향에게 하는 것 같지만 느낌으로는 큰아지매를 비꼬아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순간 한수가 쿡 하는 소리를 낸다.

-오이야, 인제 젖이 내리간 모양이제. 행님, 기저귀 가이소. 행님 아 아입니꺼?- 하며 광수에미가 한수를 큰아지매에게 내밀자 큰아지매는 눈이 슬며시 커지더니 한없이 어색한 얼굴만 짓는다.

 

-아지매, 와 캅니꺼? 이리 주이소. 지가 합니더- 하고 소향이 한수를 뺏어 방바닥에 내린 후 기저귀를 벗기며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뽀얗게 탈색된 기저귀에 노란 애기똥이 젖어있다. 소향의 코끝에 전해지는 애기똥의 향기가 마냥 어지러울 만큼 향기롭다. 광수에미도 얼굴을 한없이 빼내어 소향이 하는 것을 들여다보면서 자신도 예전에 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얼굴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유독 큰아지매만 오만상을 하고 코를 씰룩거리며 참고 있다.

그것을 힐끗 본 광수에미는 앉은 다리를 고쳐 앉으며 느긋한 표정으로 -행님, 와 똥냄시가 싫습니꺼?- 하고 빈정거린다.

-내 코에는 달기만 단데 소향아, 니도 달제?- 하며 기저귀를 갈고 있는 소향에게 큰아지매 보란 듯이 동의를 구하지만 소향은 관심도 없다. 그저 한수를 정갈히 하는 일에만 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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