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내는 여성들에 대한 혐오와 린치를 멈춰라

‘온라인 세이프티 포 시스터즈’(Online Safety For Sisters) 활동 시작

가시와라 토키코 | 기사입력 2021/12/19 [13:53]

목소리 내는 여성들에 대한 혐오와 린치를 멈춰라

‘온라인 세이프티 포 시스터즈’(Online Safety For Sisters) 활동 시작

가시와라 토키코 | 입력 : 2021/12/19 [13:53]

일본에서도 2017년 #미투 이후, SNS상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해졌다. 하지만, 자기 목소리를 낸 여성들에 대한 협박과 비방, 혐오 발언 등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걸스데이(Internatinal Girl’s Day)였던 지난 10월 11일, 여성들이 안심하고 자기 의견을 말하고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을 만들자는 목표를 가지고, ‘Online Safety For Sisters’(온라인 세이프티 포 시스터즈)라는 활동 그룹이 결성되어 기자회견을 가졌다.

 

▲ ‘온라인 세이프티 포 시스터즈’(Online Safety For Sisters) 앞줄 왼쪽부터 이시카와 유미, 이제나 나츠코, 뒷줄 왼쪽부터 히시야마 나호코, 야마다 아키코 씨. (페민 제공)

 

차별에 저항하는 여성들에 대한 비방, 신상털기, 가짜정보 유포

 

앞장 선 사람들은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냈다가 혐오와 비방에 노출된 경험을 가진 여성들이다. 여성에게 하이힐을 강요하는 관습과 문화를 폐지할 것을 주장한 #KuToo 제창자 이시카와 유미 씨, 휠체어 탄 칼럼니스트 이제나 나츠코 씨, ‘용납할 수 없다! (평화)헌법개악 시민연락회’에서 활동하는 히시야마 나호코 씨, 페미니즘 잡지 『시몬느』 편집자 야마다 아키코(山田亜紀子) 씨.

 

이시카와 유미(石川優実) 씨는 하이힐로부터의 해방을 이야기하며, 2019년에 처음 #KuToo 운동을 벌였다.(관련 기사: 화보 모델, ‘신발로부터 생각하는 페미니즘’을 말하다 https://ildaro.com/8650) 그런데 ”하이힐을 강요하는 문화가 여성의 노동관과 건강권의 문제임과 동시에, 성차별의 문제라고 말한 순간부터 비방과 악플의 수가 늘었다”고 밝혔다.

 

“SNS상에서의 집요한 스토킹을 겪었고, ‘자살해라’, ‘너는 강간당해 죽는 게 낫다’, ‘코로나로 폐렴에 걸려 죽어라’ 등의 저주를 퍼붓고, 가짜정보를 보내온다. 이런 말을 매일 마주하다 보면, 내가 정말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나 나츠코(伊是名夏子) 씨의 경우, 올해 4월 JR(Japan Railways, 일본철도)에서 가고자 하는 역에서의 승하차를 거부당한 경위를 고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제멋대로다”, “몬스터 크레이머” 등의 비방을 받았다.(관련 기사: ‘승차 거부’당한 사실 공개했더니, 악플에 시달렸죠 https://ildaro.com/9139) 심지어 “장애인활동지원제도 부정 수급자”라는 등의 가짜정보가 퍼지고, 가족을 포함한 개인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노출되는 등의 연속적인 피해를 입었다. 집으로 익명의 편지가 오거나, 가족과 관련 있는 곳에 전화가 걸려오는 일도 있다.

 

“트위터에 4만5천 건, 야후 뉴스 댓글에 7천951건, 온라인게시판인 5채널에 61만2천845건 외에 유튜브와 아마존의 내 책 댓글에도 비방과 가짜정보가 달렸다. 온라인상의 집단린치다. 내가 사라지는 편이 나은 건가, 눈물이 멈추지 않을 때도 있다. 누군가가 나를 보고 촬영하거나 말을 퍼뜨릴까 봐 길에서 행동하는 것도 불안하다. 대인관계도 불안해진다”고 이제나 씨는 호소했다.

 

히시야마 나호코(菱山南帆) 씨는 13살 때부터 평화운동을 해온 활동가이다. 그런데 여성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한 순간, 헌법 개악의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던 것과는 급이 다른 수의 악플을 받았다. “올해 8월 트위터에 전철 오다큐선에서 일어난, 여성을 노린 페미사이드 사건에 대해 글을 썼더니 범행에 사용된 것과 똑같은 칼과 내 사진을 나란히 붙인 이미지가 댓글로 달렸다. 나에 대한 가짜정보가 퍼지고, (내가 활동하는) 헌법개악에 반대하는 시민연락회 전화번호가 노출되었다. 얼마 전에는 모르는 남자가 시민연락회 우편함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히시야마 씨는 “SNS 상의 테러에 괴로워하던 유명인이 자살을 했을 때는 ‘왜 자살을 하나’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SNS를 안 보면 그만이라고?

 

이 세 사람이 함께 주장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SNS 등을 안 보면 그만이지 않냐’라고 말하는 것이 피해자를 고립시킨다”는 점이다.

