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의 커밍아웃이 날 성숙한 시민으로 변화시켰다”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 변규리 감독과 출연진 인터뷰“안녕하세요, OO님. 오랜만에 나오셨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나눠 주실 수 있을까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어느 사무실의 교육장에선 매달 둘째 주 토요일, 참가자들의 안부를 묻는 성소수자부모모임 정기모임이 열린다. 자식이 커밍아웃을 했거나 어떤 연유로든 자식의 성정체성에 대해 알게 된 부모들,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에서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최근엔 코로나 상황 탓에 적은 인원이 모이지만 그 열기만큼은 뜨겁다.
타인에 대한 환대와 따뜻함이 흐르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은 2014년 자조모임으로 시작했다가 활동 범위를 넓히며 이젠 비영리단체로 자리잡았다.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의 날 ‘프리허그’를 하거나 커다란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하는 건 물론, 성소수자부모와 성소수자 당사자들을 위한 책을 발간하고,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낸다.
그런 성소수자부모모임의 활동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변규리 감독, 2021)이 5월 초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할 만큼 완성도를 인정 받은 영화는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나비와 비비안의 삶과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성소수자부모라는 정체성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성소수자 자녀와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 보여 준다.
예상 외의 전개에 놀라기도 하고 울기도 웃기도 할 수 밖에 없는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을 만든 변규리 감독, 그리고 “이 영화는 극영화 보다 더 재미있는 다큐, 각본 없는 드라마”라며 자부심을 드러내는 주인공 나비, 비비안을 만나 영화 속 이야기에 조금 더 다가가는 시간을 가졌다.
나비: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로서 FTM(Female to Male) 성별정정수술을 마친 28살 아들을 둔 나비라고 합니다.
비비안: 26살 게이 아들을 둔 비비안이라고 합니다. 아들은 21살 때 커밍아웃을 했고요. 현재 나비님과 같이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을 맡고 있어요.
변규리 감독(이하 ‘규리’):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고,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을 연출한 변규리입니다.
-<너에게 가는 길>은 연분홍치마의 열 번째 작품으로 알고 있어요. 연분홍치마는 소수자가 있는 다양한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작품을 만들잖아요? 이 작품도 자연스럽게 영상 기록을 하다가 만들어진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특별히 기획을 하고 만든 건가요?
규리: 처음 성소수자부모모임을 알게 된 건 2016년이에요. 그 때 부모모임에서 본인들의 활동을 외부에 본격적으로 알리고 싶다고 하시면서 홍보 영상 같은 걸 제작하고 싶다고 연분홍치마에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부모님들을 뵙게 되었는데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들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그걸 계기로 연분홍치마 내에서 뭔가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부모모임에 제안을 했죠.
연분홍치마에선 ‘퀴어 3부작’이라고 해서 <3XFTM>(김일란 감독, 2009), <레즈비언 정치 도전기>(홍지유, 한영희 감독, 2009), <종로의 기적>(이혁상 감독, 2011)이라는 성소수자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업들을 해 왔는데요. 당사자는 아니지만 주변의 앨라이(지지자)의 이야기도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마침 부모모임을 만났고, 2017년부터 촬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규리: 연분홍치마 활동가들이 이 다큐를 찍기 위해서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정기모임을 한 1년 정도 참석하고, 퀴어퍼레이드 참가 등 외부 활동도 따라다니면서 사전 취재를 했어요. 활동하는 부모님들 인터뷰도 한 번씩 했었고요. 다들 비슷한 부분도 있었지만 자식의 정체성마다, 혹은 부모님의 상황이나 직업 등 조건에 따라, 부모님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다르더라고요.
