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른여덟에 혼자 떠난 배낭여행은 태국과 라오스, 인도를 거쳐 남아공과 잠비아, 탄자니아, 이집트 등에서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혼+마흔+여성 여행자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편집자 주
홀리 축제를 즐기러 마투라에 모여든 여행자들
가족이 생긴 자이푸르와 웅장한 타지마할을 거쳐서 마투라에 입성했다. 마투라는 홀리 축제(Holi, 2~3월에 열리는 힌두교도들의 봄맞이 축제. 색색의 가루와 물감으로 거리를 물들여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축제로 꼽힌다)의 근원지인 작은 도시다. 인도 전역에서 열리는 홀리 축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우다이푸르에 있을 때 알게 된 한국인이 초대해줘서 인도 여행자들의 카카오톡 단체방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마침 홀리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마투라로 가려던 내게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렸다. 한국인 한분이 그곳에 터를 잡고 있었던 것!(아직도 연락하는 아저씨~ 좋은 분이다. 알고 보면.) 그 분이 숙소를 잡아서 한국인들에게 대신 예약을 해주고 계셨다.
콜카타에서 만나 좋은 친구가 된 ‘유니’(내가 꼬셔서 학교를 휴학하고 아직도 인도 여행 중이다)와 ‘제일’을 마투라에서 다시 만났다. 그리고 이곳에서 새 친구 ‘요셉’을 만났다. 요셉은 훗날 나와 아프리카 동행도 하게 되었다. 이집트 다합에서는 같이 생활하기도 하고…. 인연이란 참 신기하다.
우리들은 의기투합하여 그 유명한 홀리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디’와 ‘라이언’을 만났다. 디는 인도 델리대학생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는 소중한 친구다. 라이언은 디와 인도에서 만난 미국인 친구로, 둘이 함께 축제를 위해 마투라에 막 온 참이라고 했다. 결국 그 둘은 숙소도 우리 쪽으로 옮기고 홀리 축제 내내 한국인들과 함께 했다.
함께 즐기고 놀던 축제 전날 밤. 숙소를 잡아주었던 한국인 아저씨는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디에게 “너 여자친구 있어?” “너 결혼했어?” “그럼, 너 게이야?” 하며 말도 안 되는 삼단논법으로 추궁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저 아저씨 말을 되받아 쳐줄까 궁리하던 차에, 미국인 친구 라이언이 아저씨에게 같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너 여자친구있어?” “너 결혼했어?” “아! 그럼 너 게이구나?” 한방 맞은 듯이 허탈하게 웃는 아저씨를 보며 “우와 라이언 멋져~” 연발하던 그 순간이 계속 기억날 것 같다. (지극히 사견이지만, 나는 지금까지 여행하면서 딱 싫은 사람 두 명을 만났는데 우연히 그게 다 한국아저씨들이었다.)
아무튼 디와 나는 각별히 친했는데, 아직도 사랑과 삶을 공유하는 사이로 남았다.
성추행범들과 싸우며 전진…‘홀리는 홀리구나’
드디어 홀리 축제날!
그 난리법석에 우리 일행 중에서 남자들도 사원에 들어가길 꺼렸고, 오직 나만이 그곳에 들어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수많은 힌두교도인들과 꽃가루, 색가루들의 향연-을 보았다.
그리고 인도의 악명 높은 성추행도 제대로 겪었지. 사람들 사이에서 비집고 들어오는 수없이 많은 손들. 나는 그 손들을 따라가 일일이 꽈악 깨물어주고 도망치듯 템플을 나왔다. 나와서 보니 사원 앞에 놓아둔 내 신발은 사라져 있었다. 뭐 괜찮아, 홀리니까!
남녀가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홀리 축제 기간에 여자들은 미친 듯이 괴롭힘을 당한다. 하지만 한국의 배낭여행자들, 특히 여자들은 강하다. 우리는 축제를 즐기면서도 동시에 성추행범들을 하나하나 붙잡고 싸우며 전진했으니까.
이때 만난 친구들 중에 삼년이 지난 지금도 몇몇은 연락을 하고, 서로를 그리워한다. 마투라에 자리 잡고 있었던 아저씨는 1년 전에 다시 가 본 바라나시 길거리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 요셉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여행을 하면서 다시 만났고, 유니와는 꾸준히 연락중이다. 디는 인도에 갈 때마다 만나는 친구가 되었다. 라이언은 여행 떠날 때마다 내가 어디 있는지 묻고, 가능하면 내가 있는 장소로 오려고 노력한다.
여행은 역시 사람이 반인 것 같아! 그리고 홀리는 역시 인도 마투라에서 겪어볼만하다. 해피 홀리-환상적인 축제의 도시-마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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