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식품은 안되는데 불량주거는 왜?

2022 대선 기획: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② 청년 주거불안

지수 | 기사입력 2022/01/03 [15:01]

불량식품은 안되는데 불량주거는 왜?

2022 대선 기획: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② 청년 주거불안

지수 | 입력 : 2022/01/03 [15:01]

이런 것도 집이라고 부동산에 내놓은 건가, 싶은 집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나는 민달팽이유니온이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주거에 관한 상담과 교육을 하고, 집 구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초상식 AtoZ, 공인중개사나 임대인 등과 분쟁을 방지하거나 이에 대응하는 방법을 강의하고, 청년 당사자와 함께 문제가 발생한 현장을 찾아가기도 한다.

 

▲ 2021년 여름, 민달팽이유니온이 서울시 내 대학가 인근을 답사하며 찍은 사진. 누군가는 지옥고(지하, 옥탑방, 고시원에서 따온 말)가 지겹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청년 주거의 주요 현장 중 하나다. 누군가는 불량주거로 첫 독립을 하고, 그다음 불량주거로 이사를 간다. Ⓒ민달팽이유니온

 

‘집’답지 못한 집들

 

어떤 청년은 집에서 요가를 하는데 옆집 사람으로부터 항의를 들었다. 숨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다. 옆집에서 나는 기침 소리,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집에 관한 무용담을 듣는 것은 청년 1인가구가 밀집한 지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집들은 불법으로 방을 쪼갠 위반건축물일 가능성이 높다. 불법건축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 집들을 ‘불량주거’라 통칭해보려 한다. 불량식품과 비교하기 위해서다.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사람은 규제를 받지만, 불량한 주거 공간을 내놓거나 중개하는 사람은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는다. 곰팡이 핀 음식을 파는 사람은 규제를 받지만, 곰팡이 핀 집을 거래하는 사람은 어떠한 규제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너무 많은 집들이 곰팡이 피어 있거나, 추위와 더위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수 없거나, 소음 하나 제대로 차단시키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주택시장의 급격한 가격 상승곡선에는 함께 편승해, 그토록 열악한 주거 공간이 점점 더 비싸지고 있다. ‘집’답지 못한 집들이 너무 많이 양산되는데, 주택 임대차시장에서는 이런 집들을 필요악 또과 관행이라는 말로 계속해서 방치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활동가들은 위반건축물 답사를 나갈 때마다 ‘5개 원룸 건물 중 4개가 불법’이라는 말을 농담 삼아 한다. 실제로 2020년 특정 자치구에서 표본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조사 매물 중 78% 넘게 위반건축물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위반건축물 상태라고 해서 모두 자치구에서 단속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 인력과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불량주거를 시장에서 당연시하고, 공공에서 방조하는 사이에, 지금 당장 적은 주거비만 지불할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선택지가 되었다.

 

환경만 불량한 것이 아니라 재정도 불안정하다. 보증금 반환보험 가입조차 거절되는 집도 많지만 별다른 안전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주택 임대차시장은 가히 무법지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 민달팽이유니온은 2022대선청년네트워크 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대선후보에게 전할 말을 적어 SNS에 올리는 캠페인에 참여 중이다.  Ⓒ지수

 

청년이자 세입자로 사는 여성 1인가구가 겪는 주거불안

 

이렇게 열악한 불량주거마저도 선택할 수 없는 이들도 있다. 불량식품은 안되고 불량주거는 괜찮다는 한국인데, 그마저도 선택할 수 없는 청년의 주거불안을 조명할 수 있는 언어는 마땅히 없다. 흔히들 말하는 ‘주거안전’이라는 키워드로 말해보겠다.

 

원가족 사이에서의 불화, 독립에 대한 필요와 욕구가 있음에도 곧바로 고시원이나 자취방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 이유를 들여다 보면 주거비와 안전이 바늘과 실처럼 엮인다. 목돈이 없는 이들이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은 몹시 주거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다수이며, 안전 문제가 결부되어 있기까지 하다. 이는 ‘젠더’에 따라 독립에 대한 열망을 현실로 실현시키지 못할 정도의 큰 제약조건이 되기도 한다.