영화를 보면 (관객들도) 알게 되는 부분이긴 한데, 사전취재를 하면서 나비 님과 비비안 님이 이야기를 되게 진솔하게 하고,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전 이 이야기가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면서 사전취재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나비 님과 비비안 님이 자식과 관계 맺는 방식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두 분의 방식이 각각 다르긴 한데요, ‘나도 저랬던 적이 있었는데, 혹은 나도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이 흥미롭더라고요. 또한 다양한 성정체성이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흔히 부모와 자식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엄마와 모성애가 강조되는 면을 많이 보잖아요. 전형적인 모습으로 한정 짓는 거요. 이 영화에선 그런 걸 발견할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엄마가 자식을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있다기보다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보였고요. 어떻게 그런 가족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무척 궁금했어요.
비비안: 사실 제가 그런 훌륭한 사람은 아닌데.(웃음) 다만 제가 활동을 하면서 변한 건 분명해요.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을 안 하고 그냥 어느 성소수자부모로 끝났다면 그렇지 못했을 거에요. 뭐 내 자식이 성소수자라는 것 정도는 받아들였겠죠.
사실 전 자식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희생정신도 강한 편이었거든요. 예전엔 자식에 대해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니가 이럴 수 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몇 년의 활동을 거치면서 ‘내가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내가 되게 나쁜 어른이 될 수도 있겠구나’ 깨달았어요. 자식과의 종속 관계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고, ‘혈연으로 맺어졌으니까 우린 이래야 해, 마음이 같아야 해, 항상 같은 곳을 봐야 하고 모든 걸 공유해야 해’와 같은 가족중심주의에 대해 회의감도 가지게 되었고요.
절 되돌아보게 되었고, 달라져야겠다는 의지도 가지게 되었죠. 나 스스로가 가지고 있던 틀을 깰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되니까 자식이 나의 소유물이거나 종속된 인간이라는 생각도 버리게 되더라고요. 활동을 하면서 성숙한 시민이 된 거에요. 시작은 아들의 커밍아웃이었는데 결국 (부모모임 활동은) 제가 성장하는 활동이 된 것 같아요.
-그런 ‘관계 맺기’, 타인을 오롯이 받아들이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물론 사랑일 수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닐 것 같거든요. ‘사랑하기 때문에 널 바꾸려고 하는 거다’라는 말도 하니까요.
나비: 사랑보다는 예의가 필요하죠. 사람이 예의 없이 사랑을 준다는 건 폭력이 될 수도 있어요. 사랑은 ‘서로’ 해야 하는 거잖아요. 남은 싫다는데 혼자 사랑한다고 그러는 것, 사랑한다고 하면서 타인을 조정하려는 건 폭력이죠. 그리고 그걸 부모라는 입장에서 한다는 건 큰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 간의 예의가 중요합니다.
나비: 한결이와 지내는 게 쉽진 않았어요.(웃음) 우린 정말 다르거든요. 한결인 예민하고 섬세한데 전 무던하고 강한 편이고. 여전히 성격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은 있어요. 제가 세세하게 보살펴주거나 공감해 주지 못하니까. 한결이가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할 때 ‘내가 도대체 어디까지 얘를 이해해줘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이렇게 이해해주길 바란다는 건 ‘그만큼 나를 믿는 거구나, 나에 대한 신뢰가 있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이제 관계를 적당히 유지하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존중한다. 그리고 너무 많은 걸 바라지 않고 포기한다. 포기하면 아쉽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지만,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거니까요.
비비안: 예준이의 커밍아웃 뿐만 아니라, 그 전에도 ‘자식이라는 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싶은 일들이 있었어요. 중학교 때 대학을 안 가겠다고 했던 일도 그랬죠. 그 때 너무 충격을 받았는데 결국 가족회의 끝에 예준이의 말대로 하기로 했거든요. 뭔가 (아이한테) ‘나의 기득권을 뺏겼다’는 감각이 들어서 너무 슬펐어요. 이후로 나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알게 된 건,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거죠. 나에게 다가오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게 인생 아닌가 싶어요.
