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공모죄 시행…‘마음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

공모죄 이후의 이정표① 정신과 전문의에게 듣다

가시와라 토키코 | 기사입력 2017/11/21 [15:59]

日 공모죄 시행…‘마음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

공모죄 이후의 이정표① 정신과 전문의에게 듣다

가시와라 토키코 | 입력 : 2017/11/21 [15:59]

올 여름 일본 사회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계획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공모죄법’(테러 등 준비죄) 시행으로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국가가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커 ‘마음을 처벌하는 법’으로 불린다.

 

이미 안보법을 제정해 자위대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확대하는 등 ‘전쟁하는 국가’로의 길을 연 아베 정권이 한층 더 우경화되어 ‘감시와 통제 사회’를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크다.

 

‘말하면 안 되겠지?’ 새로운 공포심을 경계하라

 

▶ 정신과 의사이자 릿쿄대학 교수 가야마 리카 씨. ⓒ페민 제공

정신과전문의 가야마 리카 씨는 “공모법죄가 성립되고 정신과 의사로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마음 속 자유의 침해”라며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마음가짐을 단속하는 이 법으로 인해 제 일의 존재 가치를 박탈당한 느낌입니다.”

 

가야마 리카 씨는 공모죄법이 성립하기 직전인 5월 31일, 도쿄 히비야 야외음악당에서 열린 공모죄 반대 집회에서 “이것은 인간의 존엄을 건 싸움”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공모죄법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이 법의 위험을 깨달을 새도 없이 안보법제 이상으로 졸속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공모법죄가 성립되고 정신과 의사로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마음 속 자유의 침해입니다.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가,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판단만으로 법에 저촉됩니다.

 

헌법은 사상과 신념의 자유,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자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별로 우리가 논의하여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나 아동 포르노 등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는 범위를 제한해왔습니다. 하지만 공모죄는 우리의 논의 없이, 수사 관계자가 자유의 제한 범위를 정해버린다는 점에서 너무나 위험합니다. 우리에게는 공모죄법보다 상위법인 헌법이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헌법에 의지해야 합니다.”

 

가야마 리카 씨는 공모죄법이 현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다.

 

“얼마 전, 오키나와에서 기지 반대운동을 하는 분이 전하기를, 현지에서는 시위 진압부대가 ‘공모죄를 적용하겠다’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이건 말하면 안 되겠지’, ‘이런 문자를 보내면 안 되려나?’ 하는 새로운 공포심을 경계해야 합니다.”

 

넷우익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 것

 

릿쿄대학 교수이기도 한 가야마 리카 씨는 <진짜 내셔널리즘>(치쿠마신서), <‘이지메’와 ‘차별’을 없애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치쿠마프리마신서) 등의 책도 다수 펴냈다. 그는 2014년, 아이누(일본 소수민족) 사람들에 대한 혐오 발언을 듣고 충격을 받은 이후, SNS를 통해 혐오 발언에 대해 적극 항의하기 시작했다. ‘자이니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재특회)의 혐한 집회에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가야마 씨 본인도 혐오 발언의 대상이 되고, 보수 정치가로부터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혐오 발언을 하는, 소위 인터넷 우익(네토우요)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가난하거나 갈 곳 없는 ‘살기 힘든 젊은이들’일 거라고 추측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평론가인 후루타니 츠네히라 씨의 조사 분석에 따르면 그들은 ‘대도시에 사는 30~40대 중산층’, 즉 성공한 사람들이며 ‘내셔널리즘과 신자유주의를 긍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혀졌습니다.

 

이제는 혐오에 대항(카운터)하는 집회도 열리고 있고, 인권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나 일부 보수 언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 역시 온라인을 중심으로 여전히 존재하며, 그들은 한결 같습니다. 지금은 한창 양측이 대항하며 싸우는 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인기몰이를 위해 혐오 발언을 해대는 정치가들이나 작가들에 대해 비판하고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됩니다.”

 

▶ 혐한, 혐중 집회에 대한 대항 집회(상), 5월 31일 공모죄법에 반대하는 도쿄 히비야 야외음악당 집회(하) ⓒ페민

 

지난 6월에는 도쿄도 고토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사회복지협회 주최 강연회가 ‘개최를 방해하겠다’는 혐오세력의 협박에 의해 취소된 적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만일의 사고로 자녀와 함께 온 청중들이 혐오 세력에 의해 피해를 당할까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강연을 취소하는 것은 차별주의자들에게 굴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행사가 취소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거나, 그에 대한 항의가 들어와 더 시끄러워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주최 측을 비롯한 기관들이 배웠길 바랍니다.

 

네트워크 사회론을 연구하는 릿쿄대학 기무라 타다시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 댓글 중 혐한, 혐중 성향이 짙은 댓글이 전체 댓글의 25%이며, 전체 댓글의 20%는 겨우 1%의 사람들에 의해 작성된다고 합니다. 방해와 협박을 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줄 알았더니 실은 소수였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아베 정권은 오만증후군에 빠졌다”

 

안보법제에 이어 공모죄법도 졸속으로 처리시킨 아베 총리와 각료들에 대해, 정신과정문의로서 가야마 씨가 내린 진단은 “오만증후군”이다.

 

‘오만증후군’이란, 영국의 데이비드 오엔 의사가 명명한 것으로 ‘권력의 자리에 있는 자에게 일어나는 특유의 인격 변화’이다. 국가와 자신을 동일화시키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 무시하거나 깔보는 경향을 갖는다.

 

나아가 가야마 씨는 ‘불안의 확산’를 떠안고 아베 총리에게 열광하는 일본국민에 대해서도 분석하며, 공모죄 이후의 일본 사회 과제를 이야기한다.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이 중국에게 역전 당했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부상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도 확산되면서 벼랑 끝 상황에 몰렸죠. 불안한 존재인 스스로에게 억지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아베노믹스로 생활비를 줄 것만 같은 아베 정권을 ‘믿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국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약자와 개인을 소중히 하자는 목소리들은 ‘편향적’이라며 업신여김 당합니다.

 

저는 평소 대학생들과 지내고 있어서 ‘취업이 어렵고 살기 어려운데, 자유나 평화나 인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이해합니다. 자신의 몫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상류층인 인터넷 우익과 밑바닥 사람들의 생각이 그런 점에서 일치하는 겁니다. 정작 미워해야 할 상대는 자본을 독점하고 개인을 통제하는 사람들인데 말이죠.

 

하지만 현재, 아베의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습니다. 아베가 친구들에게만 편의를 봐주니, 더이상 시민들이 아베를 신용할 수 없게 된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아베 총리 말고는 누구든 나아 보일 정도로 우리의 기준은 낮아졌습니다. (웃음) 이제 우리는 공모죄법 등에 대해 저항하는 지금의 열정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가 라는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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