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오는 관광객 수를 줄여야 한다6.1 지방선거 만드는 청년 정치인⑤ 제주도의회 비례 후보, 녹색당 신현정4년 전,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녹색당은 제주에서 ‘녹색 정치’ 바람을 일으켰다. 원외 소수정당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았음에도, 당시 고은영 녹색당 제주도지사 후보가 3.54% 득표율로 5명 후보 중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를 제치고 3위를 기록했다. 비례대표 의원선거 정당투표는 4.87% 득표율을 보였다. 도의원 비례대표 최소 의석 확보를 위한 의석할당정당이 되는 5% 득표율에 0.13% 부족한, 아쉬운 결과였지만 상당한 선전한 결과였다.
오는 6월 1일 다시 지방선거를 맞이하는 제주녹색당은 부순정 제주도지사 후보와 신현정, 이건웅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를 확정하고 ‘녹색 정치’를 향해 힘차게 뛰고 있다. 녹색 바람으로 제주를 지키고자 제주도의원 선거에 출마한 제주녹색당 비례후보 1번 신현정 씨를 만났다. 그는 1998년 생의 제주토박이로, 제주퀴어문화축제, 제주여민회,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등에서 활동해 온 페미니스트이다.
직접 대면이 아닌 줌으로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신현정 후보의 정치를 향한 뜨거운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도의회 진입뿐만 아니라, 제주의 ‘기후정의’를 위해 활동하겠다는 목표도 뚜렷했다.
-녹색당 활동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초등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 있던 <고래가 그랬어>라는 어린이 교양지를 보며 자랐어요. 김홍모 작가가 당시 그 잡지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었는데, 학교에 북콘서트를 하러 오신 거에요. 그 때 들었던 이야기들이 너무 좋아서 팬이 되었는데, 이후에 작가가 녹색당원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 때부터 녹색당에 관심이 생겼어요.
2017년,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제주도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가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이었거든요. 한라산 중산간 지역 357만㎡에 호텔, 콘도, 골프장 등을 짓는 사업이었는데, 이걸 짓냐 마냐로 도민 사회가 무척 시끄러웠어요. 오라관광단지 개발을 막아내려고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니,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사를 찾다가, 제주시청 앞에서 녹색당이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당원 가입도 하게 되었어요. 난개발을 막는 활동을 하며, 개발 사업이 환경이나 생태 이슈에 국한된 게 아니라 평화와 평등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걸 배우게 되었고요. 그렇게 6년째 정당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지역 활동을 해 오셨는데요.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은 어떤 곳인가요?
“제주 지역에서 평화와 인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활동하는 단체에요. 특히 기억에 남는 활동은, 선흘1리를 대상으로 마을 공동체의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연구했던 일이에요. 인권을 기반으로 한 접근법(HRBA, Human Rights Based Approach)으로, 마을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는 이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해야 배제되는 사람 없이 결정을 할 수 있으며 어떤 기준으로 결정해야 하는지 연구했거든요. 마을을 통해 개발 사업이 들어오고, 마을에서 그에 대한 동의가 이뤄지기 때문에, 어떻게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본 거죠. (참고: ‘인권을 기반으로 한 마을공동체의 의사결정구조’ 결과 보고서, 2020년)
강정 해군기지의 사례도 강정 마을의 총회에서 결정된 경우인데, 그 총회 의결이 정말 마을 민의를 대변한다고 보기엔 부실한 과정들이 있었거든요. 결국 마을 공동체를 찢어놓는 결과를 초래했고요. 또, 사실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 강정마을만의 문제는 아니잖아요? 옆 마을 문제이기도 하고, 제주도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제주의 난개발을 막는 방법으로 여러 투쟁의 방식이 있겠지만, 마을에서부터 좀 더 좋은 구조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구조를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진행한 연구에요.
그런데 이런 연구를 하고 난 후에도 자연체험테마파크라는 개발사업이 마을 공동체의 갈등 속에서 결정되는 사례가 있었죠. ‘연구를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마을 주민들과 계속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의사결정구조를 관리할 수 있게 해야 그것이 실현되는 거구나’. ‘제도를 만든다고 끝이 아니구나’ 많이 배웠어요.”
-그런 활동과 배움이 이번 출마와도 연관이 있나요?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민사회 운동을 하면서, 도의회나 도청이 해 온 결정을 우리의 운동이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하고 의원들, 공무원들과 면담을 해도 안될 때가 있더라고요. 심지어 의회에서 결정을 쉽게 뒤집어 버리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바다에서 노동하는 해녀들에게 피해가 가는 한동·평대 해상풍력단지 개발, 비자림로 도로 확장을 위해 숲을 밀어버리는 등의 결의안을 통과시켜 버리는 거죠. 개발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가진 도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출마를 결심했어요.”