나비: 보통 생각하는 자식의 개념이라던가 부모자식 간의 관계라던가 인생의 성공이라던가 그런 의미를 바꾸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남들이 날 볼 때, 흔히 말해서 부모 복도 없고, 서방 복도 없고, 자식 복도 없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난 행복하거든요. 서방이 없으니까 이렇게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살고 얼마나 좋아.(웃음) 그리고 자식이 잘 되어서 자긍심이 생긴다? 그건 좀 서글픈 일 같아요. 대리만족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살아야죠.
-‘가족’ 이야기를 담다 보니 연출로서 신경 쓰이는 부분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여전히 한국 사회의 많은 콘텐츠들이 '정상가족'에 집착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갈등에 치닫다가도 단순히 가족이니까 하며 쉽게 마무리된다거나. 그래서 ‘퀴어반대’를 외치는 혐오세력들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하죠. 가족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규리: 아직까진 여전히 가족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과 다른 상상을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비비안 님네 같은 경우, 비비안 님의 파트너인 지미 님과 관계 맺는 방식이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의도적으로 두 분이 평등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을 보여주려고 한 부분도 있어요. 사실 지미 님이 집안일 하는 모습을 많이 찍었거든요.(웃음)
또 예준의 애인인 성준이 등장하는 부분도 마찬가지에요. 보통 아들이 있으면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거나 여성이랑 결혼할 것이라 전제하게 되는데, 이제 좀 그런 것에서 벗어난 상상을 해 볼 때가 아닌가? 다양한 가족에 대한 상상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나비 님과 한결 님 같은 경우엔, 한결 님의 법적 성별정정 과정에서 드러나는 ‘정상가족’ 시스템의 문제를 좀 짚고 싶었어요. 한결 님이 성인인데도 부모동의서를 받아 오라고 하는 부분(*현재는 폐지됨)이나, 연락도 안 하는 친부의 동의서를 받아 오라고 하는 건 정말 너무 열받죠.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들, 당사자들이 겪는 현실이 잘 표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비비안: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전 뭐 숨기거나 거짓말하는 건 못 견디는 성격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커밍아웃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젠 일부러 ‘성소수자 가시화’ 차원에서 밝히는 것도 있어요. 얼마 전 퇴사한 회사 후배가 영화 하이라이트 영상을 봤다며 연락이 왔더라고요. 예전에 제가 그 후배한테도 커밍아웃을 했었나 봐요. 그 때 멋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자기 기억 하냐고 연락이 와서 반가웠어요.
사실 커밍아웃을 받은 대부분의 사람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에요. 응원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물론 친하게 지내다가 연락이 끊기는 일도 있긴 해요. 그치만 그런 일은 많지 않고, 대부분은 좋은 이야기를 해줘요. 그럴 때 사람들로부터 받는 에너지가 좋아요. 절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 된달까. 그래서 자꾸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직업이 승무원인데) 코로나 때문에 요즘 일을 자주 못 나가니까, 커밍아웃 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워요.(웃음)
나비: 저도 (성소수자) 가시화를 위해서 하는 부분이 있어요. 주변에서 혐오적인 이야기를 하면 막 뭐라 하고요. 한번 윗사람한테 ‘내 자식이 트랜스젠더’라고 얘기했더니, ‘엄마가 너무 밖으로 나돌아서 그렇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 그런 이야기하면 큰일 난다고, 이건 인권의 문제’라고 했죠.
보통 사람들은 주변에서 성소수자인 사람을 한 명이라도 보거나, 있다고 생각하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도 방송이나 언론에 출연하고 나면 동료들한테서 막 문자가 와요, 멋있다고. 성소수자가 우리 사회에 있다는 걸 이야기해야죠. 그리고 성소수자 당사자가 아니라 부모가 ‘내가 성소수자부모다’라고 하면 조금 더 완충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꼭 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사람이 할 수 있을 때 한다면 좋죠.