 

실제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청년 여성인 (예비)세입자에게 ‘어차피 아가씨들은 깨끗하지 않거나, 반지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선택 안 하니까 보여줄 필요도 없다’는 말을 하며, 주거환경(주거비)을 상향 평준화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민간임대차 단독/다가구 주택에 거주하게 된 여성이 방범창이 없어 안전 위협을 느껴 임대인에게 설치를 요구해도 쉽게 거절당하고, 그렇다 해서 이를 이유로 계약해지를 할 수도 없는 경우가 얼마나 빈번한가. 고시원에 거주하는 숏컷의 여성이 공용공간에 나올 때마다 불편한 기류를 느끼게 되고, 소개팅을 주선하겠다는 등 무례하고도 차별적인 상황에 놓이는 경우도 곧 ‘주거불안’에 해당한다.

 

하지만 청년이자, 세입자로 사는 여성이 겪는 이러한 주거불안 문제는 주거정책에서 늘 배제되어 왔다.

 

스토킹, 주거침입 등 범죄는 ‘주거안전’의 문제

 

민달팽이유니온은 스토킹, 주거침입 등 ‘주거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한 대책을, 주거정책에서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 2021년 가을,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과 함께 주거지 기반 범죄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한국에는 ‘집’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최저주거기준’을 명시하고 있지만, 그 항목은 몹시 협소하기 짝이 없다. 국토교통부가 설정하는 최저주거기준은 1명의 사람에게 부엌, 침실, 화장실 등을 모두 합쳐 최소한 14제곱미터(4.2평)를 주거면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게 끝이다. 그마저도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로 분류되는 집들은 예외다. 도시형 생활주택 등 공급확대를 위해 최저주거기준 예외 규정까지 만들어진 지금, 한국 사회는 도시 안에 더 많은 집들이 불량할 수 있도록 민간사업자들의 편을 들어준 셈이나 다름없다

 

2015년에 제정된 주거기본법에서는 최저주거기준이 사회적·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따라 그 적정성을 유지해야 하며, 나아가 유도주거기준을 만들어 해당 기준에 미달하는 가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유도주거기준은 공고된 적조차 없다.

 

최저주거기준조차 몹시 엉성한 상태이다 보니, 안전에 관한 문제는 더 쉽게 방치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거안전에 관해, ‘주거정책은 여성안심귀갓길서비스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하지만 계속해서 정책의 한계점에 부딪히는 이유는 그것이다. 집다운 집에 대한 기준을 몹시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환경을 고려해 열악한 주거환경이 내포하고 있는 안전 이슈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저주거기준을 개선해야 한다. 구조적인 부분과 위생 뿐 아니라 안전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스토킹, 주거침입 등의 범죄와 그로 인해 거주자가 겪는 불안을, 주거실태조사 안에서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할 필수 요소로 포함시켜야 한다.

 

최저 주거기준 상향, 집다운 집을 보장하라

 

최저주거기준이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가진 대선 후보는 극히 드물다. 지금 우리는 대선 후보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집다운 집은 무엇이냐고, 이토록 불량한 집들 사이에서, 수면 위로도 드러나지 못하는 불량한 주거들을 어떻게 찾아내고 바꿔낼 것이냐고.

 

최저주거기준의 항목은 대폭 확장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집이 구조적인 요건을 갖추도록, 또한 위생을 비롯해 안전 면에 있어서도 집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시켜가야 한다. 또한,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주거 유형들을 고려해,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미 불량주거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입자들의 주거 상향 지원 정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누구나 적정한 주거공간에서 자립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량한 주거환경을 바꾸고, 주거안전을 주요 주거불안 요소로 규정하여 정책에 반영하여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대선 후보 중 몇이나 이런 이야기들을 접해봤을까. 불량주거에서 살아가는, 주거안전을 침해받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길 바란다. 우리의 삶은 눈을 가린다고, 활자에서 지워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지수: 고양이와 쾌적하게 살만한 집에서 오래오래 살기 위해 고민이 많다. 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차별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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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2022/01/09 [21:34] 수정 | 삭제
  • 불량주거에 대한 얘기 정말 공감합니다. 의식주는 기본으로 챙겨주는 국가에서 살고 싶다!!
  • 선택 2022/01/03 [18:42] 수정 | 삭제
  • 주거지 중심으로 벌어지는 범죄의 대책을 주거 정책에서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 신박합니다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습니다
  • mian 2022/01/03 [17:40] 수정 | 삭제
  • 너무 공감해요. 이사하기 전에 살았던 곳이 불법건축물이었는데, 나같은 1인가구들만 거의 살았고 세대가 20세대가 넘었어요. 이런 건물이 도심에 어떻게 버젓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건물주는 강남에 사시면서 전월세 꼬박 챙기시며 억단위로 버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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