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재와 재건 ‘의사결정의 장’에 여성을

일본 여성들 ‘재해 여성학’을 만들다②

우스이 아츠코, 무나카타 에미코 | 기사입력 2021/06/15 [09:29]

후쿠시마 방재와 재건 ‘의사결정의 장’에 여성을

일본 여성들 ‘재해 여성학’을 만들다②

우스이 아츠코, 무나카타 에미코 | 입력 : 2021/06/15 [09:29]

올해 1월, 일본에서는 재해와 여성의 삶을 둘러싼 조사연구를 해온 여성들이 『재해 여성학을 만들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부터 10년, 여성의 관점에서 재해에 관한 이론과 철학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여성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한다.

 

재해와 방재에서의 여성의 경험에 대해, 이 책을 쓴 8명의 저자 중 한 명인 우스이 아츠코(薄井篤子, 사이타마광역피난자지원센터 부대표)와, 센다이시 방재회의 위원 무나카타 에미코(宗片恵美子, 이퀄넷 센다이 대표)의 글을 싣는다. [편집자 주]

 

▲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에 있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 등에서 피난 온 최대 2,500명의 피난민이 모여 생활했다. 2011년 3월 24일, 이곳에서 가까운 사이타마현 남녀공동참획추진센터(With You 사이타마)에서 시행한 지원활동 모습.


우스이 아츠코: ‘피난’은 기본적 인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지진과 쓰나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등으로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에 피난해온 피난인들에게, 사이타마현 남녀공동참획추진센터는 샤워실과 휴게실을 제공했다.

 

당시 그 활동을 함께한 것을 계기로 지원단체(사이타마 광역 피난자 지원센터)를 설립했고, 정보지를 제작 발행하고 교류 모임을 개최하고 생활 상담을 해왔다. 최근 10년 간의 경험을 통해, 재해 피해를 줄이는 데는 사전 대책과 재난 발생 시의 긴급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 후의 주택·생활 재건을 위한 정책을 준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광범위한 원전 사고에 의한 피난자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암중모색한 10년이었다.

 

애당초 피난자의 수가 어느 정도이며,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국가와 후쿠시마현, 각 지자체의 집계 방법은 사고 직후부터 제각각이어서 전체적인 조사는 아직까지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 2020년에 폐지 예정이었던 부흥청은 2030년까지 존속하게 되었고, 여당은 작년 가을에 피해실태에 근거한 수를 파악, 피난자들이 원래 살던 지자체와 협의해 적절한 조사 방법을 검토하도록 국가에 요청했다. 우리 지원단체도 10년의 경과를 계기로 전수조사실시 요청서를 부흥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최근 현 내에 있는 지자체에서 본인의 의사 확인 없이 몇 명을 피난자 수에서 제외한 사실이 드러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부터 10년의 경과와 함께, 이러한 대처가 각지에서 일어남으로써 피난민이 비가시화될 우려가 있다.

 

2020년에 제출된 「재해 대응력을 강화하는 여성의 관점에서의 방재·부흥 가이드라인」(내각부 남녀공동참획국)에는 장기·광역 피난생활 재건을 위한 노력 항목이 다수 열거되어 있다. “생활 근거지 변화에 입각한 장기적인 피난을 고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지만, 최근 10년간 그러한 지원을 실천하는 체제와 기반이 구축되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우리 단체도 싱글맘 피난 가족의 생활 빈곤, 피난처에서의 이혼과 가정폭력 문제, 주택과 구직 문제 등의 상담을 받고 있지만, 실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피난민의 일부에 불과하다. 성별 역할 분담이 구조화되고, 여성이 주체적으로 살기 어려운 일본 사회 속에서는 여성들의 삶에 문제가 있어도 상담까지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누구에게든 ‘피난할 권리’ ‘안전한 장소로 피난을 확보할 권리’가 있고, 그것은 기본적인 인권이다. 그러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여성들에게 ‘상담할 권리’ ‘지원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 여성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국가나 자치단체가 피난 여성의 실태와 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는 시책의 체계화를 도모하고, 생활 재건을 위한 지원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피난의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거기에 코로나19가 겹쳐 생활의 어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10년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재해 여성학’을 만든 기개로 11년 차에 돌입하고자 한다.

 

▲ 2015년 8월, ‘이퀄넷 센다이’ 주최로 여성 방재 리더 양성 강좌가 열렸다. (제공: 무나카타 에미코)


무나카타 에미코: 재해‧방재 분야는 남성의 영역?

 

2003년 설립된 우리 단체 ‘이퀄넷 센다이’는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목표로 폭넓은 활동을 해오고 있다. 특히 방재와 재해 재건은 중요한 이슈로서 재해 전부터 다뤄왔다.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이퀄넷 센다이’의 관련 활동을 돌아보고 다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걸음을 내딛는다.

 

(*이퀄넷 센다이는 2012년에 ‘여성의 관점에서 본 방재·재해부흥 대책에 관한 제언’을 발표했다. 피난소 운영과 장애인·임산부·고령자·성소수자 지원 등 수요에 부응한 지원책을 제언했다.)

 

우리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피난소와 가설주택에서 생활하는 피해여성들을 지원하고 조사하는 활동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평상시의 젠더 문제가 한층 심각해진 장면을 다수 목격했다. 피난소에 확산된 성별 역할 분리 의식, 성희롱이나 (성)폭력에 노출되는 상황, 더구나 가족 돌봄 역할을 홀로 맡아 직장에서도 실업·퇴직이 뒤따랐다.

 

이러한 문제를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여성들이 먼저 이 불합리한 현실을 자각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일본 지역사회는 여전히 남성사회이다. 특히 방재·재해 분야는 남성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한 현실에 도전하는 여성들을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이퀄넷 센다이’에서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여성방재리더 양성 강좌’를 열어 100명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삼았다.

 

여성들이 ‘방재리더’라는 직함을 갖고, 자신감을 갖고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역량강화의 기회로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수강생들은 ‘지진으로 심각해진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문제, ‘지역방재 계획 검증’ 등 젠더 관점에서 구성된 연속강좌를 수강한 후,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그 지역성에 맞는 방재 대책을 실천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수의 여성들이 신청했는데, 지진의 경험이 여성들의 등을 떠민 것이라고 실감했다. 강좌가 끝난 후, 여성들은 지역마다 네트워크를 만들어 품을 넓히면서 동료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초중학생 대상 피난소 만들기 워크숍, 지역에 사는 장애아·장애인의 방재 워크숍, 학교나 아동관 등에서의 방재 강좌 개최 등. 생활인의 관점을 갖고 지역 사회를 잘 알기 때문에 가능한 활동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종래의 성별 역할 구분이 재생산될 우려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서포트가 필요하다. 이제는 여성들의 착실한 노력이 평가를 받아 피난소 운영위원회, 지역 방재회의, 방재훈련과 기획운영 등 방재와 관련된 의사결정의 장에 등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여성들이 확실하게 ‘결정하는’ 장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길과 환경을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우스이 아츠코, 무나카타 에미코 씨가 작성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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