-제주가 육지인들의 힐링 공간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관광객이 엄청 늘어났잖아요. 지난 5월 징검다리 연휴 때도 20만명이 방문했다고 하고요. 제주를 바라보는 관점이 육지인들과는 다를 것 같은데, 여성 청년 제주도민으로서 지금 제주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제주도가 2002년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되면서부터 엄청난 돈이 쏟아져 들어왔어요. 의회와 도지사의 권한과 권력도 커졌죠. 막대한 예산의 개발사업들도 들어오고, 거대한 관광단지들이 생겼고요. 제가 1998년생인데, 아동청소년기 시절에 ‘어느 집이 원래 얼마였는데 얼마에 팔렸다더라’, ‘어느 마을 목장을 공동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제 그걸 두고 서로 다툰다더라’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관광객도 무척 늘었고요. 빨래를 널고 있는데 집 돌담 앞에서 누군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상황이 된 거죠. 그게 지금 도민들의 삶이에요. 아무래도 불편할 수 밖에 없고, 제주를 떠나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섬이라는 특성 탓에 폐쇄적이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도 하고요. 제주말로 ‘속슴허라’가 ‘조용히 해라’, ‘튀지 말아라’라는 뜻인데, 그 말을 굉장히 많이 듣고 자라서 탈제주 하고 서울로 가는 게 꿈이었던 시절도 있었어요.
근데, 이제 서울 가서 ‘제주에서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부러워해요. 이런 일은 처음이거든요(웃음) 예전엔 제주에서 왔다 그러면 ‘사투리 써봐라, 귤 농사 하냐, 화장실에 돼지가 있냐’ 등의 말을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당황스러워요. 내가 살아가는 형태가 이전엔 ‘똥돼지, 귤, 사투리’로 소비되었다면 지금은 ‘돌담과 살아가는 힙스터 제주인, 덜 노동하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제주인’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는 거니까요. 제주가 ‘서울에서 지친 사람들의 삶을 보살펴 주는 힐링의 공간’이 되는 동안, 여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나아졌는가 라고 묻는다면,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나아지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육지인들이 보기엔 제주가 관광으로 발전했으니 제주 청년들도 일자리가 생긴 것 아니냐, 살기 좋아진 것 아니냐 할텐데요.
“최근에도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이 있었어요. 원희룡 도지사 때, 람정제주개발에서 ‘제주 청년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줄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사업을 시작했죠. 5천명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어요. 근데 실제로는 60% 정도가 학생들의 아르바이트 자리였어요. 대부분의 일이 놀이공원 관리, 서빙, 호텔 메이드 등의 직종이었고요. 이 일들이 제주 청년들이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일까요? 거기다 저임금이고요. 특히 여성 청년들에겐 주로 호텔 메이드나 놀이공원 서비스직 등 친절과 감정노동을 요구하는 일들이 주어지죠. 그리고 지금 제주 집 값이 너무 많이 올랐어요. 10년 전에 4천만원 하던 집이 지금은 7~8억에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거든요. 청년들에겐 부담일 수밖에 없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주변에서 늘 기회가 되면 제주를 떠나라고 했다. 그래서 불행했다’는 말을 했지요. 그동안 정치가 그 문제를 왜 해결하지 못했을까요?
“친구들도 취업을 위해 제주를 떠나고 있어요. 이유는 하나에요. 일자리가 정말 없기 때문이죠. 관광 산업에 종사하거나, 공무원이 되지 않으면 일이 없으니까요.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지역에서 잘 살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지금껏 정치인들이 ‘청년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내거는 공약은 지역에서 잘 사는 방법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더 성공해서 서울로 가는 방법이에요. 그러니까 일단 잘 살아야 하고, 개발 사업을 끌어와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서 도민들에게 경쟁 심리를 자극하는 것 같아요. ‘저 마을에 개발 사업이 들어왔는데 우리도 개발 사업 가져와야 하지 않겠냐, 우리도 저 마을만큼 잘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식으로요. 근데 그 개발 사업으로 인해서 정말 잘 살 수 있는가 라고 물으면, 그 구체성은 굉장히 불명확하거든요.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특수한 지형이라고 생각해요. 이 땅의 특성을 파악하지 않고선 우리의 삶이 어떤 모양으로 갈지 알 수 없거든요. 섬이고, 지리적이고 생태적인 한계가 명확하다, 그리고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전제로, 제주에서 잘 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제주에 적합한 일자리를 고민하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제주의 특성에 대해서 더 듣고 싶은데요. 제주가 관광, 힐링 공간으로 부각된 반면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늘어난 관광객으로 인한 쓰레기 문제가 언급되곤 하는데, 또 어떤 사안이 있나요?