 

이시카와 유미 씨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 젊은 여성의 온라인 괴롭힘 경험 빈도. 국제NGO ‘플랜 인터내셔널’ 「젠더를 이유로 한 젊은 여성에 대상 온라인 괴롭힘에 관한 조사 결과」 중에서.   ©일다

 

온라인상의 괴롭힘 피해에 대해, 작년 10월에 발표된 국제NGO ‘플랜 인터내셔널’의 조사보고서는 일본의 젊은 여성 51%가 “매우 자주” 혹은 “자주” 온라인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음을 밝힌 바 있다.

 

국제NGO ‘플랜 인터내셔널’은 세계 각국의 「젠더를 이유로 한 젊은 여성에 대상 온라인 괴롭힘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를 한 31개국에서 ‘교차성 특징(소수민족 출신, LGBTQ+, 장애 등)이 적어도 하나는 있다’고 한 응답자의 경우, ‘교차성 특징을 갖지 않는다’고 답한 여성들에 비해 더 자주 괴롭힘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세이프티 포 시스터즈’에서는 다음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첫째, SNS에서의 공격으로 인해 자살하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들 것.

둘째, SNS 사업자에게 차별금지를 의무화하는 법제화 요구.

셋째, 온라인상의 혐오 발언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

 

이날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는 발언은 페미니즘 입문 잡지 『시몬느』(Les Simones, 겐다이쇼텐) 편집자인 야마다 아키코(山田亜紀子) 씨가 맡았다.(관련 기사: 문턱이 낮은, 페미니즘 입문 잡지를 만들고 싶어요 https://ildaro.com/8662) 야마다 씨는 “오늘(10월 11일)은 국제걸즈데이(Internatinal Girl’s Day), 아직 SNS를 사용한 적 없는 여성들이 안전하고 안심하며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플랫폼사업자 책임 강화, ‘포괄적 차별금지법’ 필요해

 

일본에서는 유명인이 자살한 사건의 영향으로, 작년 정부의 ‘플랫폼서비스에 관한 연구회’가 사업자에게 긴급 제언을 했다. 법제심의회는 10월 21일에 형법 ‘모욕죄’에 징역형을 추가하고 엄벌에 처하는 요강을 내놨다. 올 4월에는 프로바이더 책임제한법이 개정되어 게시물의 정보공개 재판 절차가 간소화되었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크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 ‘온라인 세이프티 포 시스터즈’(Online Safety For Sisters) 홈페이지 onlinesafetyforsisters.com

 

‘온라인 세이프티 포 걸즈’의 기자회견에 동석한 오바야시 요시마사 변호사는 “비방은 민법상의 불법행위, 형법상의 명예훼손죄, 모욕죄, 협박죄에 해당하며, 증거를 모아서 변호사를 통해 경고하여 삭제하게 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방을 한 대상이나 수가 많으면 충분하게 대응하기가 어렵고, 대응을 하는 사이에 점점 피해는 확산되어버린다.

 

온라인상 인권침해 문제의 전문가인 미야시타 모에 변호사는 “해외 동향을 봐도, SNS 사업자의 책임을 규정하고, 사업자에게 비방에 대한 신고와 대응의 상세한 내용을 공표하도록 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법 정비는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고 말한다.

 

EU와 영국에서 위법유해정보에 대한 사업자의 조치를 의무화하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률안이 만들어지고 있고, 독일에서는 2017년부터 ‘네트워크집행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2백만 명 이상 이용자를 가진 사업체의 사업자를 대상으로 ‘민중선동죄’나 모욕죄, 협박죄 등 형법상 범죄에 명백하게 해당하는 경우에는 24시간 이내, 그 외의 위법정보도 7일 이내에 삭제할 의무를 부과하고, 그 외에도 반년마다 신고와 대응 보고서를 공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의무를 위반하면 벌칙을 부과한다.

 

스위스에 거주하는 이문화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호타카 토모미 씨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12월까지 독일의 각 사업자의 삭제 콘텐츠 수를 보면, 네트워크집행법보다도 각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이용규약에 기반한 삭제가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당초 우려되었던 과잉삭제 문제도 “현재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보고되고 있다”고 한다.

 

미야시타 모에 변호사는 “사업자는 이용규약을 만들고 있지만,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일본에서의 삭제요청 건수와 삭제 건수 등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구글은 부분적 공표). 우선은 새로운 법으로, 보고 의무와 벌칙을 부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야후가 올 10월에 규약 위반 댓글이 일정 수 이상이 되면 자동적으로 비공개로 전환되는 기능을 도입했다. 댓글 하나하나에는 법적 문제를 묻지 않아도, 댓글이 쇄도하고 집중됨으로써 누적된 피해가 발생하므로 이 기능은 유익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미야시타 변호사는 또한 “영국과 독일과는 달리, 일본은 애초에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없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도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다>와 기사 제휴하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의 보도입니다.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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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1/12/26 [12:24] 수정 | 삭제
  • 연대만이 살 길이라는 말이 또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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