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른여덟에 혼자 떠난 배낭여행은 태국과 라오스, 인도를 거쳐 남아공과 잠비아, 탄자니아, 이집트 등에서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혼+마흔+여성 여행자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에서 <김종욱 찾기>(2010년 개봉한 장유정 감독의 영화. 임수정, 공유 주연)로 유명한 북인도 조드푸르, 그 푸른 도시에 왔다.
우연히 들어간 깨끗이 정돈된 옷가게를 운영하는 인도인 사장과 곧 친해졌다. 짧은 시간 만났지만 이 친구가 마치 나를 사랑하는 듯한(?) 끈적한 눈길을 주길래 부담스러워져서 숙소에 돌아갔다.
자이살메르에서 만난 두 명의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데, 이 친구들이 한 옷가게의 남자 얘기를 나누며 호들갑이다. 왠지 다른 인도인과 다르다는 것이다. 다음날 그들을 따라 그 옷가게에 갔더니,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어제 내게 끈적이던 그 친구였다.
아니나 다를까.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얼굴도 이쁜 두 친구는 본척만척 내게 끈적한 눈길을 보내는 그 인도인에게, 친구 중 하나가 물었다.
“너 유 좋아해?” 그가 “응”이라고 답한다.
두 명의 어린 여행자들은 마치 영화를 본 듯이 설레어하며 소리를 지른다.
사실 나는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것 같다. 여행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중 하나가 ‘왜 여행을 하느냐’이다. 대부분은 한국에서의 인간관계가 힘겹다거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라거나, 혹은 꼭 보고 싶은 게 있거나 꼭 해보고 싶은 게 있어서라거나… 근데 나는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떠나기 전 회사일도 재밌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아까우리만큼 행복했고, 그래서 하루하루 충만했다. 무엇인가가 결핍되어 그걸 찾기 위해서 온 것도 아니고, 너무 과하여 비우기 위해서 온 것도 아니다. 아니, 그 모든 것이 다 이유일 수도 있지만.
무튼 나는 지금 조드푸르의 맨 꼭대기 성에 올라 앉아있다. 대포들이 성 밖을 겨누고 있고, 나는 그 대포에 몸을 기대 성 밖의 공중에 다리를 빼고 앉아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솔개 한 마리가 휘저어 놓고 간 하늘을 비둘기들이 어지럽게 날라 다니고, 여유 돈이 있는 외국인들은 뮤지엄에 올라가 엘리베이터 타고서 꼭대기에 올랐을 테고… 나는 현지인들만 왔다 갔다 하는 외부의 성 밖, 그렇기에 가장 높은 곳에 앉았다.
바람이 분다.
그래서 김종욱은 어디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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