“쓰레기도 문제지만, 물 문제도 심각해요. 내륙지방 같으면 식량이나 물이 떨어졌을 때 다른 지역에서 공급해올 수 있지만 제주는 불가능하니까요. 제주에서 지금 사람들이 먹는 물, 농사 짓는 물, 씻고 쓰는 물이 지하수인데 이 용량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요. 모르면서 쓰고 있는 거에요. 근데 그 지하수를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곳이 어디일까요? 삼다수를 판매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그 다음이 골프장과 호텔들이에요. 도민들이 써서 지하수가 줄어드는 게 아닌 거죠.
또 지하수 수위가 줄어들면 바닷물이 압력을 초과하면서 지하수에 침투해버리는 문제가 있어요. 그러면 그 지역의 지하수는 염수가 되고, 농사 짓거나 물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더 무서운 사실은 제주도가 전세계 평균보다 해수면 상승이 3배나 빠르게 진행되고, 지구의 지난 100년 간 기온 상승세보다 2배나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거예요. 해수면은 계속 올라오는데, 우린 지하수가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면서 이걸 계속 뽑아서 싼 가격에 쓰고 있는 거죠.
하수, 폐수 문제도 심각해요. 도내에 8개의 하수처리장이 있어요. 그곳에서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 25만톤 정도거든요. 근데 지금 하루에 유입되고 있는 양이 23만톤이에요. 95% 정도니까 거의 한계의 도달하고 있는 거죠. 어떤 일이 생겨서 2만톤의 하수가 더 들어온다면 그냥 바다로 방류해야 되요. 실제로 비가 많이 오면 제주 도두 하수처리장은 그냥 하수를 바다에 방류해버려요. 하수처리장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길 하고 있지만, 하나 만드는데 5년이 걸리고, 하수처리장을 계속 늘린다는 것도 문제죠.
하수, 폐수 문제는 특히 제주 해녀들의 삶과도 깊은 연관이 있어요. 바다가 오염되면 해산물 양이 점점 줄어서 해녀들이 먹고 살아갈 근간이 없어지기도 하고, 오염된 물로 인한 피부병 발발 문제도 있어요. 제주가 정말 포화 상태라는 건 쓰레기가 얼마나 쌓였는지로 보여줄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물 문제도 정말 심각해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주는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먹을 물이 없어지는 문제를 겪게 될 수 있어요.
지난 몇 년 간 전세계적으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관광지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관광객 수를 넘어서 발생하는 문제) 담론으로 뜨거웠잖아요. 필리핀의 보라카이 섬 등이 폐쇄 결정을 내리기도 했고요. 그런 소식들 덕분에 ‘과잉 관광’이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 같고, 제주에서도 ‘입도세’ 형식의 환경보전기금을 받아야 한다는 논의가 있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상황은 아니에요.”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정치인은 없나요?
“제주가 국제자유도시가 된 이후, 도민들은 피로도를 확실히 많이 느끼고 있어요. 언론에서도 이제 관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고요. 그런데 ‘관광 산업을 전환하겠다’는 건 여전히 도발적인 메시지인 거예요. 어쨌든 제주가 의존하고 있는 산업이니까요. 양적 관광이 아닌 질적 관광을 해야 한다, 입도세를 받아야 한다 등의 공약을 내는 정치인들은 있지만, 여전히 본질을 뚫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정치인은 보기 힘들어요.”
-이번 지방선거에서 녹색당에서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기후정의 조례’가 제주에서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제주도에 가장 필요한 기후정의(climate justice)는 일단 관광객 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연 1,500만 명 수준인데 이걸 800만명 정도로 줄여야 한다고 봐요. 제주에서 탄소배출을 가장 많이 하고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공공기관이나 병원이 아니라, 신화역사공원이라는 테마파크 관광 사업장,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등이거든요. 이런 사업장에 탄소배출 거래제를 통한 탄소 배출권을 구입하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관광객이 배출하는 탄소의 많은 부분이 렌터카에요. 도민들이 하루에 1~2시간 운전한다면 렌터카는 거의 종일 돌아다니잖아요. 렌터카가 늘면 도로가 혼잡해 지고, 그러면 또 도로를 더 뚫고 만드는 상황이 되는 거에요.”