-감독님에게 질문할게요. 성소수자와 성소수자부모 이야기처럼 어떤 소수자의 이야기를 담아 재현하고자 할 때, 창작자로서 판단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특히 이 콘텐츠의 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있는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건드리지 않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규리: 트라우마를 재현하는 부분에 대해선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지점이 있긴 하죠. 다만 전 이 영화를 만들면서, 트라우마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느냐 마느냐의 고민보다 우리가 겪은 혹은 그래서 힘들었던 순간이나 장면을 우리가 다시 어떻게 기억하고 의미화할 것이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트라우마가 트라우마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건, 그것이 아직 제대로 의미화되지 않았고 이야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트라우마가 왜 발생하게 되었고, 이것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기억하고 의미화시켜야 하는지 아직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트라우마라고 불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것을 다시 의미화한다고 해도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시작해 보는 것도 우리가 취해야 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규리: 사실 그런 부분이 좀 걱정스러웠죠. 왜냐면 성소수자가 부모에게 커밍아웃을 하거나 관계맺기를 시도하려고 할 때, 모든 사람이 나비 님이나 비비안 님의 경우처럼 되는 건 아니니까요. 많은 갈등을 겪고 있는 분들도 있고, 그런 갈등이 깊어져서 가족과 연을 끊는 경우도 있고요. 되게 다양한 사례가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누군가는 어떤 거리감이나 박탈감 같은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사실 그건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하시는 분들의 큰 고민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빼놓지 않는 말이 “우리도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라는 말이에요.
그래서 한결 님이나 예준 님 같은 당사자의 목소리가 영화에 등장하는 게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그를 통해 ‘관계’에 좀 더 주목하려고 한 거죠.
-2017년부터 촬영했으면 찍은 분량이 엄청날 텐데, 편집이 정말 힘들었겠네요. 나비 님과 비비안 님이 영화를 보았을 때, ‘어 그 장면 들어갈 줄 알았는데 빠졌네?’ 한 부분이 있는지, 감독님이 마지막까지 고심한 장면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비비안: 인천퀴어문화축제 때(2018년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때 참가자들이 혐오세력의 폭언과 폭력에 무자비하게 노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제가 바닥에 앉아서 정말 오열했거든요. 그걸 감독님이 오래 찍으셨어요. 그래서 이걸 영화에 쓰겠다 싶더라고요. 사실 영화 보기 전에 그 장면이 나오면 감정적으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지금 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그 장면을 안 쓰셨더라고요.
규리: 그 장면을 넣을지 끝까지 고민했어요. 그 때 비비안 님이 정말 서럽게 바닥에 앉아서 엉엉 울었거든요. 근데 흥미로운 건, 그 장면에서도 두 캐릭터의 다른 점이 드러나요. 나비 님은 마치 ‘니들이 그래봤자지’ 하는 표정으로 초연하게 그 사람들을 마주하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가편집본은 3시간이 넘었어요.(웃음)
나비: 감독판 너무 궁금하다. 세 시간짜리 어떤지 보고 싶어!
출연자들조차 감독판엔 어떤 장면이 또 있는지 궁금해 하며 감독판 공개를 위한 공약을 걸자는 이야기로 웃음꽃이 피워진 가운데,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나비 님의 이동 시간을 고려해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다.
연이은 트랜스젠더의 죽음 등 유난히 힘든 일이 많았던 올해 초를 지나 따뜻한 봄에 찾아온 <너에게 가는 길>은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되어줄 영화다. 아직 극장 개봉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 감독과 제작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기존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이나 기준, 개념이 아니라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게 하며 가능성을 열어주는 이 영화가 부디 당신에게도 가닿을 수 있기를.
※ 올해 8월 14일, 서울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프로젝트 38 X 인디스페이스’ 주최로 특별상영이 예정되어 있으니 예매는 https://indiespace.kr/5186 참고. 기타 공동체상영 관련 문의는 연분홍치마로. http://pink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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