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살 권리를

외국인 동성 파트너에게도 ‘배우자로서의 재류 자격’ 주어져야

나가노 야스시 | 기사입력 2021/06/22 [20:24]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살 권리를

외국인 동성 파트너에게도 ‘배우자로서의 재류 자격’ 주어져야

나가노 야스시 | 입력 : 2021/06/22 [20:24]

일본에서는 최근 삿포로지방법원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이 난 ‘결혼의 자유를 모두에게’ 소송과 별개로, 2019년에 일본 국적과 미국 국적의 동성 커플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미국인 파트너에게 ‘배우자로서의 재류 자격’을 줄 것을 요구하는 재판과 국가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이다. 원고 측 변호인단의 나가노 야스시(永野靖) 변호사가 소송의 상세한 내용을 설명한다.

 

▲ 일본 국적과 미국 국적의 동성 커플이 ‘배우자 재류 자격’을 요구하는 소송에서, 지난 3월 26일 재판이 끝난 후의 모습. 변호인단이 그날 재판의 상황, 앞으로의 추진방식, 삿포로지방법원 판결이 미칠 가능성을 설명하고, 원고인 고헤이 씨와 앤드류 씨가 발언했다. (촬영_kayin)


‘가족을 만들고 유지할 자유’를 박탈한 국가에 위자료 청구

 

2019년 9월, 미국인 남성 앤드류 씨와 일본인 남성 고헤이 씨 커플은 일본에서 계속 함께 살 수 있도록 앤드류의 재류 자격을 ‘정주자’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재류 자격 변경 불허가 처분의 무효확인 소송. 원고는 앤드류)과, 국가로부터 가족 형성·유지의 자유를 박탈당해 정신적 고통을 입은 데 대해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원고는 두 사람)을 도쿄지방법원에 제기했습니다.

 

두 사람은 고헤이 씨가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2004년에 교제를 시작해 2005년 여름부터 함께 살았습니다. 고헤이 씨는 대학원을 졸업한 후, 리먼 사태(미국 금융위기)로 미국에서 취직이 어려워지자 일본에서 일자리를 얻었고 2009년 1월, 어쩔 수 없이 앤드류 씨와 헤어져 일본으로 귀국했습니다.

 

앤드류 씨와 고헤이 씨는 어떻게든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시행착오의 결과 2014년 5월, 앤드류 씨가 ‘경영·관리’(당시 명칭은 투자·경영) 재류 자격을 얻어 일본에서 가족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11월에 두 사람은 미국에서 법적인 결혼을 했습니다.

 

하지만, 앤드류 씨는 일본에서 설립한 회사의 경영난으로 재류 자격을 갱신하기 어려워졌습니다. 2018년 7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앤드류 씨는 ‘정주자’로 재류 자격 변경을 신청했지만, 매번 불허 결과를 받았습니다. 이대로라면 앤드류 씨는 일본에서 강제출국을 당해 두 사람은 뿔뿔이 헤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성 간인 일본인과 외국인 커플이라면, 가령 그 외국인이 직업상 재류 자격을 얻는 것이 어려워도 결혼을 하게 되면 ‘일본인의 배우자 등’이라는 재류 자격이 부여됩니다. 하지만, 동성 간의 혼인이 인정되지 않는 일본에서 동성 커플에게는 결혼을 통해 ‘일본인의 배우자 등’이라는 재류 자격을 취득할 방법이 없습니다.

 

▲ 지난 3월 13일 열린 온라인 행사. 고헤이-앤드류 커플과 마찬가지 고민을 가지고 소송을 응원하고 있는 네 쌍의 동성 커플이 발언을 했다. 자녀가 있는 커플, 양국에서 파트너에게 정주 비자가 나오지 않아 정주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제3국에 가서 살고 있는 커플 등이 이야기를 나눴다.


행복추구권, 평등권 보장하는 헌법에 반하는 ‘차별’

 

앤드류 씨와 고헤이 씨는 서로를 신뢰하고 도우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결혼한 이성 커플과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앤드류 씨와 고헤이 씨는 미국에서 정식으로 결혼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는 앤드류 씨에게 재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본 헌법 13조의 ‘행복추구권’은 ‘가족을 형성·유지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해석되지만, 국가가 앤드류 씨의 재류 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두 사람을 갈라놓는 것은 헌법 13조에 반합니다.

 

또한, 이성 커플이라면 재류 자격이 인정되는데, 동성 커플에게는 재류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에 근거한 불합리한 차별로, ‘평등권’을 보장하는 헌법 14조에 반합니다.

 

혼인의 법적 효과를 동성 커플에게는 전혀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은 헌법 14조 위반이라고, 올 3월 17일 삿포로지방법원에서 판결했습니다.(관련 기사: 우리 요구는 동성혼이 아니라 ‘결혼의 자유를 모두에게’ https://ildaro.com/9060) 이후 여당인 자민당의 이나다 도모미 중의원 의원도 국회 질의에서, 동성 커플의 재류 자격 문제를 조기 해결하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사는 당연한 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지지 부탁드립니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나가노 야스시 변호사가 작성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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