한편으론 사라지는 관광도 있죠. 오래된 호텔들이 하나둘 없어지고 있거든요. 제주도에 처음 건물의 고도 제한이 풀리면서 들어온 한진그룹의 칼호텔이 있는데, 최근에 한진그룹이 여길 매각하기로 했어요. 약 300명의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죠. 그곳 뿐 아니라 오래된 호텔들이 사라지고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어요. ‘내가 관광사업, 개발사업을 유치해서 일자리를 얼마만큼 만들겠다’는 정치인은 있지만,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치인은 없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제주에 필요한 기후정의라고 봐요.”
-이런 기후정의 문제에 대한 도민들의 생각이 어떤지도 궁금해요.
“제주도는 조금 특수한 상황인 게, 10년 전에 이미 ‘카본프리 아일랜드’(Carbon Free Island, 탄소배출 없는 섬) 선언을 했거든요. 도민들이 탄소중립에 대해 알 기회들이 있었어요. 이 정책이 지금까지 실패했다는 것에도요. 탄소 없는 섬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또 성장 팽창을 한 거에요. 무슨 말이냐면, 제주 내 내연 기관차를 전기차로 바꾸자 했는데, 내연 기관차와 전기차 대수가 똑같이 성장한 거죠. 1인 1전기차 시대라고 하면서 모든 보조금을 전기차에 투자해, 결국 전기차 생산업체만 행복해졌어요. 도민들은 여전히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도로를 계속 깔아야 상황은 변하지 않았어요. 그런 이야기에서부터 도민들과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겠죠. 한편으로 그런 점에서, 제주도는 기후정의가 잘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녹색당 내에서 비례대표 선출 토론회를 했을 때 ‘청년 정치’에 대한 이야기도 하셨죠. “호명되는 청년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청년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고요. 이에 대해 더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제주 주민자치위원회는 마을 개발사업에 대한 심의도 할 수 있고, 환경영향평가 등의 의견도 제출할 수 있는 곳인데요, 작년 2월 기준으로 20대가 딱 한 명이었어요. 전체 도에 1,104명의 위원이 있는데 20대가 1명, 30대가 20명. 비율로 따지면 20~30대가 1.9%인 거죠. 성별로 봤을 땐 남성이 66%, 여성이 34%고요. 50~60대 남성들이 대부분인거죠.
청년 정치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기득권 정치인들도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말하지만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심지어 청년 정치인의 성공이라고 하면서 당대표가 된 이가 사회적 약자들을 혐오하는 발언을 하고, 시민들을 갈라치기 하는 정치를 보여주었잖아요. 그 때문에 청년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청년 정치는 자신의 기득권을 챙기는 게 아니라, 민주적으로 나눠 주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청년으로서 정치할 권리를 달라는 게, 기득권을 달라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 모두에게 정치할 권리가 있고, 미래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거죠.”
-지난 지방 선거에서 녹색당이 정말 아쉽게 의회 진출을 못했는데, 그만큼 이번 선거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아요. 당선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선거운동 하면서 녹색당 후보라고 얘기하면, 환경이나 기후정의 이야기하는 건 좋은데 힘이 없어서 아쉽다는 얘길 많이 들어요. 근데 지난 선거에서 녹색당을 선택한 제주도민이 16,640명이에요. 녹색당이 아직 힘이 없는 작은 정당인 걸 알면서도 16,640명의 도민들이 녹색 정치를 염원하며 녹색당을 지지했죠. 그 염원에 응답해 보고 싶다는 각오로 선거에 나왔습니다.
또 제주에서도 진보도의회를 만들 시간이 왔다고 생각해요. 지난 선거에서 정의당이 비례대표 한 명을 의회에 진출시켰는데요. 이번엔 정의당, 녹색당, 진보당이 다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어요. 또 제주도엔 특이하게 교육위원이라는 제도가 남아있는데요. 한때는 퇴직 교장들의 나눠먹기 자리였지만 이번엔 전교조 교사 출신의 후보도 등장했어요. 진보 블록을 꾸릴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요.
당선이 된다면, 자전거 타기 좋은 제주를 만들고 싶어요. 도로가 너무 자동차 위주거든요. 전국에서 도로 포장률이 세종시 다음으로 높다는 데도 계속 도로를 만들 계획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자동차에게 빼앗긴 도로를 사람과 자전거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그래야 어린이와 노인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녹색당이 ‘너무 멀리 본다’는 비판을 받는데요. 전 관광 산업을 전환하고, 탄소배출 없는 섬을 만드는 게 멀리 보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회 변화를 가장 가까이 보고 있고, 그에 가장 먼저 대비하고 있는 거죠. 그런 녹색당의 관점을 가지고, 도의회에서 제대로 된 해답을 내놓는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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